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711 - Chapter 720

744 Chapters

제711화

민혁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예진은 살짝 웃었다.“내가 한 번 꼬집어 줄까요? 꿈인지 아닌지 구분하게.”민혁은 그녀를 단번에 끌어안으면서 말했다.“꼬집는 건 됐어요. 대신에 키스는 꼭 해야지요.”예진이 망설임 없이 민혁의 볼에 입을 맞추자, 그는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굳어졌다.“이건 예진 씨가 내 아내가 되고 나한테 한 첫 키스예요. 평생 기념해야 할 사건이라고요!”민혁의 말에 예진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의 달콤하고 행복한 모습은 한쪽 구석에서 몰래 숨어 있던 누군가의 카메라에 또렷하게 담겼다.촬영을 마친 사람은 곧바로 차에 올라 자리를 떠났고, 30분쯤 지나서 교외에 있는 한 폐공장 앞에 차를 세웠다.카메라를 든 남자가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공장 안쪽의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미끈하게 빠진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턱에 난 점을 계속해서 문지르는 그 남자는 바로 전에 사람을 사주해서 서일그룹을 음해했던 신세준의 부하였다.신세준의 부하에게 다가간 남자가 핸드폰을 내밀면서 방금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건하 형님, 서민혁 그 자식만 아니면 세준 형님 집안이 그렇게 망하지는 않았을 거예요.”“세준 형님도 무리하게 판을 벌일 필요가 없었고, 우리가 이렇게 햇빛도 못 보고 숨어 지낼 일도 없었을 테지요.”“우리 인생을 이렇게 망쳐 놓은 서준혁 그 새끼는 잘 먹고 잘 살면서, 오늘 아침엔 혼인신고까지 했습니다.”핸드폰 속의 사진을 넘겨보면서 김건하는 이를 악물었다.누렇게 뜬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핸드폰을 쥔 손가락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관절 마디마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건하의 입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하민아, 지금 경찰이 눈을 부릅뜨고 있어. 세준 형님도 이미 잡혀 들어가고 이제 우리 둘만 남았지만, 이 분노를 이렇게 그대로 삼킬 수는 없지.”고개를 끄덕인 박하민이 모자를 벗어서 바닥에 내리쳤다.“맞습니다, 건하 형님. 그 새끼만 아니라면
Read more

제712화

예진은 민혁의 팔짱을 다정하게 낀 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선아가 곧바로 부케를 예진의 손에 쥐여주면서 말했다.“예진아, 진심으로 축하해. 결혼 정말 축하해!”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은 재하가 웃으면서 말했다.“내 생각엔 민혁이를 더 축하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아내를 얻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잖아. 이 정도면 거의 마라톤 아니야?”민혁은 제법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예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너희들이 뭘 알아. 좋은 일일수록 시간이 걸리는 법이지. 이렇게 좋은 아내라면 얼마를 기다리든 다 가치 있는 거야.”영호의 휠체어를 밀던 은주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두 사람이 정말 여기까지 왔구나. 내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최고의 증인이지.”실내가 한창 떠들썩한 사이, 서빙하는 직원 복장을 한 하민이 술을 들고 다가왔다.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스피커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예진과 민혁은 댄스 플로어에서 부드럽게 춤을 추고 있었다.평소라면 은주는 이런 북적이는 분위기를 가장 좋아했을 테지만, 오늘은 사람들 속으로 섞이지 않았다.대신 줄곧 영호의 곁에 머물면서,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를 충분히 챙기지 못할까 신경 쓰고 있었다.영호는 그 모든 모습을 다 보고 있었다.‘은주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데도, 내가 불편할까 봐 여기 남아 있는 거겠지.’영호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은주 씨, 저쪽에 정원이 참 예쁘더라고. 나 좀 거기로 데려가 줄래?”영호가 먼저 이런 부탁을 하는 건 드문 일이기에, 곧바로 샴페인 잔을 내려놓은 은주는 휠체어를 밀고 정원 쪽으로 갔다.선아가 꽃을 무척 좋아해서, 재하는 이 리조트 곳곳에 다양한 꽃을 심도록 했다.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정원도 그 일부였다.형형색색의 작은 꽃들이 어우러진 그곳을, 은빛 롱드레스를 입은 은주가 걷고 있었다.마치 꽃밭 속을 걷고 있는 작은 공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이었다.영호의 휠체어를 정원
Read more

