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이 남긴 짧은 메시지, 그것이 곧 예진의 대답이었다.혹은, 아직 확실한 대답을 내릴 용기가 없는 채, 민혁에게 전한 단호한 거절이었다.민혁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손에 든 꽃다발은 결국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고, 반지는 주머니 속으로 거칠게 들어갔다.차로 돌아가는 남자의 발걸음은 무겁고,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예진이가 원한다면... 기다리자.’‘이미 수년을 기다려 왔는데, 하루 이틀 더 못 기다리겠어?’멀지 않은 곳, 나무 뒤에 숨어 있던 예진은 민혁이 지친 어깨로 차에 오르는 순간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제야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그 눈물에는 미안함과 흔들림, 그리고 어쩔 수 없는 결심도 뒤섞여 있었다....그 시각, 병원에서는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윤제는 연일 이안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아린은 마치 교과서 속 현모양처라도 되는 듯, 그림처럼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이안에게 동화를 읽어 주고, 약을 제때 챙겨 주는 그 손길은 살뜰하기까지 했다.윤제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마음 한구석이 아리면서 아팠다.“아린아, 며칠째 병원만 지켰잖아. 오늘은 집에 가서 좀 쉬어. 이안은 내가 볼게.”윤제가 책을 건네받으려 하자, 이안도 아빠 편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집에 가서 쉬어. 아빠가 이안이한테 동화책 읽어 주면 되잖아.”아린은 순간 입술 끝을 달달 떨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무슨 소리야. 오빠 같은 남자가 무슨 동화를 알아? 내가 읽어 줄게.”그러고는 다시 책을 손에 꼭 쥐었다.아빠와 엄마가 다정하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이안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아이의 시야가 갑자기 흐려졌다.콧등을 타고 선홍색의 피가 흘러내렸고, 작은 몸이 푹 꺼지듯 침대에 쓰러졌다.“이안!”윤제와 아린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순간적인 공포에 윤제는 곧장 침대 옆 긴급벨을 눌렀고, 아린은 복도로 뛰어나가 의사와 간호사를 소리쳐 불렀다.잠시 뒤, 의료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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