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 해법을 알고 싶다고? 꿈 깨.”“너!”자신이 철저히 놀림당했다는 걸 깨닫자 그 분노와 굴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하지만 임서율 역시 표정을 굳힌 채 단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아까 나한테 재훈 씨가 마음에 들어서 바둑을 풀겠다고 했지? 너는 아니고?”“겉으로는 잘난 척, 청순한 척, 도도한 척 다 하더니 속으로는 나랑 같은 생각이잖아.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바보라고 생각해? 유나야, 원하면 실력으로 따내. 그게 더 당당하지 않겠어?”임유나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얼굴이 활활 달아올랐다. 마치 사람들 앞에서 뺨을 맞은 듯, 굴욕과 분노가 뒤엉켜 숨이 막혔다.임서율이 사람들 앞에서 그녀에게 망신을 줄 줄을 꿈에도 몰랐다.그때, 정설아가 앞으로 나서며 억지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별일도 아닌 걸로 싸우기는. 서율아, 동생한테 농담을 그렇게 심하게 하면 어떡하니?”하지만 임서율은 정설아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조용히 오목판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하얀 돌을 들어 오른쪽 상단 자리에 툭 하고 내려놓았다.사람들은 모두 오목판 중앙만 바라보느라 주변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그제야 모두는 깨달았다. 방금 전까지 목숨줄처럼 보였던 길은 사실 미끼에 불과했다는 것을.바둑판을 짠 이는 일부러 사람들의 시선을 중심에만 쏠리게 만들어, 그곳이 유일한 출구라고 믿게 한 것이었다.마치 구원의 손길처럼 보이지만,막상 붙잡고 나면 눈을 가리는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순간, 주변 사람들의 눈빛이 환하게 빛났다.“서율 씨, 보통 사람이 아니네. 저 판을 이렇게 살려내다니.”“그러게, 저 자리는 너무 구석이라 아예 생각도 못 했어. 다들 가운데만 노리고 있었는데, 거기에만 해답이 있을 줄 알았거든.”“정말 기막히다. 온라인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조차 못 푼 판인데, 이 여자가 해냈잖아.”“그런 훌륭한 여자가 남자를 기쁘게 해주려고 몸을 낮출 필요가 있겠어?”“맞아. 게다가 설령 하 대표나 한종서랑 뭔가 있다 한들,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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