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451 - Chapter 460

503 Chapters

제451화

몸 전체를 소파에 느슨하게 기대고 있던 하도원은 차주헌의 말을 듣고는 무심한 시선을 그에게 던졌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차주헌은 오만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서율이는 아버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삼촌을 만나는 거예요. 알다시피 아버님 현재 건강 상태로는 감옥에 갈 수 없거든요.”“아버님 때문에 삼촌이랑 잔 거라고요. 아직도 모르겠어요?”하도원은 정장 바지에 감싸인 긴 다리를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그래서?”차주헌은 비웃으며 말했다.“무슨뜻인지 모르겠어요? 서율이는 감정이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요. 삼촌은 그저 서율이한테 이용당하는 도구일 뿐이라고요.”하도원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그렇다면 뭐 어때? 네가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 것도 서율이가 꼬리 낮추고 물러서길 바라서 아니야? 이런 상황에서 너한테 도움을 청하는 게 아니라 날 찾아왔다는 게 너무 좋은데?”하도원은 임서율이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에 조금도 분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차주헌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 하도원의 모습에 다소 당황하며 말했다.“고작 임서율 같은 여자 때문에 이럴 필요가 없잖아요. 가족끼리.”순식간에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한 하도원은 목소리마저 단호했다.“난 이미 차씨 가문에서 제명당했어. 그리고 언제부터 우리가 가족이었냐?”그는 과거를 떠올렸다. 혼외자인 하도원의 신분이 너무 수치스럽다고 생각한 차씨 가문은 모든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를 내쫓아야 한다고 고집했었다.물론 하도원은 차씨 가문에서 내쫓은 게 단지 그 이유뿐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는 더 이상 차씨 가문의 꼭두각시가 되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부터 하도원은 점점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엇나갔고 차진만은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당시 차씨 가문은 세간에 떠도는 루머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하도원의 신분이 차씨 가문에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는 걸 알았던 차진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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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막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온 차주헌은 만나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마주쳤다.임서율도 여기서 차주헌을 마주칠 줄 몰랐다. 하도원이 집까지 바래다줬는데 갑자기 임규한의 일에 좋은 소식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이곳으로 뛰어왔다.짧은 시간에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하도원뿐이니까.임서율은 하도원에게 감사 인사도 전할 겸 마침 논의하고 싶은 일이 있어 부랴부랴 찾아왔다.차주헌은 최근 해외 협력사와 컨택해 프로젝트 재가동을 준비 중이었고 만약 그 프로젝트가 차주헌의 손에 떨어진다면 현재 그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되는 셈이나 다름없다.임서율은 절대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차주헌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규한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때부터 두 사람은 이미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고 지금의 차주헌은 임서율에게 단지 원수에 불과했다.차주헌은 임서율의 명예를 실추한 것도 모자라 강수진을 위해 몇 년째 말도 안 되는 누명을 뒤집어씌웠다. 심지어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임규한까지 억울하게 몰아가며 무고한 재앙을 겪게 만들었으니 더는 참을 수 없었다.이 모든 것을 차주헌에게 되돌려줘야 마땅했다.임서율은 차주헌을 본체만체하며 곧장 하도원을 찾으러 가려 했다.한때 차주헌이 전부였고 그를 눈에 담고도 모자라 할 정도로 사랑했던 임서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그런 무시와 무관심은 안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차주헌을 더욱 격분하게 만들었다. 그는 하도원이 있는지 없는지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임서율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그리고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았다.“임서율, 네가 이렇게 추잡스러운 여자인 줄은 몰랐네. 