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451 - Chapter 460

596 Chapters

제451화

상황을 지켜보던 서중국이 서둘러 앞으로 나섰다.“사돈, 두 아이들한테 시간을 좀 맡기고 우리끼리 나가서 얘기 좀 할까요? 고성그룹이 건설 쪽이라 들었는데, 마침 저희 쪽에 리조트 프로젝트가 있거든요. 혹시 관심이 있으십니까?”모두가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 없었다.고환일과 송승예는 웃으면서 서중국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는 걸 눈치챈 재하가 눈빛이 반짝거리면서 말했다.“며칠 동안 다들 피곤했잖아. 어차피 간병인도 있으니까, 민혁이가 여기 지키고, 우리도 집에 가서 좀 쉬자고.”영호는 단번에 알아차리고 은주의 손을 끌었다.“그래요.”네 사람은 왁자지껄하게 방을 빠져나갔다.순식간에 방 안에 예진과 민혁만 남게 되자,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예진은 핸드폰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입력했다.[민혁 씨 호의는 내가 감당할 수 없어요. 우리 부모님도 갚을 수 없고요.]민혁은 고개를 저었다.“대가 없는 마음이에요. 부담 가질 필요도 없고요.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예요. 예진 씨가 나를 받아들이든 거절하든, 그게 진심에서 나온 선택이면 좋겠어요. 빚이나 의무가 아니라...”예진은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민혁은 전보다 훨씬 진지한 눈빛으로 예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예진 씨, 정말 나한테 아무 마음도 없어요?”그 질문의 답은 단순하지 않았다.예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마음속에 민혁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특히, 민혁이 오랜 시간 해왔던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은 더욱 그랬다.‘내 모든 설렘의 순간마다... 사실은 서민혁이라는 남자가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어.’하지만 동시에 예진은 자신이 왜 이렇게 꼬여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아마도 지금의 나는 민혁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거겠지.’‘나는 늘 사랑에서 낮은 자리에 있었고, 그게 너무 지긋지긋해.‘게다가 아이까지 낳은 내가, 어떻게 민혁 씨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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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윤제는 잘 알고 있었다. 서민혁이 바로 J의 뿌리 깊은 명문가 서씨 가문이라는 것을.감히 건드릴 수 없는 상대라는 걸 알면서도,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는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었다.윤제의 비웃음 어린 시선이 예진에게 꽂혔다.“고예진, 네가 왜 그렇게 기어이 이혼을 하자고 했는지 이제 알겠네. 진작부터 서민혁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거지? J시 서씨 가문의 사람이란 걸 처음부터 알았던 거잖아?”예진은 그 말이 우습기만 했다. 꽃다발을 들고 와서는, 전신에 붕대를 감은 자신에게 위로 한마디 건네는 일 없이, 오직 따지고 원망하는 말뿐이었다.‘나는 대체 왜 그때 이런 사람과, 민혁 씨가 보여준 온기와 다정함을 같은 선상에 두었던 걸까?’‘그때의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예진은 더 이상 상대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윤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든, 더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윤제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민혁이 성큼 앞으로 다가와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묵직한 한 방에 윤제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반사적으로 되받아치려 했지만, 순간 마주한 민혁의 눈빛에 손이 굳어 버렸다.얼음처럼 차갑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눈빛이었다.‘빌어먹을...’이를 악물며 분노를 삼킨 윤제는 끝내 주먹을 거두고, 말없이 몸을 돌렸다.치욕스러웠지만, 동시에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J시 서씨 가문은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윤제가 사라지자, 민혁의 어깨에 맺혀 있던 분노도 서서히 가라앉았다.예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오직 온화함만 남아 있었다.“요 며칠 고생 많았어요. 푹 쉬어요. 난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 오늘 밤은 내가 여기서 지킬게요.”