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윤제는 모든 걸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누구에게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버티고 있었던 나날들.그런데 건우가 먼저 말을 꺼내자, 윤제는 더 이상 숨기지 못했다.긴 한숨이 터져 나왔고, 결국 아린의 일까지 모두 털어놓았다.건우는 잠시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놀라기는커녕 왠지 담담한 표정으로 미소까지 지었다.“뭐야, 그 반응은?” 윤제가 인상을 찌푸렸다.건우는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야, 사람이라는 게 그래. 안에서 있을 때는 아무것도 안 보여. 밖에서 보면 다 보이거든.”건우의 말투는 가볍지만, 눈빛은 진지했다.“솔직히 말해서, 네가 예진 씨하고 이혼했을 때부터 난 알았어. 너는 절대로 못 놓는다는 걸.”윤제는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건우는 그를 흘끗 보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아린이 말인데... 넌 걔를 ‘좋아했다’기보단, 그냥 어떤 미련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아. 진짜 사랑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분노보다 슬픔이 먼저였을 거야.”‘분노보다 슬픔이라...’그 말이 윤제의 마음 깊은 곳을 콕 찔렀다.건우는 오래전부터 윤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였다.어릴 때부터 같은 학교, 같은 동네, 같은 인생의 굴곡을 함께 겪어온 사이였다.예진과 이혼했을 때, 윤제는 처음엔 태연한 척했다.“예진이 나를 떠날 리가 없어.”그 말을 윤제는 입버릇처럼 했다.하지만 예진이 진짜로 떠나자, 윤제의 표정은 눈에 띄게 무너졌다.건우는 그 모든 걸 다 봤다. 결국 아린과 결혼한 것도, 일종의 반항이었다.윤제가 예진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괜찮은 척’, 그게 오히려 모든 걸 망쳤다.윤제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맞잡았다.건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그래, 이번엔 진짜 무너졌구나.’윤제가 이렇게 고개를 숙인 모습을 건우는 처음 봤다.그는 살짝 목소리를 낮췄다.“너희 어머니하고 이안은 어때?”윤제는 잠시 머뭇거렸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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