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의 모든 챕터: 챕터 251 - 챕터 260

317 챕터

제251화

진승윤은 차 문을 닫은 후 서류를 들고 별장으로 들어갔다.그러고선 서류를 하도원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대표님, 말씀하신 초안입니다. 문제없다고 하시면 내일 바로 업로드 가능합니다.”하도원은 두어 번 훑어보았다.“음... 12시 지나면 올려.”그와 임유나에 관한 기사 초안이었다. 요약하자면 두 사람이 아직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고 임씨 가문과 하씨 가문을 연결해 주는 내용이었다.이렇게 하면 임서율의 혐의를 완전히 벗겨줄 수 있었다.진승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별일 없으면 먼저 가 보겠습니다. 서율 씨께서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가 봐.”진승윤은 별장을 나서며 생각했다. 그는 하도원이 임서율을 좋아하면서 왜 힘들게 뒤에서 도와주는지 이해되지 않았다.게다가 일부러 서류를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그를 보내 임서율을 태워 오게 했다.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하도원의 곁에서 오랜 시간 일해온 진승윤은 단번에 그 마음을 알아챘다.카톡으로도 충분히 전송할 수 있을 텐데 굳이 직접 오게 한 이유는 분명했으니까.진승윤은 밖으로 나와 임서율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죄송합니다. 조금 늦었네요. 이제 가시죠.”“네.”임서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진승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집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차에 탄 후 진승윤은 임서율에게 물 한 병을 건넸다.“드세요.”방금 케이크를 먹어 입안이 느끼한 참에 물을 받으니 단비처럼 느껴졌다. 하도원의 집에서는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던 임서율은 재빨리 손을 내밀어 물을 받았다.“고마워요.”임서율은 병뚜껑을 따고 벌컥벌컥 몇 모금 마셨고 금세 목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진승윤은 임서율을 시내까지 태워다 주었고, 양지우는 이미 스타 스퀘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임서율은 차에서 내려 정중히 진승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진 비서님,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별말씀을요.”만약 임서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하도원이 가만 안 둘 게 분명했으니 이렇게 하는 건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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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내가 된다고 하면 되는 거야. 얼른 사인해. 이미 이삿짐센터에 예약해 뒀으니까 한 번 둘러보고 문제없으면 이사 일정 잡아.”양지우는 그 말에 감동을 받아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전생에 좋은 일을 정말 많이 해놨나 봐. 그게 아니면 어떻게 너 같은 친구를 만나겠어.”그녀는 임서율을 꽉 끌어안으며 환하게 웃었다.“내가 이렇게 좋은 집에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임서율은 양지우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잘됐네. 이제 이 집에서 마음 편히 살아. 계약 기간은 5년이니까 앞으로 5년 동안 집 구할 걱정은 안 해도 돼.”“월세도 안 올릴게.”양지우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어떻게 너 같은 사람이 내 친구일 수가 있지? 믿기지 않아. 나 지금 너무 행복해.”임서율은 부랴부랴 관련 서류들을 건넸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양지우가 물었다.“너 요즘 왜 이렇게 바쁜 거야? 대체 뭘 하고 있는 건데?”임서율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음... 별거 아니야. 그냥 잡다한 일들이 많아서 정신이 없네. 알다시피 하 대표님이랑 큰 이슈가 터졌잖아. 아직도 잠잠해질 기미가 안 보이는데 이 부정적인 여론을 어떻게든 수습해야 하니까...”양지우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긴 하네. 나도 그날 너랑 하 대표님 기사 터진 거 보고 깜짝 놀랐어. 성운 그룹이랑 재호 그룹 둘 다 운성에서 영향력이 크잖아. 네가 갑자기 그런 막강한 사람들과 엮이다 보니 언론에서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지.”내일이면 이 일이 해결될 거라는 생각에 임서율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괜찮아. 내일이면 다 정리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양지우는 그 말을 듣고 문득 임서율이 보낸 메시지가 떠올라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곧이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너 설마 하 대표님이랑 진짜로... 그런건 아니지? 이번 스캔들 해결해 달라고 부탁한 거야?”임서율은 머릿속이 뒤엉킨 듯 혼란스러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앞부분은 틀렸고 뒷부분은 맞아.”