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01 - Chapter 110

150 Chapters

제101화

“그건 형아가 자꾸 나 엄마 없다고 놀려서 그런 거잖아. 지율 이모 욕도 하고!”정시온은 부정하지 않고 똑 부러지게 말하자 고윤택이 눈을 부릅뜨며 화냈다.“하지율은 우리 엄마야. 그러니까 나는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거야.”“지율 이모는 내 이모지 가정부가 아니야. 내 앞에서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 네가 뭐라고 떠들어도 하지율이 내 엄마인 건 안 변해. 그리고 너는...”고윤택은 정시온을 표독스럽게 바라보며 소리쳤다.“영원히 엄마도 없는 애야!”“고윤택.”“그만해.”아이의 지나친 언행에 고지후와 하지율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서로 눈을 마주치던 두 사람은 표정을 굳힌 채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내가 너 그렇게 가르쳤어?”고윤택도 엄연한 고 씨 집안의 후계였기에 고지후는 평소 아이의 훈육을 아주 중시하고 있었다.그래서 하지율에게는 화를 내도 고지후가 표정을 굳히고 엄하게 물을 때면 늘 고개를 떨구던 아이였는데 오늘에는 어쩐 일인지 고지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대꾸를 하기 시작했다.“내 말이 맞잖아요!”고윤택은 질투 어린 눈으로 정시온을 다정히 달래주고 있는 하지율을 노려보며 정시온에게 손가락질을 했다.“쟤 엄마 없어서 쟤네 아빠가 우리 엄마랑 결혼하려는 거잖아요. 내 엄마가 쟤 엄마가 되게 생겼잖아요 지금! 엄마가 정시온 엄마 되면 이젠 나는 신경도 안 쓸 거라고 그랬단 말이에요 쟤가...”“정시온이 그러는데 엄마가 맨날 쟤한테 맛있는 거 해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자기 전에 이야기도 해준대요. 이젠 내가 엄마 없는 애 되게 생겼다고요!”“정시온이 매일같이 나한테 와서 엄마가 얼마나 잘해주는지 자랑한단 말이에요. 내 엄만데, 내 엄마가 아닌 것 같아요...”눈가가 빨개진 채로 울먹이는 아이를 보며 임채아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지후야, 이거 윤택이 잘못만은 아닌 것 같아. 지율 씨가 윤택이는 내버려 두고 엄한 애만 챙기니까...”생각 없이 나오려던 말을 삼켜낸 임채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Read more

제102화

잠시 벙쪄있던 고윤택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녀에게 되물었다.“내가 왜 정시온을 싫어했는지 엄마는 묻지도 않았잖아요!”“너랑 네 아빠도 안 물었잖아. 그냥 내 잘못으로만 돌렸잖아. 그리고...”하지율은 고개를 숙이며 정시온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나는 시온이 믿어. 시온이는 절대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릴 애가 아니야.”정시온은 고윤택과 달리 똑똑하고 철도 일찍 든 아이였다.며칠간 아이를 돌봐주다 보니 그게 눈에 더 잘 보였다.고윤택은 밥을 먹고 나면 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리지만 정시온은 하지율을 도와 수저를 치워주고 테이블도 닦곤 했다.그리고 밥을 먹을 때도 하지율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그녀가 어떤 요리를 하든 맛있게 먹어주었고 연신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매일 투덜거리며 반찬 투정만 하던 고윤택과는 완전히 다른 아이였다.“지율 이모, 내가 먼저 잘못한 거예요. 윤택이 형이 무슨 말을 했어도 때리면 안 되는 건데... 내가 형한테 사과할게요.”“정말 사과하고 싶어?”“네.”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정시온에 하지율은 아이를 다정히 바라보며 말했다.“알겠어. 그럼 가서 사과하고 와.”“형아, 내가 먼저 때려서 미안해.”명망 높은 가문의 자제로서 엄격한 교육을 받아왔지만 그럼에도 아이였기에 고윤택은 며칠 동안 이어진 정시온의 자랑질을 이렇게 빨리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고윤택이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돌려버리자 정시온은 어쩔 줄 몰라 하며 하지율을 바라보았다.그러자 하지율이 손을 들어 아이를 부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용서하고 말고는 윤택이 마음이지만 시온이가 잘못한 거 인정하고 사과한 건 정말 잘한 일이야.”“우리 시온이 상남자네. 이렇게 책임도 질 줄 알고.”하지율의 칭찬에 정시온이 눈을 반짝이자 유치원 선생님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사모님, 혹시 시온이 보호자세요?”“네. 시온이 아버님이 해외 출장을 가셔서 제가 당분간 아이 돌봐주기로 했어요.”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이자 임채아가 어이없다
Read more

