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는 고개를 들어 은주를 바라봤다.그리고 눈빛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은주 씨, 나...”“그만해. 알아. 그게 영호 씨의 꿈이고, 사랑하는 일이잖아.”은주는 말을 끊으며 살짝 고개를 저었다.“영호 씨는 그 책임을 놓지 못할 거야. 그리고 그런 책임감을 버릴 수 있는 영호 씨라면... 내가 좋아하지 않았을 거야.”“어쩌겠어. 내가 선택한 거고, 내가 좋아한 건데...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응원밖에 없지 뭐...”그녀는 눈가의 눈물을 손끝으로 닦아내며 억지로 웃었다.“날 그렇게 약하게 보지 마. 영호 씨가 하고 싶은 일, 다 해. 물론 걱정은 될 거야. 하루 종일 마음이 쿵쾅거릴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난 물러서지 않을 거야.”영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다.‘이 사람은 언제나 이렇게 단단해.’그는 알고 있었다. 은주와 자신은 영혼이 닮은 사람들이라는 걸...그녀는 늘 자신을 믿고, 자신의 모든 결정을 지지해줄 거라 믿었다.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그 믿음이 현실이 되어버린 순간...‘참, 버겁게 감동적이네.’영호는 더는 참지 못하고 은주를 끌어안았다. 은주의 머리카락 사이로 그녀의 향기가 퍼졌다.그때, 은주가 영호의 어깨를 꽉 물면서 말했다.“예영호, 잘 들어. 내가 당신을 응원할 거야. 하지만 만약 그 일로 당신이 죽기라도 하면...”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이를 악물었다.“나, 당신한테 미안하다고 혼자 살지는 않을 거야. 진짜로 당신을 싹 다 잊고, 아주 멋진 남자 만나서 잘 살 거야. 알겠어?”영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은주가 할 수 있는 가장 독한 협박이었다.‘결국, 그것마저도 사랑의 방식이잖아.’둘의 진심이 섞인 공기 속에서 두 사람의 마음은 한없이 뜨겁게 맞닿아 있었다....한편, 류아린은 아직 자신이 모든 걸 들켜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지난번 한 번의 일탈 이후, 진문호는 마치 굶주린 짐승 같았다.그날 이후 계속 아린에게 연락을 하면서 밖에서 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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