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191 - Chapter 200

221 Chapters

제191화

차주헌은 고개를 돌려 임서율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시선은 그녀의 오른쪽 뺨에 있는 상처에 머물렀고 따뜻한 손끝이 조심스레 그곳을 스쳤다. 임서율은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차주헌의 손은 허공에 머물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민망한 듯 천천히 손을 내렸다.임서율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어머니께서 대대로 전해 온 옥팔찌를 수진 씨에게 주셨더라. 기념으로 간직하시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자신이 따지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게 바보 취급을 당해도 되는 건 아니었다.그녀가 차씨 가문에 시집올 때 수많은 친척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혜정은 팔찌를 임서율에게 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주변에서도 말이 많았다. 이혜정은 기념으로 간직하고 싶다는 핑계로 귀걸이를 임서율에게 주면서 간신히 넘어갔다.하지만 임서율은 이혜정이 자신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팔찌를 주지 않을 거라 진작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따지지 않았다.하지만 이제 막 처음으로 집에 방문한 아무런 신분도 없는 강수진에게 그토록 소중한 팔찌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줬다니. 그렇다면 자신은 뭘까?차주헌은 미간을 문지르며 피곤한 듯 쉰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께서도 그냥 수진이가 처음으로 집에 놀러 왔는데 마침 줄 게 없어서 별생각 없이 준 거야.”“그럼 선물은 꼭 줘야 했어?”임서율은 고개를 들고 차주헌을 응시했다. 그의 미세한 표정 하나하나가 그녀 눈에 들어왔다.차주헌은 지쳤는지 한숨을 쉬었다.“팔찌 그렇게 좋으면 이제 똑같은 걸로 사줄게. 아니, 더 좋은 걸로 사자.”임서율의 얼굴에 비웃음이 스쳤다.“팔찌가 비싸서 내가 이런다고 생각해?”차주헌은 짜증 난 듯 넥타이를 잡아당겼고 임서율은 그가 간신히 화를 누르고 있는 걸 알아챘다.차주헌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그럼 이 얘기를 왜 하는 건데? 어머니 성격은 너도 알잖아. 신경 쓸 필요 없어.”임서율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고 목소리는 마치 죽은 듯 차가웠다.“아, 그렇구나.”임서율은 더는 싸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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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이혜정은 임서율이 식사에 초대됐다는 말을 듣자 경계심이 가득한 눈매로 그녀를 바라봤다.“어떤 친구? 설마 하도원이야?”가방을 들던 임서율의 손은 멈칫했지만 못 들은 척 발걸음을 옮겼다.이혜정의 얼굴은 순식간에 분노가 번졌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임서율, 거기 서!”하지만 임서율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집을 나섰다.평소 우아하고 기품 있던 이혜정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온몸을 떨면서 손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가리켰다.“이... 이게 버릇없게!”장희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사모님, 잊으셨어요? 아가씨께서 입 모양은 읽을 수 있어도 소리는 들을 수 없어요.”그제야 이혜정은 생각이 났다. 하지만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보면 볼수록 화가 나. 도대체 누구를 믿고 저렇게 당당한 건지. 예전엔 임씨 가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집의 친딸도 아니잖아.”그러고는 곧장 강수진을 달래기 시작했다.“걱정 마. 임서율이 널 어떻게 하지 못해. 임서율이 예전에 주헌이 때문에 청력을 잃었기 때문에 주헌이가 조금 미련이 남았을 뿐이야. 결국 중요한 건 네 뱃속에 있는 아이야.”강수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난 괜찮아요. 그냥 주헌이 곁에서 아이 잘 낳고 싶을 뿐이에요. 서율 씨랑 다툴 생각 없어요.”이혜정은 흐뭇한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넌 정말 속 깊은 아이구나.”임서율은 차씨 가문의 저택을 나서자 문득 눈에 익은 차 한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분명 하도원의 차는 아닌 듯했다. 그가 괜히 차씨 가문에 올 이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라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마침 그녀가 부른 차도 도착했기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기사에게 타투샵으로 가라고 했다.그녀가 가게에 도착했을 때 사장님은 막 문을 닫으려던 참이었다. 