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은 작은 담요를 어깨에 두른 채 기분 좋게 웃으며, 하나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이 아이랑 있으면 마음이 참 편안해... 이렇게 웃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한편, 반대편 분위기는 싸늘했다. 이안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말없이 앉아 있었고, 윤제 역시 굳은 얼굴로 아무 말이 없었다.부자 사이엔 말 한마디 없었고, 그 사이에 낀 아린만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괜찮아, 그냥 게임이잖아. 오후에 다른 경기 많잖아? 우리 이안이 진짜 잘하니까, 금방 만회할 수 있어.”예전 같았으면 운동회에서 주인공은 늘 이안이었다.모든 시선이 이안을 향했고, 아이들 사이에서도 늘 우쭐했던 아이였다.하지만 오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하나’에게 쏠렸다.이안은 그게 도무지 참을 수 없는 포인트였다.‘예전엔 엄마가 있어도 별로 도움도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지금 와서 보면... 엄마가 없으니까... 아무것도 안 되는 기분이야.’...오전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유치원 측에서 준비한 뷔페가 식당에 차려졌다.아이들과 부모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고, 오후 프로그램은 점심과 휴식 후에 이어질 예정이었다.예진, 민혁, 하나는 창가 쪽 밝고 햇살 드는 자리로 이동해 앉았다.하나는 예진에게 해맑게 말했다.“엄마, 저거 먹고 싶어요! 햄이랑 스파게티!”민혁도 뒤따라 말한다.“하나처럼 주세요. 근데 야채는 빼고, 특히 당근도 안 먹습니다.”예진은 민혁을 살짝 째려보며 말했다.“하나는 어린애니까 그렇다 쳐도, 변호사님은 어른이잖아요? 먹고 싶은 건 본인이 직접 가져가세요.”민혁은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댔다.“어이, 저는 그래도 예진 씨 상사잖아요.”“죄송하지만, 지금은 점심시간이에요. 상사건 뭐건, 해당없음이예요.”민혁은 체념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하나에게 투정하듯 말했다.“봐라, 네 엄마. 진짜 인색하다!”하나는 까르르 웃으며 둘을 바라봤고,예진과 민혁은 식판을 들고 나란히 식사를 가지러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