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내막은 김정란도, 하도원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아직 집안 어른이 하도원의 연애 상대가 임서율이라는 걸 모르고 있을 뿐. 만약 알게 된다면 집안이 발칵 뒤집히지 않겠는가.하도원은 미간을 주무르며 짙게 깔린 먹구름 같은 기분을 털어내지 못했다. 바로 그때 주재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형, 내일 집안 어르신 생신 아니야? 우리도 안 모인 지 꽤 됐는데, 내일 술 한잔 제대로 해야지.]하도원은 내일 벌어질 광경을 떠올리자 헛웃음이 나왔다.[좋지. 다만 내일 네가 끝까지 마실 수 있다면 그렇게 해.]곧장 놀란 이모티콘이 날아왔다.[설마 임서율 데려가려는 거야?]하도원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내 여자친구인데 왜 못 데리고 가? 평생 숨어 지낼 것도 아니고.]주재훈은 답답하다는 듯 긴 한숨을 보냈다.[아니, 그래도 미리 가족들 마음의 준비는 좀 시켜야지. 이렇게 정면 돌파하면 어르신 심장이 버틸 수 있겠냐.]그러나 하도원은 태연했다.[연애하라고, 손주 빨리 보게 해달라고 재촉한 게 누군데. 내가 이제야 연애 시작했더니 또 싫다 하면 말이 돼?]주재훈은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형, 제발... 문제는 누구랑 사귀냐는 거잖아. 에휴, 말려도 소용 없단 거 잘 아니까, 내일은 형 운명에 맡겨.]하도원은 주재훈의 성격쯤은 훤히 알고 있었다. 내일 분명 구경하러 올 게 뻔했다.휴대폰을 내려놓고 돌아서니, 김정란이 이미 음식을 다시 덥혀 놓고 있었다.“대표님, 서율 씨에게 먼저 갖다 드릴게요.”“제가 올라갈 테니까 이모님은 이제 그만 쉬세요. 설거지는 내일 해도 됩니다.”김정란은 나이 탓에 피곤할 만도 했기에 하도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고맙습니다, 대표님. 그럼 다 드시고 그냥 두세요.”“네.”김정란이 올라간 뒤, 하도원은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어 조심스레 2층으로 향했다. 그는 노크도 하지 않고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갔다.방 안은 작은 스탠드 조명만 켜져 있었고 임서율은 옆으로 누운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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