어젯밤 그 자리에 나타난 게 주재훈에게 접근하려는 의도인 줄 알았는데 목표는 따로 있었더라? 주재훈은 눈속임에 불과했고 진짜 목표는 하 대표였지?”차주헌에게 손목이 꽉 잡혔음에도 임서율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예전에는 차주헌의 감정을 너무 의식했기에 스스로를 더없이 비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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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주먹을 맞은 차주헌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임서율은 비로소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차주헌은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으며 본능적으로 입술을 핥았는데 찌릿한 통증이 느껴져 문질러보니 이미 그곳엔 피가 나고 있었다.가족도 봐주지 않는 하도원의 주먹을 정말 묵직하고 강력했다.차주헌은 임서율을 가리키며 말했다.“고작 이 여자 때문에 저랑 끝을 보겠다는 건가요?”하도원은 역시나 차주헌과 다른 레벨이다. 주먹을 날렸음에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차가운 얼굴에는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칠흑 같은 눈동자에는 싸늘함이 드리웠고 꽉 다문 입과 단호함이 깃든 표정은 엄숙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지금 집착하면서 매달리는 건 차 대표잖아요. 회장님이 지금 이 꼴을 보시면 차 대표의 뺨을 두어 대 때렸을걸요?”하도원은 임서율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와 보란 듯이 품에 안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차 대표, 이건 마지막 경고니까 잘 들어요. 집에 가서 강수진 씨한테도 전하고요. 두 사람 서율이 건드리는 순간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그때는 회장님이 직접 나서도 소용없으니까 이쯤에서 그만둬요.”이는 차주헌 앞에서 임서율과의 관계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었다.차주헌은 두 눈에 분노가 이글거렸지만 하도원을 당해낼 방법이 전혀 없었다.어쩔 수 없이 그는 옷자락을 털며 한발 물러섰다.“좋습니다. 하 대표님, 준비 단단히 하세요.”차주헌의 이 한마디는 하도원과 끝까지 맞서겠다는 선전포고였다.임서율은 하도원이 자신을 품으로 끌어안은 그 순간, 마음속의 공허함이 비로소 채워지는 것 같았다.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으나 한 가지 명확한 건 기댈 수 있는 큰 나무를 찾았다는 것이다.하도원은 여전히 차주헌을 손쉽게 제압했다.‘차주헌 삼촌이라는 분은 하 대표님보다 더 대단하겠지?’비록 마음속에 아직 아쉬움이 조금은 있었지만 임서율은 후회하지 않았다.차주헌이 떠난 후, 하도원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품에 안긴 작은 존재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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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하도원의 깊은 눈매에는 의도를 알 수 없는 웃음이 스쳤다.임서율은 다소 보수적인 편이다. 게다가 어젯밤이 사실상 하도원과의 첫 관계였기에 그런 일을 거리낌 없이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되지 못했다.하지만 하도원은 달랐다. 얼굴이 두꺼운 건지 무슨 말이든 밖으로 내뱉은 스타일이다.임서율은 문득 하도원에서 앞에서 손해 보지 않으려면 그보다 더 뻔뻔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자 짜증 난 듯 툴툴거리며 말했다.“대표님 키스 스킬도 별로거든요? 너무 평범해요.”예상과 달리 그 말은 하도원을 자극하지 못했고 오히려 입가에 어렴풋한 미소가 떠오른 걸 보았는데 그 웃음은 임서율의 가슴을 저격했다.한편으로는 그 웃음이 다소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마치 하도원의 계획대로 되고 있는듯한 분위기로 흘러갔다.아니나 다를까 곧 다음 순간 하도원은 몸을 굽혀 그녀의 허리를 잡고 키스를 퍼부었다.“키스가 별로라고? 그럼 이렇게 자주 연습하는 게 좋겠네?”임서율은 하도원의 키스에 정신이 혼미해져 지금 어떤 상황인지 파악조차 못 했다.사실 그녀는 매번 하도원에게 쉽게 빠져들었다. 그럴 때마다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던 게 거짓말이 아닌가 싶어 의심스러웠다.침대 위에서의 능숙한 스킬과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키스는 임서율을 완전히 휘어잡았고 가끔 이성이 이렇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해도 여전히 빠져들곤 했다.노크 소리와 함께 임서율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마치 둘만의 애정 행각을 다른 사람에게 걸린 듯 당황하더니 반사적으로 하도원을 밀쳐냈다.고개를 숙여보니 어느새 옷 단추가 두세 개 풀려있어 하얀 쇄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임서율은 급히 옷을 정리하며 하도원을 힐끗 쳐다봤다.하도원은 셔츠에 약간 구김이 생긴 정도였는데 특히 허리 부분이 주름 잡혀 있었다.본능적으로 어찌 된 일인지 깨달은 임서율은 방금 전 이성을 잃었던 자신을 원망했다.‘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거지? 이렇게 목마른 사람은 아니었는데...’