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예진과 민혁이 무슨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은주가 먼저 허리에 손을 얹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여기 왜 온 거야? 집에 가서 네 애지중지하는 새 아내나 끌어안고 연애나 하지 그래?”윤제의 얼굴빛은 눈에 띄게 굳어 있었다. 분명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영호는 혹시라도 윤제가 은주에게 화풀이라도 할까 싶어, 재빨리 그녀 앞을 막았다.하지만 뜻밖에도, 윤제는 은주의 말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묵묵히 앞으로 걸어와서,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모두 무시한 채 예진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우리 얘기 좀 하자.”예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민혁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예진 씨는 지금 목소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 대화할 일 있으면 날 찾아오시지.”평소 같았으면 윤제는 민혁과 곧바로 언성을 높였을 터였다.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잠시 민혁을 바라본 뒤, 의외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 사람한테 해야 할 말은, 서 변과는 할 수 없는 얘기야.”그리고는 다시 예진만을 바라보았다.“이안 일이야. 네가 그 아이를 원하지 않았고, 이안도 널 엄마라고 여기지 않는 거 알아. 그래도 넌 이안의 엄마잖아. 이안의 일이라면, 넌 들을 권리가 있어.”윤제의 이런 진지하고 냉정한 태도는 드물었다.예진은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이안... 무슨 일이 생긴 거야?’윤제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마음으로는 멀어졌더라도, 혈연의 끈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윤제가 굳이 이안 문제로 자신을 찾아왔다면, 분명 보통 일이 아닐 터였다.예진은 짧게 숨을 고른 뒤, 민혁의 팔을 가볍게 잡아당겼다.“괜찮아. 부 대표가 여기까지 와서 무슨 무리한 짓을 하진 않을 거예요. 잠깐 얘기하고 올 테니까, 민혁 씨는 다른 분들이랑 먼저 올라가 있어요.”민혁은 여전히 눈빛에 걱정을 담고 있었지만, 예진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병원은 사람 많은 곳이야. 설마 부윤제가 여기서 사고를 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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