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591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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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아린은 윤제의 부하들이 들어와서 자신을 끌어내도 그저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바깥의 햇빛은 너무나도 눈부셨다. 눈이 따갑게 시려오자, 아린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그리고 힘없이 거실 바닥에 내던져진 채, 마치 녹아내린 진흙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눈부심에 조금 익숙해진 아린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마주한 건... 차갑고 무정한 윤제의 얼굴이었다.남자의 시선은 마치 오래된 장난감을 바라보는 듯했다. 연민은 전혀 없고, 남은 건 오로지 혐오와 증오뿐이었다.윤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그저 그렇게 아린을 꿰뚫듯 노려보았다.아린은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이 와중에 나를 보러 올 시간은 있는 모양이네. 보아하니 그 꼬마 수술이 잘 끝난 모양이지. 내 짐작이 맞다면, 네 엄마도 깨어났겠지?”윤제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아린은 확신했다. ‘사람의 눈은 거짓말을 못 해.’윤제의 눈빛엔 자신을 향한 증오와 혐오만이 가득했다. 슬픔 따윈 전혀 없이.아린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비웃듯이 말했다.“역시 마음이 약한 사람은 큰일을 못 해. 그때 네 엄마를 좀 더 깔끔하게 끝냈어야 했어. 그 꼬마한테도 간식을 좀 더 먹였어야 했는데.” “둘 다 빨리 죽었더라면, 내가 이런 꼴은 안 당했을 거야.”윤제는 그 말을 듣자 분노가 치밀었지만,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지금까지도, 아직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거야?”아린은 미친 사람처럼 크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윤제조차 순간 당황했다.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웃고 나서야, 웃음을 멈춘 아린이 눈을 들고 윤제를 노려보았다.“후회? 내 인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퇴로가 없었어. 내가 믿을 건 오직 나 자신뿐이었지.”“내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어. 굳이 후회한다면... 그때 더 잔인하게 굴지 못해서, 너희한테 틈을 준 게 그게 유일한 후회야.”아린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조금만 더 가면, 정말 코앞이었는데.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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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하지만 답이 무엇이든, 이제 아린에게 다시 선택할 기회는 없었다.사람은 언제나 그렇다. 모든 걸 잃고 나서야 비로소 과거를 되짚으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게 뭔지 깨닫게 된다.하지만 그땐 이미 너무 늦었다. 아린도, 윤제도 마찬가지였다.아무 말도 못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만 흘리는 아린을 보면서, 윤제는 천천히 일어섰다.“우리 엄마하고 이안은 이제 고비를 넘겼어. 하지만 네가 저지른 일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야. 류아린, 우리 부씨 집안이 다른 사람들에게 잘못했는지 몰라도... 너한테만큼은 아니야.”“내가 업계에 모두 말해 두겠어. 앞으로 네 이름이 어디에서도 안 나오도록.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나면, 그땐 진짜로 끝이야.” “편하게 살고 싶다고 했지? 감옥에 넣는 것보다, 살아 있으면서 천천히 썩어가는 게 너한테 가장 어울리는 벌이야.”그 말을 남기고, 윤제는 뒤돌아 나갔다.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던 아린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윤제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린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지금까지 자신이 발버둥치면서 살아온 인생 전부가 한순간에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오늘 이후로 자신의 인생엔 빛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참 우습지... 부윤제가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알았으면서.’‘그래, 감옥보다 이게 더 잔인한 벌이야.’‘그 말이 틀린 게 아니야.’‘하지만 살아 있는 한, 기회는 언젠가 또 올 거야.’아린의 일을 마무리한 뒤, 윤제는 병원으로 돌아왔다. 어린 이안은 회복도 빨라서 이제는 병원 정원을 천천히 걸을 수도 있었다.윤제를 보자마자 이안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달려왔다.이안을 품에 안고서 윤제는 벤치로 가서 앉았다.“이안, 엄마 보고 싶지?”그 말을 들은 이안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보고 싶어. 