이때 사무실 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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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하도원은 의자에 앉아 계약서를 집어 들고 살펴보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먹는다고 했잖아.”박지안은 하도원을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했지만 그가 진짜로 화를 내기 시작하면 일이 얼마나 커질지 잘 알았기에 순순히 꼬리를 내렸다.어쩌면 마음속으로는 하도원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박지안은 속상한 듯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더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순순히 손에 들려 있는 보온백을 하도원의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선 툴툴거리며 말했다.“오빠주려고 오전 내내 끓인 거니까 꼭 먹어요. 내가 이거 만들려고 닭을 몇 마리나 잡았는지 몰라요.”하도원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응.”박지안은 가기 전에 임서율을 홱 노려보고선 바로 코웃음 치며 문을 열고 나갔다.만약 하도원이 이 자리에 없었더라면 박지안은 이렇게 쉽게 떠나지 않았을 것임을 임서율은 알고 있었다.왜인지 모르겠지만 임서율은 박지안이 밉게 느껴지기는커녕 오히려 그 행동들이 귀여웠다.하도원에게 임서율이랑 무슨 관계인지 따지고 싶으면서도 그가 화낼까 봐 두려워서 하고 싶은 말을 꾹 삼킬 수밖에 없는 게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박지안이 떠난 뒤에야 임서율은 자신이 하도원을 찾아온 진짜 목적이 생각났다.“아버지 일은 전부 들었어요. 지금은 별문제 없는 것 같고 위에서 심사 절차만 잘해준다면 무사할 것 같아요. 그리고 대표님이 의사를 모셔 온 거라고 현우 씨가 얘기해줬어요.”임서율은 그의 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공을 내세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과 달리 하도원은 겉으로 딱딱하게 굴면서도 뒤에서는 묵묵히 임서율을 위해 모든 일을 처리해 줬다.일이 처리된 후에도 자랑은커녕 그저 알아채주길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하도원은 테이블에 놓인 율이 모형을 쓰다듬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임서율에게 물었다.“어떻게 갚을 거야? 나도 받는 게 있어야지.”사실 임서율도 오는 길 내내 어떻게 하도원에게 감사를 표할지 생각했지만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하도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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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묶을 줄 모르면 내가 알려줄까?”팔을 들려던 임서율을 그 말을 듣는 순간 행동을 멈췄다. 가끔 하도원을 한 대 때리고 싶거나 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보고 싶을 정도로 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임서율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하도원의 잘생긴 얼굴을 쳐다봤다.“할 줄 알면서 왜 묶어달라고 하는 거예요?”“귀찮아서. 손도 아프고.”하도원은 당당하게 말했고 그 뻔뻔함을 참을 수 없었던 임서율은 그의 볼을 힘껏 꼬집었다.“콘크리트로 만든 건가? 대표님, 어떻게 얼굴이 이렇게 두꺼울 수가 있죠?”차주헌은 상대를 가려가며 무례한 스타일이라면 하도원은 누굴 상대하든 끄떡없는 타입이다.그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어쩌면 하느님조차도 하도원을 만나면 그의 팩폭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지 모른다.하도원은 바지 주머니를 톡톡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두꺼워? 그럼 몇 층만 벗겨서 주머니에 넣을까?”임서율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운성의 모든 사람을 건드려도 절대 하도원만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얘기가 왜 떠도는지 알게 된 순간이다.하도원은 말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기에 임서율은 그의 독설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넥타이를 묶어줬다.하도원은 매우 협조적으로 허리를 굽혔지만 그럼에도 임서율은 여전히 힘들었다.‘키는 왜 이렇게 큰 거야. 그냥 남들처럼 적당하게 크면 얼마나 좋아.’‘어릴 때 부모님이 키 크는 약이라도 먹였나?’힘겹게 발꿈치를 든 채 이마에 땀방울까지 맺힌 임서율의 모습을 보며 하도원이 물었다.“힘들어?”임서율은 넥타이만 바라보며 집중했다.“거의 끝났어요.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하도원은 갑자기 손을 뻗어 임서율의 허리를 감싸더니 단번에 소파로 들어 올렸다. 소파에 앉은 하도원의 다리 위로 임서율이 걸터앉았다.“이렇게 하면 편할 것 같아서. 계속 해.”