제103화

임채아가 눈시울을 붉히며 눈에 눈물을 매달자 정시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아줌마는 왜 그렇게 자주 우는 거예요? 내가 볼 때마다 우는 것 같아요. 나랑 형은 싸우다 다쳐도 안 우는데, 다 큰 어른이 자꾸 우는 거 안 창피해요?”어린아이가 그렇게 말하는 데 계속 울 수도 없었기에 임채아의 표정이 순간 굳어버렸다.그러자 옆에서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유치원 선생님들이 나서며 말했다.“저 일단은... 애들 일부터 해결하시죠.”그 말에 하지율이 선생님을 보며 말했다.“시온이가 먼저 손댄 건 맞으니까 사과도 다시 시킬게요. 시온이 아버님 오시면 윤택이 부모님한테도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할게요.”“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할 거고 병원비나 다른 보상도 제대로 할 겁니다.”“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선생님들 곤란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해요.”이런 유치원에 온다는 건 다 어느 정도 부유한 집안이라는 뜻이었기에 병원비나 손해배상보다 학부모의 태도가 더 중요했다.정시온이 먼저 사과도 했고 하지율도 진심으로 사과하니 보통 사람 같으면 더 이상 따지지 않을 텐데 문제는 정시온 보호자로 온 하지율이 고윤택의 엄마라는 것이었다.난감한 관계에 유치원 선생님은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고지후를 바라보았다.“윤택 아버님, 시온이도 사과했고 보호자분도... 이렇게 양해를 구하시는데... 이젠 마음이 좀 풀리셨을까요?”하지만 고윤택은 아직도 억울해하며 말했다.“싫어요! 이번뿐만이 아니라 애들 안 볼 때도 나 몰래몰래 때렸단 말이에요!”고지후 역시 아들에게서 정시온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얘기를 몇 번 전해 들은 적 있었기에 못마땅한 눈길로 정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날카로운 그의 눈빛에 몸을 바르르 떤 아이가 하지율 뒤로 숨어들자 하지율은 재빨리 아이 앞을 막아섰다.그런 그녀의 행동에 표정을 차갑게 굳힌 고지후가 물었다.“하지율, 네 아들은 여기 있는데 지금 누굴 감싸?”그에 고지후와 임채아를 한 번씩 바라보던 하지율이 정시온을 보며 말했다.“윤택이는 지켜줄
Read more

제104화

이런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집은 재벌 집 아니면 그만큼 지위가 높은 가문들이었다.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채 좋은 집에서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라 도련님, 아가씨 대접을 당연하게 여기는 안하무인인 애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고윤택과 정시온은 그나마 예의가 바른 애들이었다.가끔가다 도도하게 구는 고윤택과 달리 정시온은 정말 밝고 착해서 유치원 선생님들도 모두 아이를 좋아했다.그래서 시온이에게 엄마가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도 더 안타까워하며 아이를 챙겨주었었다.그렇게 착하고 똑똑한 아이가 거짓말을 할 리 없었기에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마음도 점점 하지율에게로 기울고 있었다.고윤택의 아빠가 하지율에게 차가운 건 눈에 뻔히 보이는 사실이었고 몇 마디 건네지 않은 말들도 전부 하지율에 대한 질타였으며 고윤택은 그런 하지율이 창피하다고 유모라고 둘러대기까지 했다고 하니 다들 임채아와 고지후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내연녀가 애 앞에서 맴도니까 엄마가 집 나간 거 아니야?’내연녀가 어린아이를 구슬려 아이와 엄마 사이를 이간질했다면 아이가 엄마를 싫어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자신에게로 향한 사람들의 각박한 시선을 느낀 임채아는 난감해하며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하지율을 원망했다.한편, 정시온의 말을 들은 하지율은 눈시울이 뜨거워 났다.며칠밖에 돌봐주지 않은 아이도 이토록 자신을 감싸주는 데 직접 배 아파 낳고 몇 년 동안이나 길러낸 친아들은 자신을 제대로 봐주지도 않으니 순간 울컥한 것이었다.그런데 그때 고지후가 표정을 굳힌 채 물었다.“하지율, 아까 윤택이 말 못 들었어? 쟤가 다른 애들 몰래 윤택이 괴롭혔다잖아. 일부러 사진 보내서 자극도 하고.”“윤택이는 내가 잘 알아. 아무 이유 없이 누굴 싫어할 애가 아니야.”“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애 아니야.”고지후가 정시온을 차갑게 보며 얘기하자 하지율의 눈썹도 살짝 흔들렸다.고윤택을 직접 키워낸 게 하지율이었기에 그녀는 아이의 성격에 대해 누구보다 잘
Read more