이안은 엄마 많이 보고 싶어.”윤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근데 엄마가 아직 이안하고 아빠한테 화가 났어. 그러니까 우리가 엄마한테 영상 하나 보내자. 엄마가 보면 마음이 좀 누그러질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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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생각이 끊긴 민혁의 시선이 여자의 얼굴을 향하면서,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여자는 수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변호사님, 혹시 카톡 아이디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나중에 방송국에서 인터뷰 연락을 드릴 수도 있어서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의도를 알아차린 민혁이 말을 잘랐다.“괜찮아요. 저는 인터뷰 잘 안 하거든요. 그리고 카톡은 좀 곤란하네요. 제 여자친구가 질투가 좀 심해서요. 가정 교육이 좀 엄해서 그런가 봐요.”너무나 단호한 거절에 여자는 잠시 멍해졌다.“여, 여자친구요?”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예진 쪽을 바라봤다.“맞아요. 오늘도 여자친구 일 때문에 같이 온 거예요.”민혁의 시선을 따라서 무대 쪽을 본 여자는 예진을 본 순간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죄, 죄송해요. 제가 방해했네요.”그녀는 얼굴이 붉어진 채 허겁지겁 자리를 떴다.무대 위에서 준비 중이던 예진은 살짝 민혁 쪽을 훔쳐봤다.무슨 상황이었는지는 말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민혁이 분명 거절했을 거란 건 알지만,‘그래도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여자들이 들끓는단 말이야.’‘진짜 피곤한 인간이야.’인터뷰가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민혁이 준비해 둔 물컵을 내밀었다.예진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받지 않았다.그때 무대에서 내려오던 사회자가 두 사람의 분위기를 눈치채고 웃었다.“고 변호사님, 일도 사랑도 다 잡으셨네요. 두 분 결혼하시게 되면 꼭 청첩장 보내주세요.”그 말이 끝나자, 예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민혁이 먼저 대답했다.“물론이죠.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모두 초대하겠습니다.”방송국을 나와서도 예진은 계속 입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민혁은 그 이유를 단번에 알아차렸다.“어라, 우리 고 변이 삐지신 건가요?”조수석에 앉은 예진은 시선을 돌린 채 말했다.“바쁘시더라고요? 미녀랑 이야기하느라 제 기분 따위는 신경 쓸 시간도 없었겠죠.”처음 보는 예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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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말을 마친 PD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고예진 씨, 혹시 카톡으로 연락해도 괜찮을까요? 다음에 제가 밥 한 번 살게요.”예진은 바보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자들이 얼마나 이런 수법으로 접근해 왔는지 모른다.예진은 정중히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함께 식사할 시간도 없을 것 같아요.”그때 민혁이 핸드폰을 들고 나오자, 예진이 자연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남자친구가 마중 나왔네요. 별일 없으면 먼저 갈게요.”이렇게 분명하게 거절하면 양식 있는 사람에게는 다 통한다. 고개를 돌려 민혁을 발견한 PD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자리를 떴다.공교롭게도 그 장면을 민혁이 전부 다 보고 있었다.‘방금 전에는 여자들이 나한테 카톡을 달라고 해서 삐쳤는데...’‘곧바로 예진이한테 치근덕거리는 인간이 달라붙었네.’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민혁은 아까 예진처럼 입술을 삐죽거렸다. 예진이 핸드폰을 받으려고 손을 뻗자, 민혁은 입을 삐죽거리며 핸드폰을 건네고는 차에 올랐다.그 모습을 본 예진은 왜 그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조수석에 앉은 예진도 장난기 섞인 말투로 민혁의 말을 따라 했다.“아이 참, 그런 사소한 일로 신경 쓰지 마세요, 변호사님. 어차피 제 얼굴이 있으니 앞으로도 저한테 꼬일 사람은 많을 거예요. 근데 제가 못생겼다면 저를 데리고 다니지도 못하겠죠?”민혁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했던 말에 그대로 역공당한 기분이었다.“흥, 상관없어요. 앞으로 예진 씨가 어디 가든 날 데리고 가야 해요. 안 그러면 내가 안심이 안 돼요.”웃음을 터뜨리던 예진이 핸드폰을 보니 윤제에게서 온 메시지가 와 있었다. 활짝 웃고 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민혁도 호기심에 예진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윤제가 보낸 건 동영상이었다.영상을 재생하자, 병상에 누워 있는 이안이 카메라를 향해서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고 있었다.