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631 - Chapter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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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1화

임서율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하도원이 곁에 있는 한, 차주헌이 감히 함부로 손댈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비웃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쏘아붙였다.“네가 자초한 일이잖아.”차주헌은 분노가 곧장 머리끝까지 치솟는 듯했고 다른 한 손을 슬그머니 들어 올렸다.그 순간, 맑은 여자 목소리가 옆에서 울려 퍼졌다.“언니!”임서율이 돌아보니 어느새 임유나가 곁에 서 있었다. 그녀가 묘한 표정으로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임서율은 애초에 상대할 생각조차 없었다.그녀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다시 차주헌을 향해 날카롭게 경고했다.“차주헌, 계속 이딴 식으로 억지를 부리면 바로 경찰 부를 거야.”말을 끝낸 그녀는 곧장 뒤쪽에 있는 김유민을 향해 한마디 던졌다.“신고해.”임유나는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나직하게 말했다.“언니, 이거 뭔가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차 대표님은 언니 전남편이잖아. 경찰까지 부를 필요는 없지 않아?”그러면서도 슬쩍 안쪽을 훑어보며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안에 있는 그분이랑도 무슨 오해가 있는 거겠지. 난 언니가 양다리 걸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겉으로는 임서율의 편을 드는 것 같았지만 사실 임서율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고 은근슬쩍 암시하고 있었다.임서율은 더는 참을 생각이 없었다. 해결해야 할 일도 산더미인데 굳이 쓸데없는 데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를 부리는 상대를 마냥 받아줄 마음도 없었다.그녀는 싸늘하게 받아쳤다.“내가 양다리 걸친 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네 남자 친구라도 빼앗았어? 넌 양다리 걸치고 싶어도 기회조차 없지 않니?”임유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양다리를 걸쳤다고 그래? 난 그냥 언니가 걱정돼서 충고한 것뿐이야. 이런 일 계속하면 언니 명성에도 좋을 게 없잖아.”말투는 제법 부드러웠고 듣는 이에게는 마치 제멋대로 굴다 나락에 빠진 언니를 붙잡아 주려는 착한 동생처럼 들렸다.차주헌마저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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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하 대표님 만나다가 또 다른 남자랑 만나고. 언니, 내가 충고 하나 할게. 요즘 에이즈가 얼마나 퍼져 있는지 알지? 밖에서 함부로 놀지 마.”임서율의 눈빛이 순간 얼음처럼 차갑게 굳었다. 그녀가 임유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날카로운 얼음이 내리꽂히는 듯했다.“임유나, 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되지만 말은 아무렇게나 하면 안 되지.”임유나는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며 맞받아쳤다.“내가 뭐 잘못 말했어? 사실이잖아. 아니라고 할 수 있어? 남녀가 단둘이 있고 또 언니 꼴도 이렇고...”그녀는 목소리를 높이며 도발했다.“진짜 떳떳하다면 우리가 들어가서 직접 확인하도록 해줘. 안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런 걸 하고 있는 건지.”임서율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정말 들어가 보고 싶어?”임유나는 곧장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당연하지.”임서율은 담담하게 일러주었다.“그럼 각오 단단히 해. 나중에 내가 미리 말 안 했다고 탓하지 말고.”“설마 그 안에 있는 남자가 날 잡아먹기라도 하겠어?”임서율의 태연한 태도는 오히려 임유나의 의심을 더 짙게 만들었다. 분명 안에 있는 남자와 임서율 사이엔 뭔가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확신이 들었다.임서율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렇게 보고 싶으면 들어가 봐.”그녀가 몸을 살짝 옆으로 비켜서자, 임유나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그리고 곧 눈앞에 드러난 남자의 넓은 등을 보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김유민은 아직 옷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임유나의 눈빛은 즉시 확신으로 번졌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 임서율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외쳤다.“언니! 이제 할 말 있어? 이 상황에서도 잡아떼겠다는 거야?”임서율은 태연히 받아넘겼다.“내가 언제 잡아뗐다고 그래? 방금 내가 뭐라고 했는데?”임유나는 곧장 김유민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이봐요, 몰라서 그러시나 본데, 이 사람 남자 친구 있어요. 이렇게 몰래 바람피우는 건 아니죠.”그 말에 김유민이 천천히 몸을 돌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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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지...