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언니, 나랑 같이 가자. 아빠가 너무 오래 못 봤다고 보고 싶대.”임유나의 속셈을 임서율이 모를 리 없었다. 그저 질투심이 작동했을 뿐이다.사실 임서율은 지금껏 임유나와 뭘 다투려 한 적이 없었고 모든 건 임유나가 스스로 과대망상에 빠져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것에 불과했다.물론 임규한을 만나고 싶었지만 지금은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시간이 없었다.지난 몇 년 동안 아버지의 곁에 자주 있는 편이 아니었으니 곁에 없다 한들 임규한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결국 옆에는 임유나가 있으니까.임서율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있어.”임유나가 불쾌한 표정을 짓자 임서율은 참다못해 한마디 덧붙였다.“사람은 만족할 줄 알아야 해. 방금 널 불러서 이런 연출한 것만으로도 네 소원은 이뤄진 거야. 참, 할아버지께 전해드려. 원하는 대로 내가 다 해줬다고.”“내일 어머니 비석을 다시 옮겨올거라고 믿는다고 전해줘.”임유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순순히 진승윤을 따라 떠났다.임유나가 떠난 후 임서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하도원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 오늘 밤 대표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하도원은 임서율과 임유나가 문 앞에서 이야기하는 사이 이미 잠옷으로 갈아입었다.그는 임서율에게 한 걸음 다가갔고 천장의 조명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얼굴에 있는 잔주름, 하얗고 매끈한 피부, 길게 뻗은 속눈썹은 임서율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춤추는 나비처럼 흔들렸다.임서율은 하도원의 시선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마치 뭔가를 탐구하는 눈빛으로 임서율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듯했다.노골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에 헐벗겨진 기분이 들었던 임서율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하도원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임서율 앞에서 울려 퍼졌다.“생각보다 계획적이네요? 언제부터 준비했어요?”그는 항상 임서율은 사랑에 눈이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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