며칠 뒤면 그녀는 이곳을 떠나야 하고 그사이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아직 좀 남아 있었기에 더 이상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지갑에서 몇 장의 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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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사장님은 궁금한 듯 물었다.“아가씨, 요즘 무슨 일 있었어요? 남자 친구랑 싸웠죠?”임서율은 이를 악물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이 문신이 이렇게 큰 상처가 될 줄은 몰랐어요.”만약 그녀가 이 나비 문신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나비 문신은 그녀의 운명이자 그녀의 재앙이었다. 사장님은 이 문신이 정말로 임서율에게 큰 문제를 안겨 줬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래도 괜찮아요. 문신을 지우면 인생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임서율은 온몸이 굳어 손등에 핏줄이 일어났고 이마에서는 콩알만 한 땀방울이 떨어졌다. 그녀는 힘들게 말했다.“네, 제 인생은 곧 다시 시작될 거예요.”두세 시간이 지난 뒤 임서율은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간 듯했다. 사장님은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기 이를 데 없었고 입술에는 핏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사장님은 그녀에게 물 한 컵을 건넸다.“아가씨, 진짜 대단하네요. 용기 있어요.”임서율은 떨리는 손으로 물을 받으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사장님, 감사해요.”“괜찮아요. 요 며칠 물 닿지 않게 조심하고 푹 쉬세요.”계산하고 타투숍을 나서니 어느새 밤은 깊어졌다. 그녀는 한참을 걸은 후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내가 뭐랬어. 저 여자 대답 안 한다고 했잖아. 근데 넌 꼭 들이대더라.”“맞아. 저 여자 경찰 부를 뻔했잖아.”“이 밤에 길가에 서 있길래 뭐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난 당연히 몸 파는 줄 알았지.”“야, 봐 봐. 저기 예쁜 여자 있어. 진짜 예뻐.”임서율은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더 커졌다.“이미 갔어!”“어서 따라가.”아무리 빨리 걸어도 임서율은 그 남자들을 따돌릴 수 없었고 순식간에 그들에게 둘러싸였다. 당황한 임서율은 습관적으로 차주헌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고 차주헌이 받았는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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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임서율은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움켜쥔 채 뒷걸음질 치며 최대한 침착하려 애썼지만 온몸이 떨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다가오지 마! 이상한 짓이라도 하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신고? 그럼 해보든가. 네 신고가 빠를까 아니면 우리가 빠를까?”임서율은 휴대폰을 꼭 쥔 채 앞에 있던 남자를 밀쳐 내고 황급히 도망쳤고 떨리는 손으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저 지금... 아악!”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의 등을 발로 차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쳤다. 손바닥의 상처가 바닥과 심하게 스쳐 그녀는 고통스러워 숨을 들이켰고 온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찌릿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갑자기 누군가가 머리채를 잡아당겨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아!”임서율은 고통스러워 신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야구 모자를 쓴 남자는 목적을 이룬 듯한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담배 냄새가 배어 있는 거친 손바닥으로 임서율의 희고 투명한 얼굴을 툭툭 쳤다.“뭐 하러 도망쳐? 네 가냘픈 몸으로 우리한테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그는 턱짓으로 옆에 있는 두 사람에게 신호를 보냈다.“골목 안으로 데려가.”임서율의 양팔은 두 남자에게 붙잡혀 어두운 골목으로 끌려갔다. 그녀가 칠흑같이 어두운 골목을 쳐다보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곳은 마치 거대한 심연 같았고 두려움은 덩굴처럼 얽혀 숨조차 쉬기 힘들어 큰 소리로 거리에 외쳤다.“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그녀의 절망에 찬 목소리는 밤거리에 울려 퍼졌지만 남자들과 맞설 수 없어 아무리 필사적으로 외쳐도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임서율의 마음은 마치 깊은 골짜기로 떨어진 듯이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웠다.