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601 - Bab 610

825 Bab

제601화

임서율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빛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고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다녀와요. 하지만 꼭 몸조심해야 해요. 불편한 곳이 있다면 곧장 병원으로 돌아오고요.”그제야 하도원이 손을 거두더니, 그녀의 코끝을 살짝 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키스해달라고 솔직히 말하면 될걸, 왜 이렇게 빙빙 돌려 말해. 사실 네가 말 안 해도 내가 먼저 했을 거야.”그는 말을 끝내고도 모자란 듯 그녀의 머리를 툭 치고 지나갔다.그제야 임서율은 아까 진승윤이 왜 묘한 기분을 느꼈는지 깨달았다. 지금 하도원의 모습은 꼭 강아지를 장난스레 놀리는 것 같았으니까.진승윤은 몰래 하도원을 데리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지금 그의 상태로는 아무리 그녀가 병원 측에 부탁해도 외출을 허락할 리 없었다.하도원이 떠나고 병실에 혼자 남은 임서율은 문득 무료해졌다. 침대에 누워 소일거리로 게임이나 하려던 참에 또다시 노크 소리가 울렸다.임서율은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들어와요.”이틀째, 사람들은 병원이 친척 집이라도 되는 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그녀는 그저 차진만이나 한태민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문이 열리고 들어선 사람은 임유나와 정설아였다.순간 임서율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그들 앞에서 굳이 억지웃음을 지어 보일 마음 따위는 전혀 없었다. 더구나 저 둘은 한때 그녀를 해치려 했던 이들이 아닌가.“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임유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은 채, 과일 바구니와 꽃다발을 들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병문안을 온 차림새였다.“언니, 아무리 그래도 우린 피가 섞인 사이잖아. 예전 일은 다 흘려보내자. 꼭 그렇게 날 미워해야 해?”그녀는 바구니와 꽃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예전엔 서로 이해득실이 있어서 그랬던 거지만 이제는 다르잖아. 지금은 그냥 자매나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임서율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는데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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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하지만 임유나의 말은 임서율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녀는 코웃음을 흘리며 싸늘하게 웃었다.“임유나, 네 눈엔 권력과 돈이 그토록 탐나 보이겠지. 하지만 나한텐 아무 의미도 없어.”지금 그녀가 가진 재력만으로도 충분했다. 돈은 부차적인 것이었고 임서율에겐 모든 걸 뛰어넘는 집요한 야심이 있었다.임유나는 그 말을 믿을 리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오만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임서율을 내려다보는 시선은 마치 발밑에 기어다니는 개미를 보는 듯했다.“임서율. 네가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러니 가식 그만 떨어도 돼. 우리 앞으로 남처럼 지내면 돼.”그때 정설아가 억지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유나야, 언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사실 너, 언니한테 감사해야 해. 네 언니가 임씨 집안과 연을 끊겠다고 했으니 회사가 다시 네 손에 돌아온 거잖아. 우리가 오늘 이렇게 온 것도 사실 네 언니한테 고맙다고 인사하기 위해서야.”말을 끝내자 정설아는 곧장 고개를 돌려 임서율을 바라보았다. 겉으로는 부드럽게 들렸으나, 지나치게 꾸며낸 억양에 임서율은 미간을 찌푸렸다.“서율아, 우리도 한종서가 이번에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들었어. 걱정 마, 도원이는 너한테 진심이니까 그런 일로 너를 버리진 않을 거야. 다만 남자라는 게 때로는 집착이 심해져서 괜히 의심하고 삐딱해질 때가 있잖아. 네가 이해해 줘.”“게다가 넌 지금 혼자서 차씨 집안과 맞서는 격이잖아. 우리는 작은 집안이라 도와줄 힘도 없고. 그러니까 혼자 잘 헤쳐나가야지.”그리고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아, 맞다. 중요한 얘기 하나 빼먹을 뻔했네. 서율아, 꼭 도원이한테 알려줘. 지금 한씨 집안에서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어. 도원이네 회사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더라.”“거래처들도 차라리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계약을 끊겠다며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대. 한씨 집안이 정말 도원이를 망하게 하고 싶은 모양이야.”