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이 가득 묻어있는 고윤택의 목소리가 회의실 안을 가득 채웠다.“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가정주부일 뿐인데, 밥 밖에 할 줄 모르는 그런 사람을 네가 왜 감싸는 거야?”“그런 건 우리 집 아줌마도 할 줄 알아.”“그렇게 좋으면 너 줄게. 채아 이모가 그런 사람보다는 백배 나으니까. 난 그런 쪽팔린 엄마는 싫어.”예의는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지나친 발언에 선생님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윤택을 바라보았다.입술을 달싹이던 고윤택은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눈앞에 들이밀어 지자 빨개진 얼굴을 한 채 하지율만 쳐다보고 있었다.하지만 땅만 바라보고 있는 하지율의 마음을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화면이 몇 번 흔들리다가 영상이 끝나자 회의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하지만 임채아는 그 와중에도 고윤택과 하지율의 사이가 안 좋아질수록 자신에게 기회가 더 많이 올 것 같아서 기뻐하고 있었다.“시온이 핸드폰에 이젠 아무것도 없어요. 그럼 저흰 먼저 가볼게요.”미러링을 취소한 하지율이 정시온의 손을 잡자 아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고분고분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안쓰러울 정도로 착한 아이와 하지율의 뒷모습을 보던 유치원 선생님들 눈에 연민과 동정이 가득했다.엄마가 없는 아이도, 남편과 자식에게 미움받는 하지율도 모두 불쌍하기 그지없었다.그런데 하지율과 정시온이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할 말이 더 남았어?”발걸음을 멈춘 하지율이 아무런 표정도 없는 얼굴을 한 채로 물었다.분노도, 속상함도 드러내지 않는 그녀는 마치 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것만 같았다.“저 영상들이 공개된 타이밍이 너무 잘 맞는 것 같지 않아?”“타이밍?”고지후는 하지율 옆에 서 있는 정시온을 바라보며 말했다.“핸드폰에 우리 윤택이한테 불리할 만한 영상은 저 두 개뿐이잖아. 게다가 마지막 영상은 모든 일의 책임을 우리 윤택이한테 돌리기에 충분하고.”“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시온이가 일부러 그런 거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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