남자들이 그녀의 옷을 잡아당기기 시작하자 끝없는 밤 속의 그녀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임서율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뜨거운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렀다.그때 갑자기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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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차주헌이 아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하도윤은 도대체 어떻게 안 걸까?하도윤은 다리를 꼬고 몸을 느긋하게 기대어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찍어 본 거예요.”임서율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호기심이 발동했다.“빨리 말해 줘요. 나비 문신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문신은 그녀가 대학 시절 유행을 따라 한 것이었고 반에 많은 여자 친구들도 했었다. 원래 백합꽃 문신을 하고 싶었지만 반 친구 대부분이 백합을 선택한 탓에 결국 그녀는 나비를 택했다.하도윤은 팔짱을 끼고 좌석에 기대어 웃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누군가에게 집요하게 캐묻는 건 그녀 스타일이 아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하도윤이 말할 생각이 없다면 굳이 캐묻고 싶지 않았다.차가 교차로 근처에 다다랐을 때 하도윤이 물었다.“데려다줄까요?”임서율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주헌을 생각하자 눈빛마저 서늘해졌다.손에 꼭 쥐고 깨진 화면의 휴대폰을 통화 기록을 확인했지만 그의 전화는커녕 문자 한 통도 없었다. 아까 그렇게 다급하게 말했는데 친구라도 한 번쯤은 다시 전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뜨거운 눈물이 눈가에 맺히자 임서율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억지로 참았다.“네.”하도윤은 비서에게 차를 약국 앞으로 세우게 하고 상처를 소독할 약을 사 오게 했다. 비서의 약 봉투를 받고 그는 옆에 있는 마트를 가리켰다.“생수 두 병 사 와. 하나는 상온으로.”“네.”비서가 다시 나가자 하도윤은 약 봉투를 열어 연고를 꺼냈다.임서율은 아직도 떨고 있었는데 추위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애써 버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도윤은 그녀의 상태를 단번에 알아챘다. 그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 주었다. 그 순간, 임서율은 차가운 몸이 따스함에 감싸이는 듯했다. 그녀가 감사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하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중에 깨끗하게 손빨래해서 돌려줘요.”마지막 몇 글자에 살짝 힘이 실려 있었다. 임서율은 웃음이 나왔지만 그 웃음은 어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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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마치 임서율의 말을 믿기 힘들다는 듯 하도윤은 눈썹을 찌푸렸다.“정말이에요?”임서율은 마치 믿어 주지 않을까 봐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에요. 그런데 아까 하 대표님께서 내 말을 끊었잖아요.”그 말에 하도윤은 자신이 착각했음을 깨닫고 슬쩍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아.”자기 착각에 대해 전혀 당황하거나 민망해하지 않았다.임서율은 속으로 살짝 감탄했다.‘이 남자는 민망하다는 감정 자체가 없나 봐.’만약 자기였으면... 임서열의 머릿속은 이미 상황이 그려졌다. 만약 자신이 그런 착각을 했다면 아마 땅속에라도 숨고 싶었을 것이다.그때 하도윤이 고개를 숙여 연고 뚜껑을 열더니 임서율의 손바닥을 잡아끌었다.임서율은 눈을 내리깔고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할게요.”“쓸데없이 부끄러워하긴. 귀찮게 하지 마요.”하도윤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잘생긴 얼굴에 짜증 섞인 기색이 스쳤다.임서율은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뭐든 깔끔하게 처리하는 성격이라 계속 머뭇거리거나 우물쭈물하다가 좋은 말을 듣지 못할 것 같았다.임서율은 떠나기 전까지 하도윤을 건드리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해 순순히 손을 내밀어 약을 발라 달라고 했다.임서율의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하도윤이 약을 바르는 손길이 유난히 조심스러운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성격으로 어떻게...임서율은 아마도 아까 남자들에게 크게 놀라 정신이 혼미해져 하도윤이 괜히 괜찮아 보였던 것 같았다.