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긴장이 풀리자, 몸 구석구석에서 밀려오는 통증이 한꺼번에 엄습했다. 침대에 몸을 눕히고 눈을 감는 순간, 지독히 지쳐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예진이 곤히 눈을 감는 걸 확인한 민혁은 병실을 나와 전화를 걸었다....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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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건우가 술잔을 굴리며 말을 꺼냈다.“윤제야, 난 가끔 네가 이해가 안 돼. 고예진이랑 결혼해 있을 땐 그렇게 정을 줘 본 적도 없으면서, 불 난 현장에도 혼자 내버려 두고 모른 척하더니...”“이혼하고 나서야 병문안은 왜 가는 건데? 아직 미련이 남은 거야, 아니면 원래 네가 가진 건 꼭 네 게 아닐 때만 욕심나는 그런 성격인 거야?”말이 끝나자 윤제의 차가운 눈빛이 곧장 건우를 향했다.선재가 분위기를 보며 히죽 웃었다.“맞아요. 누가 아니래요? 형, 우리도 괜히 말 보태는 거 아니에요. 생각해봐요, 형수랑 살 때 형이 얼마나 시큰둥하게 생각했는지, 우리가 다 봤잖아요.”“형은 늘 류아린만 쳐다봤으니까. 첫사랑이라면서. 그래서 우리도 예진 형수한테는 시큰둥했고요.”선재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술잔을 들어 올렸다.“근데 형, 이제 와서 뭐 하자는 거예요? 예진 형수랑 이혼까지 하고, 류아린이랑 결혼까지 했으면서... 이제 와서 또 예진 형수한테 마음 쓰는 거, 이건...”‘뒤집기’라는 말이 채 입 밖으로 나오기 전, 윤제의 싸늘한 시선이 선재를 제압했다.선재는 헛기침만 하고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건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윤제야, 넌 지금 완전히 눈이 멀었어. 정작 네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거 같아. 고예진이 아직 좋은 건지 아닌지, 너 스스로도 모르잖아.”“한쪽에선 이혼하고 첫사랑이랑 결혼해 놓고, 또 다른 쪽에선 고예진이 새 남자 만나는 꼴은 못 보겠다? 이건 그냥 네 마음대로인 거지.”윤제의 얼굴이 굳었다.“나...!”애써 억눌러온 화가 목밑까지 치밀었지만, 막상 내뱉을 말이 없었다.선재와 건우의 말이 틀린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빌어먹을... 왜 이렇게 찔리냐.’윤제는 결국 술잔을 다시 움켜쥐었다.벌컥벌컥 연거푸 술을 들이켜고, 고개를 푹 떨군 채 속에서 끓어오르는 짜증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윤제는 술기운에 머리가 어지럽게 빙글거렸다.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나도 잘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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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윤제는 원래 두 형제 같은 친구들과 술 한잔하면서 울분을 풀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런데 돌아온 건 속을 더 뒤집는 말들뿐, 결국 화만 더 쌓여 버렸다.‘젠장, 이럴 거면 왜 나왔나? 괜히 더 찔리기만 하잖아.’윤제는 끝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술값도 제대로 치르지 않은 채, 문을 거칠게 밀치고 나갔다.남겨진 건우와 선재는 윤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둘은 혀를 차며 술잔을 부딪쳤다.“에휴, 저 형 참...”“답도 없지, 뭐.”...한편, 아린은 저녁 준비를 하던 손을 멈췄다.윤제가 집을 나간 뒤, 괜히 요리할 기분도 사라졌다. 대신 치킨을 시켜 이안에게 먹이고, 아이를 재운 후 2층으로 올라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심스레 방을 나왔다.아린은 원래 작업실에 내려가서 다가오는 패션위크에 낼 옷을 준비하려고 했다.하지만 재봉틀 앞에 앉기도 전에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도순희였다.‘또 시작이네...’짜증이 목 끝까지 치밀었지만, 아린은 곧장 얼굴에 가면을 썼다.“어머니, 무슨 일이세요?”수화기 너머 도순희의 목소리는 한껏 힘이 빠진 듯 거칠고 쉰 소리였다.[아이고, 아린아... 윤제는 전화를 안 받네. 네가 받아서 다행이다. 너, 지금 집으로 좀 와줄래? 엄마가 도저히 안 되겠다.]순간, 아린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삼켰다.‘죽네 사네 난리 치더니, 누구보다 오래 살 팔자지.’‘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말 피곤하다.’하지만 겉으로는 애써 다정한 목소리를 흘려냈다.“엄마, 걱정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급히 외투를 걸치고 나선 아린은 길을 가며 약국에 들렀다. 해열제와 영양제를 대충 챙겨 들고는 곧장 부씨 본가로 향했다.집에 도착하자, 도순희는 머리에 해열 패치를 붙인 채 침대에 반쯤 드러누워 있었다.숨이 넘어갈 듯한 기세로 신음하며 아린을 바라봤다.아린은 급히 다가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머니,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열이 나신 거예요?”