제105화

“미안해요 이모. 이것 때문에 형이 오해했나 봐요.”“바로 지울게요.”아이가 눈시울이 빨개진 채 핸드폰을 가져가니 하지율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까지도 마음 아파했다.얼마나 엄마 사랑이 고팠으면 자신을 돌봐주러 온 이모를 엄마처럼 따를까 싶어 하지율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이의 손을 잡아주었다.“시온아, 안 지워도 돼. 그냥 남겨둬.”“하지만... 윤택이 형이 싫어하잖아요.”“괜찮아.”“그래도...”“다른 사람한테 피해만 안 주면 돼. 매번 남 생각하면서 참을 필요 없어.”“알겠어요.”정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고지후가 입을 열었다.“내가 직접 봐야겠어.”“어린 애 핸드폰을 직접 보겠다니, 너무 한 거 아니야?”“윤택이는 내가 알아. 난 윤택이가 거짓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하지율이 다시 입을 열려 하자 정시온이 그녀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아저씨가 보고 싶다는데 그냥 줘요 이모.”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치원 선생님들은 사리가 밝고 착한 아이의 모습에 연신 감탄을 했다.그래서 하지율 역시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는 핸드폰을 바로 고지후에게 건네지는 않았다.“볼 거면 다 같이 보는 게 어때요?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할 순 없잖아요.”“여기 미러링 가능한 기기 있어요 혹시?”“네. 회의실에 있어요. 바로 옆이에요.”선생님을 따라 회의실로 온 그들은 아이의 핸드폰 화면을 스크린에 띄웠다.정시온이 유치원 사이트에 올린 것들은 사진과 아이가 느낀 감정들이 전부였다.올린 사람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들이었다.메시지와 연락처를 열어보아도 별로 의심 갈만한 게 없자 하지율이 물었다.“핸드폰도 다 봤으니까 이제 시온이가 일부러 윤택이를 자극한 적 없다는 건 증명된 거죠?”“윤택이 말로는 사진과 영상들을 직접 보여준 적도 있다고 하던데. 갤러리도 열어보는 게 어때요?”그때 갑자기 입을 여는 임채아에 하지율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갤러리를 열어보았다.갤러리 안에는 정시온
Read more

제106화

그건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이를 진행하던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놀이에서 1등을 한 고윤택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들 가운데에 서 있자 한 아이가 그를 향해 물었다.“고윤택, 방금 같이 게임 한 거 너희 엄마 아빠야?”친구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고윤택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감탄하며 말했다.“너희 아빠 엄청 멋있으시다! 게임도 잘하시던데?”“엄마도 너무 예쁘셔! 진짜 다정하더라.”친구들의 부러움 가득한 칭찬에 어깨가 올라간 고윤택은 턱을 쳐들며 그들의 칭찬을 만끽했다.“네가 엄마 얘기하는 거 들은 적이 없어서 엄마 없는 줄 알았는데. 너희 엄마는 뭐 하시는 분이야?”“우리 엄마 바이올리니스트야. 얼마나 대단한데. 몇 달 뒤면 공연도 해.”아이의 말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와! 진짜 대단하시다.”“그러니까! 너 그렇게 예쁘고 대단한 엄마가 있었으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누가 뺏기라도 할까 봐 숨긴 거야?”“우리 엄마도 너희 엄마처럼 대단했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는 가정주부야. 매일 일도 안 하고 집에만 있어. 할머니가 엄마한테 기생충이라고까지 했다니까? 너무 부끄러워서 난 엄마 얘기하기도 싫어. 너희 엄마는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아.”친구들의 말에 고윤택의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그런데 그때, 또 다른 아이가 고윤택을 보며 물었다.“얼마 전에 보니까 예쁜 아줌마가 매일 너 데려다주던데, 나는 그 아줌마가 너희 엄만 줄 알았어.”“아, 그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그냥 내 유모야.”고윤택의 굳은 얼굴로 영상이 마무리되자 회의실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임채아와 정시온에게 들어서 고윤택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걸 영상으로 보게 되니 하지율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그리고 자신이 했던 말을 다시 듣게 된 고윤택 역시 당황해하고 있었다.옆에 있던 임채아가 손을 잡으며 달래주니 고윤택은 그제야 점차 안정을 되찾아갔다.나머지 영상들은 유치원에서 일어
Read more

