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261 - Bab 270

317 Bab

제261화

임서율은 하도원의 등에 붙은 붕대를 다시 떼어내고 상처를 처리했다. 그러나 웅크리고 앉을 때 강아지의 비스킷을 밝았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강아지는 비스킷을 발로 쿡쿡 찔러보았지만 빼내지 못했고 임서율은 하도원에게 집중한 탓에 강아지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그렇게 약을 바르려는 순간 갑자기 등 뒤에서 강한 힘이 느껴져 앞으로 휘청거리며 쓰러질 뻔했다.사람은 넘어질 때 본능적으로 버팀목을 찾기 마련이다.결국 임서율의 손은 하도원의 다리로 향했고 몸은 완전히 그의 등에 달라붙었다.하도원은 움직이지 않은 채 그저 고개를 살짝 돌렸다.“약 바르는 건 알겠는데 갑자기 왜 덮쳐요?”임서율의 얼굴이 확 불타올랐다.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겨우 허둥지둥 설명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율이가 절 밀어서...”하도원은 본능적으로 강아지를 찾아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다.그러니 임서율을 향해 의심 가득한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임서율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눈살을 찌푸렸다.‘벌써 도망간 거야?’이제 증거도 없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막말로 제가 대표님을 덮칠 이유가 없잖아요.”하도원은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이유가 필요해요?”임서율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하도원과 대화하는 건 소귀에 경 읽기를 하는 거나 다름없다.하도원은 설명을 들을 사람이 아닐뿐더러 아무리 설명해도 본인에게 접근하려는 계략이라고 착각할 게 틀림없다.임서율은 한숨을 쉬며 포기했다.“믿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곧이어 낮고 깊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는데 매우 매혹적이었다.“그럼 왜 허벅지에 손이 갔어요?” 임서율은 자신의 손이 무심결에 하도원의 허벅지, 그것도 지나치게 민감한 부위에 닿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라 황급히 손을 뗐다. 하얀 귓불마저 피를 묻힌 듯 새빨개졌고 온몸에 열기가 치솟아 식은땀이 흘렀다.임서율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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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하도원은 이상한 표정으로 임서율을 바라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서율 씨,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임서율은 단호하게 말했다.“알아요. 왜요? 뭐가 잘못됐어요? 대표님이 평소 집에서 옷을 입든 말든 상관없지만 적어도 이성인 제가 있는 상황에서는 신경 써주셔야죠.”하도원은 임서율의 말에 설득당한 듯 고민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요즘 시대에는 남자들도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하거든요.”임서율은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렸다.“그게 무슨 뜻이에요?”그 말은 마치 하도원에게 무슨 음흉한 속셈이라도 있는 것처럼 들렸다. 하도원의 미모가 굉장히 매력적인 건 쿨하게 인정하지만 임서율을 못 견디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 하도원의 괜한 걱정이다.하도원은 빈 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임서율을 무심결에 훑어보았다.“혼자 잘 생각해 봐요. 전 이만 자러 갈게요.”계단을 오르려던 하도원은 순간 좋은 생각이 난 듯 돌아서서 말했다.“오늘 밤은 붉은 노을 불러줘요.”머릿속에 가사가 떠오른 임서율은 표정이 굳으며 입가가 떨렸다.‘요즘 누가 그런 노래를 들어. 하여튼 이상하다니까?’‘됐다. 그냥 참자. 이틀만 지나면 다 끝이야. 평생 안 보면 그만이지.’그녀가 따라 올라가려는 순간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임서율과 하도원은 거의 동시에 현관을 바라봤다.시간도 늦었고 워낙 외진 곳이라 이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도대체 누구일까?하도원은 피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누구야?”“하 대표님, 저예요.”이 목소리는 임서율이게 너무나도 익숙했다. 차주헌이다.도대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이런 곳까지 찾아왔을까?줄곧 평온했던 임서율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하도원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차주헌이 여기 사는 거 알아요?”하도원은 눈살을 찌푸렸다.“모를 거예요.”임서율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에 숨이 막혀왔다.순간 머릿속이 하얘져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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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차주헌은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표정을 잔뜩 찌푸렸다.