임서율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고 두 사람의 자세를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본능적으로 주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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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하도원의 손짓을 따라 고개를 숙인 임서율은 어느새 옷 단추가 풀어진 걸 발견했고 속옷까지 살짝 비치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녀는 허둥지둥 하도원에게서 벗어나 옷깃을 움켜쥐고 약간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하도원을 바라봤다.“대표님!”하도원은 무작정 화를 내는 임서율이 밉기는커녕 오히려 다람쥐처럼 볼을 부풀린 그녀가 귀엽기만 했다.“화내지 마. 화내면 주름 생겨. 그렇게 짜증 나면 너도 한입 물어. 아무 데나 다 물어도 되니까 마음대로 해.”하도원은 뼈마디가 드러나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셔츠를 풀기 시작했고 곧바로 넓은 가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경박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지만 하도원의 뛰어난 미모가 더해지니 임서율은 오히려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이런 유혹을 당할 땐 어찌할 방법이 없다.하도원의 이런 모습을 보니 임서율의 머릿속에 불현듯 한 단어가 떠올랐다. 남자 버전의 불여우랄까?하도원 이미지와 매우 잘 어울렸다.임서율은 생각을 거두고 여전히 셔츠 단추를 풀고 있는 하도원의 손을 눌렀다.“됐어요.”마치 임서율에게 선명하게 보여주려는 듯 하도원은 일부러 셔츠를 더 벌리더니 입가에 미소를 띠며 그녀를 유혹했다.“진짜 괜찮아?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없을 텐데.”임서율은 단호하게 말했다.“정말 괜찮아요.”하도원은 어깨를 으쓱하고 한숨을 쉬더니 셔츠를 다시 정리했다.“아쉽게 됐네.”임서율은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먼저 들어가 볼게요.”“진 비서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하도원은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진승윤을 불러왔다.할 일이 태산인 상황에서 혼자 가려면 택시를 한참이나 잡아야 하기에 임서율은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그럼 신세 좀 질게요.”그녀가 돌아서려는 참에 하도원이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임서율을 불렀다.“잠깐만. 삼계탕 먹고 가. 몸보신해야지.”하도원은 걸어가 보온백을 열고 삼계탕 한 그릇을 따라냈다. 임서율은 아직 따뜻한 삼계탕을 보며 방금 전 박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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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맛있어요. 처음 하는데 이 정도면 엄청 대단한 거죠.”“그래? 그럼 나도 맛봐야겠다.”그 말이 끝나는 동시에 하도원은 손을 뻗어 임서율의 얼굴을 감쌌다. 곧이어 따뜻한 입술이 임서율을 덮쳤고 순식간에 저항할 힘도 없이 하도원에게 이끌려 그가 행동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뜨거운 숨결을 한참이나 느끼고서야 하도원은 아쉬운 듯 그녀를 놓아줬고 눈빛과 얼굴 표정은 마치 삼계탕을 맛본 후 만족한 사람처럼 밝았다.“음, 꽤 맛있네. 다음에 좀 더 끓여 오라고 해야겠다.”임서율은 하도원의 뻔뻔한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하도원을 주려고 애써서 끓인 삼계탕이 전부 임서율이 배에 들어갔다는 걸 박지안이 알게 된다면 임서율을 산채로 죽여버릴지도 모른다.임서율이 하도원의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대박이다, 대박. 대표님 사무실에서 이렇게 오랜 머문 여자는 처음이야.”“방금 지안 씨도 왔잖아. 왜 싸움이 안 났지?”“너 바보야? 대표님이 자기 앞에서 보란 듯이 질투하는 여자를 좋아하겠냐? 똑똑한 여자는 다 뒤에서 남몰래 손을 쓰는 거야.”“그렇긴 해. 그런데... 저분은 차 대표님 전처잖아.”“어머, 맞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대표님 같은 남자들만 만나지? 진짜 대단하네. 나도 저런 거 배우고 싶어.”“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내가 어떻게 알아.”“일단 예쁘잖아. 그리고 분위기 좀 봐. 우리 회사에 누가 이러고 나오냐.”임서율은 이들의 말에 개의치 않았다. 하도원과 이런 관계를 맺기로 동의한 그 순간부터 이미 앞으로의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예상했다.그나마 다행인 건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이익을 취하는 사이이고 이런 관계는 반드시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것이다.다른 것들은 너무 많이 신경 쓸 필요도 없었고 그저 자신의 본문을 다하면 됐다.진승윤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에 타려던 임서율은 마침 주재훈을 마주쳤다. 주재훈은 차를 멈추더니 선글라스를 반쯤 벗고 그들을 바라봤다.“서율 씨.”“안녕하세요.”임서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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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주재훈은 임서율의 담담한 ‘정말요’라는 답에 못 이겨 웃음을 터뜨리고선 이내 그녀를 한 번 더 쳐다보았다.