도순희는 아린이 들어서자마자 신음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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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알았어요, 지금 바로 사 올게요.”아린이 그렇게 말하며 방문을 나서자마자, 등 뒤에서 곧장 도순희의 신음소리가 따라붙었다.“아이고, 아이고... 죽겠네, 아주.”아린은 들리지 않게 코웃음을 흘렸다.‘늙은 할망구, 그냥 일찍 죽지! 왜 이렇게 질기게 버티는 거야!’밤늦은 시간 신선한 갈비를 구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아린은 곧장 핸드폰을 꺼내 배달 앱을 켰다. 아무 식당이나 눌러 갈비탕을 주문하고는, 거실 소파에 털썩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40분 뒤, 배달원이 음식을 가져오자, 아린은 갈비탕을 냄비에 옮겨 담았다.아직 도순희를 부르기도 전, 벌써 냄새를 맡은 그녀가 스스로 내려와 식탁에 털썩 앉았다.아린은 억지로 미소를 띠고 국그릇에 갈비탕을 떠 건넸다.도순희는 후후 불며 국을 식히는 와중에도 입을 쉬지 않았다.“이제야 정신이 드네, 아린아. 네가 지금은 내 며느리잖아. 며느리는 시어머니 챙기는 게 기본이야. 그래야 윤제도 기분이 좋을 거고, 그래야 네 곁에 죽을 때까지 붙어 있는 거야. 안 그래?”아린은 대꾸하지 않고 얄팍한 미소만 지었다.‘하, 뻔하지. 예전에 고예진을 괴롭히던 수작을 이제는 나한테 그대로 써먹겠다는 거군.’‘근데 착각 마라. 나는 고예진처럼 당하고만 있진 않을 테니까.’도순희는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다.“수양딸이랑 며느리는 달라. 그 차이 네가 아직 다 모를 거야. 그러니 내가 말할 땐 잘 새겨들어. 며느리 노릇으론 네가 이안 엄마보다 못한 게 사실이야.”아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훌륭했다면, 왜 어머니는 그토록 이안 엄마한테 불만만 가득하셨을까요?”도순희는 곧바로 비웃듯 코웃음을 치면서 대꾸했다.“넌 아직 몰라서 그래. 시어머니라는 자리는 며느리의 정성을 당연히 누려야 하는 자리야. 시대가 바뀌었다지만, 그래도 이런 전통은 이어져야 하는 법이지.”아린은 국그릇을 내밀면서 다시금 미소를 지었지만, 그 웃음 뒤편으로는 날카로운 냉기가 스쳤다.‘전통? 웃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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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아린은 끝내 입을 닫고 있었다.아무리 인내심이 강하다 해도, 이렇게 매번 시비 걸고 괴롭히는 걸 마냥 참고 있을 수는 없었다.‘이 늙은이는 누가 며느리로 들어와도 똑같이 이렇게 괴롭히겠지.’아린이 침묵을 지킬수록, 도순희의 분노는 더 커졌다.도순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네 엄마랑 나랑 얽힌 인연 때문에, 네 엄마 세상 떠난 뒤에 너를 우리 집에 데려다 내 친딸처럼 키워줬잖아!”“그런데 이제 우리 집 며느리가 됐다고 날 우습게 보는 거야?”그녀는 손가락을 아린 쪽으로 들이밀며 거칠게 내뱉었다.“결혼 전엔 그렇게 효녀 노릇하는 척 붙어 있더니,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본색을 드러내?”“내가 이렇게 아파서 누워 있는데, 배달 음식으로 날 우롱해? 류아린, 넌 도가 지나쳤어! 오늘 일은 반드시 윤제한테 말할 거야!”그대로 핸드폰을 집어 들자, 아린이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단번에 낚아챘다.도순희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당장 핸드폰 내놔!”아린은 깊게 숨을 내쉬면서 스스로를 다잡았다.‘참아. 아직은 참아야 해. 여기서 터뜨리면 손해 보는 건 나야.’한참을 속으로 되뇌다가, 겨우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머니, 너무 늦어서 신선한 갈비를 못 구했어요. 그래도 어머니가 힘들어하시는 게 안쓰러워서, 차선책으로 배달을 시킨 거예요.”“입맛에 안 맞으셨다면, 내일 제가 직접 시장 가서 신선한 갈비 사다가 끓여 드릴게요. 지금은 아픈 몸으로 화를 내시면 더 안 좋아요.”겉으로는 공손한 태도였지만, 그 속에서 아린의 눈빛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윤제 앞에서 착한 며느리 흉내를 내려면, 그래도 이 정도 쇼는 해야겠지.’도순희는 물러서지 않았다.아린이 점점 조용해질수록, 도순희는 자신이 아린을 자기 손아귀에 넣었다고 확신했다. 시어머니라는 권위가 더 단단해지는 기분이었다.“하, 아린아. 네 속에 뭐가 들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수양딸 때야 얼마나 잘 굴렀는지, 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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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뭐라고...?”도순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이게 정말 자신 앞에서 십수 년 동안 얌전히 구르며, 말 한마디 제대로 거스르지 못했던 수양딸 류아린이 맞단 말인가?‘내가 방금 말한 게 사실이었네.’‘그동안은 다 연극이었고... 지금 이 싸늘하고 뻔뻔한 얼굴이 진짜구나.’아린은 코웃음을 치면서 차갑게 받아쳤다.“어머니, 아까 윤제 오빠한테 전화한다 하셨죠? 전 상관없어요. 