“엄마, 이안이 예전에 잘못했던 거 알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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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그 말을 들은 예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정말이야?”[그럼. 내가 지인한테 직접 들은 거야. 완전 확실한 정보라니까!]예진이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은주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예진아, 절대 부씨 집안 사람들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마! 그 인간들은 하나같이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것들이야. 제대로 된 인간이 하나도 없어!]“알겠어. 근데 너랑 영호 씨하고 어때?”영호 얘기가 나오자 은주는 한숨부터 내쉬었다.[하, 말도 마. 새 부서로 옮기고 난 뒤로는 데이트도 한 번 제대로 못 했어. 미치겠다니까, 진짜.]예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민혁이 옆에서 전화를 낚아챘다.“남 얘기할 시간에 너나 남친이랑 대화 좀 해. 감정 관리부터 잘 하고!”말이 끝나자마자, 민혁은 은주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민혁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예요? 병원에 가고 싶으면 내가 같이 갈게요. 그래도 아직 어린애인데, 죄가 없잖아요.”예진은 고개를 저었다.“부윤제가 요즘 왜 그렇게 이상하게 구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어요. 어제 전화하더니 오늘은 영상까지 보내고...” “류아린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되니까, 이제서야 나하고 ‘좋았던 때’가 생각난 거겠죠.”민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아니면, 예진 씨를 잊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잖아요.”예진은 비웃음을 흘렸다.“뭐가 잊지 못한 거겠어요? 부윤제가 그랬다면 더 역겨운 거죠. 그 사람은 나도 사랑하지 않았고, 류아린도 아니예요.” “부윤제 그 인간은 평생 자기밖에 몰라요. 지금 이런 짓을 하는 것도 결국 내가 제일 만만하고, 자기들이 부려먹을 사람으로는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뿐이에요 .”‘버스 떠난 뒤에 뒤늦게 손 흔드는 격이지.’‘부윤제의 이런 짓거리를 보면 더 그래!’예진이 그렇게 담담하게 말하자, 민혁은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네요.”예진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근데 내가 다시 부윤제한테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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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한참을 망설이던 윤제가 결국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가정부 주수미였다.주수미는 예전에도 고씨 저택에서 일했었다. 하지만 고씨 집안의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월급조차 주기 힘든 상황이 되자, 결국 스스로 그만둔 상태였다.그래서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쉬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주수미가 다시 돌아온 걸 보니, 고씨 집안의 형편이 다시 나아진 모양이었다.‘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씨 집안은 거의 부도 직전이었는데...’‘프로젝트 잔금도 못 받고 대출도 막혀서 겨우 숨만 붙어 있던 상황이었는데...’‘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좋아질 수가 있지?’문 앞에 선 윤제를 본 순간, 주수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여긴 왜 왔어요?”주수미는 예진이 어릴 때부터 지켜봐 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예진과 윤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다 알고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윤제를 눈곱만큼도 곱게 보지 않았다.고용인인 주제에 자신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자, 윤제는 속이 뒤틀렸지만 그래도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주머니,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뵈러 왔어요. 두 분 다 집에 계시죠?”주수미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얼씨구, 고양이가 쥐 걱정하고 있네. 도대체 또 무슨 속셈으로 온 거야?’그래도 주인을 찾아온 손님이니 주수미도 함부로 쫓아낼 수도 없었다.“이혼까지 해놓고 무슨 장인어른과 장모님이에요? 회장님하고 사모님 뵈러 왔다고 해야지. 올라가서 말씀은 전해 드릴게요.”윤제의 얼굴에서 억지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고용인 주제에 감히 이런 식으로 말을 해?’하지만 주수미가 고씨 집안에서 나름 신뢰받는 인물이라는 걸 알기에, 그는 애써 참아야 했다.