임유나의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돌았고 조금 전까지의 불쾌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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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임유나는 멈추지 않고 임서율을 계속 자극했다.“딱 한마디만 할게, 언니. 그때 한종서한테 얌전히 시집갔더라면 지금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언니가 한씨 집안의 귀한 아들을 애까지 못 가질 몸으로 만들었으니, 그 사람들이 언니를 가만두겠어?”“하 대표님이야 책임감 있는 사람이니까 언니 편을 들었겠지. 아마 한씨 집안에서도 언니를 찾아왔을 거야.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맞서게 된 거지.”정설아도 맞장구치듯 책망하는 말투로 거들었다. “그래, 서율아. 넌 정말 철이 없어. 어떻게 도원이를 그렇게 곤란한 상황에 몰아넣을 수가 있니.”임서율은 머릿속이 뒤죽박죽했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녀는 서늘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할 말 다 했어? 다 했으면 얼른 꺼져. 그리고 갖고 온 것들도 전부 챙겨가. 쓰레기는 쓰레기통에나 있어야 하잖아.”그 살기 어린 기세에 정설아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임유나의 손을 꼭 붙잡으며 작게 속삭였다.“유나야, 그만하고 이제 가자.”하지만 임유나는 쉽게 물러날 성격이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고 이를 악무는 소리가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임서율, 아직도 자기가 대단한 줄 아나 봐? 임씨 집안의 사생아라도 되면 팔자 고칠 줄 알았어? 봐, 지금 아무것도 아니잖아. 내가 꽃까지 들고 와줬는데, 그걸 거절해?”임서율은 입술을 단단히 다문 채,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준 꽃을 내가 왜 받아야 하는데? 임유나, 허세는 집어치워. 네가 지금껏 했던 짓들 난 아직 하나도 계산하지 않았어. 어떻게, 지금이라도 계산해 줄까?”임유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손가락 가득 끼워진 보석 반지와 팔찌를 내려다봤다. 반짝이는 장식들에 비해, 임서율의 맨손은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흥! 임서율, 네 구식 협박 따위로 아직도 날 겁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율이가 안 된다면 내가 상대해 주마.”갑작스러운 목소리가 문가에서 울려 퍼졌다.임유나는 온몸이 굳어버렸고 얼굴빛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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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서율이가 당신을 오해했는지 안 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정설아, 당신 정말로 내가 늙어서 정신이 흐려졌다고 생각해? 당신이 뒤에서 무슨 짓을 해왔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임규한이 간병인의 부축을 받으며 병실로 들어섰다.겉으로는 태연한 듯 보였으나, 임서율은 그의 굳은 안색만으로도 그가 억지로 버티고 있다는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몸조차 아직 회복하지 못했으면서도 임규한은 딸을 위해 나서주었다.임서율은 콧등이 시큰해지며 복잡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얽혀 올라왔다.정설아는 느닷없는 그의 등장에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황급히 앞으로 다가섰다.“여보, 우리 부부로 산 세월이 얼마인데, 남들은 몰라도 나까지 못 믿는 거예요?”임규한은 싸늘하게 코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우리 이혼해. 협의서는 이미 변호사를 통해 집으로 보냈어. 확인하고 문제없으면 도장 찍어.”“이혼이라고요? 당신, 미쳤어요?”정설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곧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목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다.“우리가 이혼을 왜 해요! 이혼하면 앞으로 누가 당신을 돌봐 줄 건데요?”임규한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돌봐준다고?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당신이 한 게 뭐가 있다고 그런 말을 해. 수십 년 부부로 살았으니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아.”정설아는 크게 숨을 고른 뒤,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요. 당신이 뭐라고 해도 난 이혼 안 해요.”그녀는 계속 버티면 임규한도 결국 어쩌지 못하리라 생각했지만 정작 임규한은 오래전부터 결심해 왔었다.“좋아. 당신이 원치 않으면 이혼 안 해도 돼. 하지만 임씨 집안 재산은 단 한 푼도 손에 넣지 못할 거야. 지훈이는 그렇게 자신 있다면 혼자 길러.”“임규한, 당신 지금 제정신이에요?”정설아는 분노로 손가락을 떨며 그를 가리켰다.“사생아 하나 때문에 친딸도 버리고 아들까지 버리겠다고요?”“임서율은 언젠가 시집갈 애예요. 평생 당신을 돌봐줄 거라고 생각해요?”