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551 - Chapter 560

832 Chapters

제551화

이혜정은 차주헌이 고통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몸을 떠는 걸 보자, 황급히 다가가 살폈다.“주헌아, 괜찮니?”“아파요, 손이 끊어질 것 같아요.”차주헌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어 갔는데 그 목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아픈지 짐작이 갔다.이번에는 이혜정도 더는 참지 못하고 하도원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감히 지나치게 강하게 나서진 못하고 억눌린 감정을 내비쳤다.“도원아, 아무리 그래도 주헌이는 네 가족이잖아. 피 한 방울 안 섞인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다니, 왜 그렇게 모질니?”보통 사람이라면 이 말을 들으면 변명이라도 하거나 반박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도원은 달랐다. 그는 눈꺼풀조차 까딱하지 않고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원래 모진 사람인 거 뻔히 알면서도 먼저 덤벼들었잖습니까.”그는 무심한 듯 말을 이었다.“제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절 건드리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특히 제 사람은 더더욱 건드리지 마시죠.”그렇게 말하고는 임서율의 허리를 끌어안았는데 그녀를 바라볼 때는 아까의 살기가 한층 누그러졌다.“우리가 계속 여기 있으면 저 사람들 밥맛이 다 떨어지겠네.”임서율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가요. 마침 이모님이 해주시는 음식을 좀 먹고 싶기도 하고.”“그래.”하도원은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식사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두 사람은 함께 홀을 향해 걸어 나갔고 임서율은 온몸이 바늘방석에 앉은 듯 불편했다. 수많은 시선이 가시처럼 꽂히는 게 느껴졌으니까.‘하, 진짜 숨 막혀. 하도원 씨랑 같이 있으면 머리 위에 산 하나 올려둔 기분이야.’그녀는 무심결에 하도원을 올려다보았다.“하도원 씨, 당신 여자친구 하기 진짜 쉽지 않네요. 방금 그 사람들 눈빛을 봐요. 집에 가면 나한테 보상 좀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하도원은 비스듬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보상? 꿈 깨.”임서율은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흘겼다.“정말 쪼잔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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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어느새 두 사람은 홀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차진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눈치껏 임서율과 하도원의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똑똑한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었다. 차진만도 결국 하도원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하도원은 어려서부터 고집이 셌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성운의 자리를 차지한 건 차주헌이 아니라 하도원이었을 것이다. 차씨 가문 전체 권력도 이미 그의 손에 있었을지 모른다.다행히도 그의 능력은 충분히 강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고집은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됐을 것이다.그때 누군가 차진만에게 일러왔다.“도원 군과 서율 양이 왔습니다.”차진만은 두 사람을 보는 순간, 방금 전까지 가득했던 웃음을 거두고 얼굴빛이 싸늘해졌다. 그의 목소리 또한 차갑게 가라앉았다.“시간도 됐으니 이제 식사하지.”그러나 하도원은 미소 한 점 없는 목소리로 맞받았다.“괜찮습니다. 저희는 할 일이 있어 그만 가보겠습니다. 여자친구를 데려왔으니, 앞으로는 더 이상 소개해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홀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도원은 임서율의 손을 이끌고 돌아서려 했다.“멈춰라!”차진만이 지팡이를 바닥에 힘껏 짚었다. ‘쾅’ 하는 소리에 모두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하도원은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차진만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나랑 밥 한 끼도 못 먹겠다는 거냐?”하도원은 난처하다는 듯 코끝을 문질렀다.“정말 저랑 식사하고 싶으십니까? 저희가 함께 식사할 때마다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하시잖아요. 늘 싸움뿐이었습니다. 오늘은 아버지 생신이시죠. 여자친구도 소개해 드렸고 선물도 드렸으니 식사는 생략하겠습니다.”그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임서율의 손을 잡아 자리를 벗어났다.