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Bab 571 - Bab 578

578 Bab

제571화

그날, 도순희가 윤제에게 말했다.“아들아, 이제 너한테 여동생이 생겼어.”윤제는 인형처럼 예쁜 꼬마 아린을 바라봤다.그 눈빛엔 어린 마음으로도 느낄 수 있는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그는 아린을 정성껏 보살피고, 사랑으로 감싸 안았다.마치 자신이 가꾼 꽃처럼, 아린은 윤제의 사랑 속에서 자랐다.그런 의미에서라면, 아린은 윤제가 직접 길러낸 장미였다.하지만 지금의 아린은, 그때의 아린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명품 옷에 화려한 화장, 그리고 매끈한 피부.누가 봐도 아름다웠다.그런데 윤제는 이토록 낯설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윤제의 시선이 점점 차가워지는 걸 느끼자, 아린의 마음은 불안감으로 뒤틀렸다.‘왜 그렇게 보는 거야...? 오늘 대체 무슨 일이야...? 설마... 알게 된 건가?’“왜 그렇게 쳐다봐? 오늘 무슨 일 있어? ...혹시, 뭐라도 알게 된 거야?”아린의 목소리가 떨렸다.윤제는 냉소를 흘렸다.“나한테 숨기고 싶은 게 그렇게 많아? 네가 예전에 집 떠나서 결혼하고 애 낳은 거, 그거 말하는 거야?”“아니면, 우리 엄마를 혼수상태로 만든 거? 아니면, 이안이한테 그때 먹인 ‘간식’ 때문인가?”목소리는 싸늘했다. 어금니를 악물고 뱉어낸 말들이 한마디씩 비수처럼 아린의 가슴을 찔렀다.윤제가 말을 이어갈 때마다, 아린의 안색은 점점 하얗게 질렸다.그가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었을 때, 아린의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부윤제... 지금 뭐라고 했어?’아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윤제를 바라봤다.윤제의 기억 속의 아린은 언제나 여유로웠다. 그녀는 아무리 위급한 상황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윤제는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에서 ‘당황’이라는 표정을 봤다.“내가 뭐라고 했는지... 네가 더 잘 알잖아. 아니면, 내가 좀 더 자세히 말해줘야 해?”윤제는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이안의 백혈병 치료약을 비타민으로 바꾼 것도 너고, 우리 어머니를 못 깨어나게 만든 의사를 붙인 것도 너지...”“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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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해외가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오빠도 알잖아. 아무도 없이 나 혼자라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 병원비도 내야 했어.”“나도 살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 내가 기꺼이 그 남자랑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려 한 게 아니야. 그 남자가 강요한 거야.” 아린이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다. 소리는 작았지만 아린의 얼굴에는 비참함이 가득했다. 윤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린의 말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린은 자신의 연기를 끝까지 이어가려는 듯 목소리를 가다듬었다.“그 남자가 병원에 갈 돈을 주겠다고 했어. 나, 정말 살고 싶었어.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울어야 해. 눈물이 나를 방어해 줄 테니까.’ 아린은 조용히 생각했다. 윤제가 자신을 의심해도, 감정적으로는 흔들릴 거라고 믿으면서.잠깐의 침묵. 아린이 다시 말을 이었다.“그때 오빠가 고예진이랑 약혼했다고 들었어. 난 완전히 무너졌어. 그래서 그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였어. 얼마 안 가서 임신도 했고. 근데 내 마음은 오직 오빠뿐이었어.” “그때 난 아이를 지우려고 했어. 근데 오빠도 알잖아. 어떤 종교에서는 낙태를 못하게 해. 거기 사람들이 날 가두고 아이를 반드시 낳으라고 했어.” “그때 내 병세가 막 안정됐던 참이었어. 반항하면 앞으로 오빠를 다시 못 볼까봐 무서웠어. 그래서...” ‘이건 변명이야.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얄팍한 변명.’아린은 자기 안에서 올라오는 회한을 애써 눌렀다. 윤제가 상처를 받겠지만, 이 정도로 이혼을 결심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윤제도 결혼과 출산을 겪어본 사람이다. 서로 재혼한 사이에선 그런 일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으리라 믿었다.아린은 말을 계속했다.“이안한테 과자 준 거? 그것도 사실이야. 이안이 아프니까 불쌍해서 준 거야. 유치원 애들은 다 먹는데 이안만 혼자 안 주면 눈치가 보이잖아. 내가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어? 난 정말 그 결과가 이렇게 심각해질 줄은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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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그래서 진문호랑 계속 연락하고 있었어. 