제713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은주는 순간 놀라서 완전히 멍해졌다.그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영호가 조용히 손바닥을 펼쳤다.영호의 손바닥 위에는 정교하게 엮은 작은 데이지 꽃반지가 놓여 있었다.방금 전, 몸을 한껏 앞으로 숙여서 힘겹게 꺾었던 데이지 몇 송이로 만든.손안에서 계속 섬세하게 만지작거리는 사이에, 그 꽃들은 어느새 작은 반지 모양이 되어 있었다.그 반지를 보는 순간, 은주는 머릿속이 잠시 멈춘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그제야 영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은주 씨, 이제 당신의 남자친구로만 남고 싶지 않아. 좀 더 욕심을 내고 싶어.”“당신의 남편으로,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으로, 당신의 법적인 배우자로...”영호의 목소리에는 열기가 담겨 있었고, 눈가에 고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은주는 원래 어떻게든 영호에게 확신을 줘서, 자신이 짐이라고 생각해서 은주의 곁을 떠나려는 그의 마음을 돌려야겠다고 고민하고 있었다.하지만 영호는 예상과 달리, 스스로 용기를 내서 은주에게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그 순간, 은주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급히 눈물을 닦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설렘과 수줍음이 뒤섞인 채.“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예 형사님. 그래도 영원히 남는 꽃 정도는 준비해 줘야죠!”자신이 만든 반지가 은주의 마음에 들지 않는 걸로 생각하자, 영호의 얼굴에는 순간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알아. 당신이 더 좋은 걸 받아야 한다는 거. 이런 방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도 알아.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결국 더 미안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도.”“이게 지금의 내가 줄 수 있는 전부지만... 은주 씨, 나를 믿어 줘. 퇴원하면 꼭 열심히 일해서 더 크고 더 좋은 반지를 사 줄게.”지나치게 진지한 영호의 표정을 보자, 은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리고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예 형사님, 그럼 약속은 꼭 지켜야 해요.”그녀는 사실 더 크고 더 비싼 반지를 바라는 사
Read more

제714화

이날의 축하 파티는 대략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까지 이어졌고, 피로해진 사람들은 하나둘 각자의 객실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했다.하민은 줄곧 은밀하게 예진에게 접근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민혁이 계속 예진의 곁을 지키는 데다가 호텔 내부에는 감시 카메라도 너무 많았다.쉽게 움직일 수 없게 되자, 하민은 결국 목표를 전기 설비 쪽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새벽 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각, 예진이 막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민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 순간, 방 안의 조명이 갑자기 전부 꺼졌다.민혁은 어둠 속에서 예진의 팔을 잡고 조심스럽게 침대에 앉혔다.“이상하네. 보통 리조트는 자체 발전 시스템이 있어서, 갑자기 정전이 될 리가 없는데?”예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어차피 이제 잘 시간이잖아요. 정전은 정전인 거죠 뭐. 내일이면 다시 전기가 들어오겠죠.”민혁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했다.“이렇게 쉽게 정전되는 일은 거의 없어요. 혹시 화재 같은 위험은 아닌지 걱정이 돼서요.”“예진 씨는 침대에 그냥 누워 있어요. 내가 복도에 나가서 잠깐만 보고 금방 올게요.”지난번 일을 겪은 이후로, 민혁은 예진의 안전 문제에 유난히 예민해져 있었다.민혁이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자, 예진도 더 말리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민혁이 안방을 나서자 방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그때 갑자기 거실 쪽에서 ‘쾅’ 하는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깜짝 놀라 벌떡 몸을 일으킨 예진이 핸드폰의 손전등을 켜서 조심스럽게 거실로 향했다.거실 창문이 열려 있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걸 보자, 예진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바람 때문에 난 소리라고 여겼다.‘아, 창문을 안 닫았구나.’창가로 다가간 예진이 막 창문을 닫으려는 순간, 커튼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튀어나왔다.한 손으로 등뒤에서 예진을 단단히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손수건으로 여자의 입과 코를 꽉 막았다.본능적인 공포에 예진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손수건
Read more

