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471 - Bab 480

503 Bab

제471화

하도원은 턱을 어루만지며 진지하게 조현우의 제안을 고민하는 듯했다.“그 방법 괜찮은데? 그럼 또 예전처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지는 않을까 걱정 안 해도 되잖아.”어이가 없었던 조현우는 하도원을 째려보며 말했다.“형, 진짜 미친 것 같아. 제정신이 아니야.”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하도원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다른 사람들은 모를 수 있지만 조현우는 임서율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평소 노래를 못 부른다고 투덜거렸지만 이것또한 단지 핑계에 불과했다.조현우는 하도원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며 세상에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건가 싶었다. 부족한 게 없는 하도원은 운성의 신과 같은 존재다. 얼마든지 손쉽게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입지임에도 오로지 임서율만 원했고 그 마음은 어느새 2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하지만 정말 답답하게도 하도원은 절대 그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끝까지 입 꾹 닫고 있다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또다시 놓칠까 봐 걱정되어 때로는 하도원의 입을 찢어서라도 말하게 만들고 싶었다. 조현우의 안색이 어두운 걸 눈치 챈 임서율은 말을 함부로 내뱉은 하도원 때문에 그가 상처받은 게 틀림없다며 곧바로 몸을 돌려 하도원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 좀 예쁘게 하면 안 돼요? 대표님이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요.” 임서율은 하도원의 대화방식을 떠올렸다. 크게 상처를 받은 적은 없지만 상대가 임서율일 때만 말투가 부드러워지는 걸 수도 있으니 이 참에 바로잡고 싶었다.하도원은 고개를 숙인 채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건 어때?”그는 조현우 앞으로 걸어가더니 가볍게 어깨를 치고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온화하게 말했다.“선생님, 저희 CT 찍는 것 좀 도와주시겠어요? 경고하는데 제 여자 친구 옷은 함부로 들추지 말아 주세요. 안 그러면 제가 선생님을 신고할지도 몰라요.”임서율이 입을 열기도 전에 조현우는 이미 버티지 못하고 온몸을 떨며 팔을 쓸어내렸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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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조현우는 팔꿈치로 하도원을 툭 쳤다.“형, 제발 자제 좀 해.”하도원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깔보는 듯한 시선으로 조현우를 바라봤다.“기운 넘치는 젊은이의 체력을 너 같은 노인이 어떻게 알겠냐. 오미자가 정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니까 수시로 물에 타서 마셔.”조현우는 불만이 가득했다.“지금 무시하는 거야? 나 정도면 노인이 아니라 중년이지. 형이 내 와이프는 아니잖아. 내가 그쪽으로 얼마나 대단한지 알지도 못하면서.”하도원은 비웃음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옆에서 조용히 서 있던 조현우는 방금 하도원이 흘린 그 웃음소리가 잊히지 않아 발끈하며 설명했다.“나 체력 좋거든? 못 믿겠으면 우리 와이프한테 직접 물어봐.”하도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조현우와 거리를 벌렸다.“나랑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나한테 설명하려 드는 거야. 체력이 좋은 말든 뭔 상관인데.”조현우는 그의 한 마디에 말문이 막혔다.입을 벌려 반박하려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됐다. 내가 참아야지.’하도원을 이길 사람은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임서율이 CT 촬영을 마치고 나오자 조현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하도원을 가리키더니 곧바로 커튼을 걷어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임서율은 조현우의 표정만 봐도 또 하도원에게 한 소리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하도원은 늘 그렇듯 말로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며 미치게 만들었지만 정작 그를 당해낼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임서율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또 무슨 말을 했길래 현우 씨가 저렇게 화난 거예요?”“난 화나게 한 적 없는데? 계속 자기도 체력 좋다며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그 체력을 내가 쓸 것도 아닌데 좋든 말든 뭔 상관이냐며 물었는데 그냥 갔어.”