임규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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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임유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임규한을 바라보았다.“아빠,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저보고 유산을 포기하라니요, 아빠 지금 제정신 아니에요? 전 아빠 친딸이라고요!”“게다가 저는 어릴 적부터 시골에서 얼마나 힘들게 자랐는데요. 누구보다 저한테 돈을 더 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임규한이 싫으면 포기하라고 말했을 때 임유나는 곧장 직감했다. 그녀에게 남겨진 재산이 많지 않다는 걸.정설아와 이혼하려는 판이니, 그녀에게 돌아갈 몫도 얼마 없을 터. 그렇다면 나머지는 고스란히 임서율이 차지할 게 뻔했다.임규한은 딸의 말을 듣자 표정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이 와중에도 돈밖에 모르다니... 유나야, 네가 이렇게 된 건 결국 내 잘못이다. 내가 너를 지나치게 곱게 키운 탓이지.”임유나는 아버지가 생각을 바꿨다고 착각했다. 그가 마침내 자신에게도 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믿은 것이다.“맞아요, 아빠. 애초에 절 잘못 안아온 게 문제잖아요. 그래서 제가 사랑을 못 받았던 거고요.”임규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아니, 그 말이 아니야. 유나야,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오히려 잘됐다. 돈 따위는 필요 없는 거겠지. 지금 이 순간부터 너와 임씨 집안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회사에서도 ‘임씨 집안 딸’이라는 이름으로 특혜를 누리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모든 건 규정대로 처리될 거야.”그는 이어 임서율을 바라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서율이는 여전히 회사의 관리자야. 지금 내 몸으로는 회사를 이끌 수가 없으니 앞으로는 서율이가 맡게 될 거다.”그 말을 들은 임유나는 아예 넋이 나간 듯 굳어버렸다.“아빠... 아빠 지금 제정신이에요? 병 때문에 정신까지 잃으신 거 아니에요? 어떻게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세요? 저랑 인연을 끊겠다고요?”정설아가 다급히 다가와 임유나의 손을 붙들었다.“유나야, 네 아빠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어. 어서 정신과 의사를 불러야 해. 이건 병이야, 병!”순간 머릿속이 하얘져 있던 임유나는 그 말에 눈을 번쩍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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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임규한이 떨리는 손을 뻗어 임서율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빛엔 깊은 죄책감이 담겨 있었다.“그동안 아빠가 잘못했어. 내가 너무 나약했지... 유나를 몇 년이라도 보듬어주면 언젠가는 마음이 풀릴 거라 생각했어. 그때 너를 다시 데려오려 했는데 오히려 유나의 삐뚤어진 버릇만 키워주고 말았구나.”임서율은 아버지의 손을 단단히 감싸 쥐었다. 그녀는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빠가 유나를 위해 그러신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빠 뜻을 유나가 다 이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그녀는 아버지는 원래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임유나에게 모든 걸 쏟아부으며 보상해 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빠, 사실 유나에게 남겨주신 재산도 평생 살기에 부족하진 않은 거죠?”임규한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리더니 미약한 감동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고개를 조금 떨군 채 임서율의 손등을 가만히 두드렸다.“역시 내 딸이구나. 아빠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네.”임서율은 아버지의 속내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에 담담히 물었다.“아빠,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그대로 말씀하세요.”잠시 망설이던 임규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서율아, 아빠가 유나에게 미안하듯, 너한테도 미안하다. 유나에게 보상해 주려고 네 마음을 상하게 했잖니. 결국 두 딸아이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겨줬어.”임서율 역시 한때는 아버지를 원망한 적이 있었다. 그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차츰 받아들였고 그 원망을 놓을 수 있었다.지금 그녀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아빠, 하고 싶은 말씀을 그냥 하셔도 좋아요.”임규한은 숨을 고르며 조심스레 부탁했다.“아빠가 바라는 건 단 하나다. 네가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유나와 너무 척지지 말아다오. 