“그럼 부탁드릴 테니까, 말씀 좀 전해주세요.”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한 주수미가 돌아서려는 순간, 송승예가 계단을 내려왔다.“누구예요, 아주머니? 손님이 왔는데도 왜 안으로 들이지 않고 그래요?”말하면서 문 쪽을 보다가, 윤제가 서 있는 걸 보자 송승예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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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장모님, 저도 그동안 제가 잘못한 게 많다는 거 알아요. 오늘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러 온 겁니다.”“호호, 사과라고? 웃기지 마! 사과 한마디로 다 해결되면, 세상에 경찰은 왜 필요하겠어? 세상에 그렇게 쉽게 끝나는 일이 어디 있어? 우리 고씨 집안이 바보인 줄 알아?”“그때 우리 딸이 너한테 반하지만 않았어도, 너희 부씨 집안이 우리 집안의 눈에 차기나 했겠어?” “약혼했을 때도 부씨 집안은 이미 휘청거리고 있었잖아! 우리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 부윤그룹 회장이라는 자리도 없었겠지.”“우린 대가를 바란 적도 없었어. 그저 우리 딸한테 잘해 주기만 바랐을 뿐이야. 그런데 결과가 어땠는데?”“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것들! 우리 딸을 괴롭힌 것도 모자라서, 우리 집안이 어려울 때는 발로 짓밟기까지 했잖아. 세상에 그런 양심 없는 것들이 어디 있어?” “배은망덕한 네 어미가 정말 자식 하나는 잘 키웠지. 아, 이제 보니 손자까지 똑같이 배은망덕하다면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지!”송승예의 말이 점점 거칠어졌지만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나마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어릴 때부터 이렇게까지 면전에서 욕을 먹은 적이 없었던 윤제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저절로 주먹을 꽉 쥐었다.‘참아야 해... 지금은 참는 수밖에 없어...’그런 윤제를 보자 송승예는 그저 가소롭기만 했다. ‘이런 말 몇 마디도 버티지 못하는 주제에, 사과는 무슨 사과야?’‘그 잘난 체면이 그렇게 중요하면, 그냥 그 체면이나 지키면서 평생 살 것이지.’송승예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왜? 내가 몇 마디 했다고 표정이 그게 뭐야? 네가 우리 딸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내가 한 말은 정말 새 발의 피지!”“어차피 체면이나 챙기는 인간인 주제에, 괜히 개망신 당하지 말고 우리 집에서 어서 꺼져! 나한테 손찌검이나 당하기 싫으면 말이야.”원래 점잖은 성격인 송승예는 평소엔 이렇게 거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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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저와 저희 집안이 정말 잘못했습니다. 두 분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전 정말 은혜도 모르는 놈이었어요.” “예진이가 저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그만 그걸 저버렸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윤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환일이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그럼 마음속으로만 속죄해. 우리 집안은 더이상 부씨 집안과 얽히고 싶지 않으니까.”“예진이는 이제야 겨우 자기 인생을 되찾았어. 우리 집안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그런데 지금 와서 이러는 이유가 뭔가?”두 사람의 태도는 단호할 뿐이다. 윤제는 어느 정도 차가운 반응을 예상하긴 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단호할 줄은 몰랐다.‘한 치의 틈도 없네... 그래도 여기서 물러설 순 없어.’‘그래, 어차피 이렇게 됐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해.’‘애초에 내가 예진이한테 잘못했으니까 말이야.’결국 윤제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무릎을 꿇었다. 거실 바닥에 ‘쿵’ 소리가 울렸다.송승예와 고환일은 깜짝 놀랐다. 윤제가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런 윤제가 지금 무릎을 꿇자. 두 사람 다 순간 당황하면서 표정은 더 굳어졌다.‘대체 무슨 속셈이지?’“장인어른, 장모님... 무슨 말씀을 하시더라도 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전엔 정말 제가 잘못했습니다.” “예진이한테도 고씨 집안에 너무나 많이 잘못을 저질러서, 두 분께도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제발 한 번만... 속죄할 기회를 주세요.”송승예는 코웃음을 쳤다.“하, 참 말은 잘하네. 애초에 그 ‘소꿉친구 동생’이이라는 여자 때문에 우리 딸을 어떻게 괴롭혔어? 무릎 한 번 꿇는다고 우리 마음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 착각하지 마!”고환일도 말을 보탰다.“그 여자 때문에 예진이와의 결혼도 그렇게 끝내고, 지금 자네는 또 결혼까지 했잖아! 설마 우리 예진이를 다시 데려가서 자네와 그 여자 둘 다 모시게 하겠다는 소리야?”윤제가 다급히 손을 내저으면서 해명했다.