양지우는 더욱 의아해했다.“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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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여기 있을 줄 알았어.”임서율은 양지우를 이 시간에 데리고 온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차주헌이 왔을 때 집에 없었다면 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임서율은 이상한 눈빛으로 차주헌이 들고 있는 장미를 바라봤다.“왜 갑자기 장미를 사 왔어?”“잊었어? 이틀 후면 우리 기념일이잖아. 아직 때는 아니지만 깜짝선물을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이게 다가 아니야. 다른 것도 준비해 뒀으니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만 알아둬.”차주헌은 장미를 임서율 앞으로 내밀었다. 임서율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손을 내밀어 꽃을 받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는 설렘 같은 건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평온했고 아주 무표정하게 차주헌의 손에서 장미를 받아들었다.“고마워.”“그리고 이것도. 이리 와봐.”차주헌은 임서율을 TV 앞으로 끌어당겼고 USB를 연결하자 곧 화면에 영상이 나타났다.영상 속에는 대학 시절 과잠을 입고 헤드폰을 낀 채 단어를 외우고 있는 임서율이 있었다. 이때 갑자기 뒤에서 친구들이 몰려오더니 한 여학생이 그녀를 붙잡았다.“율아. 빨리 가자. 쟤들이 장난칠 것 같아.”임서율은 어리둥절한 채로 끌려 나갔고 남학생들은 차주헌을 밀어 앞으로 내세웠다.양쪽에서 두 사람을 밀어붙였고 일부 남학생들은 큰 소리로 떠들며 차주헌의 머리를 임서율의 얼굴 쪽으로 눌렀다.그러고선 모두가 한마음으로 소리쳤다.“뽀뽀해. 뽀뽀해.”임서율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사람들 속에 갇혀 움직일 수 없었다.그렇게 혼란 속에서 두 사람은 입을 맞췄다.“봤어? 입술이 닿았잖아. 진짜 했나 봐.”아무도 그때의 느낌을 알지 못할 것이다. 첫사랑의 설렘이랄까?하지만 그 추억들은 마치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우스운지, 임서율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비웃는 듯했다. 고작 차주헌 같은 인간 때문에 청각을 포기했으니...무표정으로 이 모든 걸 바라보는 임서율과 달리 차주헌은 추억에 잠긴 듯 미소를 지으며 완전히 그 영상 속에 빠져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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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임서율은 고개를 돌려 차주헌에게 말했다.“번거롭게 뭘 이런 것까지 준비해. 우린 지금도 잘 만나고 있잖아.”사실 임서율은 차주헌에게 이런 같잖은 연극은 멈춰달라고 말하고 싶었다.차주헌의 연기는 전혀 감동적이지 않고 오히려 역겨울 뿐이었다.차주헌은 애정 어리게 임서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바보야, 어떻게 번거로울 수가 있어. 우리가 7, 80살이 되었을 때 이걸 다시 꺼내보면 엄청 좋은 추억이 될 거야.”임서율은 속으로 비웃었다. 차주헌의 애틋한 표정과 다정한 눈빛이 낯설게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그 말이 진심인지 묻고 싶었다. 7, 80살? 강수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나이가 들었을 때 두 사람의 다사다난한 연애사를 영상으로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차주헌의 끈질긴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말릴 수도 없을 것 같아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응. 네가 좋다면 나도 좋아.”“사모님, 그럼 저와 저녁 식사할 시간은 있으신가요?”“나한테 줬던 선물은 오늘 밤에 열어봐도 되지?”차주헌의 ‘사모님’이라는 호칭은 매우 무게감 있었고 이 단어만으로도 임서율은 그의 애정이 느껴졌다.만약 차주헌과 강수진의 관계를 미리 알지 못했다면 정말로 이런 달콤한 말에 속았을지도 모른다.차주헌은 늘 임서율을 위해 꿀단지를 준비했고 임서율은 그 달콤함을 못 이겨 점점 정신을 잃어갔다. 구석에 서 있던 양지우는 자신이 방해된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자리를 떴다.임서율이 정신을 차렸을 때 양지우는 이미 그곳에 없었고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지우가 있어야 차주헌을 거절할 구실이 될 텐데...’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됐어. 그냥 마지막 이별 식사라고 생각하자.’“가자.”함께 떠나려는 순간 차주헌이 멈춰서서 물었다.“꽃은?”순순히 넘어갈 줄 알았던 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사랑을 상징하는 빨간 장미와 달리 그들 사이엔 사랑 대신 거짓만 가득했다.빨간 장미를 들고 있으면 마치 초라한 자신을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들어 차주헌이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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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차주헌은 두 사람의 과거에만 심취하여 더 이상 자신이 임서율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임서율은 씁쓸함이 밀려왔다. 