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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Author: 초향
연씨 형제 쪽이 집단 조롱을 받는 동안, 연태훈 쪽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면전에 대고 비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Z국에 있는 동안 연태훈은 며칠 내내 끝도 없는 전화 세례를 받았다.

온라인에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냐고 캐묻는 전화.

풍류를 즐길 줄 안다며 비아냥거리는 전화.

꽤 비밀을 잘 숨겼다며 빈정거리는 전화까지, 별별 소리가 다 몰려왔다.

대부분은 연태훈의 처지를 구경거리로 삼는 전화였다.

연태훈은 분통이 터져 아예 핸드폰 전원을 꺼 버렸다.

지금의 연씨 가문은 마치 동물원에 끌려 나온 곡예단 같았다. 누구나 멋대로 품평할 수 있고 농담거리로 삼을 수 있었다.

연태훈은 낯빛이 굳은 연재영을 돌아보았다.

“하지율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나?”

연재영이 시간을 확인했다.

“타고 있는 항공편이 곧 착륙할 겁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도착해요.”

사태의 전말을 알게 된 하지율은 결국 연재영의 전화를 다시 받았다.

이건 도망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이번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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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알아본 바로는 연재영 씨에게는 예전에 약혼했던 여자 한 명밖에 없었어.”“그리고 헤이서를 도와줄 사람으로 굳이 능력도 없이 처가에 기대려는 남자를 찾을 필요가 있어? 연재영 씨도 충분히 도와줄 수 있잖아. 지난번에 헤이서가 약에 취했을 때도 절대 그 틈을 타지도 않았잖아. 요즘 세상에 그렇게 올바르고 원칙 있는 남자 찾기 힘들어. 헤이서야, 넌 진짜 남자 보는 눈이 있네.”친구들이 한마디씩 칭찬을 쏟아 내자 헤이서는 점점 어깨가 으쓱해졌고 허영심도 제대로 채워졌다.헤이서도 연재영에 대해 따로 알아본 적이 있었다.연재영은 별다른 나쁜 소문도 없었고 줄곧 일에만 몰두해 온 사람이었다.사교계에서도 보기 드문 괜찮은 남자라는 평가가 많았다.동양 남자라서 그런 건지 연재영은 관계를 천천히 시작하는 편이었다.열 번 연락하면 일곱이나 여덟 번은 헤이서가 먼저 말을 걸었다.연재영은 늘 예의 바르고 정중했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느낌도 있었다.하지만 헤이서는 오히려 그런 점이 싫지 않았다.먼저 달려드는 남자들은 너무 많이 봐서 진작 질려 버렸기 때문이다.게다가 연재영은 일부러 밀고 당기며 관심을 끌려는 남자들과도 달랐다.연재영에게는 정말 자기만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있었다.지난번 연재영에게 도움을 받은 뒤로 헤이서는 연재영에게 큰 호감을 품고 있었다.그러던 얼마 전, 자기 라이벌까지 연재영에게 관심을 보이자 헤이서는 갑자기 위기감이 들었다.헤이서는 연재영 같은 남자를 놓쳐서는 안 됐다.그래서 헤이서는 곧바로 먼저 고백했다.연재영은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헤이서가 몇 번이나 적극적으로 다가간 끝에 마지못한 듯 교제를 받아들였다.헤이서는 이미 여러 번 연애를 해 봤고 첫사랑에 설레는 나이도 진작 지났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연재영에게는 오랜만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헤이서는 연재영을 데릴사위로 들어올 수 없다고 해도 상관없었다.연재영을 위해서라면 아버지를 설득할 생각이었고 필요하다면 아버지와 맞설 수도 있었다.헤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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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소린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하지율은 주용화와 헤어졌어도 평생 유소린을 완전히 잊지 못할 것 같았다.주용화와 관련된 모든 걸 애써 봉인해 둔다고 해도 어떤 흔적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법이었다.하지율은 여전히 곳곳에 주용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다.‘정말 화야 씨를 잊을 수 있을까?’유소린은 생각을 떨쳐 내고 말했다.“이 정보는 지금 우리한테는 진짜 중요해.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일부러 업무에서 문제를 만들어서 연경 그룹에서 우리 입지를 흔들려는 건가? 연정미를 위해 복수라도 하려고 그러는 걸까?”그러자 하지율이 말했다.“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닐 것 같아.”유소린은 단씨 가문 쪽에서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지율아, 혹시 모르니까 저쪽에서 요구하는 건 전부 거절해야 하는 거 아니야? 괜히 함정에 빠질 수도 있잖아.”하지만 하지율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요구하는 대로 해 줘. 나도 한번 보고 싶어.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유소린은 하지율의 속내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알겠다고 했다.그리고 바로 다음 날, 하지율은 고지후의 전화를 받았다.하지율은 이미 단서현이 또 무슨 움직임을 보이면 바로 알려 달라고 고지후에게 말해 둔 상태였다.“지율아, 단서현이 또 만나자고 연락했어. 너에 관한 중요한 비밀을 알려 줄 게 있다면서 꼭 나오래.”하지율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시간은 정했어?”“아직이야. 나보고 정하라고 하더라.”하지율은 최근 벌어진 일들을 떠올리다 어렴풋이 뭔가를 짐작했다.“일단 만나겠다고 해.”하지율 때문이 아니었다면 고지후는 애초에 단서현 같은 여자와 엮일 생각조차 없었을 것이다.“알겠어.”30분쯤 지나 고지후에게서 약속 시간과 장소가 담긴 메시지가 왔다.사흘 뒤, M국의 한 고급 프라이빗 클럽이었다.마침 그 무렵, 갑자기 프로젝트 담당자를 바꾼 협력 업체에서도 유소린에게 연락이 왔다.유소린이 하지율에게 말했다.“저쪽에서 전에 정한 계약금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022화