하도원의 당당함에 임서율은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누가 봐도 말로 사람을 죽이는 게 분명한데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단 한 글자도 없으니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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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임서율은 당당하게 말했다.“항상 애매한 말투잖아요. 진짜 같기도 하고 가짜 같기도 하고. 대표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누가 알아요.”애초에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서 가끔은 하도원의 말이 진심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그저 장난에 불과할때도 많았다.반대로 장난인 것 같지만 사실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하도원은 손을 뻗어 임서율의 허리를 감싸더니 부드럽게 살결을 살짝 꼬집었다. 임서율은 그의 친밀한 행동이 어색한 듯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누가 누굴 속이고 있는 건지 서율이가 더 잘 알 것 같은데?”하도원의 따뜻한 입술이 분홍빛 귓불을 스치자 임서율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임서율은 본능적으로 뒤로 피하며 조현우의 눈치를 살폈고 다행히 그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하도원과 함께 있는 건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느낌이라 항상 경계하며 조심해야 한다.아무렇지 않은 하도원과 달리 아직 이런 모드에 익숙하지 않았던 임서율은 툴툴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왜 이렇게 계속 달라붙어요. 예전의 그 차가운 하도원 대표님은 어디 갔죠?”임서율은 예전의 하도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어딜가든 싸늘한 분위기를 풍겨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가 지금은 여자 친구한테 환장한 사람처럼 좀처럼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다.임서율은 빨리 걸어가고 싶었지만 그곳이 너무 아파 속도를 내지 못했고 아무리 몇 걸음 걸어간들 하도원은 두 걸음이면 따라잡았다.조현우는 진료실 의자에 앉아 임서율에게 약을 처방하고 하도원에게 말했다.“형은 나랑 같이 약 가지러 가자. 이따가 서율 씨한테 약 발라줄 간호사가 올 거야.”“그럼...”“여자야.”하도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현우가 한발 먼저 선수쳤지만 현타가 온 듯 곧바로 표정이 어두워졌다.임서율 본인도 주책인 하도원을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하도원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자제 좀 해요. 요즘 따라 역할놀이에 과몰입한 것 같네요.”하도원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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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하긴... 차주헌이 그렇게 큰 상처를 줬으니 아마 차씨 가문에 진절머리가 났을 거야. 이제 겨우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나 싶었는데 또 차씨 가문 사람이네.”방금까지의 나른함을 사라진 채 하도원의 눈빛에는 단호함이 깃들었다.“양날의 검이지. 좋은 점은 차주헌이 숙모라고 부르며 영원히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게 될 거야. 임서율한테 밟힌 셈이니 차주헌도 미련을 정리할 수 있겠지.”“나쁜 점은 시집오는 순간 운성 전체에 서율을 향한 유언비어가 끊이질 않을 거야. 피하기는커녕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 텐데 그걸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네.”조현우는 이런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하도원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하도원은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운성 사람들은 하도원이 성격이 괴팍하고 오만하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의 진짜 본모습은 알지 못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 순간 그 어떤 사람도 막을 수 없고 그가 원하지 않는 일은 누가 권유해도 소용없다.하지만 모두가 생각하는 이상한 성격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하도원 곁에 머물고 그의 밑에서 일하기를 원한다.이것 또한 차주헌 철학의 일종인데, 시킨 일을 열심히 완벽하게만 할 수 있다면 최상급의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는 걸 필수로 했다.조현우는 하도원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그가 이번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더욱 궁금했다.