다 우리 집을 위해서 한 일이었는데...”“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처음엔 그냥 전화 몇 통 하더니, 요즘엔 계속 만나자고 해서... 나도 더는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윤제가 냉소를 터뜨리며 아린의 말을 끊었다.“그러니까 네 말은, 이 모든 게 네 잘못이 아니라 진문호 탓이라는 거야?”아린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나 어릴 때부터 오빠랑 같이 자랐잖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오빠가 제일 잘 알잖아. 지금까지 오빠 말고 한눈을 판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설마 나를 의심하는 거야?”“진짜야, 진문호가 나를 협박했어. 어머니 병을 이유로 나한테 연락하라고 했어. 안 그러면 어머니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오빠 요즘 너무 바쁘잖아, 나도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어. 오히려 오빠 힘을 덜어주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거야. 그래서...”아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제가 확 하고 손을 뿌리쳤다.아린은 중심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윤제는 비웃듯 손바닥을 털었다.잠시 후, 윤제의 비서가 지하실에서 팔다리가 묶인 문호를 끌고 나왔다.문호를 보는 순간, 아린의 얼굴에서 억지로 유지하던 침착함이 무너져 내렸다.윤제는 비서에게 고개로 신호를 줬다. 진문호의 입을 막고 있던 천이 벗겨졌다.“어때, 다 들었지? 이게 네가 목숨 걸고 도우려던 여자야. 막판이 되니까 어때? 이 여자는 널 버리고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거잖아.”문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린을 바라볼 뿐이었다.‘분명 아린은 부씨 집안에서 숨도 못 쉬게 지낸다고 했는데...’‘분명 나한테 고맙다고, 내 옆에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는데...’‘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서로를 원했는데... 이제 와서 내가 협박했다고?’‘나에 대한 사랑은 전혀 없었던 거야?’문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린이 허둥지둥 일어나 윤제의 다리에 매달렸다.“오빠, 진문호가 오빠한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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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맞아요. 아린 씨 말이 맞습니다. 모두 제가 강요한 겁니다.”문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단호했다.“아린 씨 마음속에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부 대표님 한 분뿐이었습니다. 저에게 연락을 이어간 건... 그저 어쩔 수 없었을 뿐입니다.”윤제는 냉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아린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진문호가... 정말 이렇게 말해?’문호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담담히 말을 이었다.“제가 아린 씨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부 대표님 댁에서 아린 씨가 시어머니에게 모욕당하고, 부 대표님이 다른 여자에게서 낳은 아이까지 돌보는 모습을 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그래서 제가 멋대로 부 대표님의 어머니께 약을 넣었습니다. 도 여사님이 깨어나지 못하게 만든 것도 저입니다. 또 배호수 씨에게 연락해서, 골수를 기증하지 말라고 한 것도 접니다.”그는 고개를 더 깊숙이 숙였다.“이 모든 일은 제가 했습니다. 아린 씨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부 대표님께서 책임을 물으시려면... 저를 벌하시면 됩니다. 아린 씨는 대표님의 아내입니다. 아내만큼은... 믿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그 말과 함께 문호는 더 이상 고개를 들지 않았다.문호의 시선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두 손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이 감정... 결국 나 혼자 시작했으니, 나 혼자서 끝내면 돼.’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랑은 언제나 한쪽이 무너질 때 완성된다는 걸...아린은 문호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죽기 직전까지 나를 감싸다니... 이런 사람을...’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묘한 죄책감이 목구멍을 조여왔다.‘내가... 이런 사람의 진심을 이렇게 짓밟은 거야...’윤제는 그런 아린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그는 천천히 다가와 아린의 귓가에 속삭이듯 비웃었다.“지금 진문호 말을 들으니 어떤 기분이야?”