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난 그 사람을 전혀 모른다고 했잖아. 도대체 무슨 권리로 나한테 책임을 지라 그래? 게다가 그게 언제 일이야, 벌써 5년이나 지났잖아. 지금 와서 이걸 들먹이는 게 웃기지도 않아?”임유나는 코웃음을 치며 덧붙였다.“그리고 누가 5년 전 사건을 다시 파헤치겠어? 제발 허황한 망상 좀 하지 마.”사실 임유나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결정적 증거가 없는 사건은 경찰에서 다시 수사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임서율이 이런 일로 자신을 흔들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임서율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웃기는 건 너지, 임유나. 변호사 하나 더 찾아가서 물어보는 게 어때?”그녀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지금 내 손에는 증인이 있고 당시 병원의 폐쇄된 CCTV까지 복원해 놨어. 네가 유민이에게 송금한 내역도 다 확보했고. 불법 루트로 약을 구매한 네 기록까지 있는데, 보고 싶어?”임유나의 얼굴빛이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네... 네가 날 모함하려고 꾸며낸 거야. 지금 이 남자랑 불륜을 꾸미고 그걸 덮으려고 날 협박하는 거잖아!”임서율은 더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이쯤 됐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네. 임유나, 나도 더는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진실은 곧 드러날 거야.”입으로는 도저히 임서율을 이기지 못하자, 임유나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그 화살을 김유민에게 돌렸다. 그녀는 눈을 치켜뜨고 김유민에게 다가가더니 손을 휘둘러 그의 몸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너 대체 누구야! 왜 이 여자 편을 들어서 날 해치려는 건데? 돈이라도 받은 거야?”김유민은 차마 여자에게 손을 댈 수 없어 뒤로 물러섰지만, 그럴수록 임유나는 더 날뛰었고 주먹이 그의 어깨와 몸에 마구 떨어졌다.결국 임서율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고 시원하게 임유나의 뺨을 갈겼다.“임유나, 미치려면 밖에 나가서 미쳐! 여긴 네가 난동 부릴 자리가 아니야.”그녀의 목소리가 매섭게 갈라졌다.“네가 뭐라고 유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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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매니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네, 네! 전적으로 저희 과실입니다. 지금 바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그는 다급히 무전기를 집어 들고 지시했다.“보안팀, 15층으로 두 명 올라와서 외부인 두 명을 바로 퇴출시켜.”임유나는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씩씩대며 말했다.“됐어요, 나가면 되잖아요. 내가 알아서 갈 거예요.”그 순간, 차주헌의 시선은 아까와 달리 날카로운 분노 대신 묘한 죄책감으로 바뀌어 있었다.“서율아, 내 말 좀 들어줘. 5년 전 그 일은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임서율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매니저님, 저분도 같이 내보내 주세요.”“알겠습니다.”매니저는 곤란한 기색으로 차주헌을 흘끗 보았다. 고급 정장 차림에 범상치 않은 기세. 이런 사람을 많이 상대해온 그는 단번에 상대의 배경이 평범치 않음을 눈치챘다. 그래서 임유나와는 달리 한층 더 공손한 어조를 사용했다.“저기요, 하실 말씀은 밖에서 개인적으로 나누시는 게 좋겠습니다.”차주헌은 곧장 말했다.“제 전처입니다.”매니저는 곤란한 듯 고개를 저었다.“전처든 현처든 상관없습니다. 상대가 대화를 원치 않으면 존중해 주셔야죠.”차주헌은 순간 입술을 달싹였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그러나 여전히 떠나고 싶지 않았다. 임서율에게 어떻게든 오해를 풀고 싶었으니까.그때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매니저가 호출한 보안팀이 줄지어 도착한 것이다.“매니저님, 지시사항 주십시오.”매니저는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차주헌을 바라봤다.“이제 선택하셔야 합니다. 직접 걸어 나가시겠어요, 아니면 저희 쪽에서 모시고 나갈까요. 후자면 좀 보기가 좋지 않을 겁니다.”차주헌은 눈앞의 상황을 잠시 바라보다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고개를 숙이고는 발걸음을 돌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문 앞이 조용해지자, 임서율은 길게 숨을 내쉬며 방문을 닫았다.그제야 김유민이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누나, 왜 경찰을 안 불렀어요?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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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하지만 임서율은 알지 못했다.임유나가 체포되자마자, 그녀는 손에 쥔 휴대폰으로 번개처럼 소식을 정설아에게 전했다는 사실을.정설아는 임유나가 이렇게 빨리 잡힐 줄은 몰랐다.사실 이 일은 오래전부터 두 사람 머리 위에 매달린 칼과도 같았다. 임유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언젠가 임서율이 더는 눈감아주지 않을 것이며, 결국 이 모든 게 그녀에게 되돌아가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만히 당하기보다는 미리 대비하는 쪽을 택했다.