“그런 게 아닙니다,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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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게다가 이안도 너하고 똑같이 배은망덕한 놈이야! 네가 그 여자하고 결혼하자마자 옆에 딱 붙어서 ‘엄마’라고 부르기 바빴지.” “그런 싹수가 노란 애 때문에 우리 예진이 인생을 다시 망치게 할 순 없어!”송승예는 분노로 가슴이 답답해서 터질 지경이었다.아내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고환일은 당황했다.그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송승예를 소파에 앉힌 뒤, 물을 따라주면서 등을 다독였다.고환일이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용서를 받으러 온 거라면 그럴 필요 없어. 자네의‘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우리가‘괜찮다’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혹시라도 예진이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거라면, 그건 더더욱 안 될 말이야! 그런 비참한 생활을 두 번 다시 할 바보는 없으니까!”“그리고 앞으로는 아이 핑계 대지도 말게. 아무리 우리 외손주라 해도, 이안은 결국 부씨 집안의 핏줄이야. 아이 때문에 우리 딸을 또다시 괴롭게 만들 수는 없어!”이안 얘기까지 통하지 않자, 윤제는 완전히 당황했다.‘안 돼... 이렇게 끝낼 순 없어.’뭔가 더 말하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지만, 고환일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아주머니, 손님 가시니까 배웅하세요!”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주수미는 윤제가 들고 온 선물 꾸러미를 죄다 문밖으로 내던져 버렸다.그리고 윤제의 옷깃을 잡고는 거칠게 끌어냈다.비틀거리며 문 밖으로 밀려났던 윤제는,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는 듯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그러나 몸을 돌리는 순간, ‘쾅’문이 거세게 닫혔다.윤제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늦었다. 코끝에 묵직한 통증이 밀려오더니, 곧 따뜻한 피가 흘러내렸다.손에 묻은 피를 보자, 결국 인내심이 바닥이 난 윤제가 이를 악물었다. ‘됐어. 더 이상 참을 이유 없어.’그는 코를 틀어막은 채 돌아선 뒤 차에 올랐다.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에는 분노와 수치심이 뒤섞여 있었다.그리고 휴지를 꺼내 코피를 막으면서도, 주먹으로는 허벅지를 내리치며 울분을 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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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요즘 고씨 집안이 J시의 서씨 가문하고 꽤 자주 왕래한다고 들었어요. 두 집안이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고, 덕분에 고씨 집안이 다시 일어서고 있대요.]J시의 서씨 가문이라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이유는 뻔했다. 예진과 민혁 때문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두 가문의 연결 고리가 된 것이다.윤제는 이를 악물었다.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이 미세하게 떨렸다.‘역시 예진이하고 서민혁... 그 둘이었어.’윤제가 조용한 걸 보자, 선재는 속으로 또 열 받았을 거라고 짐작했다.[형, 괜히 신경 쓰지 마요. 형이랑 고예진 씨는 이미 끝났으니까, 고씨 집안도 이제 형이랑 상관도 없잖아요.] [고예진 씨가 서민혁하고 이어지면서 두 집안도 하나가 된 거죠. 서씨 가문이 가진 자원 중 일부만 지원을 받아도 고씨 집안은 금세 일어설 거예요.][고예진 씨도 참 대단하네요. 그때 형한테 그렇게 매달리던 사람이 순순히 이혼하길래 이상하다 싶었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까 더 좋은 데 줄을 선 거였어요.] [하긴... 서민혁도 웃기죠. 애 딸린 이혼녀를 뭐가 좋다고...]선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제가 곧바로 말을 끊었다.“너한테 미리 말한다는 걸 잊었네. 류아린, 그 여자 진짜 위험한 인간이야. 네 여자친구도걔랑 친하다면서? 조심해. 나처럼 인생 말아먹지 말고.”선재가 씩 웃으며 말했다.[형, 그 일은 다 들었어요. 근데 난 형이랑 달라요. 감정은 감정이고, 결혼은 결혼이죠. 우리 집안은 벌써 정략결혼을 준비하고 있거든요.]그 말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진 윤제는 곧바로 통화를 끊었다.‘결국 다들 제 갈 길 가는구나... 나만 바보지.’그는 조금 전 고씨 저택에 들어간 선물들을 떠올렸다. ‘그럼 아까 그 선물들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서씨 가문 쪽이란 말이지.’‘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예진이를 완전히 빼앗기겠어. 더 늦기 전에 뭔가 해야 해.’윤제가 거칠게 액셀을 밟자, 요란한 엔진 소리가 울렸다....한편, 그 시각 고씨 저택 안. 서중국이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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