아린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진문호가 스스로 이렇게 나섰으니...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야.’‘진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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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윤제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결론을 내리듯이 나지막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한마디씩 내뱉었다.“이렇게 여러 해 동안, 넌 나를 속였어. 사실 그때 떠난 건 네가 암에 걸려서가 아니야.”“네 병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었어. 진문호의 감정을 이용해서, 진문호에게 진단서를 위조하게 한 거지.” “네가 그때 해외로 간 건 내가 장애를 입을까 두려워서도, 부씨 집안의 재산이 날아갈까 봐서도 아니야. 위험을 감당하기 싫어서 나를 두고 떠난 거야. 다른 사람을 찾아서.” “그리고 우리 집안이 다시 부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네가 시집갔던 그 집안은 외국에서 점점 몰락했지.”“결국 네 이익을 위해서 그 사람과 이혼하고, 아이까지 포기했어. 그 뒤에 암이라는 연극을 꾸며 내 동정을 이용해서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 거야.” “네가 돌아온 이후 예진이와 내 관계는 하루가 다르게 망가졌어. 그리고 반년 전, 내가 예진이와 이혼하자, 넌 드디어 원하던 명문가 며느리가 될 수 있었지.” “원하던 걸 이루는 건 좋은 일이야. 그런데 넌 너무 탐욕스러웠어.” “우리 어머니를 돌보기 싫으니까 일부러 우리 어머니를 병이 들게 한 거잖아. 또 진문호를 이용해서, 우리 어머니가 계속 혼수상태에 빠지도록 약을 주입하게 했지.” “그 반년 동안 네가 이안에게 계속 간식을 주고 연극을 했어. 이안이 병에 걸리자 네가 약을 비타민으로 바꿔 놨고, 그 바람에 이안의 병세는 급속히 악화됐어.”“어렵게 골수가 적합한 사람을 찾았는데, 네가 또 진문호를 움직여 중간에서 방해하게 했지. 덕분에 이안은 거의 마지막 기회를 놓칠 뻔했어.” “그리고 진문호가 언젠가 널 팔아 넘기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네 옆에 묶어둘 생각을 했지.”“너는 진문호와 바람을 피웠어. 육체로 진문호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면서, 진문호를 완전히 네 것처럼 만들었지.”윤제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그가 말한 모든 진실은 칼날처럼 아린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린은 알고 있었다. 이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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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명문학교, 거긴 죄다 권력자 자식들이잖아. 그 애들 눈에 내가 오빠 집 여자 고용인이랑 뭐가 다르겠어?”“오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 내가 몇 년 동안 얼마나 많은 눈초리를 받았는지 알아?”“날 존중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친구 하자고 다가오는 사람도 없었어. 오빠 같은 새하얀 명문가 자식들 눈에, 난 그냥 시커먼 까마귀일 뿐이었으니까.”윤제가 냉정하게 아린을 바라봤다.“그건 네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거 아냐? 우리 어머니가 너한테 뭘 그렇게 못했어? 나도 마찬가지고.”아린은 씁쓸하게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못했다고? 왜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머니 앞에서는 항상 착한 척해야 했어. 밥 먹고 나면 먼저 일어나서 설거지하고, 학교 갔다 오면 집안일 도와야 했고...”“어머니 머리 아프다 하면 조용히 마사지해드려야 했어. 기분 안 좋으시면, 내가 별별 방법을 다 써서 웃게 만들어야 했고...”“난 늘 조심해야 했어. 발끝 하나 잘못 디뎠다가 내 자리가 사라질까 봐. 어머니가 나한테 싫증이 나면, 난 갈 데도 없거든.”“그리고 오빠는? ‘오빠가 좋아하는 여자’가 되려고 난 몇 년 동안 노력했어. 오빠가 깨끗하고 청순한 스타일이 좋다 해서 내 옷은 늘 연한 색이었고...”“오빠가 긴 생머리를 좋아한다 해서 파마 한 번 안 했어. 하지만 오빠는 몰랐을 거야. 내 머리카락, 원래 곱슬이야. ‘오빠가 좋아하니까’ 몇 년 동안이나 억지로 펴가면서 살았던 거야.”“난 어머니 비위도 맞춰야 하고, 오빠 눈치도 봐야 했어. 매일 아버지 표정도 살피면서 살아야 했어.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부씨 집안의 가정부’라고 불렀지. 그게 내 별명이 된 거야.”윤제 같은 명문가 사람들에게는 인맥이 곧 자산이었다.돈 많은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세계가 있고, 그 사람들의 자식들도 또 다른 세계 안에서 산다.