“무슨 뜻이죠? 정말 서율이랑 결혼하겠다는 건가요? 장난이라도 그런 농담하지 마세요. 하 대표님이 원한다 해도 할아버지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하도원은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의자에 기대어 말했다.“나 하도원이에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면서 행동하는 사람처럼 보여요?”차주헌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실 그는 하도원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커녕 어떤 일이든 자기 생각대로만 행동하는 사람이다.차주헌은 가끔 하도원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 적어도 하도원은 결과를 감당할 능력이 있었으니까.하지만 차주헌은 다르다.회사를 크게 성장시켜야만 비로소 회사를 물려받을 수 있으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차주헌은 여전히 믿기지 않은 듯 예리한 눈초리로 하도원을 주시했다.“설마 임서율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니죠?”하도원처럼 오만하고 냉철한 성격의 인물이 어떻게 임서율같은 이혼녀를 선택할 수 있겠는가?예전에 할아버지가 운성 최상류 집안 딸들을 하도원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었다. 만약 두 집안이 혼인 관계를 맺는다면 하도원은 운성에서, 아니 전국에서도 유명 인사가 될 수 있었지만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그 이유는 어느 누구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렇게 까다로운 남자가 어떻게 재혼녀를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연애 정도라면 모를까.임서율은 7년 동안 차주헌과 함께했고 무수한 밤을 함께 보냈다.차주헌은 하도원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다며 확신했다.빙그레 웃으며 눈썹을 치켜올린 하도원은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차주헌을 바라봤다.“맞춰봐요. 내 생각을.”차주헌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비록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만 여전히 하도원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아니, 사실 가족 중 그 누구도 하도원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위층 방에 있던 임서율은 문에 기대어 차주헌과 하도원의 대화를 조심스럽게 듣고 있었다.‘뭐야? 대표님이 방금 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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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하도원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대답했다.“강아지가 사고를 쳤나 봐요.”하지만 차주헌은 전혀 믿지 않았고 오히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하도원을 바라봤다.“서율이가 하 대표님 집으로 들어가는 걸 누군가 봤다고 합니다.”“잘못 봤겠죠. 그 사람 안 되겠네. 눈이 잘못된 거 아니에요? 임서율 씨가 왜 여길 오겠어요?”하도원은 전혀 추궁당하는 긴장감 없이 태연하게 답했다.그러나 하도원이 이렇게 말할수록 차주헌은 더 믿지 않았고 재빨리 말을 돌렸다.“화장실 좀 쓸게요.”그는 알고 있었다. 하도원의 집에는 위층 방에만 화장실이 있다는 것을.한밤중에 남녀가 같이 있다면 숨을 곳은 방뿐이다.하도원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싸늘하게 거절했다.“알다시피 제가 결벽증이 있어서요. 볼일은 집 가서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하도원은 말하며 졸린 듯 하품을 두 번 하고는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차주헌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의 등에 난 상처를 보았다. 붕대는 방금 감은 듯 새것처럼 보였고 하도원은 샤워까지 했으니 의심할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니다.혼자 사는 사람이 어떻게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까지 감는다는 말인가?임서율이 위층에 있는 게 분명하다.하도원이 계단을 오르는 순간 차주헌이 뒤따라가며 말했다.“너무 급해서 참을 수가 없네요.”그러자 하도원이 팔을 뻗어 그의 앞을 막아섰다.방금까지 온화하던 눈빛은 순식간에 날카로워졌고 이 급격한 변화를 알아챈 차주헌은 온몸이 그대로 얼어붙어 차마 걸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하도원은 마지막 쐐기를 박듯 싸늘한 눈빛으로 차주헌을 쳐다봤다.“내가 방금 한 말, 못 알아들었어요?”차주헌도 물러서지 않고 단호한 눈빛으로 하도원을 마주 보자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했다.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서는 와중에 갑자기 또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하도원은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함을 드러냈다.“차 대표, 대체 내 집에 몇 명이나 불렀어요?”차주헌 역시 당황한 표정이었다.