하지만 두 사람은 말없이 차 안에 적막만 감돌았고 임서율은 점점 불편해졌다.그녀는 아까 하도윤과 마주친 일을 떠올리며 그에게 물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떻게 그런 데에 있었어요?”하도윤은 순간 멈칫하며 말했다.“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원래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가기로 했는데 서율 씨 때문에 망쳤어요.”그는 부드럽게 면봉으로 상처 부위를 조심스레 문질렀다. 그녀는 오히려 따갑다기보다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하도윤의 일을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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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그동안 해성에는 거의 오지 않았었고 결혼한 뒤로는 온 신경이 차주헌과 일에 쏠려 있어 정작 자신의 삶은 온데간데없어졌다.술이라도 한잔하고 싶을 때 생각나는 사람은 오직 양지우뿐이었다.하지만 양지우의 사정을 생각하면 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양지우는 집안일에 치여 사느라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결국 같이 술 마셔 줄 수 있는 사람은 하도윤밖에 없었다.하도윤은 머쓱한 듯 눈썹을 살짝 들썩였다.“임서율 씨가 이렇게 용감한 줄은 몰랐네요.”“그냥 술 한잔하는 거잖아요. 무슨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도 아니고.”그때 비서가 물 두 병을 들고 걸어왔다.하도윤은 물을 받아 들고는 차 문을 열며 말했다.“먼저 들어가.”비서가 물었다.“대표님, 어디 가세요?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됐어. 끝나면 내가 전화할게.”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비서가 떠난 후 하도윤은 임서율에게 물을 건넸다.“이 시간쯤 되면 비서 아내는 출근해야 해서 집으로 돌아가 애 봐야 해요.”임서율은 속으로 조금 놀랐다. 하도윤이 이런 배려심 있는 사람이었나? 하지만 생각해 보니 하도윤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사실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좋다고 하기에는 지난번 분명히 한종서가 그녀를 괴롭히는 걸 보고 말릴 수도 있었는데 그냥 못 본 척 지나쳤다. 그런데 오늘은 또 이렇게 도와주고 있다. 좋다 나쁘다고 말하기에는 늘 중간 어딘가를 맴도는 것 같아 그녀는 참 판단하기 어려웠다. 임서율은 궁금해져 물었다.“그럼 평소에도 이 시간쯤 되면 비서를 먼저 보내요?”“가끔요. 내가 급한 일 있을 때면 어쩔 수 없이 끝까지 함께 해요.”그는 운전석 문을 열고 타더니 고개를 돌려 말했다.“앞자리로 와요.”임서율은 이상하게 느껴져 물었다.“왜요? 여기가 편해요.”“공기랑 말하는 거 싫거든요. 게다가 내가 고개 돌리면서 운전하는 걸 원하지는 않을 거잖아요?”하도윤의 말에 머릿속에 위험한 장면이 떠올렸다. 운전하다가 정신이라도 팔리면 한순간에 목숨이 날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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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임서율은 직원 뒤를 따랐고 직원은 친절하고 꼼꼼하게 설명을 이어갔다.“손님은 체형도 좋고 얼굴도 예쁘셔서 어떤 옷을 입으셔도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이 원피스 한번 보실래요? 허리 라인이 딱 잡혀 있어서 라인이 정말 예쁘게 나와요. 게다가 피부도 하얘서 이 색이 더 잘 받으실 거예요.”임서율은 이 늦은 밤까지 직원이 퇴근하지 못한 게 미안해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결정했다.“좋아요. 이걸로 할게요.”직원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속으로 까다로운 손님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원시원하다고 생각했다.임서율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직원의 눈은 번쩍 뜨였고 방금 전까지의 졸음은 한순간에 사라졌다.“손님, 이 원피스 정말 잘 어울리세요. 마치 손님을 위해 맞춘 옷 같아요.”드레스 자체는 단순한 끈 원피스였고 위에는 깃털 같은 장식이 겹겹이 덧대어진 디자인이었다.임서율은 키가 크고 마른 듯하면서도 군살 없는 탄탄한 몸매라 옷맵시가 아주 좋았다. 특히 희고 길게 뻗은 다리는 직원도 넋을 놓게 되어 순식간에 졸음이 싹 달아났다.“정말 예쁘세요. 사실 이 원피스는 아무나 소화하기 어렵거든요. 전에 입어 본 사람들도 많았는데 항상 뭔가 2% 부족했거든요.”임서율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 그럼 이걸로 할게요.”그녀는 별로 가리지 않았다.직원이 계산하려고 준비하던 그때.“잠깐.”하도윤이 다가와 팔짱을 낀 채 임서율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차갑게 말했다.“다른 걸로 갈아입어요. 좋기는 긴 원피스에 끈 없는 걸로요.”임서율과 직원은 말이 없었다. 직원은 당황했지만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했다.“네, 그럼 다른 옷으로 가져다 드릴게요.”이번엔 상하의가 나뉜 좀 더 단정한 스타일이었고 윗도리는 회색 니트 반팔이며 아래는 같은 계열 색상의 플리츠 스커트였다.