아린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윤제도, 윤제의 친구들도 다 부자들끼리 어울리며 아무렇지 않게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비록 고씨 집안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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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그 말을 듣자, 미간을 깊게 찌푸린 윤제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그 시선을 마주한 순간, 아린은 확신했다. 윤제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역시 그렇지.’‘부윤그룹 대표라는 사람이... 세상 돌아가는 걸 이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하다니.’그녀는 비웃음이 섞인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났다.휘청거리며 윤제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예전에 우리 엄마하고 어머니는 제일 친한 친구였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지.”“우리 집 형편은 안 좋았지만, 엄마는 사랑 하나만 믿고 아빠한테 시집갔어. 반면에 어머니는 좀 더 현실적이었지. 오빠 아버지의 가능성을 보고 결혼을 선택했으니까.”아린의 입꼬리가 비틀렸다.“결과는 뻔하잖아. 사랑을 믿고 도박을 했던 사람은 결국 다 잃게 돼. 우리 엄마는 완전히 무너졌어. 자기 인생도, 내 인생도 같이 망가졌지. 아빠는 술에 빠지고, 도박까지 손댔고.”“근데 오빠 어머니는 달랐어. 진짜로 ‘이겼다’고 해야 하나? 오빠 아버지는 결국 부윤그룹을 세웠고, 오빠 집은 하루가 다르게 잘 살게 됐지. 반면 우리 집은 하루하루 바닥으로 떨어졌어.”“사람들이 그러잖아. ‘돈 보고 결혼한 여자는 자식한테 부를 남기지만, 사랑 보고 결혼한 여자는 자식한테 고생만 남긴다’고. 진짜 틀린 말 하나도 없어. 그래도 우리 엄마는 버텼어. 힘들어도, 그래도 평범하게 살고 있었어.”아린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그날, 오빠 어머니가 우리 엄마한테 연락을 했어. 도시에 일자리가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없을 거야’ 하면서 계속 재촉했대. 그래서 우리 엄마는 부랴부랴 집을 나섰고... 그 길에 사고가 난 거야.”윤제는 눈썹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그걸 우리 어머니 탓으로 돌릴 순 없잖아. 우리 어머니는 그냥 친구로서 도와주고 싶었던 거야. 너희 아빠 같은 인간 밑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탁!아린이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그녀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래, 맞아. 오빠 어머니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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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내가 좀 묻고 싶네. 이렇게 오래 같이 있었는데, 우리 사이에 진짜 감정은 단 한순간도 없었던 거야? 넌 날 그저 이용만 한 거야? 돈 계산만 있었던 거야? 한 번도 진심이었던 적 없어?”아린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은 비웃음에 가까웠다.“감정? 난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어. ‘감정은 세상에서 제일 값싼 거’라는 걸. 그건 날 약하게 만들 뿐,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해.”“내 기준은 단순해. 누가 나한테 도움이 되면, 그 사람한테 감정을 쓸 수 있어.”윤제가 그녀에게 도움이 될 때, 아린은 온 마음을 다해 윤제에게 집중했다.하지만 윤제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주저 없이 다른 사람에게 몸을 기댔다.그게 진문호였다.‘좋아했냐고? 말도 안 되지.’좋아한 적은 없었다.그저 필요했을 뿐이다.진문호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기에, 아린은 그 앞에서 진심처럼 보이는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그녀는 연기를 했고, 그 연기 속에서조차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잠시 후, 아린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오래 두르고 있던 갑옷을 벗어 던진 사람처럼 그 얼굴엔 이상할 만큼의 평온함이 깃들었다.“오빠, 사실이 뭔지 알아? 내가 국내 돌아오고 나서 계속 생각했어. 오빠는 사랑을 말하지만, 진짜 사랑을 보여준 사람은 고예진이야.”“오빠가 다쳤을 때, 그 여자는 하루도 빠짐없이 병원에 있었잖아. 재활도 옆에서 도와주고, 결국 오빠 다시 걷게 됐고...”“심지어 위험한 출산까지 감수하면서 오빠 아이를 낳았지. 시어머니한테도 항상 웃으면서 순종했어.”“근데 그 결과가 뭐야? 얻은 게 아무것도 없잖아. 결국 모든 걸 잃었어. 사랑까지도.”아린의 눈빛이 차갑게 흔들렸다.“사람들이 말하잖아. 돈 있는 사람을 택하면 최소한 돈은 남고, 권력 있는 사람을 택하면 최소한 보호는 받는다고. 근데 사랑을 택하면... 남는 게 없어. 정말 아무것도.”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러니 난 틀리지 않았어.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게 있잖아. 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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