제107화

짜증이 가득 묻어있는 고윤택의 목소리가 회의실 안을 가득 채웠다.“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가정주부일 뿐인데, 밥 밖에 할 줄 모르는 그런 사람을 네가 왜 감싸는 거야?”“그런 건 우리 집 아줌마도 할 줄 알아.”“그렇게 좋으면 너 줄게. 채아 이모가 그런 사람보다는 백배 나으니까. 난 그런 쪽팔린 엄마는 싫어.”예의는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지나친 발언에 선생님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윤택을 바라보았다.입술을 달싹이던 고윤택은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눈앞에 들이밀어 지자 빨개진 얼굴을 한 채 하지율만 쳐다보고 있었다.하지만 땅만 바라보고 있는 하지율의 마음을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화면이 몇 번 흔들리다가 영상이 끝나자 회의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하지만 임채아는 그 와중에도 고윤택과 하지율의 사이가 안 좋아질수록 자신에게 기회가 더 많이 올 것 같아서 기뻐하고 있었다.“시온이 핸드폰에 이젠 아무것도 없어요. 그럼 저흰 먼저 가볼게요.”미러링을 취소한 하지율이 정시온의 손을 잡자 아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고분고분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안쓰러울 정도로 착한 아이와 하지율의 뒷모습을 보던 유치원 선생님들 눈에 연민과 동정이 가득했다.엄마가 없는 아이도, 남편과 자식에게 미움받는 하지율도 모두 불쌍하기 그지없었다.그런데 하지율과 정시온이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할 말이 더 남았어?”발걸음을 멈춘 하지율이 아무런 표정도 없는 얼굴을 한 채로 물었다.분노도, 속상함도 드러내지 않는 그녀는 마치 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것만 같았다.“저 영상들이 공개된 타이밍이 너무 잘 맞는 것 같지 않아?”“타이밍?”고지후는 하지율 옆에 서 있는 정시온을 바라보며 말했다.“핸드폰에 우리 윤택이한테 불리할 만한 영상은 저 두 개뿐이잖아. 게다가 마지막 영상은 모든 일의 책임을 우리 윤택이한테 돌리기에 충분하고.”“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시온이가 일부러 그런 거라는 거야
Read more

제108화

“윤택이가 어떤 앤지는 애가 한 행동만 보면 알지.”“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윤택이는 네 아들이야. 하지율, 너 이제 아들도 모른 척하는 거야?”“먼저 날 모른 척 한 건 쟤야. 쟤한테 나는 쪽팔린 엄마일 뿐인데 없는 게 더 낫지 않겠어?”“그래서 이렇게 영악한 아이를 계속 봐주겠다고?”고지후의 말에 하지율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시온이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이제 고작 다섯 살 난 아이가 어디가 영악하다는 거야?”“당신이야말로 너무하지. 다섯 살 난 아이한테는 영악하다고 하면서 첫사랑은 아무 잘못 없다고 믿는...”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하지율에 고지후가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윤택이 얘기하는 중인데 채아는 왜 자꾸 끌어들여?”“나랑 윤택이 사이가 멀어진 게 시온이 때문이라며? 난 임채아 씨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임채아라는 이름만 들어도 발끈하는 거 보니까 더 말할 필요도 없겠네.”고지후 같은 사람은 더 상대도 하기 싫었던 하지율은 아이의 손을 잡고 유치원을 나섰다.“시온아, 이제 가자.”...오랜 논쟁을 펼친 탓에 이미 점심시간이 되어있어 하지율은 정시온을 데리고 평점이 높은 주변 식당으로 들어섰다.“미안해 시온아. 많이 속상했지?”“전 괜찮아요.”고개를 젓던 아이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윤택이 형도 말로만 이모 신경 안 쓴다고 한 걸 거에요. 정말로 이모가 싫었으면 내가 엄마 뺏었다는 생각도 안 할거에요.”“시온아, 너는 그런 일까지 당했는데도 윤택이 편들어주고 싶어?”“그냥 윤택이 형아도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아서...”정시온은 얘기하다가 갑자기 하지율의 손을 맞잡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말했다.“이모, 이번 일은 더 생각하지 말아요. 윤택이 형한테 뭐라고 하지도 말고요. 그리고...”“우리 아빠한테는 비밀로 해주면 안 돼요?”“그렇지만 너 다쳤는데...”“별로 심한 상처도 아니라서 며칠만 지나면 다 나을 텐데요 뭘. 그리고 아빠가 남자애들은 원래 이렇게 다치면서 크는 거라고
Read more