차진만 역시 성격이 하도원 못지않게 완강했다. 그러니 그가 먼저 고개 숙이는 법은 없었다.곁에서 지켜보던 도우미는 속으로는 차진만이 사실 하도원이 곁에 남길 바란다는 걸 알았으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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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차진만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됐어. 그런데 도원이 성격 뻔히 알면서 왜 건드린 거냐!”이혜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변명했다.“저도 주헌이를 말렸어요. 하지만 아버님도 아시잖아요, 임서율하고 주헌이 사이가 어떤지. 아버님께서 도원이를 조금이라도 설득해 주실 수 없으세요? 주헌이 전처를 데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가면, 주헌이 체면만 깎이는 게 아니라 아버님 체면도 손상될 거예요. 우리 차씨 가문이 대대로 쌓아온 명예가 어떻게 임서율 하나 때문에 무너지면 안 되잖아요.”차진만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그가 무슨 수로 하도원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평생 모든 걸 쥐락펴락하며 가문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하도원만큼은 끝내 다룰 수 없었다. 어떤 수단을 써도 소용없었고 결국 지금처럼 관계는 얼어붙고 말았다.누군가 한 발만 물러나도 풀릴 일이었으나 끝내 둘 다 물러서지 않았다.이혜정의 말은 분명 차진만의 속을 찔렀고 그는 불쾌한 기색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내가 몰라서 그러는 줄 아느냐? 네 눈으로도 봤잖니, 도원이 그놈 성질머리. 그러니까 똑똑한 네가 좀 해결책을 내놔 봐라. 방법을 찾아 보라고.”그 말에 이혜정은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하도원은 바위보다도 단단한 고집덩어리이라는 것을.게다가 지금의 하도원은 굳이 차씨 가문에 기대지 않아도 충분히 자기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차씨 가문은 달랐다. 앞으로도 하도원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차씨 가문의 둘째 숙모가 나서서 이혜정을 달랬다.“어서 병원부터 가 봐. 주헌이는 크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 도원이는 그래도 선 지켰을 거야.”이혜정은 입술을 삐죽이며 콧소리를 냈다.“그건 장담 못 해요. 지금 도원이 눈엔 임서율밖에 안 보이잖아요. 주헌이를 조카라고 여기지도 않는데.”차진만은 그 말마저 귀에 거슬려 성급하게 손을 내저었다.“그만해라. 더 말하지 말고 어서 다녀와라. 소식 있으면 곧장 내게 전화하고.”“네...”이혜정은 차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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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진승윤은 호되게 꾸중을 듣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알겠습니다.”“그리고 그 주주들한테 전해. 다음 주 월요일에 전부 회의 참석하라고.”요즘 다른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몇몇 주주들이 제멋대로 굴기 시작했다.“네.”진승윤이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하도원이 운전석 문을 열려는 순간, 임서율은 여전히 조수석 문 앞에 서 있었다.“뭐야, 내가 직접 문 열어줘야 올라갈 거야?”임서율이 순간 멍해졌다가 급히 해명했다.“그게 아니라...”말을 끝내기도 전에, 하도원은 어느새 그녀 앞에 다가와 있었다. 입으로는 시큰둥하게 말하면서도 손은 솔직하게 나서서 조수석 문을 열어줬다.그 모습을 본 진승윤은 속으로 땅을 치고 후회했다.‘내가 왜 여자가 아닌 거지...’그는 늘 하도원은 남녀 구분 없이 똑같이 대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서율이 나타난 뒤에야 알게 됐다. 이게 바로 ‘편애’라는 것을.임서율 본인은 정작 그걸 잘 모르는 듯했다. 늘 하도원 옆에 붙어 있는 사람만이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법이었다.지난번에 하도원의 사촌 여동생이 괜히 새침 떠는 척하다가 차 문을 못 열겠다고 징징댔을 때 그는 차갑게 잘라 말했다.“그럼 앞으로 내 차 타지 말고 자전거 타.”자전거에는 문고리도 차 문도 없으니까.하지만 지금은 어땠나. 임서율은 부탁 한마디도 안 했는데, 하도원이 먼저 달려가서 문을 열어줬다.문을 열어주고도 임서율이 가만히 서 있는 걸 본 하도원은 비꼬듯 물었다.“내가 안아 올려줘야 올라가겠어?”“아니요!”하도원이 진짜로 안으려는 듯 몸을 움직이자 임서율은 서둘러 손을 내저으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잽싸게 안전벨트까지 채우는 모습이 매끄럽기까지 했다.그 모습을 보며 하도원은 피식 웃었다.“속도 하나는 빠르네. 다음번에 내가 부를 때도 그 속도 좀 내봐.”차가 아파트로 향하는 길에 임서율은 오늘 차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오늘 절 데려가지 말았어야 했어요. 