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서는 손을 휙 들어 올리며 뒤에 서 있던 간병인을 성급히 물러나게 했다.“선생님, 접니다. 환자 상태가 지금 어떻습니까?”“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만 연세가 있으신 만큼 가족분들이 평소에 신경을 잘 쓰셔야 합니다. 괜히 자극을 주어서는 안 돼요.”그 말을 들자, 한종서는 곧장 임서율을 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임서율, 의사 선생님 말씀 못 들었어? 노인네 연세가 몇인데 자극을 주면 어떡해!”임서율은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중얼거렸다.“난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그게 왜 자극이야.”앞뒤 가리지 않고 화풀이를 하도원에게 퍼부은 한태민에 비하면 사실만 말한 그녀가 대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한종서의 볼살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손가락까지 덜덜 떨며 임서율과 하도원을 번갈아 가리켰다.“너희 둘 다 한통속이지! 두고 봐. 끝까지 가 봐야 누가 이기는지 알 거야.”그때 의사가 소리를 질렀다.“보호자분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환자는 안에서 아직 수술 중이에요. 수술실 앞에서 이러면 어떡해요. 관계없는 분들은 전부 물러나 주세요.”의사가 단호하게 제지하자, 하도원은 오히려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물었다.“선생님, 그럼 환자 상태는 이제 안정된 건가요? 당장은 큰 위험은 없는 거죠?”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위기는 넘겼습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앞으로 관리에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수술 중에 확인된 건데 한태민 씨는 이미 폐암을 앓고 계셨어요.”그 순간, 한종서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허공만 멍하니 바라봤다.“뭐, 뭐라고요! 폐암이라고요?”한종서는 의사의 가운 자락을 움켜쥔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의사는 잠시 고개를 숙이며 낮게 말했다.“직접 확인해 보시면 알 겁니다. 몇 달 전 이미 검사를 받으셨는데, 가족분들은 모르셨던 것 같군요.”한종서는 힘겹게 침을 삼켰고 겨우겨우 목소리를 짜냈다.“그럼, 그럼 아직 가망은 있는 거죠?”사실은 ‘말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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