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율은 고개를 돌려 차주헌에게 말했다.“번거롭게 뭘 이런 것까지 준비해. 우린 지금도 잘 만나고 있잖아.”사실 임서율은 차주헌에게 이런 같잖은 연극은 멈춰달라고 말하고 싶었다.차주헌의 연기는 전혀 감동적이지 않고 오히려 역겨울 뿐이었다.차주헌은 애정 어리게 임서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바보야, 어떻게 번거로울 수가 있어. 우리가 7, 80살이 되었을 때 이걸 다시 꺼내보면 엄청 좋은 추억이 될 거야.”임서율은 속으로 비웃었다. 차주헌의 애틋한 표정과 다정한 눈빛이 낯설게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그 말이 진심인지 묻고 싶었다. 7, 80살? 강수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나이가 들었을 때 두 사람의 다사다난한 연애사를 영상으로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차주헌의 끈질긴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말릴 수도 없을 것 같아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응. 네가 좋다면 나도 좋아.”“사모님, 그럼 저와 저녁 식사할 시간은 있으신가요?”“나한테 줬던 선물은 오늘 밤에 열어봐도 되지?”차주헌의 ‘사모님’이라는 호칭은 매우 무게감 있었고 이 단어만으로도 임서율은 그의 애정이 느껴졌다.만약 차주헌과 강수진의 관계를 미리 알지 못했다면 정말로 이런 달콤한 말에 속았을지도 모른다.차주헌은 늘 임서율을 위해 꿀단지를 준비했고 임서율은 그 달콤함을 못 이겨 점점 정신을 잃어갔다. 구석에 서 있던 양지우는 자신이 방해된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자리를 떴다.임서율이 정신을 차렸을 때 양지우는 이미 그곳에 없었고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지우가 있어야 차주헌을 거절할 구실이 될 텐데...’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됐어. 그냥 마지막 이별 식사라고 생각하자.’“가자.”함께 떠나려는 순간 차주헌이 멈춰서서 물었다.“꽃은?”순순히 넘어갈 줄 알았던 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사랑을 상징하는 빨간 장미와 달리 그들 사이엔 사랑 대신 거짓만 가득했다.빨간 장미를 들고 있으면 마치 초라한 자신을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들어 차주헌이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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