“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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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어머, 대표님. 남녀 사이에 가급적이면 이런 터치는 삼가해줬으면 좋겠네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하도원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이 터졌다.곧이어 강수진은 위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차주헌도 뒤따라 올라갔다. 이번에는 하도원도 막지 않았다.위층은 총 두 개의 방이 있었고 강수진은 모든 문을 열어보며 꼼꼼하게 확인했다.그렇게 두 번째 방문을 열려는 순간 하도원의 차갑고 싸늘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이봐요, 그쪽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그 안에 임서율 씨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냐고요.”하도원의 경고를 알아챈 강수진은 문고리를 잡은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비록 말투는 강압적이지 않았지만 그 포스에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망설이게 되는 건 사실이나 임서율이 분명히 안에 있을 텐데 이대로 포기하면 좋은 기회를 놓치는 셈이라 하도원의 경고를 무시하고 단호하게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예상대로 욕실에서는 물소리가 들려왔고 강수진은 차주헌을 돌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주헌아, 서율 씨 여기에 있나 봐.”차주헌은 강수진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었다.어두운 표정으로 방 안에 들어선 차주헌은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강수진이 앞으로 나가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차주헌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귀가 안 들리잖아. 문 두드려봤자 소용없어.”강수진은 이제야 차주헌의 눈에 담긴 분노를 읽었고 그 분노는 마치 뼛속까지 스며들듯 너무 강렬하여 어쩔 수 없이 손을 거두었다.“미안. 깜빡했어.”하도원은 그들을 지나쳐 방 안으로 들어가 태연하게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었다.아주 평범한 행동이었지만 차주헌의 가슴속에서는 이유 모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남의 아내가 욕실에서 샤워하고 있는데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그러나 하도원은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했고 그의 얼굴에서는 어떤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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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이미 화를 내려고 준비하던 차주헌은 안에 있는 사람을 보자마자 강수진과 함께 얼어붙었다.안에 있는 사람은 임서율이 아니라 임유나였다.다행히 임유나는 이미 옷을 입은 상태였지만 차주헌을 보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형부, 왜... 노크도 없이...”차주헌이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여기서 뭐 해요?”“전 하 대표님을 만나러 왔는데 형부는 왜 오신 거예요?”임유나는 자연스레 욕실에서 나왔다.그 시각 강수진은 얼어붙은 채로 입을 열어 물었다.“서율 씨는요?”“언니를 찾으시는 거면 전화를 먼저 하시지 그랬어요?”임유나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으며 말했다.이 장면은 임서율이 하도원과 함께 있는 것만큼이나 차주헌과 강수진에게 충격적이었다.그러나 설명을 듣기도 전에 밖에서 또다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한 무리의 기자들이 달려 들어와 하도원과 임유나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고 눈부신 플래시에 임유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가리며 소리쳤다.“정말 너무들 하시네요. 어떻게 허락도 없이 함부로 들어오실 수 있죠?”임유나가 무슨 말을 하든 기자들은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계속 셔터를 눌렀다.곧이어 기자들의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차 대표님 부인과 하 대표님이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었나? 저분은 임씨 가문의 둘째 따님이잖아.”“둘째 따님분이 하 대표님이랑 만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인가 보네요.”“이 일에 차 대표님 부인을 끌어들이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때는 우리가 착각했나 봐요. 현장을 목격한 것보다 더한 증거는 없잖아요.”“내가 그때부터 실루엣이 임씨 가문 둘째 따님 같다고 했잖아. 그러게 왜 내 말을 안 믿어?”기자들은 하도원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물었다.“하 대표님. 얼마 전 바에서 어떤 여성분과 사진이 찍히셨는데, 그분이 임씨 가문 둘째 따님이 맞나요?”