    단성훈은 단서현의 속셈을 이미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서현아, 괜히 멋대로 움직여서 정미의 일을 망치지 마.”그러자 단서현은 주변을 한번 살핀 뒤 목소리를 낮췄다.“정미랑 재영 오빠가 걱정하는 건 결국 연경 그룹에 손해가 가고 주주들한테 미움받는 거잖아. 그럼 하지율의 추문을 밖에 공개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야? 일만 성공하면 하지율의 약점을 우리 손에 쥘 수 있어. 그러면 앞으로는 하지율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잖아. 하지율한테 아들이 있다는 것도 잊지 마. 이걸 윤택이한테 보여 주겠다고 협박하면... 하지율은 우리가 시키는 대로 다 할걸? 그게 진짜 정미를 도와주는 거 아니겠어?”단성훈은 그 말을 듣자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생각해 보니 그럴듯했다.하지율의 추문을 공개하지 않고 약점만 자신들이 쥐고 있으면 될 일이었다.나중에 하지율이 함부로 움직이려 할 때마다 그걸 빌미로 하지율을 협박해 얌전히 따르게 만들면 됐다.그러면 단성훈 자신도 손형원처럼 연정미를 위해 모든 걸 미리 정리해 줄 수 있는 것이다.단성훈의 표정을 본 단서현은 그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채고는 곧바로 말을 보탰다.“오빠, 걱정하지 마. 이건 전부 내가 혼자 생각한 일이야. 무슨 일이 생겨도 오빠한테까지 피해가 가지 않게 할게. 오빠는 하지율이 의심하지 않고 만날 만한 사람만 하나 섭외해 줘.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난 딱히 큰 욕심도 없어. 일이 끝나면 하지율을 협박할 수 있는 증거는 오빠한테 넘길게. 난 고지후 씨랑만 함께할 수 있으면 돼.”단성훈은 최근 자신이 연정미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단성훈도 역시 연정미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고 그저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이름 없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는 않았다.결국 단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단서현은 눈을 내리깔며 눈동자 깊숙이 스친 어두운 빛을 감췄다.연정미는 자기 집안의 이익은 조금도 손해 보기 싫어하면서 자신에게는 고지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021화