제715화

다소 짜증 섞인 표정으로 문을 열러 갔던 재하는, 창백한 표정의 민혁이 넋이 나간 모습으로 서 있는 걸 보고 순간 멍해졌다.“무슨 일이야? 이 밤중에 왜 이렇게 얼굴이 말이 아니야?”민혁이 심각한 눈빛으로 재하를 바라봤다.“예진이가 혹시 여기 와서 선아 씨를 찾았어?”재하는 얼른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지금이 몇 신데, 민혁아. 아까 예진 씨하고 같이 방으로 들어간 거 아니었어?”그 말에 민혁은 가슴이 조여 들면서, 마치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굳어 버렸다.“예진이가 없어졌어. 경찰에 신고해야 해, 지금 당장.”말을 마치자마자 민혁이 핸드폰을 집어 들자, 재하가 급히 말렸다.“제발 흥분부터 가라앉혀. 아직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예진 씨가 갑자기 사라질 리가 있겠어?”민혁은 방금 있었던 일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하에게 설명했고, 소란에 놀란 선아도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왔다.사정을 모두 듣자, 두 사람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예진이는 원래 사람을 걱정시키는 성격도 아닌데, 아무 말도 없이 나갔을 리가 없어. 게다가 핸드폰까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면... 설마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선아의 목소리에도 초조함이 묻어났다.지난번 예진이 사고를 당했던 모습이 아직도 모두의 기억에 선명했다.떠올리기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평소라면 누구보다 냉정하던 민혁이었지만, 예진과 관련된 일 앞에서는 또다시 이성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지금 내가 흔들리면 안 되는데...’이때 오히려 재하가 중심을 잡았다.“일단 다들 너무 조급하지 마. 이 리조트는 섬에 있으니까 배가 없이는 나갈 수가 없어. 설사 누군가 예진 씨를 데리고 갔다고 해도, 분명 시간이 필요해.”“지금까지 걸린 시간도 얼마 안 됐어. 만약 누군가 예진 씨를 노린 거라면 아까 정전도 우연은 아닐 거야.” “지금 당장 신고해도 경찰이 도착했을 땐 이미 흔적이 없을 가능성이 크고, 실종 24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정식 사건 접수도 쉽지 않아.”
Read more

제716화

이 모든 일을 전혀 알지 못한 영호와 은주는 다른 사람들처럼 객실로 돌아가 쉬고 있지 않았다.두 사람은 바닷가의 작은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영호의 휠체어를 밀면서, 손가락에 끼워진 작은 데이지 반지를 바라본 은주는 얼굴 가득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졸리진 않아? 피곤하면 우리도 그냥 들어가서 쉴까?”영호는 고개를 저었다.“요즘 병원에만 누워 있다 보니까 몸에 이끼라도 낄 것 같았어. 이렇게 밖에 나와서 조금 걷는 게 오히려 훨씬 좋아.”그 말을 듣자 은주의 눈이 반짝였다.“그럼 우리 결혼 얘기도 좀 해볼까? 오빠네는 벌써 혼인신고도 했는데, 우리도 너무 뒤처질 수는 없잖아.”“내일 돌아가자마자 우리도 혼인신고부터 할까?”그러다 은주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다. 그 전에 어머님께 먼저 이 좋은 소식부터 말씀드려야겠지?”기대에 찬 은주의 모습을 보면서 영호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그 순간, 풀숲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검은 그림자가 영호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직업병 때문인지, 영호는 밖에 있을 때도 늘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나무 아래 풀숲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을 끌고 가는 듯한 모습이 보이자, 영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면서 무의식적으로 은주의 손을 꽉 잡았다.“왜 그래?”이상함을 느낀 은주도 영호의 시선을 따라서 바라봤다.“저게 뭐야? 설마... 납치?”은주의 목소리가 커지자, 영호가 급히 ‘쉿’ 하면서 손짓을 했다.“뭔가 일이 난 것 같아. 지금 내 상태로는, 발각되면 우리도 위험해질 수 있어.” “은주 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해. 나는 재하 형님한테 전화해서 호텔 경비원들에게 연락하도록 할게.”말이 끝나자마자 은주와 영호는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다.그 시각, 창문 밖을 따라서 찾고 있던 재하는, 영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자 잠시 상황을 말해도 될지 망설였다.그런데 영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랑 은주 씨하고 리조트 북쪽 해변을 산책하다가, 누군가 납치당하는 것 같은 장면을 봤어요...]영호가 경비원
Read more