그 애가 널 괴롭히고 잘못을 저지른 건 맞지만 그래도 끝까지 내 딸이고 네 동생이지 않니. 내가 떠난 뒤에 유나가 지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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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임규한은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래, 아빠는 회사를 네게 맡기려 한다. 앞으로 이 회사의 합법적인 후계자는 너야.”임서율은 그 말에 순간 얼어붙었다.아버지가 회사를 통째로 자신에게 넘기겠다고 할 줄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아빠, 저... 회사는 맡고 싶지 않아요.”딸의 눈치를 살피던 임규한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알아. 네가 더는 임씨 집안과 얽히고 싶지 않다는 거. 지난날, 임씨 집안이 널 어떻게 대했는지 잘 알고 있어. 그 많은 잘못을 생각하면 네가 회사를 맡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지.”그는 말을 잇다 목소리가 떨려왔다.“하지만 이 회사엔 아빠 뿐만 아니라 네 엄마의 피땀도 담겨 있어. 네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받아줄 수 없겠니?”임서율은 결국 마음이 흔들렸다.해성 그룹은 부모가 함께 세운 회사였다. 임씨 집안은 예전에도 사업체를 운영하긴 했으나 경제 위기에 무너져 내렸었다.즉, 해성은 임씨 집안의 가산이라기보다 두 사람의 삶을 걸어 세운 결실이었다.‘떠날 때 다시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 적어도 회사가 임유나 손에서 망가지는 꼴은 볼 수 없어.’임서율은 깊게 숨을 내쉬고 펜을 들어 서류 위에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 내려갔다.임규한은 눈시울을 붉혔다.“서율아, 네가 이렇게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줄은 몰랐어. 정말 고맙다.”한동안 말만 주고받았을 뿐인데도, 임규한의 몸은 눈에 띄게 쇠약해 보였다. 그가 기운이 빠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비틀거리자, 임서율은 곧장 간병인을 불렀다.“얼른 아빠를 병실로 모셔가 주세요.”“네.”...한편, 임유나와 정설아는 차에 올라탔다.정설아는 방금 전 임규한의 행동을 곱씹다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유나야, 네 아버지 정말 미친 거 아니니? 나이 들수록 더 정신이 흐려지나 봐. 이 와중에 나랑 이혼하겠다고 하질 않나.”임유나는 그녀를 곁눈질로 흘겨보았다.정설아는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속은 음험하기 그지없는 여자였다.처음 집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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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지금은 이미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던 정설아는 잠시 고민한 뒤 곧장 대답을 내놓았다.“좋아.”임유나는 다시 한 번 못을 박았다.“잊지 마요, 이건 엄마가 직접 생각해 낸 방법이지 내가 시킨 게 아니에요.”속으로는 임유나를 수없이 욕하면서도 정설아는 억지로 웃었다.“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생각해 낸 거야, 됐지?”임유나는 휴대폰을 열어 어떤 번호를 찾아내더니 정설아 앞으로 내밀었다.“예전에 내가 불면증이 심했을 때 진료받던 의사인데 꽤 괜찮았어요. 엄마가 가서 한번 상담해 봐요. 우리 아빠 같은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분이라면 좋은 조언을 해줄 거예요.”눈치 빠른 정설아가 그 속뜻을 못 알아차릴 리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번호를 받아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밤 10시.하도원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의사가 몇 번이나 병실을 들러 약을 갈아야 한다고 했지만 임서율은 차마 그가 병원을 빠져나갔다고 말할 수 없어 그저 화장실에 있다는 변명으로 얼버무렸다.‘아무래도 회사 일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모양이야. 하도원조차 감당하기 벅찰 정도라니...’솔직히 임유나는 물론, 정설아의 말도 믿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었다.속이 답답했던 임서율은 결국 전화를 걸었으나 하도원은 끝내 받지 않았다. 불안은 점점 더 커졌고 이번에는 진승윤에게 걸었지만 그 역시 받지 않았다.하는 수 없이 그녀는 곧장 김유민에게 전화를 돌렸다.“유민아, 네가 좀 알아봐 줘. 한태민이 재호 그룹에 무슨 일을 했는지, 그리고 지금 하도원 씨 회사 상황이 어떤지.”김유민은 여느 때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네, 바로 확인해 볼게요.”십여 분이 지나, 김유민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누나, 알아봤는데 대체로 누나가 들었던 얘기랑 비슷해요. 다만 더 심각한 게 협력업체들이 이미 위약금을 물었고 이제는 하 대표 쪽이 물어야 할 차례래요.”“그런데 금액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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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김유민은 오래 고민하다가 결국 임서율을 만류했다.