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형원은 문득 자신의 생일이 떠올랐다.예년 같았으면 손형원은 늘 연정미, 손형서와 함께 생일을 보냈다. 그런데 올해는 병원에 실려 가 의식을 잃고 누워 있던 사이, 생일이 조용히 지나가 버렸다.예전이라면 손형원이 설령 출장이나 일 때문에 생일 당일에 함께하지 못했더라도 연정미나 손형서가 뒤늦게라도 생일 챙겨주겠다고 따로 자리를 마련해 줬었다.연정미는 손형원에게 진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올해는 달랐다.연정미도, 손형서도, 그 누구도 생일을 나중에 함께 보내자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손형원도 모르는 척할 만큼 눈치가 없는 건 아니었다.연정미와 주용화 때문에, 손형서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 버렸다.손형서는 친여동생이었다. 그동안 손형원은 손형서에게 진 빚이 많았다. 그러니 손형서가 더는 손형원의 생일을 챙겨주지 않겠다고 해도, 그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그런데 연정미는 아니었다.손형원은 다시 떠올리고 말았다.손형원이 간신히 숨만 붙인 채 수술실로 실려 들어가던 그때, 연정미는 주용화와 데이트하고 있었다.손형원의 원수와 함께 식탁에 앉아 웃으며 밥을 먹었으니, 그건 사실상 손형원을 버리겠다는 뜻이었다.가치가 없어지면 버리면 됐다.손형원이 더는 쓸모가 없게 되자 연정미는 가차 없이 손형원을 버렸다.손형원은 마음속에 설명하기 힘든 감정으로 북받쳤다. 마치 뜨거운 불덩이가 심장을 지져 대는 느낌이 들었고 숨을 들이쉴수록 마음이 더 쓰라렸다.손형원과 연정미는 같은 종류의 인간이었다.연정미가 손형원을 버릴 거라는 건, 사실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아니, 연정미를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정말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왜 목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걸까.게다가 고작 생일만 아니었다.원래도 손형원은 그런 유치한 날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 아니었다.‘난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쓸모없는 일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거지?’손형원은 망원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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