다만 한 가지 궁금하네요. 과연 어머니 말씀을 윤제 오빠가 믿을까요?”“잊지 마세요. 고예진 때도 어머니가 똑같이 이랬다는 거... 며느리 하나랑 사이가 안 좋은 건 며느리 탓일 수도 있지만, 며느리 둘이 다 어머니랑 사이가 안 좋다? 그럼 문제는 누구한테 있을까요?”“너...!”도순희는 입술을 부르르 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에 분노와 당혹을 담아 아린을 노려봤다.아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선을 즐기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이 사람을 내가 몇 년을 지켜봤는데, 다 알고 있어.’‘강해 보이려 애쓸 뿐, 속은 텅 빈 사람이란 거...’‘지식도, 교양도 없이 살림만 해온 가정주부.’‘겉으로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척하지만, 사실은 쥐뿔도 아니지.’‘고예진 같은 바보나 붙잡혀 사는 거지.’아린은 눈빛을 더 싸늘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해서요, 지금 이렇게 어머니한테 당해 보니까 오히려 고예진이 불쌍해지네요. 고예진도 예전에 이렇게 당한 거예요?”“하지만 한 가지 알아두세요. 저는 고예진이 아니에요. 그 사람처럼 순순히 당해주지도, 얌전히 굴지도 않아요. 어머니가 아무리 날 흔들어도, 전 안 무너집니다.”그 말과 함께 아린은 냉소를 흘리며 손에 쥐었던 핸드폰을 소파 위에 툭 던졌다.그리고 더는 미련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여기 있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야.’‘어차피 가면은 벗었으니, 이제 굳이 다시 쓸 필요도 없지.’‘도순희 같은 사람은 이용가치가 있을 때만 챙기면 돼.’‘난 이미 부윤제의 옆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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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도순희는 미친 듯 날뛰었고, 아린은 이를 악물며 버텼다.“이 미친 아줌마! 지금 당장 안 멈추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그러나 도순희는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아린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온몸에 힘을 실어 도순희를 강하게 밀쳐냈다.아린이 젊고 기운이 센 만큼, 아무리 도순희가 악다구니를 부려도 힘에서 당해낼 수는 없었다.쾅!도순희는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쓰러진 채로 억울한 듯 팔을 걷어붙이며 다시 일어날 기세였다.아린은 그 틈을 타 급히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잠시 후, 도순희는 다시금 달려들었다. 광기 어린 눈빛으로, 아린을 향해 몸을 날리듯 덤벼들었다.이번엔 당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아린은 잽싸게 손을 뻗어, 달려드는 도순희를 세차게 밀쳤다.원래는 단순히 균형만 잃게 만들 생각이었다.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도순희의 몸은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거실 한가운데 있는 유리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쿵!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도순희의 이마가 터지면서, 핏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도순희의 몸이 경련하듯 파르르 떨리더니, 손이 허공을 향해 허우적거렸다.핏빛으로 물든 눈동자는 끝까지 아린을 향해 증오로 불타고 있었다.아린은 그 광경에 질겁해, 숨이 턱 막힌 듯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안 돼... 이럴 리가 없어...’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벽에 등을 기댔다.곧이어 도순희의 두 팔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앉았다.아린의 온몸이 덜덜 떨렸다.그저 밀쳐낸 것뿐인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나... 난 죽이려던 게 아니었어. 그냥 밀쳐내려고 했던 건데...’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은 아린은 떨리는 손끝으로 도순희에게 다가갔다.허리를 굽혀 코끝에 손을 대고 숨결을 확인했다.희미하지만 아직 호흡이 느껴졌다.“후...”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오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죽진 않았어... 다행이야... 정말 죽은 줄 알았어.’‘그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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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아린은 눈을 굴리며 고개를 젖혔다.‘역시 화근은 오래 간다더니... 안 죽고 버티는 걸 보니 목숨도 참 질기네.’다음 순간, 아린은 곧장 진문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때 문호는 병원에서 야간 근무 중이었다. 