제717화

안쪽의 구조와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기에, 영호는 은주에게 무작정 자신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라고 할 수도 없었다.핸드폰의 실시간 위치 공유를 계속 켜 둔 상태였지만, 재하 일행이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였다.영호는 예진이 안에서 무슨 일을 당하고 있을지 걱정이 컸다.결국 은주에게 자신을 밀어 달라고 부탁해서, 폐창고 뒤편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두 사람은 한참을 헤맨 끝에 겨우 깨진 창문 하나를 찾아냈다.은주는 숨을 죽인 채 긴장했고, 창문에 몸을 붙인 영호가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보았다.그제야 안에 있는 두 사람이 보였는데, 그 실루엣이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안쪽에는 희미한 전등 하나만 켜져 있었고, 그 미약한 불빛 아래에서 두 사람이 예진을 묶어서 한쪽에 내던져 둔 모습이 보였다.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면서 뭔가 말하고 있는 듯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영호가 그 내용을 들을 수는 없었다.그때 우연히 그중 한 명인 건하가 몸을 돌렸다.그 얼굴을 똑바로 확인하는 순간, 영호는 심장이 터질 듯하면서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저자는?’과거 팀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시절, 저 인물은 줄곧 최우선 용의자였다.영호는 확신할 수 있었다.이 남자는 자신이 예전에 쫓던 사건과 절대 무관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걸.‘설마... 예진 씨가 저 인간들에게 원한을 산 건가?’‘저 인간들은 하나같이 죽음도 불사하고 행동하는 자들인데.’이 상황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만약 발각된다면, 곧바로 목숨을 잃게 될 가능성도 충분했다.그런 생각이 들자 영호는 은주를 바라보았다.저 인간들이 얼마나 잔혹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내가 지금 이런 몸이 된 것도 저 인간들과 무관하지 않아. 어떤 일이 있어도 은주만큼은 이 일에 휘말리게 할 수 없어.’이를 악문 영호는 은주를 곁으로 끌어당긴 뒤,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서 조심스럽게 말했다.“이쪽 길은 찾기가 어려워. 우리 둘 다 여기 숨어 있으면 안 돼. 재하 형님하고 민혁
Read more

제718화

건하의 잔혹한 표정을 보면서, 하민 역시 이를 악물었다.“서민혁 그 새끼가 그렇게 몰아붙이지만 않았어도 세준 형님이 무리할 일은 없었을 거예요. 그랬으면 우리는 지금도 세준 형님 옆에서 잘 먹고 잘살고 있었겠지요.”“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됐어요, 우리 둘 다 완전히 도망자 신세잖아요.”건하가 냉소를 흘리면서 말을 내뱉었다.“어차피 우린 이미 막다른 길까지 몰렸어. 바깥 상황은 이렇게 험하고, 경찰도 이미 우리 둘 신상 정보를 손에 쥐고 있지.”“비참하게 숨어 사느니, 차라리 한 판 크게 벌이는 게 나아!”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영호는 대략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두 사람이 말하는 ‘세준 형님’은 바로 신세준이야.’‘신세준의 부하였던 저 두 사람은, 신세준이 체포되자 자신들도 편하게 지낼 수 없게 된 상황이 된 거야. 그래서 모든 원인을 민혁 형님에게 돌리는 거지.’‘예진 씨를 납치한 이유도 결국은 민혁 형님에게 보복하려는 거야.’이렇게 생각하자, 영호의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맺혔다.이 두 사람은 이성을 잃은 범죄자들이다. 멀쩡한 사람이 저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면 어떤 일을 당할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재하 일행이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거리가 남아 있는 반면, 건하와 하민의 배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멀지 않은 바다 위에서 배의 희미한 불빛이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영호는 이를 악물었다.‘시간이 없어. 이대로 지체하다가는 예진 씨가 위험해질 게 분명해.’영호도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 자신은 경찰이고, 예진은 은주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예진이 납치되는 모습을 그저 빤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영호는 안으로 들어가 시간을 끌기로 결심하고 어금니를 꽉 물었다.한편 그 시각 다른 쪽.은주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재하 일행이 있는 방향을 향해서 전력으로 달렸다.얼마나 달렸을까, 사람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보였다.은주는 먼저 나무 뒤에 몸을 숨긴 뒤 잠시 상황을 살폈
Read more