“그럼 이번에 할아버지 생신에 서율 씨도 데리고 가는 거야?”“응. 5년 전에 도망치지 않았다면 진작에 데려갔을 텐데.”5년 전에 아내로 호적에 올렸어야 했는데 안타깝게 그 기회를 놓쳤다.그러니 이번에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해주러 가는 게 아니라 뭔가 깽판 치러 가는 느낌인데?”하도원은 창구에서 약을 건네받았다.“할아버지가 직접 얘기한 거야. 나이 찼으니까 얼른 여자 친구 만들라고.”조현우는 웃으며 하도원과 함께 진료실로 돌아갔다.“여자 친구를 찾으라고 했지 차주헌의 전처를 데려오라는 얘기는 안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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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그 말에 등골이 오싹해진 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사양할게요.”사실 임서율은 하도원이 이런 어마어마한 체력과 정력을 가진 게 유전적인 영향이 큰 건지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여자를 만나지 않은 이유 때문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차 문을 연 하도원은 본능적으로 임서율을 부축하려고 손을 뻗었지만 임서율은 곧바로 피했다.“혼자 탈 수 있어요. 그 정도로 약한 사람은 아니에요.”하도원은 칠흑 같은 눈동자로 의미심장하게 임서율의 하체를 힐끗 보더니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약한 편은 아니지. 의사가 가능하면 누워서 쉬라고 했는데도 침대에서 기운 넘치는 걸 보면 별로 심각한 것 같지도 않네.”그는 한 손으로 차 문을 집더니 몸을 굽혀 임서율 앞으로 다가갔다.“설마 전부 연기였어? 그럼 내가 만지는 게 싫었던 거야?”임서율은 그 터무니없는 발언을 듣고 하도원과 진짜 연애하는 사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여겼다. 남자 친구가 실제로 이런 말을 내뱉으면 정말 화가 나서 기절할 가능성도 있었다.나중에 어쩌면 배우자의 독설을 견디지 못하고 화병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헤드라인에서 보게 될지도 몰랐다.임서율은 어이없다는 듯 하도원을 째려보고서는 차 문을 끌어당겼고 하도원은 밀려나듯 뒤로 물러섰다.잠시 후 운전석에 앉은 하도원은 임서율에게 말했다.“며칠 뒤에 할아버지 생신이야. 같이 가자.”임서율은 그 말을 듣고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벌써요?”사실 그녀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하도원의 차는 별장으로 향했다.“못생긴 여자 친구라도 가족한테 소개해야지.”발끈한 임서율은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렇게 하는 것도 나쁠 게 없었다. 어차피 하도원과는 계약을 맺은 사이고 그 근본적인 목적은 할아버지가 여자 친구를 소개해 주는 걸 포기하게 하는 것이니 하루빨리 인사드리는 게 좋을 수도 있었다.하도원의 바람을 이뤄주면 마음에 든 돌 하나를 내려놓는 셈이었다.임서율은 미리 그에게 경고했다.“가족분들이 선을 잘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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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설마 날 개 취급하면서 만지고 있던 건 아니겠지.’임서율은 황급히 그의 손바닥에서 몸을 빼냈다.“저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하도원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한껏 여유로운 자세였다. 임서율의 말을 듣자 그는 옆으로 시선을 돌려 그녀를 흘깃 바라봤다. 그 매서운 눈빛은 마치 모든 걸 이미 꿰뚫고 있는 듯했다.“차주헌 삼촌이 누군지 묻고 싶은 거지?”임서율은 하도원 같은 노련한 사람 앞에서 억지로 아는 체하는 게 더 반감을 살 거라는 걸 잘 알았다. 차라리 담백하게 인정하는 편이 낫다 싶었다.“...네.”“굳이 나한테 물을 필요 없어. 어르신 칠순 잔치 날 되면 차주헌도 올 거고 그 사람 삼촌도 오겠지.”말인즉슨, 그날이 되면 자연스레 차주헌의 삼촌이 누군지 드러나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캐물을 필요가 없었다.이번에는 정말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수년째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그 인물이 대체 누구인지.이제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저 순수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상하게도 몇 번이고 그녀와 엮이는 느낌이 들었으니까.게다가 차주헌조차 누를 수 있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꼭 직접 보고 싶었다.다음 날, 임서율은 양지우에게서 전화를 받았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안 서두를래? 이러다간 그 프로젝트 진짜 차주헌한테 넘어가겠어. 요즘 완전히 미친 듯이 뛰어다니던데?”“아마 네가 자극한 것 때문이겠지. 옛날 같지 않아, 지금의 넌 그 자식이 감히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양지우는 임서율의 이번 귀국이 과거의 굴욕을 씻어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돌아오자마자 차주헌에게 결정타를 날린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그제야 임서율은 무언가 번쩍 떠올랐다.