차씨 가문이 완전히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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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임서율은 눈을 크게 뜨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하도원을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감동 받았었는데 다음 순간 바로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어졌다.그녀가 몸을 지탱하며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개 패려면 주인부터 보라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하도원은 멋쩍게 웃으며 손을 들어 임서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우리 서율이 왜 이렇게 소심해. 그냥 비유일 뿐이지, 내가 언제 진짜 개라고 했어?”“...”그녀는 그의 손을 확 치워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차라리 설명하지 마요.”‘하면 할수록 더 기분 나쁘니까.’아파트에 돌아오자, 하도원은 열쇠를 탁 하고 테이블 위에 던졌다. 그는 외투를 벗으며 태평한 얼굴로 김정란을 불렀다.“이모님, 반찬 두어 가지 대충 해주세요. 고추는 조금만 넣고 담백하게요.”주방에서 얼굴을 내민 김정란은 왜 두 사람이 본가에서 밥을 안 먹고 돌아왔는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근데 대표님, 평소엔 맵게 드시는 걸 더 좋아하시잖아요? 오늘은 웬일로 담백한 걸 찾으세요?”하도원은 고개를 들어 임서율 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김정란은 바로 눈치를 채고 다정하게 웃었다.“역시 다정하시네요. 전 그만 그걸 깜빡했어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임서율은 바닥에 앉아 율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율이는 이제 완전히 그녀에게 익숙해진 듯, 하도원보다 그녀에게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진짜 주인도 그걸 알아챈 모양이었다.하도원은 슬쩍 고개를 돌려 둘을 보더니 눈빛에 노골적인 불만을 담았다.“역시 자식 놈은 다 소용없다더니, 괜히 헛고생만 했어. 몇 년을 키워줬더니 여자를 보자마자 줄줄 따라가네. 네가 지금 당장 시장에 팔러 간다고 해도 따라갈 것 같아.”임서율은 웃으며 율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정말이야? 내가 그렇게 좋아? 시장에 끌고 가도 따라올 거야?”율이는 못 알아들은 건지, 그냥 그녀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강아지의 눈망울은 유난히 촉촉했고 오직 한 사람만 담고 있었다.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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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김정란은 슬쩍 웃으며 말을 꺼냈다.“전에 몇몇 여자분들이 일부러 집에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대표님은 이상한 조건을 내걸더군요. 율이가 싫어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면 받아주겠다고요.”임서율은 원래 남 얘기엔 큰 흥미가 없는 편이었지만 하도원 같은 기괴한 성격을 가진 이의 얘기라면 굉장히 듣고 싶어졌다.그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김정란을 뚫어져라 보며 재촉했다.“그래서요, 그래서요? 그 많은 여자분들 중에 한 명도 못 남은 거예요?”김정란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결국 한 명도 못 남으셨어요.”임서율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그럼 율이는 어떻게 알아보는 건데요? 설마 사람처럼 얼굴만 보고 판단하는 건 아니죠?”김정란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아뇨, 냄새를 맡는 것 같았어요. 몸에 밴 향 같은 거요.”임서율은 황당하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아니, 아무리 강아지가 냄새로 구분한다지만 율이는 대체 어떤 냄새를 좋아하는 거예요?”김정란도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죠. 다만 율이가 서율 씨를 좋아하는 걸 보면 서율 씨한테서 나는 냄새가 마음에 든 게 아닐까요?”“제 냄새요?”임서율은 얼떨결에 소매를 들어 코끝에 대고 킁킁거렸다.“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요? 그냥 평범한 바디워시랑 샴푸 향뿐인데.”김정란은 조금 더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덧붙였다.“아니면 예전에 율이가 어디선가 서율 씨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죠. 제가 듣기로 서율 씨와 대표님은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잖아요? 서율 씨 어머니 때문일 수도 있고요. 혹은 대표님 댁 어딘가에서 그런 비슷한 향을 맡았을 수도 있고요. 뭐, 그냥 제 추측이니 깊이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임서율도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너무 미신 같긴 했다.그녀는 바로 화제를 바꿨다.“이모님, 제가 위에 올라가서 하도원 씨 불러올게요.”“네, 다 됐습니다.”임서율은 방문 앞에 서서 손가락 마디로 문을 두드렸다.“도원 씨, 밥 먹어요.”