제719화

당황하고 긴장한 두 사람의 표정을 단번에 읽어낸 영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두 사람 다 내 신분이 뭔지는 잘 알겠지. 쓸데없는 발악은 그만둬.”“바깥은 이미 전부 경찰로 둘러싸여 있어. 살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순순히 투항하는 게 최선이야.”그 말을 듣자, 예진을 거칠게 바닥에 내던진 하민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칼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그럼 어디 한 번 보자고. 경찰 총이 빠른지, 내 칼이 빠른지!”그 순간, 바깥에서 귀를 찢는 듯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의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안에 있는 사람들은 잘 들어라! 너희들은 이미 포위됐다. 협조하면 관용을 베풀 것이고,저항하면 엄중히 처벌받을 것이다.”“지금 즉시 인질을 풀어주고 조사에 협조하는 것이 너희들의 유일한 살 길이다!”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을 리 없었다.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하민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건하도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굳어졌다.영호는 이를 악물었다.아무리 강한 정신력을 지녔다 해도, 이 순간만큼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야.’영호는 안으로 들어올 때부터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순순히 투항할 리 없다는 사실을.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예진도 구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그러나 수 년 간의 현장 경험이 영호에게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사이렌 소리는 용의자의 심리적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데 막대한 효과를 발휘한다.그래서 경찰이 용의자를 추적할 때 가장 먼저 사이렌을 울리는 것이다.사이렌은 두 가지 역할을 한다.하나는 범인의 판단력을 흐트러뜨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자에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그래서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영호는 핸드폰에서 사이렌과 경찰 방송 음성을 찾아 지연 재생으로 설정했고, 볼륨도 최대로 올려 두었다.낡고 텅 빈 이 창고는 울림이 커서, 소리의 효과를 몇 배로 증폭시켜 주고 있었다.예상대로 건하와 하민의 안색은 급변했다.건하가 눈짓을 보내
Read more

제720화

“서민혁과 신세준 사이의 갈등은 사실 별것도 아니야. 결국 따지고 보면, 당신들이 복수해야 할 대상은 서민혁이 아니라 나야.”“내가 신세준의 뺨을 때리지 않았다면, 서씨 가문과 신씨 가문이 이렇게 깊게 얽힐 일도 없었겠지.”“그리고 내 직업이 뭔지는 너희들도 잘 알잖아. 나한테 복수하는 게 다른 사람한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속이 풀리지 않겠어?”그저 말단 조직원에 불과했던 하민은, 그 안에 얽힌 복잡한 사정까지는 잘 알지 못했다.하지만 건하는 이 일의 전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결국 모든 화근은 그 따귀 한 대에서 시작된 것이다.건하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비치는 걸 본 영호가 다시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마. 난 아무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아. 내가 여기 들어온 이유는 하나야. 인질 교환을 하자는 거지.”“그 여자를 풀어주고, 나를 대신 인질로 잡아.”건하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하민이 앞으로 나섰다.“건하 형님, 제 생각엔 둘 다 데려가는 게 낫지 않겠어요? 어차피 하나를 잡든 둘을 잡든 다 복수잖아요.”“둘 다 망가뜨릴 수 있다면 우리도 제대로 한풀이를 하는 셈이죠.”건하도 하민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하지만 뭔가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경찰은 늘 신중하게 움직여.’‘이 예영호가 휠체어를 탄 채 혼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함정일 수도 있어.’그때 바다 쪽의 배에서, 조명을 다시 한번 비추면서 서두르라는 신호를 보냈다.그 모습을 본 영호가 말을 이었다.“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너희들도 다 보잖아. 이 몸으로 뭘 할 수 있겠어? 전혀 위협도 안 돼.”“나를 데리고 가는 게 그 여자보다 훨씬 수월할 거야.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봐.”창고 안에서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는 사이에, 마침내 은주가 사람들을 데리고 창고 주변에 도착했다.사람들이 다가서는데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조심스럽게 다가간 사람들은 사이렌 소리를 반복 재생하고 있는 영호의 핸드폰을 발견했다
Read more
PREV
1
...
70717273747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