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도순희가 윤제에게 말했다.“아들아, 이제 너한테 여동생이 생겼어.”윤제는 인형처럼 예쁜 꼬마 아린을 바라봤다.그 눈빛엔 어린 마음으로도 느낄 수 있는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그는 아린을 정성껏 보살피고, 사랑으로 감싸 안았다.마치 자신이 가꾼 꽃처럼, 아린은 윤제의 사랑 속에서 자랐다.그런 의미에서라면, 아린은 윤제가 직접 길러낸 장미였다.하지만 지금의 아린은, 그때의 아린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명품 옷에 화려한 화장, 그리고 매끈한 피부.누가 봐도 아름다웠다.그런데 윤제는 이토록 낯설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윤제의 시선이 점점 차가워지는 걸 느끼자, 아린의 마음은 불안감으로 뒤틀렸다.‘왜 그렇게 보는 거야...? 오늘 대체 무슨 일이야...? 설마... 알게 된 건가?’“왜 그렇게 쳐다봐? 오늘 무슨 일 있어? ...혹시, 뭐라도 알게 된 거야?”아린의 목소리가 떨렸다.윤제는 냉소를 흘렸다.“나한테 숨기고 싶은 게 그렇게 많아? 네가 예전에 집 떠나서 결혼하고 애 낳은 거, 그거 말하는 거야?”“아니면, 우리 엄마를 혼수상태로 만든 거? 아니면, 이안이한테 그때 먹인 ‘간식’ 때문인가?”목소리는 싸늘했다. 어금니를 악물고 뱉어낸 말들이 한마디씩 비수처럼 아린의 가슴을 찔렀다.윤제가 말을 이어갈 때마다, 아린의 안색은 점점 하얗게 질렸다.그가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었을 때, 아린의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부윤제... 지금 뭐라고 했어?’아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윤제를 바라봤다.윤제의 기억 속의 아린은 언제나 여유로웠다. 그녀는 아무리 위급한 상황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윤제는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에서 ‘당황’이라는 표정을 봤다.“내가 뭐라고 했는지... 네가 더 잘 알잖아. 아니면, 내가 좀 더 자세히 말해줘야 해?”윤제는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이안의 백혈병 치료약을 비타민으로 바꾼 것도 너고, 우리 어머니를 못 깨어나게 만든 의사를 붙인 것도 너지...”“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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