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율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안 돼요. 차주헌이 나한테 이런 식으로 말한 게 한두 번도 아닌데 왜 계속 참아야 하죠?”그녀는 주변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았다.“오늘은 꼭 사과 받아야겠어요. 차주헌, 얼른 사과해.”차주헌은 이를 악문 채 성질을 억누르며 목소리를 높였다.“임서율,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삼촌 꼬셔서 차씨 가문에 들어온 것도 사실은 나한테 가까이 다가오려는 수작 아니야? 결국 나한테 복수하려는 거잖아. 아직도 날 못 잊은 거냐?”“차주헌, 억지 좀 그만 부려.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네가 강수진 씨랑 무슨 짓을 했는지, 여기서 다 까발려줄까? 원하면 그때 찍힌 영상이랑 녹음까지 다 꺼내 보여줄 수 있어.”그 순간, 하도원이 서늘하게 말했다.그 한마디에 차주헌의 기세가 순식간에 꺾였고 뒤편의 친척들도 웅성거렸다.“소문이 진짜였어? 예전에 강수진이랑 사귀었다는 얘기, 사실인가 봐.”“맞아, 강수진 해외 나간 뒤에 헤어졌다더니, 금방 임서율이랑 결혼했잖아.”“그럼 임서율은 그냥 대체품이었던 거네. 사실이라면 너무 무책임하다.”웅성거림이 퍼질수록 차주헌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다.임서율은 매섭게 그를 노려봤다.“두 사람 예전 일, 더 말 안 해도 알겠지? 아니면 그때 찍힌 영상이랑 녹음, 여기 계신 친척들께 보여줄까?”차주헌의 관자놀이 위로 핏줄이 불거졌다. 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임서율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임서율, 우리가 부부였던 정을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몰아붙이면 안 되지. 나도 더는 봐주지 않을 거야.”그의 손바닥이 임서율의 얼굴을 향해 곧 떨어지려는 순간, 임서율은 놀랍게도 피하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대로 정면에서 차주헌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이혜정은 아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자 얼굴이 확 변하며 외쳤다.“주헌아!”그러나 이미 손은 내려오고 있었다.임서율은 눈을 감았다. 올 거라 생각했던 통증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고 대신 귀를 찢는 듯한 비명이 귓가를 울렸다.“아, 아악!”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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