    “하지율이 교통사고를 꾸며 재영 오빠를 죽이려 했을 때는 가족 생각 같은 거 안 했잖아. 정미야, 네 약혼식 날에 삼각지대의 소씨 형제들을 데려왔을 때도 가족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하지만 연정미는 고개를 저었다.“서현아, 지금의 하지율은 우리가 건드리고 싶다고 마음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하지율은 지금 연경 그룹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어. 무슨 추문이 터지든 회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덮으려고 할 거야. 하지율은 지금 회사의 안정과 직결된 사람이야. 그런 사람을 건드리는 건 연경 그룹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단서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하지율은 네 추문을 그렇게 거리낌 없이 퍼뜨려 놓고 왜 이제 하지율의 차례가 되니까 다들 겁부터 내? 하지율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것도 전부 주용화 덕분이잖아. 내가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얼굴 말고 하지율한테 뭐가 있어? 예전에는 지후 씨한테 기대고 살더니 이혼하고 나서는 주용화의 도움만 받아 왔잖아. 설마 다들 주용화한테 겁먹은 거야?”연정미는 속으로 짜증이 치밀었다.멍청한 사람과 대화하는 건 정말 피곤했다.단서현은 사업에 관여해 본 적이 없으니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연정미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설명했다.“좋아. 네 말대로 하지율이 여기까지 온 게 전부 주용화 덕분이라고 치자. 그래도 나와 하지율은 상황 자체가 달라. 하지율은 연경 그룹에서 나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고 핵심 업무까지 맡고 있어. 이제 하지율의 추문은 개인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회사 전체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야.”단서현이 다시 반박하려 하자 연정미가 말을 끊었다.“서현아, 네가 사업을 모르니까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야. 어쨌든 하지율의 문제는 나랑 오빠가 알아서 할게. 너는 지후 씨만 확실히 잡으면 돼.”단서현은 못마땅한 듯 입술을 삐죽였지만 더 이상 연정미와 말다툼하지 않았다.이야기를 모두 마친 뒤 연정미는 연재영과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020화

    최근에 연재영은 기분이 꽤 좋았다.모든 일이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연재영의 개인 저택 거실에는 연재영과 연정미, 단서현, 단성훈이 함께 앉아 있었다.도우미가 차를 내오고 자리를 비우자 연정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빠, 그쪽 일은 지금 어떻게 돼 가고 있어?”그러자 연재영의 얼굴에는 드물게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아주 순조로워. 헤이서 아가씨가 먼저 몇 번이나 만나자고 연락해 왔어.”연재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물었다.“아직도 만나러 가면 안 되는 거야?”연정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오빠도 괜찮은 여자들 많이 만나 봤잖아. 헤이서 아가씨도 마찬가지야. 좋은 조건의 남자들을 수도 없이 봤을 거야. 특히 지금 헤이서 가문의 상황을 생각하면 먼저 접근하는 유명 가문의 자제가 한둘이 아닐 거야. 다들 헤이서 아가씨와 결혼하면 사실상 헤이서 가문 전체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걸 아니까 말이야. 오빠의 조건도 물론 훌륭하지만 헤이서 아가씨의 특별한 관심과 진심까지 얻으려면 지금의 조건만으로는 부족해. 요즘은 먼저 달려들어서 비위를 맞추는 남자들을 워낙 많이 봤을 테니 그런 호의에도 이미 질렸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 오빠가 나타난 거잖아. 다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말이야. 별것 아닌 남자가 무심하게 굴면 괜히 잘난 척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오빠는 달라. 오빠는 집안이나 지위가 헤이서 아가씨한테 전혀 밀리지 않잖아. 애초에 자세를 굽히고 들어갈 이유가 없는 사람이니까. 그러니 헤이서 아가씨도 다른 구혼자들처럼 오빠를 가볍게 대하지 못할 거야. 급하게 굴 필요는 없어. 조금만 헤이서 아가씨가 더 애타게 하는 게 효과가 더 좋을 거야.”여자 마음을 읽는 데는 연재영도 연정미만큼 세심하지 못했다.연정미의 말을 들은 연재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네 말대로 할게.”연정미는 이번에는 단서현을 바라보며 물었다.“서현아, 너는 어떻게 돼 가고 있어?”그러자 단서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지후 씨가 너무 차갑게 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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