제109화

그걸 보며 눈을 반짝이던 임채아는 서둘러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지후야, 정시온이라는 그 아이 하지율 씨랑 무슨 사이야? 지율 씨는 왜 윤택이 보다 그 아이를 더 챙기는 거야?”그 말에 하지율을 보지 못했던 고지후도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아이가 뭐라고 말을 하자 하지율이 부드럽게 웃으며 휴지로 아이의 입가를 닦아주고 있었다.그러자 정시온도 하지율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아이의 눈 속에는 하지율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가득했다.정말 하지율을 엄마처럼 대하는 정시온에 고윤택은 눈시울이 뜨거워 났다.자신에게도 저리 다정했던 엄마인데, 요즘은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자신도 아는 척하지 않고 있었다.“아빠, 엄마한테는 쟤가 있으니까 이젠 내가 필요 없어진 걸까요?”고지후가 답을 하지 않자 옆에 있던 임채아가 아이를 달래주었다.“그럴 리가 없잖아. 지율 씨도 저 나쁜 아이한테 잠시 속고 있는 것뿐이야. 우리 윤택이가 친아들인데, 버릴 리가 없잖아.”“하지만 아까는 쟤 편들었잖아요!”아까의 상황을 떠올려보니 다시 화가 난 건지 고윤택은 씩씩거리며 말했다.“엄마가 나 싫으면 나도 엄마 싫어요!”그러자 임채아는 고윤택의 작은 손을 잡아주며 다정히 말했다.“윤택이 엄마가 윤택이 싫다 해도 이모는 우리 윤택이 옆에 항상 있어 줄 거야.”“진짜 이모밖에 없어요...”감동한 표정으로 임채아를 바라보던 아이는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그렇지만 이모도 반년밖에 같이 못 있잖아요. 반년 뒤면 이모도 없는 거잖아요...”아이의 말에 그제야 자신이 떠벌려놓은 일이 떠올랐던 임채아가 다급히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이모도 우리 윤택이 떠날 생각 하니까 마음 아프네. 윤택이 혼자 남으면 어떡하지?”“이모 죽으면 안 돼요! 난 그거 진짜 싫은데, 이모 안 죽으면 안 돼요?”서로를 꼭 껴안고 있는 고윤택과 임채아를 보던 고지후가 문득 입을 열었다.“하준이 친구가 단 씨 성을 가진 한의사 선생님 소개해줬어. 의술도 고명하신 분이니까
Read more

제110화

“쟤도 가지는 걸 우리 윤택이가 못 가지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우리 윤택이가 정시온이라는 아이보다 못한 게 뭐가 있다고 지율 씨는 저렇게 쟤만 감싸고 도는 거야?”그 말을 들은 고윤택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말아쥐었다.자신의 엄마인 하지율이 자기가 아닌 다른 아이의 옆에 있는 걸 보니 자꾸만 화가 치밀어올랐다.“저 테이블이랑 똑같은 걸로 주세요.”“알겠습니다.”임채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직원이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의 테이블에도 하지율의 테이블에 놓여 있던 음식들이 올랐다.어린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대부분이 달달한 디저트였는데 그중에는 밀크 셰이크, 생크림 케이크 그리고 밀크티까지 있었다.“여기가 디저트를 잘하기로 소문이 났다던데, 지율 씨는 어쩜 인기 메뉴만 시켰네.”“나랑은 여러 번 왔어도 한 번도 이런 거 시켜준 적 없는데. 나는 못 먹게 했단 말이에요!”“다 우유로 된 거라서 너 아플까 봐 못 먹게 했던 거야.”테이블에 놓은 디저트들을 보던 고지후가 한마디 하자 임채아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를 힐끔 바라봤다.처음으로 하지율의 편을 들어주는 고지후의 말에 임채아는 고개를 숙인 채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윤택이는 몸이 안 좋으니까 아까 이모랑 약속한 대로 조금만 먹는 거야. 약속 잘 지킬 수 있지?”그 말에 아이의 표정은 바로 시무룩해졌지만 그래도 디저트를 먹기 위해 고개는 끄덕였다.“옳지, 착하다.”임채아가 정말로 한 입만 먹여주자 고윤택은 못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떼를 쓰지 않고 자신의 앞에 놓인 것만 먹었다.그러면 그럴수록 고윤택은 하지율이 점점 더 원망스러워졌다.‘할머니와 임채아의 말처럼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몸만 더 잘 챙겼더라면 더 건강하게 태어날 수도 있었는데.’엄마 때문에 자기가 다른 아이들보다 약한 몸을 가지게 됐으니 고윤택은 엄마가 자신에게 잘해주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때, 밥을 먹다 만 고지후가 고윤영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Read more
PREV
1
...
910111213
...
1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