하도원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다들 봤잖아요. 뭘 또 물어요?”기자들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형식적인 질문을 던졌다.“그럼 지난번에 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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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하도원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느릿느릿 말했다.“그러니까 이게 다 내 잘못이라고요?”한밤중이라 밖은 고요했고 바람이 나뭇잎 스치는 소리는 으스스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강수진은 등골이 오싹해져 떨리는 목소리로 하도원에게 설명했다.“전...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건 저의 무모한 행동이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하도원은 손을 젓더니 악마와 다름없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제가 빈말을 못 하는 성격이거든요. 말했던 건 무조건 지키는 버릇이 있어서...”그 말을 끝으로 하도원은 옆에 있는 휴대폰을 들어 운성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운성경찰서 맞나요? 집에 불법 침입자가 있어서 신고 좀 하려고요. 기자들까지 불러들여 제 명예와 안전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지금 빨리 와주세요. 감사합니다.”하도원이 경찰에 신고할 줄 몰랐던 차주헌은 강수진의 팔을 꼭 잡고 눈살을 찌푸렸다.“이런 사소한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요?”하도원은 입술을 삐죽이며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경고는 수차례 한 것 같은데요? 그쪽이 말을 못 알아 처먹는 걸 내 탓으로 돌리면 안 되죠.”한밤중에 경찰서에 가고 싶지 않았던 강수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넋을 잃었다.“주헌아, 얼른 나가자.”어차피 그들이 떠나면 경찰이 와도 허탕 칠 뿐이다.차주헌도 강수진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곧바로 나가려 했으나 문 앞에 이르자 갑자기 나타난 늑대개에게 막혔다.율이는 문 앞에서 그들을 가로막으며 평소의 온순함은 온데간데없이 강수진을 향해 으르렁거렸다.겁에 질린 강수진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고 하도원은 침대 가장자리에 편안히 앉아 상황을 지켜봤다.“조용히 기다리는 게 좋을 거예요. 함부로 움직이지 마세요. 우리 집 개가 사람을 물거든요.”특히나 마지막 말을 강조했다.강수진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그곳에 얼어붙었다. 십여 분 후,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고 곧 강수진과 차주헌은 불법 침입 혐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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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임유나는 율이에게 다가가며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만 있게 해줘. 밖이 이렇게 어두운데 여자 혼자 다니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하도원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참지 못하더니 슬쩍 휴대폰을 꺼내 녹화를 시작했다.율이는 별로 내키지 않는 듯 고개를 돌려 임유나를 외면했다.‘진짜 개자식이네. 짜증 나.’임유나는 간식을 주면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몸을 낮추고 율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오늘 여기 있게 해주면 내가 맛있는 간식 많이 사줄게.”율이는 간식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였다.그러나 하도원이 기침 소리를 두어 번 내자 율이는 즉시 사나운 표정으로 꼿꼿이 앉아 임유나를 향해 으르릉거리며 짖었다.소리가 어찌나 큰지 임유나는 겁을 먹고 뒤로 넘어질 뻔했다.그 모습마저 영상을 찍은 하도원은 녹화를 중지하고 임서율에게 보냈다.똑똑.하도원이 노크 소리를 듣고 답했다.“들어와.”그러자 진승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표님.”“이분 댁까지 모셔다드려.”“알겠습니다.”임유나는 하도원이 처음부터 자신을 돌려보낼 생각이었다는 사실에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안 갈 거예요. 대표님, 우리 이제 연인 사이에요. 같이 지내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내일 아침에 기자들이 또 앞에서 기다릴 텐데 제가 없으면 무조건 들통날걸요?”하도원은 눈빛이 어두워졌다.“그건 걱정하지 말아요.”진승윤은 임유나가 여전히 버티고 있자 능숙하게 상황을 정리했다.예전에도 하도원의 외모에 반해 매달리는 여자들이 많았던 터라 경험이 쌓여 순식간에 처리했다.“유나 씨, 대표님이 화내시기 전에 이만 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안 그러면 내일 발표할 기사마저 취소될지도 모릅니다.”그는 임유나에게 다가가 살짝 몸을 굽혀 말했다.진승윤의 말은 분명했다. 