임서율은 자신을 바라보는 주재훈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곧바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재훈 씨, 혹시 저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사실 주재훈도 임서율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다. 그때는 하도원을 돕는 데만 전념해 임서율의 행동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운전하면서 마치 수다 떨듯 자연스레 임서율에게 물었다.“그 자리에는 왜 나왔던 거예요? 설마 서율 씨도...”주재훈은 아무리 생각해도 임서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입을 가리고 가볍게 기침했고 잘생긴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자신감이 가득했다.“제가 인기가 좀 많아요. 지금도 저 좋다고 쫓아다니는 여자들이 엄청 많거든요. 서율 씨가 날 좋아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지만 알다시피 전 도원이 형이랑 친구처럼 지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예요. 여자 때문에 형이랑 다툴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서율 씨가 이해해 줘요.”그 말을 들은 임서율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 채 주재훈을 바라봤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전 아무것도...”“네? 아무것도 아니라뇨? 뭐가요?”임서율은 비로소 주재훈이 단단히 착각하고 있음을 깨닫고 침착하게 설명했다.“재훈 씨, 제 말을 오해하신 것 같아요. 저는 어제 부탁할 일이 있어서 그런 거예요. 재훈 씨가 차주헌의 삼촌이잖아요. 아버지가 차주헌의 신고로 인해 감옥에 들어갈 위기에 처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건...”이번에는 주재훈이 당황한 듯 브레이크를 밟았다.“뭐라고요? 제가 차주헌 씨의 삼촌이라고요?”그의 반응에 임서율은 그래도 얼어붙었다.“아니에요? 재훈 씨가 차주헌의 삼촌이라고 들었는데...”그제야 상황 파악한 주재훈은 쓴웃음을 지었다.“삼촌이라... 서율 씨, 단단히 잘못 알고 계셨네요. 제가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만약 어제 임서율이 그를 차주헌의 삼촌이라고 생각했다면 하도원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에 훤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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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주재훈은 미간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차주헌 씨의 삼촌이 누군지는 저도 몰라요. 듣기로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도원 형이 차씨 가문과 인연이 있으니까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요.”임서율은 뭔가 속는듯한 기분이 들어 주재훈에게서 반드시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기로 결심했다.“재훈 씨, 하 대표님이 차주헌의 삼촌을 알 거라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세요?”주재훈은 태연하게 말했다.“도원 형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이런 정보도 충분했던 임서율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감사 인사를 남기고 차에서 내리려 했다.이를 본 주재훈은 하도원을 한 번 더 도와주기로 마음먹고 임서율을 불러세웠다.“서율 씨.”임서율이 고개를 돌렸다.“하실 말씀이라도?”“어제 그 판... 누가 짰는지 알아요?”안 그래도 임서율은 어젯밤의 일들이 여전히 의아했다. 너무나 특별했기에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걸 푼 사람은 임서율 외에 아무도 없었다.당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풀 수 없다는 걸 알아챘던 임서율 한쪽으로 치우친 수를 썼을 뿐이었고 일종의 운빨이 따라준 셈이기도 하다.그런데도 주재훈의 질문을 듣자 호기심이 생겼다.“누군데요?”주재훈은 가끔 신비로운 척하는 걸 좋아했다.“한번 맞춰보세요.”임서율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바로 답했다.“하 대표님이죠?”주재훈은 깜짝 놀라 임서율을 바라봤다.“어떻게 맞췄어요?”‘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면 바보처럼 허술한 면도 있네.’임서율은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을 꺼냈을 때부터 이미 이마에 하도원이라고 써 붙인 거나 다름없었어요.”주재훈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이마를 문질렀다.“그렇게 티가 났어요?”“네. 왜냐하면 일단 그런 말을 꺼냈다는 건 판을 짠 사람이 우리가 서로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저한테 물어보실 필요도 없었을 테고요. 게다가 저랑 재훈 씨는 어제 처음 만났으니 자연스럽게 서로 아는 사람은 하 대표님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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