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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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낮게 물었다.“무슨 말이야?”“조사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그때 서율 씨가 불에 휩싸였을 때 차주헌 씨는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시간 동안 그분의 행적을 입증할 자료가 전부 사라져 있더군요.”“즉, 일정 시간 동안 차주헌 씨가 어디에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거죠.”“게다가 당시 누나 곁에 있던 사람들도 지금은 행방이 묘연해요. 그 화재와 관련된 인물들은 전부 자취를 감춘 셈이에요.”임서율은 그 얘기를 들으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만약 차주헌이 숨기는 게 없다면 왜 관련자들이 모조리 사라졌을까.그리고 그때 불길은 소방관조차 함부로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거셌는데, 그는 어떻게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단 말인가.사랑에 눈이 멀어 이런 의문을 애써 외면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오랜 세월 속아 넘어간 게 아니겠는가.이제는 기필코 모든 진실을 파헤쳐야 했다. 차주헌이 얼마나 많은 걸 숨기고 있는지 끝까지 밝혀낼 작정이었다.“이건 반드시 끝까지 조사해줘. 하도원 씨 쪽은 내가 알아서 할게.”겨우 흉터 하나 확인하는 일이었다. 잠시 후 그를 만나면 직접 보면 될 일이었다.그런데 상대방이 일부러 덧붙였다.“아, 한 가지 알려드릴 게 있어요. 조사에 따르면 그 흉터는 허벅지 안쪽에 있다고 해요. 눈으로는 확인이 안 되고 직접 손으로 벌려봐야 보인다고 하네요.”임서율은 순간 벌컥 소리를 질렀다.“뭐라고? 장난치는 거지? 흉터가 허벅지 안쪽이라니, 말도 안 돼. 지금 나 놀리려는 거지?”“누나, 이런 중대한 일을 제가 어떻게 장난치겠어요. 사실이에요. 믿기지 않으면 직접 확인해 보세요. 어차피 누나랑 그분 관계라면 그 정도는 어렵지도 않잖아요.”“이 자식, 몇 년 사이 입이 점점 더 거칠어졌네.”임서율은 타박하듯 웃어넘겼다.상대는 잠시 침묵하다가 낮게 말했다.“누나, 고마워요. 그때 누나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전 아마 지금쯤 감옥에 있었을 거예요. 또 누나가 발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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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이 얘긴 나중에 하고 우선 꼭 다시 확인해 봐.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알겠어요.”통화를 끊은 임서율은 곧장 욕실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확 열었다.안은 수증기로 가득 차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뜨거운 열기가 확 밀려 나와 얼굴을 스쳤다.한참이 지나서야 희미하게 하도원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옷을 입을 새도 없이, 그는 당당히 그녀 앞에 서 있었다.“뭐야, 내 몸 구경하러 달려온 거야?”임서율은 당장이라도 욕실 슬리퍼를 집어 던지고 싶었다.‘자만도 정도가 있어야지.’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이런 외모와 체격이라면 자만할 만도 했다. 그녀라면 아마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임서율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그의 허벅지 안쪽으로 향했다. 두어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요동쳤는데 정말 너무 민망했다.하도원은 곧 그녀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더니 손목을 잡아 자기 품으로 홱 끌어당겼다.순식간에 그의 가슴팍에 부딪힌 임서율은 몸을 움찔했다.샤워 직후라 뜨겁게 달아오른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졌는데 얇은 옷자락조차 막아주지 못할 정도였다.그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당장 피라도 쏟을 것만 같았다.만약 허연준이 엉터리 정보를 흘린 거라면 이놈이 운성시에 발을 들이는 순간 가만두지 않으리라 다짐했다.상식적으로 흉터라면 등이나 가슴팍에 남는 게 맞지 않나. 하필 허벅지 안쪽이라니,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하도원이 고개를 살짝 숙이자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머리 위로 흘렀다.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거품이 이는 듯 자극적이었고 수증기 자욱한 욕실 안은 한층 더 은밀한 기운으로 물들었다.“임서율, 오늘따라 수상한데. 욕실까지 들이닥쳐서 뭘 하려는 거지?”그에게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당신 허벅지 안쪽에 흉터 있나 보러 왔어요’라니, 입에 담을 수 없는 얘기였다.이서율은 양심을 저버리고 눈 딱 감은 채 빈말을 내뱉었다.“별건 없고요. 그냥 몸매가 좋아서 구경하러 온 거예요. 아, 맞다. 