핸드폰 화면에 아린의 이름이 뜨자마자 주저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아린의 목소리는 울음 섞인 급박한 음성이었다.“문호야, 제발 나 좀 도와줘. 지금 나를 도와줄 사람은 너밖에 없어. 아니면 나는 정말 끝장이야.”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문호가 급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무슨 일이야, 아린아? 천천히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어?]“문호야, 나 지금 네 병원 앞이야. 우리 시어머니가 다치셨어.”문호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장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갔다.전화를 끊은 아린의 눈가는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도순희를 바라보며 입가에는 이미 싸늘한 웃음이 번졌다.‘늙은이가 감히 나랑 맞서겠다고?’‘좋아, 나는 예진처럼 만만한 상대가 아니거든.’잠시 후, 문호는 서둘러 병원 앞에 도착했다.아린을 발견한 문호가 곧장 달려왔고, 그 순간 눈을 굴린 아린이 눈물을 짜내면서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연기했다.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연기였다.“문호야! 제발 나 좀 도와줘!”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급히 차 안에 있는 도순희의 상처를 살폈다.“두부 손상이 좀 심각해 보여. 게다가 지금 열도 나는 것 같아. 상황이 위급해. 바로 수술 준비해야 해. 걱정하지 마. 나 외과의사잖아. 내가 꼭 어머니 살려낼게.”그렇게 말하며 문호가 병원 안으로 뛰어들어가려는 순간, 아린은 잽싸게 그의 손을 붙잡았다.문호는 멈칫하며 그대로 굳어섰다.아린은 문호를 향해 손을 꼭 쥔 채 얼굴을 들었다. 얼굴엔 억울함과 두려움이 한층 짙게 드리워졌다. 눈물에 젖은 그 모습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린을 마음에 품어왔던 문호가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장면이었다.“아린, 너 도대체 무슨 일이야? 많이 놀랐니?”아린은 고개를 저었다. 눈빛은 간절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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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류아린,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나한테 사람을 죽이라고 시키겠다는 거야?”문호는 단단히 잡고 있던 아린의 손을 놓았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린은 그 모습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시금 문호의 손을 붙잡아 놓지 못하게 애타게 끌어당기며,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한층 더 떨리게 했다.“문호야, 나... 너한테 사람을 죽이라는 게 아니야.”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절박했다. “그냥 우리 시어머니를 잠들게 해 줘. 깨어나지 못하게. 설사 식물인간이 되더라도 괜찮아. 제발... 깨어나지 않으면 돼. 문호야, 넌 할 수 있잖아?”문호의 이마에 굵은 주름이 졌다.“그건 불법이야. 설령 내가 그럴 수 있다 해도, 널 도와줄 수는 없어. 그런 일을 도와주면 나는 너를 망치는 사람이 돼.”아린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 번 눈물을 글썽였다.“문호야, 어떻게 나를 해치게 된다는 거야. 이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우리 시댁은 권력도 있을 뿐만 아니라 내 남편도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야.”“우리 남편이 부윤그룹 대표라는 거 넌 알지? 만약 시어머니가 깨어나서 ‘아린이 그랬다’고 하면, 난 끝장이야. 살 길이 없어.”아린은 말을 하면서, 온갖 억울함과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문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구걸에 가까웠다. “문호야, 네가 정말 못 본 척할 수 있어? 내가 살려 달라고 빌고 있는데...”문호의 심장은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냈다. ‘이게 정말 아린의 목소리가 맞아? 내가 사랑해온 그 아린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첫사랑이라는 특별한 감정의 이름을 떠올렸다. 그 감정은 아린이 눈물 흘리는 순간마다 더 크게 다가왔다.하지만 이내 냉정한 현실이 그를 붙잡았다. ‘지난번에 아린을 위해 진단서를 조작했을 때도 엄청난 갈등을 해야 했어.’‘그때도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손을 썼지.’‘이번엔 더 큰 선을 넘어야 해.’‘만약 내가 이번에도 도와준다면... 되돌릴 수 없을 거야.’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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