“하나, 둘! 하나, 둘!”예진과 하나는 구령을 맞춰가며 차근차근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주변이 소란스러워도 둘은 이안 쪽을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그저 서로의 호흡과 걸음에만 집중하며, 마치 이 세상에 둘만 존재하는 듯 달려갔다.‘하나야, 잘하고 있어. 우리 조금만 더 가자.’어느새 경기는 사실상 두 팀의 대결로 좁혀졌다.하나 팀과 이안 팀이 앞서나가고, 나머지 팀들은 모두 중간에서 넘어지거나 많이 뒤처져버린 상태였다.하지만 곧 이안 쪽에서 문제가 생겼다.점점 조급해진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더 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모, 빨리! 우리가 꼭 이겨야 해!”하지만 아린은 이안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자, 두 사람의 다리는 엇갈렸고, 중심을 잃었다.“어, 어어어...”결국 둘은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며 땅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이안은 황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고개를 들자마자 예진과 하나가 이미 환한 웃음으로 손을 맞잡고 결승선을 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엄마가... 엄마가 다른 애랑 저렇게...’이안은 손에 흙이 묻은 것도, 무릎이 까진 것도 잊은 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한편 관중석의 윤제는 그 장면을 뚫어져라 보며,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저 여자가 지금... 웃는다고?’‘우리 애는 울고 있는데?’옆에서 이안이 굳은 표정으로 말이 없자, 아린은 상황을 감지하고 아이를 안아 윤제에게 데려갔다.“이안아, 고모가 잘못했어. 우리 다음 경기에서 꼭 이기자, 응?”이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린에게서 약간 등을 돌린 듯한 느낌이 묻어났다.윤제가 옆에서 아린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마. 넌 잘했어. 잘못한 건 고예진이지. 남의 애 편들고, 정작 자기 애한테는 그런 식이냐.”이안도 맞장구치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엄마는 나보다 남의 애가 더 중요하대... 그럼 이제 엄마랑은 정말 끝이야.’아린은 그런 부자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조용히 비웃었다.‘둘이 아주 보기 좋게 나란히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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