인터넷에서 봤는데 남자 허벅지를 보면 수명을 점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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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임서율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왔을 때는 손이 저려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그제야 알았다. 가끔은 남자가 빨리 끝내는 것도 장점이구나. 하도원을 상대하기엔 너무 힘들었다.손목을 털어내는 사이, 하도원이 욕실에서 수건 하나만 걸친 채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엔 노골적인 만족이 서려 있었고 그녀를 힐끗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그래서, 넌 대체 내 허벅지에서 뭘 보고 있었던 거야?”그제야 임서율은 번쩍 깨달았다.‘아, 무슨 일 때문에 온 거였지?’정작 하려던 건 하나도 못 하고 오히려 하도원만 도와준 꼴이었다.하지만 아까 있었던 일 탓일까. 지금은 마음이 이상하게 덜 조여 오는 듯했다.“아까 얘기했잖아요. 허벅지 안쪽을 보면 앞으로 몇 살까지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던데요.”하도원은 그녀를 흘겨보며 ‘네 헛소리를 내가 믿을 것 같아?’라는 표정을 지었다.그 눈빛에 등줄기가 싸늘해진 임서율은 손가락을 꼭 쥐고 억지로 말을 이어갔다.“진짜라니까요. 인터넷에서 본 얘기예요. 괜히 안 믿으면 손해 본다니까.”하도원은 젖은 머리를 대충 쓸어 넘기며 말했다.“좋아, 그럼 어디 한번 보지. 미리 말해두는데 문제라도 나오면 전부 네 책임이야.”임서율은 눈을 크게 치켜뜨며 그를 올려다봤는데 맑은 눈동자엔 놀라움이 고스란히 담겼다.“아니, 방금 그거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또...?”그의 체력은 아무래도 비정상이었다.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하도원은 다리를 꼬고 턱을 괸 채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길로 바라봤다.“설마 네 남자 친구가 몇 초 만에 끝내는 사람들처럼 되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체력이 좋은데,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이건 밖에 여자들이 아무리 원해도 못 얻는 건데.”임서율도 부정할 수 없었다. 잘생긴 얼굴, 범접할 수 없는 기품, 거기에 넘치는 체력까지.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사람인데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하지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임서율은 작은 손으로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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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그러니까 잘 생각해.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없어.”임서율의 시선이 하도원의 단단한 몸에 닿았다. 저 허리선이며 깊게 패인 인어선까지 누구라도 눈길이 저절로 달라붙을 만했다. 자칫하다간 침이라도 흘릴 기세였다.급기야 그녀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다음에 볼게요.”더 봤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괜히 ‘영웅도 미인관은 못 넘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예전엔 대수롭지 않게 들었는데, 지금 이 순간 그 말의 무게를 절실히 깨닫는 중이었다.문을 열며 그녀는 덧붙였다.“이모님이 음식 다 됐대요.”“응.”아래층으로 내려가니 김정란은 소파에 앉아 영상을 보며 즐겁게 웃고 있었다. 인기척에 고개를 들자 그녀는 임서율 혼자 내려온 걸 보곤 물었다.“서율 씨, 대표님은요? 반찬 다 식겠는데.”임서율은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들며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다.“샤워 중이에요. 금방 내려올 거예요.”김정란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왔다.“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임서율은 당황해 손바닥으로 뺨을 두드렸다.“많이 빨개요?”김정란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확실히 그래요. 거울 좀 보세요.”“별일 아니에요. 그냥 조금 더워서 그래요.”“혹시 열 있는 거 아니에요?”김정란이 걱정스레 손을 들어 임서율의 이마에 대보았다.임서율은 그 진지한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이모님, 진짜 괜찮아요.”“괜찮다니 다행이네요.”그녀가 머쓱하게 손을 거두는 찰나, 위층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하도원이 파란 체크무늬 홈웨어 차림으로 내려왔다. 평소의 날카로운 기운은 옅어지고 느긋하면서도 치명적인 분위기가 그를 감쌌다.임서율은 슬쩍 고개를 돌려 속삭였다.“이 남자는 집에서 대충 입어도 왜 이렇게 멋있냐고.”“또 욕했지?”그녀가 변명하듯 소리쳤다.“당신은 자뻑에 피해망상까지 있네요.”하도원은 시비도 걸지 않고 자리에 앉아 물부터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태연하게 말을 꺼냈다.“넌 아마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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