만약 차주헌이 지금도 그녀를 사랑했다면 이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모든 것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행복해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차주헌이 하는 모든 것은 임서율에게 너무나도 역겹고 가식적으로만 느껴졌다.물론 괴로운 건 차주헌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이런 깜짝이벤트를 준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을 텐데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 애틋한 연기까지 해야 하니 얼마나 괴로울까?그러나 생각과 달리 차주헌은 만족스럽게 입가를 올리며 임서율에게 물었다.“좋아?”임서율은 다시금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응. 좋아.”차주헌은 임서율의 손을 잡고 창가로 이끌었다. 밖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고 차주헌은 임서율 곁에 서서 갑자기 손가락을 튕겼다.곧이어 바깥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고 임서율은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하늘에는 화려한 불꽃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오색찬란한 불꽃이 임서율의 눈에 들어왔고 그녀는 놀라서 입을 가린 채 밤하늘에 하나둘씩 아름답게 빛나는 불꽃을 바라봤다.차주헌은 수화로 임서율에게 말했다.“더 예쁜 것도 있어.”임서율은 의아한 표정으로 차주헌을 바라봤다.다시 한번 굉음이 울려 퍼지자 차주헌은 임서율의 어깨를 톡톡 치며 하늘을 가리켰다.하늘을 보니 화려한 불꽃이 터지며 글자를 만들고 있었다.[임서율,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사랑해가 아닌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글에 임서율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점차 굳어졌다. 차주헌은 강수진이 이걸 볼까 봐 걱정었던 모양이다.그는 임서율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마음에 들어? 율이가 좋아했으면 좋겠다.”임서율은 목이 메어 간신히 몇 글자를 내뱉었다.“너무 기뻐.”차주헌은 서서히 임서율에게 다가갔고 그의 뜨거운 숨결이 얼굴에 닿자 임서율은 단번에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챘다.그 시각 뒤에 있던 종업원들이 감탄사를 터뜨렸다.“사모님이 정말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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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임서율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한편으로는 지난 몇 년간 아이를 가질 계획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 상황일지 상상이 갔다.갓난아이가 태어난 시점에 자신의 남편이자 아아의 아빠가 다른 여자와 함께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출산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어쩌면 임서율과 아이는 버려진 것처럼 외로이 긴 밤을 보내야 할 것이다.여자에게 아이는 약점이나 다름없으니까.그러니 홀몸인 지금이 참 다행이다. 최악의 경우 이혼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그만이다.차주헌도 종업원들의 말을 들은 듯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채로 임서율에게 물었다.“임신했어?”임서율은 곧바로 부정하려 했지만 문득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차주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그래서 일부러 애매모호하게 답했다.“글쎄? 별로 신경 안 써서 모르겠네.”“내일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자.”차주헌은 임서율을 부축해 의자에 앉혔고 임서율은 안색이 어두워진 차주헌을 바라봤다. 아빠가 된다는 기쁨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왜? 내가 임신하는 게 싫어?”“아니야.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임신이 안 됐는데 갑자기 아이가 생겼다는 게 이상해서...”차주헌은 농담처럼 그 말을 꺼냈지만 임서율은 그 속에 숨은 뜻을 알아챘다.그래서 일부러 화난 척 싸늘한 표정으로 거침없이 차주헌에게 물었다.“내가 다른 사람의 아이라도 가졌다는 뜻이야?”그제야 자신의 반응이 이상했다는 걸 깨달은 차주헌은 급히 설명을 덧붙였다.“그런 뜻은 아니야. 그냥 아이가 너무 갑자기 찾아온 것 같아서 당황했어. 율아, 게다가 난 아직 아빠가 될 준비가 안 됐어. 우리 조금 더 기다리는 게 어때?”임서율은 표정이 굳어졌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반응하면 차주헌이 진심을 숨길 것 같아 태세를 바꿨다.어차피 모든 게 연기에 불과하니 순순히 차주헌의 뜻대로 움직여야만 경계심을 풀지도 모른다.