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는 원래 두 형제 같은 친구들과 술 한잔하면서 울분을 풀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런데 돌아온 건 속을 더 뒤집는 말들뿐, 결국 화만 더 쌓여 버렸다.‘젠장, 이럴 거면 왜 나왔나? 괜히 더 찔리기만 하잖아.’윤제는 끝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술값도 제대로 치르지 않은 채, 문을 거칠게 밀치고 나갔다.남겨진 건우와 선재는 윤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둘은 혀를 차며 술잔을 부딪쳤다.“에휴, 저 형 참...”“답도 없지, 뭐.”...한편, 아린은 저녁 준비를 하던 손을 멈췄다.윤제가 집을 나간 뒤, 괜히 요리할 기분도 사라졌다. 대신 치킨을 시켜 이안에게 먹이고, 아이를 재운 후 2층으로 올라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심스레 방을 나왔다.아린은 원래 작업실에 내려가서 다가오는 패션위크에 낼 옷을 준비하려고 했다.하지만 재봉틀 앞에 앉기도 전에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도순희였다.‘또 시작이네...’짜증이 목 끝까지 치밀었지만, 아린은 곧장 얼굴에 가면을 썼다.“어머니, 무슨 일이세요?”수화기 너머 도순희의 목소리는 한껏 힘이 빠진 듯 거칠고 쉰 소리였다.[아이고, 아린아... 윤제는 전화를 안 받네. 네가 받아서 다행이다. 너, 지금 집으로 좀 와줄래? 엄마가 도저히 안 되겠다.]순간, 아린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삼켰다.‘죽네 사네 난리 치더니, 누구보다 오래 살 팔자지.’‘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말 피곤하다.’하지만 겉으로는 애써 다정한 목소리를 흘려냈다.“엄마, 걱정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급히 외투를 걸치고 나선 아린은 길을 가며 약국에 들렀다. 해열제와 영양제를 대충 챙겨 들고는 곧장 부씨 본가로 향했다.집에 도착하자, 도순희는 머리에 해열 패치를 붙인 채 침대에 반쯤 드러누워 있었다.숨이 넘어갈 듯한 기세로 신음하며 아린을 바라봤다.아린은 급히 다가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머니,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열이 나신 거예요?”도순희는 아린이 들어서자마자 신음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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