“아, 잠깐만! 노트북 켜서 바로 기획안 보내 줄게.”그녀는 급히 다른 방으로 가려다 문득 멈춰 섰다.큰일 났다. 여기는 그녀의 집이 아니라 하도원의 집이었으니까.“...나 지금 집에 없어.”“뭐? 집에 없다니, 그럼 어디야?”“그게...”임서율은 차마 하도원 집이라고 말하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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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임서율은 양지우의 말에 마치 뭔가에 맞은 듯 멍해졌다.운성시에서 권세 있는 인물들은 다 짚어봤지만 단 한 번도 하도원이 차주헌의 삼촌일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정말 하도원이 차주헌의 삼촌이라면 차주헌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사람을 두고 매번 공손하게 ‘하 대표님’이라고 부를 리가 없지 않은가.임서율은 재빨리 양지우의 추측을 부정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친척이라고 다 갖다 붙이면 다야? 나도 그쪽 사람들이랑 어느 정도 안면은 있거든? 만약 하도원이 진짜 차주헌 삼촌이었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잖아?”양지우도 곱씹어 보니 일리가 있었다.“그러네. 네가 그 두 사람하고 그렇게 오래 알고 지냈는데, 정말 삼촌이었다면 진작 알았겠지.”임서율은 더 이상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을 생각이 없었다.“됐어, 수다 떨 시간 있으면 얼른 오기나 해. 내가 위치 찍어 보낼게.”“알았어.”임서율은 곧장 하도원의 집 위치를 전송했고 양지우가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현관문을 열어 기다리고 있었다.집 안으로 들어서자 양지우는 무심결에 사방을 훑어보고는 감탄을 터뜨렸다.“세상에, 하 대표가 널 감금한 거야? 이런 외진 데에 사람이 살다니.”임서율은 그녀를 끌어당기며 바깥을 가리켰다.“여기 비록 한적하긴 해도 조용하잖아. 봐, 밖에 강도 있고. 심심하면 나가서 낚시도 할 수 있어.”이 며칠, 임서율은 하도원이 바깥출입을 막아 침대에서 누워 지내야 했다. 그는 김정란에게 매일같이 보양탕을 끓이라 일렀고 꼬박꼬박 챙겨 먹다 보니 벌써 질릴 지경이었다.일만 하던 때는 휴식 한 번 못 하는 게 아쉬웠는데, 막상 이렇게 억지로 누워 지내다 보니 온몸이 근질거렸다.심심할 때면 율이와 놀아주곤 했는데, 같이 먹고 놀다 보니 며칠 사이 율이조차 살이 올라버렸다.양지우가 혀를 찼다.“넌 진짜 신선놀음이네. 나는 하루하루 죽을 맛인데. 아직도 변변한 직장도 못 찾았어.”그녀는 이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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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양지우는 평소 자기 얘기를 잘 꺼내지 않았다. 하긴, 그건 상처뿐인 이야기였으니 임서율도 굳이 캐묻지 않곤 했다.그런데 막상 입을 열자 양지우의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임서율은 휴지를 들어 그녀의 눈가를 조심스레 닦아주며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내가 괜히 네 아픈 기억을 건드렸네. 다 내 잘못이야.”양지우는 손을 저으며 훌쩍거렸다.“괜찮아, 이젠 익숙해. 그런데 네가 날 네 회사로 데려간다 해도 네 새어머니나 네 동생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너한테 괜히 부담 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어. 번거롭다면, 난 그냥 밖에 나가 장사라도 하지 뭐.”그러나 임서율은 단칼에 잘라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네가 얼마나 일 잘하는데. 집안일에 발목만 잡히지 않았어도 지금쯤 회사에서 꽤 높은 자리까지 올랐을 거야.”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그녀였기에 양지우의 능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양지우는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숙였다.“별 수 없잖아. 팔자가 이런데...”그녀는 거의 들리지도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임서율은 곧 묘안을 내놓았다.“네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애가 아직 어리고 시어머니는 몸도 성치 않아. 이래서는 아무것도 못 할 거야.”양지우가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시어머니는 고향으로 보내드리고 대신 믿을 만한 사람을 붙여 한 달에 일정 금액 주고 돌봐 달라고 하면 돼. 아이는 곧 유치원에 들어가잖아. 내가 사람 하나 써서 등하원만 맡기면 돼. 네가 퇴근하면 그때 집에 가게 하면 되지.”양지우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당장 큰절이라도 올릴 기세였다.“서율아, 정말 너한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 전생에 무슨 큰 덕을 쌓았길래 너 같은 사람을 만난 거야? 넌 진짜 내 은인이야.”임서율은 깜짝 놀라며 급히 그녀를 막았다.“그런 소리 하지 마.”양지우는 코를 훔치며 웃었다.“그럼 내가 평생 열심히 일해서 보답할게.”