그래도 그녀의 길고 하얀 다리는 여전히 도드라져 보였고 특히 다리 라인이 아주 예뻤다.직원은 오랜 시간 옷을 팔면서 이렇게 예쁜 다리는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임서율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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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필요하면 말해요. 무서우면 나한테 부탁해요. 내가 선심 써서 같이 가 줄게요.”하도윤은 긴 몸을 소파에 기대고 앉았고 머리 위 조명 아래서 그의 턱과 이목구비가 그림자에 가려졌지만 더 관능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그는 어디 가든 왕의 포스를 풍겼지만 그럴 자격이 충분했다.임서율이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괜찮아요.”하도윤은 몸을 다시 기대며 강요하지 않았다.임서율은 직원의 안내를 따라 화장실로 갔다가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10분 전에 차주헌이 보낸 메시지가 와 있었고 잠시 그녀의 차가운 마음이 녹는 듯했지만 메시지 내용을 읽자마자 다시 얼어붙었다.[서율 씨, 엄마 몸이 좀 안 좋아서 병원에 가려 했는데 주헌이가 밤에 혼자 두는 게 걱정돼서 나를 병원에 데려다 줬어요. 주헌이한테 무슨 일 있어요?]임서율은 어깨를 들썩이며 씁쓸하게 웃었다.남자는 실망하게 않을 것이다. 그저 계속 실망하게 할 뿐이다. 자신이 괴롭힘 당할 뻔한 순간에 그는 강수진 어머니 곁에 있었고 강수진이 밤에 혼자 있는 건 걱정하면서 정작 임서율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는 걸 차주헌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임서율은 손을 씻고 화장실을 나왔다. 자리에 돌아오자 하도윤이 여러 명의 여자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예전에는 이런 곳에서 여자만 손해 볼 거로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남자가 오히려 더 불리한 것 같았다. 여자들은 하도윤을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하지만 바의 여자들은 모두 아름다웠고 화려하고 매혹적인 외모에 몸매도 훌륭해 임서율도 부러워할 정도였다.여자들은 대담하게 하도윤에게 몸을 비비었고 심지어는 그의 다리에 손을 올리기도 했다. 이건 명백한 유혹이었다.임서율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무심결에 침을 삼켰다.‘요즘 여자들이 이렇게 개방적이었나? 만약 하도윤이 이 여자들을 모두 거느린다면 아마 완전히 빨려 들 거야.’머릿속에는 장면이 그려지며 너무 자극적이라고 느꼈다.그때 갑자기 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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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임서율은 하도윤이 자신을 방패막이 삼으려 한다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오늘 하도윤이 도와줬는데 이 정도 부탁도 안 들어주면 너무 염치없는 것 같았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불편한 감정을 꾹 눌러 다시 그의 무릎에 앉았다. 다행히 이곳은 조명이 어두워서 얼굴이 붉어진 것이 들키지 않았다.옆에 있던 몇몇 여자들이 임서율과 하도윤이 꽤 다정한 모습을 보자 궁금한 듯 물었다.“동생, 어디 소속이야? 마음에 든다 해도 순서라는 게 있잖아.”그중 빨간 끈 원피스를 입고 검은 웨이브 머리를 한 요염한 한 여자가 대놓고 말했다.임서율은 고개를 들고 당황스러움을 억눌렀다.“오해하지 마세요. 난 이 사람의 여자 친구예요.”“여자 친구?”누군가가 큰 소리로 웃었다.“동생, 그럴듯한 변명 좀 해봐. 우리도 이 사람 여자 친구야.”임서율은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다시 단호하게 말했다.“나 이 사람하고 같이 왔는데 왜 여자 친구가 아니죠?”하도윤은 그녀의 진지한 말투에 어이없다는 듯 이마를 짚고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임서율 진짜 너무 웃겨.’빨간 원피스 여자는 비웃듯 말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이분이랑 같이 들어 온 사람은 다 여자 친구겠네?”옆의 여자들도 웃음을 터트렸다.“맞아. 너 진짜 귀엽다. 생긴 것도 순진하고 말도 어쩜 그렇게 귀엽게 해?”“마음에 들었으면 우리한테 말해.”주변에서는 웃음소리가 퍼졌다.임서율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갔는지 다시 여자들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나, 이 사람의 여자 친구 맞아요!”하도윤도 태연하게 그녀의 등을 감싸안으며 낮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내 여자 친구예요.”하지만 두 사람의 말은 오히려 장난처럼 들릴 뿐이었다.한 여자가 지겨운 듯 말했다.“그만해. 동생, 자리 좀 비켜 줘. 마음에 드는 남자 있으면 말만 해. 소개해 줄게.”“맞아. 어린 남자, 순둥이, 아저씨 타입 다 있어. 원하는 대로 골라.”임서율은 솔직히 살짝 흔들렸다. 솔직히 그녀는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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