임서율은 맑고 투명한 눈에 약간의 서운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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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임서율은 입맛이 전혀 없는 상태로 식사를 이어갔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 때문에 온몸에 바늘이 돋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눈부신 플래시를 참다못해 눈살을 찌푸리며 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실례지만 사진 찍지 말아 주시겠어요?”차주헌은 임서율의 손을 잡고 수화로 말했다.“서율아, 이건 내가 준비한 거야. 너랑 하 대표의 일이 온라인에 너무 크게 번져서 이렇게라도 평판을 회복해 보려고.”차주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임서율을 위한 것처럼 들렸지만 임서율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게 정말 그녀의 평판을 위한 건지, 아니면 차주헌이 꾸며낸 변명에 불과한 건지.임서율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너는? 너도 저 사람들과 같은 생각이야?”차주헌은 잠시 멈칫하다가 웃으며 수화로 설명했다.“다 오해잖아. 내가 널 믿지 않을 리가 없지. 그리고 넌 내 아내야. 절대로 그 누구도 너를 함부로 대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알지?”너무나 그럴듯한 말에 임서율은 꼬리를 낮추고 고개를 끄덕였다.“이해해. 나도 그냥 장난친 거였어.”그제야 차주헌의 찡그렸던 미간이 서서히 풀어졌다.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해다.“말 잘 듣네. 이따 쇼핑몰에 들를까? 신상이 새로 들어왔대.”임서윤은 손을 저었다.“됐어. 지우 짐 정리하는 거 도와줘야 해. 내일이 이사하기 좋은 날이더라.”차주헌은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직접 가서 정리해 주려고? 월세도 얼마 안 받는데 그냥 혼자 하게 냅둬. 게다가 정말 임신이라도 했다면 몸에 무리 가서 안 돼.”임서율은 그를 힐끗 보고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차피 안 가질 거니까 상관없어.”차주헌은 잠시 침묵하다가 임서율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달랬다.“율아, 네가 정말 이 아이를 원한다면 안될 것도 없지.”임서율은 차주헌의 답이 매우 억지스럽고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그럼에도 그녀는 일부러 너그러운 척하며 차주헌의 팔을 토닥이고 미소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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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먼저 가셨습니다. 운전 조심하라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종업원이 공손하게 대답했다.그러자 차주헌은 갑자기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뭔가를 생각하고선 곧바로 레스토랑을 나섰다.같은 시각, 임서율은 택시에 올라 기사에게 주소를 알려준 후 양지우에게 눈치껏 커버쳐달라는 문자를 보냈다.양지우는 여전히 걱정스러워했다.[서율아, 너무 위험한 것 같아. 만약 들키면 어쩌려고? 게다가 너 매일 밤 하 대표님이랑...]말끝을 흐렸지만 임서율처럼 똑똑한 사람은 무슨 뜻일지 금방 알아챌 거라고 생각했다.[오늘 내가 너한테 했던 말 기억하지? 내가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었어. 아마 괜찮을 거야.]왜인지 모르겠지만 임서율은 하도원이 남의 사정을 약점으로 잡아 위협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뿐더러 아무나 거두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양지우는 임서율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 워낙 분별력이 뛰어나니 알아서 잘 처리할 거라고 믿었다.[알겠어. 몸조심하고.]임서율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우연히 강아지 용품점을 발견했는데 순간 하도원이 기르는 율이가 생각났다.오늘 집을 나설 때 율이에게 간식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었다.남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밥부터 먹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강아지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임서율은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잠깐만 앞에서 세워주실 수 있을까요? 몇 분이면 됩니다.”운전기사는 거절하지 않았지만 연신 재촉했다.“그럼 빨리 좀 해주세요. 다른 승객도 기다리고 있거든요.”“감사합니다.”임서율은 급히 택시에서 내려 강아지 용품점으로 들어가 점원에게 강아지가 좋아하는 간식에 대해 물어봤다.하도원의 별장 앞에 도착하자 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기자들이 찾기 어렵고 안전한 건 맞지만 너무 외진 곳이었다.주변은 더없이 캄캄했고 가로등은커녕 지나가는 차량도 거의 없어 왠지 모를 소름이 돋았다.낮에는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밤이 되니 으스스했다. 