“누나,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아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을 거예요.”그는 늘 곁에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임서율이 지나온 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아도, 그 뒤에 얼마나 많은 눈물과 고통이 있었는지, 남들보다 얼마나 더 치열하게 버텼는지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런데 고작 몇 마디 말로 그 모든 노력이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었다.하지만 임서율의 목소리는 단호했다.“필요 없어. 내가 말한 대로 해. 자산을 정리해서 내 카드로 보내줘.”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확인한 김유민은 더는 말리지 못했다.“...알겠어요.”전화를 끊자마자, 임서율은 양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어디야?”“거의 다 왔어. 1분이면 돼.”“잘 됐다. 그럼 나랑 같이 한 군데 가자.”양지우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두 사람은 이미 한씨 집안 저택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임서율을 바라봤다.“서율아, 여긴 왜 온 거야?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임서율은 눈빛을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한씨 집안이 이미 움직였어. 한 회장이 왜 도원 씨를 겨냥했는지도 알아. 결국 나를 넘기라고 한 거잖아. 그런데 도원 씨가 그걸 거절했고, 그게 결국 빌미가 된 거지.”그녀는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양지우가 재빨리 손을 붙잡았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제 발로 함정에 들어가겠다고? 지금 한씨 집안 사람들은 널 보면 당장이라도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어 할 텐데, 다른 사람 같으면 도망가도 모자랄 판이야!”임서율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지우야, 이건 네가 막을 일이 아니야. 난 반드시 한 회장을 만나야 해.”양지우는 다시 붙잡으며 낮게 말했다.“알아, 내가 널 막을 수 없다는 거. 하지만 적어도 혼자 들어가진 마. 나도 같이 갈게.”그 말에 임서율은 감동한 듯 그녀를 바라봤다.“...지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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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임서율의 말은 단호했다.“지금부터 하도원 씨에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습니다. 저희도 끝까지 맞설 거예요. 하지만 회장님. 잘 생각해보세요. 백 년을 이어온 한씨 가문의 기틀을 고작 이런 사소한 일로 무너뜨리는 게 과연 이득일까요?”그 말투는 단순히 기세만으로 누르는 것이 아니었다.이건 노골적인 도발이었다.한태민은 한동안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양지우는 임서율이 무슨 비장의 수라도 마련해 협상을 벌이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내놓은 건 노골적인 도발뿐이었다.“서율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기나 해?”양지우가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자 임서율은 단호한 시선으로 답했다.“알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좋아. 임씨 집안에 너 같은 딸이 있다니, 참 대단하구나. 오늘 확실히 알았다.”한태민은 그 순간, 그녀에게서 두려움 대신 묘한 경탄을 느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자신 앞에서 이렇게 대담하게 맞서는 사람은 처음이었으니까.하지만 그는 서늘하게 웃었다.“그러나 착각하지 마라. 몇 마디 독한 말로 날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내가 하 대표에 대한 제재를 멈출 거라 여기는 건가?”“이미 말했지 않느냐. 네가 내 말대로 하면 하 대표를 이 일에서 빼주겠다고. 그럼에도 하 대표는 기어이 너를 지키겠다며 자신의 모든 걸 내던졌지.”임서율은 곧게 등을 펴고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한 회장님, 제 뜻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그렇게까지 한종서를 감싸는 게 정말 옳은 일일까요?”그 순간, 한태민의 눈빛이 싸늘하게 바뀌었다.“무슨 뜻이지?”임서율은 흔들림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한종서는 어릴 때부터 제멋대로였죠. 운성시에서 감히 한종서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 뒤엔 늘 한 회장님이 계셨으니까요. 그 방패가 있었기에 한종서는 사회 법도도 몰랐고 결국 납치에 강간까지 서슴지 않게 된 거예요.”“만약 회장님께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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