임서율은 눈물과 콧물이 뒤섞인 그녀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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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양지우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걱정 마, 내한테 맡겨줘.”두 사람이 막 대화를 끝마치려는 찰나, 김정란이 장바구니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양지우를 보곤 잠시 놀란 듯 멈칫했지만 곧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서율 씨 친구분이시죠?”임서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개를 건넸다.“여기는 가정부 김정란 이모님이셔. ”양지우도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이모님, 안녕하세요.”“어서 오세요.”김정란은 친절히 답하며 덧붙였다.“서율 씨, 오늘 점심에 대표님이 집에 들어와 식사하시겠대요. 겸사겸사 상처도 보신다네요. 친구분도 같이 드시죠. 반찬만 조금 더 하면 되니까요.”임서율은 감사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고마워요.”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양지우를 붙잡아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할까 고민했지만, 이 집의 주인은 그녀가 아니었다. 게다가 김정란은 하도원이 본가에서 데려온 사람이라 들었기에, 어쩌면 자신보다 위치가 높다고 느껴졌다.양지우는 눈을 반짝였다.‘이런 고급스러운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하 대표의 집이라니.’임서율은 장난스럽게 속삭였다.“이모님 음식 솜씨 진짜 좋아.”양지우는 임서율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녀의 볼을 살짝 집어 올렸다.“보니까 알겠어. 최소 2kg는 찐 거 아냐? 근데 넌 오히려 조금 살이 붙으니까 더 보기 좋아.”예전의 임서율은 언제나 말랐지만, 지금은 조금 부드러워져서 차갑기만 하던 분위기가 한결 옅어져 있었다.임서율은 볼을 만져보며 투덜거렸다.“그러네. 뭔가 통통해진 것 같기도 하고. 뭐, 며칠 지나면 다시 빠질 거야.”양지우가 대꾸하려는 순간,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하도원이 들어왔다.그는 새하얀 셔츠 차림에 검은색 재킷을 팔에 걸치고 있었다. 방금 다듬은 듯 단정한 머리, 또렷한 이목구비에 날카로운 턱선, 표정 하나 허투루 새어 나오지 않는 얼굴. 특히 그의 눈빛엔 묵직한 기운이 담겨져 있었다.양지우는 전에 본 적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감탄이 터져 나왔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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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그녀는 거의 반사적으로 문을 급히 닫아버렸다.뒤따라 오던 양지우가 놀라며 물었다.“왜 그래? 왜 안 들어가...”“아무것도 아니야. 잠깐만 나 기다려.”임서율은 그렇게 말하고는 양지우를 난간 쪽으로 살짝 밀어두곤 다시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하도원은 이미 흰색 티셔츠로 갈아입은 뒤였고 돌아서며 입을 열었다.“옷 다 갈아입었어. 네가 늦게 들어온 거야.”마치 임서율을 못 참고 훔쳐보려 한 사람처럼 생각한 듯했다.임서율은 억울해 입술을 달싹였다.“전 그냥 프라이버시 지켜주려고 그런 거예요. 고마워하진 못할망정 절 탓하는 거예요?”하도원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손끝으로 그녀의 코끝을 건드리며 낮게 웃었다.“응, 너한테만 보여줄게.”임서율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 남자 앞에선 뭘 말해도 괜히 입만 아플 것 같았다. 늘 제멋대로 받아들이니까.그래서 그녀는 차라리 설명을 포기하기로 했다.임서율은 헛기침을 하고 본론으로 돌아갔다.“이 방 쓸 거예요?”“샤워할 거야.”임서율은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물었다.“그럼 옆에 있는 서재 좀 써도 될까요?”하도원은 그녀를 곁눈질하며 피식 웃었다.“왜? 둘이서 뭘 비밀스럽게 꾸미려는 거야.”임서율은 깜짝 놀라 기침이 튀어나올 뻔했다.‘진짜 예리하네.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하겠어.’그녀는 황급히 둘러대듯 말했다.“그냥 지우 이력서 좀 도와주려는 거예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해성 그룹에 출근할 수 있게요.”하도원의 미간이 저절로 좁혀졌다.“양지우 씨를 해성 그룹에 넣겠다고?”“네, 왜 그래요? 저 지금 해성 그룹 최대 주주예요. 그 정도 결정은 제가 할 수 있잖아요.”임서율은 그가 단순히 넣을 수 없다고만 말할 줄 알았다.하지만 하도원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길게 다리를 꼰 채, 태연히 말을 이었다.“넌 그게 친구를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지금 해성 그룹은 네 계모랑 임유나 손아귀에 있어. 거긴 더 이상 네 아버지 회사가 아니야.”잠시 숨을 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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