이미 한동안 정설아와 은밀히 약속해 두었다. 만약 임서율이 정말 경찰에 신고한다면 그녀는 반드시 조사를 받을 것이고, 그때는 정설아가 직접 움직여야 했다. 이제 두 사람은 같은 배를 탄 처지였다. 게다가 임규한이 이혼까지 운운하는 상황에서, 설령 임유나가 최선은 아니더라도 다른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임유나의 메시지를 받은 정설아는 곧장 의사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문이 거칠게 열리자, 아직 침대에 누워 있던 임규한은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정설아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누가 당신한테 들어오랬어! 당장 나가.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정설아는 더이상 부부의 정 따윈 버린 지 오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왜 그때 베개로 그의 숨을 끊어버리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만 가득했다. 그랬다면 오늘 같은 번거로운 일도 없었을 텐데.그녀는 팔짱을 끼고 서서 서늘하게 웃었다.“당신 말이 좀 심하네요. 그래도 우린 아직 부부예요. 이혼은커녕, 아직은 숙려 기간이잖아요. 서류 올린다 한들 한 달은 지나야 남남이 될 수 있어요.”그녀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기울였다.“그러니 난 여전히 당신 아내예요. 아내가 병문안 오는 게 뭐가 잘못인데요?”임규한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나 있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산 아내가 돈 때문에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부터는 꼴도 보기 싫어졌다. 심지어 자신의 친딸까지 끌어들였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지금 그녀의 얼굴을 보자 그 모든 악몽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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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그게 어떻게 같을 수가 있어!”임규한은 당장이라도 병상에서 벌떡 일어날 듯 상반신을 들썩였다.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가슴은 크게 요동쳤다.정설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차라리 이대로 병상 위에서 숨이 끊어져 버린다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뭐가 다르다는 거예요? 어차피 임서율 지금 멀쩡히 살아 있잖아요. 하지만 유나는 지금 경찰서에 있어요. 만약 임서율이 사건을 다시 들춰내 조사라도 한다면 유나는 살인죄로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요! 임규한 씨, 당신 딸이 평생을 감옥에서 썩는다고 생각해 봐요. 아무 죄책감도 안 들어요?”“이 모든 게 다 임서율 때문이에요. 그런데도 당신은 아직도 그 아이 편을 드는 거예요?”말을 쏟아낸 정설아는 이내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뭐, 당신 나이에 이젠 정신도 온전치 않겠죠. 헛소리 하는 것도 놀랍지 않네요.”그러고는 뒤에 서 있던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봤죠? 내가 의사까지 데려왔어요. 당신 머리가 정상이 아닌지, 똑똑히 확인해 보려고.”남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임규한의 상태를 살폈다.임규한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놔! 정설아,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뭐 하는 거야! 당장 멈춰!”그는 힘겹게 고함쳤지만 정설아는 오히려 손짓으로 의사를 재촉했다.“선생님, 뭘 망설여요. 어서 입 막고 확인해 보세요.”의사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상태를 보니 분명 자극을 심하게 받은 듯합니다. 뇌 관련 검사를 더 받아야 할 것 같군요. 제가 진단서를 써드리겠습니다.”임규한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에, 정설아는 눈을 크게 떴다.“정말요? 그럼 이 사람,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그렇습니다. 제가 아무 근거 없이 진단할 리 없어요. 보호자분, 추가 검사를 받는 걸 추천드립니다.”정설아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알겠어요.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의사가 물러서자, 정설아는 성큼 다가와 임규한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탁탁 치며 비아냥거렸다.“들었죠? 당신은 정신병자예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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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조현우는 전에 하도원에게서 들었다. 임규한의 아내가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고. 게다가 임규한의 지금 상태로 봤을 때 단순한 말다툼 같지 않았다. 그는 정설아와 곁에 선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잠깐만요. 제가 임규한 씨 따님을 불러오겠습니다. 지금 환자 상태가 좀 민감해서, 아무나 드나들면 안 됩니다.”그 말을 한 뒤, 조현우는 서둘러 임서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설아는 다급하게 막아섰다.“의사 선생님, 전 그냥 남편 보러 왔을 뿐이에요. 