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율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우연이네요. 병원에 오신 거예요?”강수진은 본인도 어색했는지 머쓱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네. 저희 엄마가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기내에서 산소가 부족했는지 조금 어지럽다고 해서요. 걱정돼서 주헌이랑 같이 병원에 들르기로 했어요.”말을 마친 강수진은 임서율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엄마를 소개했다.“엄마, 여긴 제 회사 동료 임서율 씨예요. 저한테 많이 도움도 주시고 정말 좋은 분이에요.”심수련은 반가운 얼굴로 다가오더니 임서율의 손을 덥석 잡았다.“임서율 씨, 정말 고마워요. 우리 수진이가 아직 어리고 부족한 게 많아서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그때 강수진이 어머니 귀에 소곤거렸다.“엄마, 서율 씨는 청력이 좀 안 좋아. 입 모양 보면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천천히 말해.”“아이고, 장애인이었어?”심수련의 말에 임서율의 얼굴이 굳었다.지금껏 수없이 불편을 겪어도 누가 대놓고 장애인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강수진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임서율에게 조심스럽게 설명했다.“서율 씨, 저희 엄마가 성격이 좀 직설적이세요. 가끔 말이 너무 솔직해서 실수할 때도 있는데,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심수련은 그런 분위기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반가운 듯 임서율의 손을 붙잡고 이리저리 살폈다.“어머, 수진이 동료라더니 정말 예쁘네요. 우리 딸이랑 닮았어. 아까 말은 너무 신경 쓰지 말고요. 아, 이 사람은 우리 수진이 남자 친구예요.”그러고는 자랑이라도 하듯 차주헌을 임서율 앞으로 끌어다 세웠다.차주헌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턱선은 잔뜩 굳어 있었고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강수진도 당황한 듯 얼굴빛이 변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인 채 임서율의 눈치를 살폈다.임서율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차주헌을 바라보았다.“강 팀장님 남자 친구셨군요.”차주헌은 입술을 다물고 잠시 시선을 피하더니, 임서율을 향해 수화를 했다.[돌아가서 설명할게.]그러나 임서율은 손짓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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