지금 가면 하도원과의 스캔들을 유지할 수 있지만, 계속 버티고 있으면 여자 친구라는 명목조차 잃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임유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당분간 하도원과의 관계가 끊이지 않을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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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임유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언니, 나랑 같이 가자. 아빠가 너무 오래 못 봤다고 보고 싶대.”임유나의 속셈을 임서율이 모를 리 없었다. 그저 질투심이 작동했을 뿐이다.사실 임서율은 지금껏 임유나와 뭘 다투려 한 적이 없었고 모든 건 임유나가 스스로 과대망상에 빠져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것에 불과했다.물론 임규한을 만나고 싶었지만 지금은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시간이 없었다.지난 몇 년 동안 아버지의 곁에 자주 있는 편이 아니었으니 곁에 없다 한들 임규한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결국 옆에는 임유나가 있으니까.임서율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있어.”임유나가 불쾌한 표정을 짓자 임서율은 참다못해 한마디 덧붙였다.“사람은 만족할 줄 알아야 해. 방금 널 불러서 이런 연출한 것만으로도 네 소원은 이뤄진 거야. 참, 할아버지께 전해드려. 원하는 대로 내가 다 해줬다고.”“내일 어머니 비석을 다시 옮겨올거라고 믿는다고 전해줘.”임유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순순히 진승윤을 따라 떠났다.임유나가 떠난 후 임서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하도원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 오늘 밤 대표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하도원은 임서율과 임유나가 문 앞에서 이야기하는 사이 이미 잠옷으로 갈아입었다.그는 임서율에게 한 걸음 다가갔고 천장의 조명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얼굴에 있는 잔주름, 하얗고 매끈한 피부, 길게 뻗은 속눈썹은 임서율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춤추는 나비처럼 흔들렸다.임서율은 하도원의 시선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마치 뭔가를 탐구하는 눈빛으로 임서율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듯했다.노골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에 헐벗겨진 기분이 들었던 임서율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하도원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임서율 앞에서 울려 퍼졌다.“생각보다 계획적이네요? 언제부터 준비했어요?”그는 항상 임서율은 사랑에 눈이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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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하도원은 간단히 생각을 정리했다. 대략적인 상황은 파악했지만 아직도 미심쩍은 부분이 존재했다.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발코니로 나갔다. 곧이어 술 한 잔을 따르더니 술잔을 들고 기다란 손을 빙빙 돌렸다.“한잔 할래요?”임서율은 손을 저었다.“괜찮아요.”임서율은 성운 그룹에서 차주헌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매일 접대를 다녔고, 기분이 매우 안 좋을 때를 제외하면 술을 멀리했다.하도원은 강요하지 않았다. 잔을 입가로 가져가 한 모금 마시니 술의 달콤함이 입안에 퍼졌고 찌푸렸던 미간도 서서히 펴졌다.“말해봐요. 언제부터 이상함을 느꼈는지.”임서율은 턱을 쓰다듬었다.“여기 도착할 때쯤이었어요. 갑자기 차 한 대가 멈추는 게 느껴졌거든요. 여긴 밤에 차도 별로 없고 엄청 외진 곳이잖아요.”하도원은 손에 든 술잔을 흔들며 빙그레 웃었다.“경계심이 상당히 높네요.”임서율은 또 다른 포인트를 떠올렸다.“들어올 때 도어락 금속 부분에 뭔가 반사되는 걸 봤어요. 사람 그림자 같은 게 보였는데 너무 어두워서 확신을 못 하겠더라고요.”하도원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임유나 씨한테 연락했던 거네요. 이 상황을 이용하는 건 현명했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지금껏 임서율의 소극적인 모습을 보며 하도원은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오히려 본모습을 숨기고 잘 위장하고 있었다.임서율은 사실 똑똑하다고 할 순 없다. 그저 순간적인 판단이 잘 섰을 뿐이다.“기자들이 생각보다 노련해요. 대표님과 임유나가 직접 해명하면 오히려 진실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요.”온갖 상황을 다 겪어본 만큼 임서율은 기자들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어쩌면 두 사람에게 키스하라는 짓궂은 요구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도 있다.임유나는 물론 기꺼이 할 테지만 하도원은...임서율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하도원의 성격상 그 자리를 바로 떠나버릴 게 분명했기에 상황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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