임서율은 하도원이 잠들고 나면 이곳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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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임서율은 그제야 봉지에서 강아지용 소시지와 비스킷을 꺼냈다.율이는 먹을 것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더니 헐레벌떡 혀를 내밀며 침을 질질 흘렸다.임서율이 비스킷을 하나 주자 율이는 입을 벌려 순식간에 삼켜버렸고 그 모습에 임서율을 강아지를 먹이면서 하도원에게 물었다.“대표님, 평소에 밥을 제대로 안 주시는 거예요?”율이의 방금 전 행동은 며칠간 굶은 듯한 모습이었다.하도원은 율이를 힐끗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전생에 굶어 죽은 귀신이 붙었어요. 아무리 먹어도 배부를 줄 모르는 놈이거든요.”강아지는 하도원의 말을 알아들은 듯 바닥에 엎드려 반짝이는 눈으로 서럽게 그를 바라봤다.임서율은 그 눈빛에 마음이 약해져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됐어, 됐어. 그냥 장난친 거야. 아무도 널 싫어하지 않아. 어서 먹어.”그제야 강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식을 껴안고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하도원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생각보다 말을 잘 듣네? 그럴 거면 오늘밤 서율 씨 따라서 집 가.”율이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표정이 굳어진 하도원이 다시 한번 코웃음을 쳤다.“배은망덕한 자식. 하여튼 여자를 보면 걸음을 못 뗀다니까.”임서율은 하도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강아지와 다투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왜 그래요? 강아지랑 싸우면 속이 후련해요?”하도원은 몸을 살짝 돌리며 긴 다리를 편안하게 꼬았다.“내가 언제 싸웠어요? 증거 있어요?”하도원은 기분이 언짢은 듯 모든 말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어차피 곧 이곳을 떠날 예정이니 임서율은 굳이 하도원과 말다툼하고 싶지 않았다.강아지가 간식을 먹는 동안 임서율은 휴대폰을 꺼내 방금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으나 아직 답장이 없었다.보지 못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안 본 건지 알 수 없으나 지금은 이 방법뿐이었다.이미 이곳에 도착한 이상, 떠나도 문제가 될 테니 차라리 이 기회를 이용해 판을 뒤집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내일 있을 기자회견 도움도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웹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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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선택해요. 옆방 게스트룸에서 대충 자고 갈지, 아니면 내 차로 돌아갈지.”임서율은 무심결에 물었다.“그 한정판 스포츠카를 말씀하시는 거예요?”“지금은 그 차 한 대밖에 없어요. 평소엔 잘 안 오는 곳이라 다른 차는 여기에 없거든요.”임서율은 하도원이 그렇게 비싼 차를 자신에게 맡기려 한다는 것에 감동해 마음이 따뜻해졌다.하지만 곧 다음 순간, 하도원이 욕실 문을 열며 던진 한마디에 모든 감동이 사라졌다.“내일 아침에 마중 나와야 한다는 거 알죠? 여기 아침에 택시가 안 잡혀요.”그 말을 끝으로 욕실 문이 닫혔다.임서율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내일 밤은 직접 운전해서 오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차주헌이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 차에 무슨 수작을 해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다.이리저리 생각해도 적절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이때 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문에 비친 흐릿한 그림자에 시선이 고정되었다.선명히 보이지는 않지만 길쭉한 체구와 탄탄한 라인이 어렴풋이 보였다. 동시에 임서율의 머릿속에는 하도원의 팔자 복근과 치골이 그려졌다.‘미쳤나봐. 정신 차려.’하도원이 나오는 소리에 임서율은 급히 몸을 돌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는 척했다.하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재빨리 일어나 하도원을 주시했다.“상처가 다 낫지도 않았는데 왜 샤워해요?”그의 몸매만 보고 있다가 정작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하도원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나중에 붕대를 다시 감으면 돼요.”“의사 선생님도 분명히 말씀하셨잖아요. 지금은 상처에 물이 닿으면 안 된다고.”임서율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도원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붕대를 풀었다. 상처는 물에 불은 듯 다른 부위보다 하얗게 부풀어 있었다.다행히 피가 새어 나오지는 않아 임서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시 감아줄게요. 일주일 정도는 씻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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