서율이는 요 며칠 바쁘잖아요. 아버지 일까지 신경 쓸 시간 없어요.”그러나 조현우는 흔들리지 않았다.“죄송합니다. 보호자분께서 방문하신 분들 명단은 꼭 확인해야 한다고 했어요. 나중에 보호자분이 문제 삼으면 저희도 곤란합니다.”그 말에 정설아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의사 선생님, 그렇게 말하시니 조금 불쾌하네요. 서율이만 보호자고 전 보호자가 아니라는 소리인가요? 남편 보러 왔는데 무슨 허락을 받아야 하죠?”임서율과 통화가 닿지 않자, 조현우는 하도원에게 연락했다. 그사이 정설아가 임규한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 길은 없었지만 다행히 하도원이 곧바로 병원으로 왔다.정설아는 황급히 자리를 뜨려 했지만 병실 문 앞에서 막히고 말았다.하도원은 현재 부상당한 상태였지만, 그가 풍기는 기운은 평범하지 않았다. 정설아는 그를 한 번 마주친 것만으로도 움츠러들었고 곧 당황한 표정으로 조현우를 돌아보며 물었다.“도원이는 왜 부른 거예요?”조현우는 태연히 답했다.“지금 하도원 씨가 임서율 씨 남자 친구입니다. 서율 씨에게 전화가 닿지 않아 제가 대신 불러온 거예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그 말에 정설아가 소란을 피웠다.“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아내가 남편 보러 오는 게 무슨 문제냐고요?”조현우가 곤란한 듯 입을 다물자, 하도원이 직접 대답했다. 그의 얼굴은 날카롭게 굳어 있었고 말투는 공격적이었다.“아주머니, 전에 임유나와 함께 임 회장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제가 다시 말씀드려야 할까요?”말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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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진승윤이 막 휴대폰을 들어 경찰에 신고하려는 순간, 정설아가 재빨리 손을 뻗어 그것을 낚아챘다.“그럴 필요 없어. 난 그냥 남편 보러 온 건데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드는 거니.”그렇게 말하며 정설아는 슬그머니 자리를 뜨려 했다.이번엔 하도원도 그녀를 막진 않았다. 대신 그녀 뒤를 따르던 남자를 가로막았다.남자는 하도원의 눈빛과 마주하는 순간, 상대가 보통 신분이 아님을 단번에 느끼고는 다급히 외쳤다.“이거 뭐 하는 겁니까!”하도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저분은 임 회장님의 아내분이지만 당신은 누굽니까?”뜻밖의 상황에 정설아는 간신히 병실 문턱을 벗어나며 속으로 안도했지만, 남자가 붙잡히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하도원이 혹시라도 그의 정체를 캐내면 곤란했기에 그녀는 성급히 입을 열었다.“우리 집 기사야.”하도원은 눈썹을 치켜올렸는데 그녀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기색이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병상 위의 임규한을 바라봤다.“회장님. 이 사람, 댁의 기사 맞습니까?”임규한은 간신히 입술을 달싹였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고개를 끄덕이시거나, 저으시면 됩니다.”그리고 다시 묻자, 임규한은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하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정설아를 바라봤는데 그 눈빛은 매서운 매와 흡사했다.“들으셨죠? 회장님께서 기사 아니라고 하시던데, 혹시 아주머니 애인이세요?”그 말에 정설아의 눈빛이 단번에 날카로워졌다.“무슨 망언이야? 도원아, 지금 그 말, 증거 있니? 증거도 없이 이런 소리 했다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야.”“좋습니다. 고소하시죠. 하지만 그전에, 이 남자 정체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 아닐까요?”그가 진승윤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남자가 버티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의사예요. 정식 병원의 의사라고요! 당신들이 말하는 무슨 애인도 아니고, 운전기사도 아닙니다. 임 여사가 제게 부탁해 임 회장님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겁니다.”“가족들이 환자의 정신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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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하도원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조현우의 말을 날카롭게 끊었다.“조현우, 너 요즘 할 일 없는 모양이지?”조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저리 좀 가. 우리 얘기하는 데 방해하지 말고.”그는 다시 팔을 뻗어 의사라 소개한 남자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저는 최대범이라고 합니다.”이름을 말할 때 최대범은 조금 민망한 기색이었다.조현우는 순간 멍해졌다.‘이름이...’자신의 반응이 실례일 수 있다는 걸 깨닫자 그는 서둘러 어색하게 웃었다.“이름이 참 독특하시네요.”최대범은 쓴웃음을 지었다.“제가 어릴 적 겁이 워낙 많았거든요. 어머니께서 크면 용감해지라고 이렇게 지어주신 겁니다.”“아, 그렇군요. 그럼 밖에서 얘기할까요? 여기서는 환자분께 방해가 되지 않습니까.”조현우가 자연스럽게 제안하자, 최대범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한 채 병실을 빠져나갔다.남겨진 하도원과 진승윤은 잠시 멍해졌고 정설아는 그야말로 얼굴이 굳어졌다.여기에 오래 머물다간 화를 자초하리라는 걸 깨달은 그녀는, 하도원이 자신을 추궁하기 전에 서둘러 몸을 빼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하도원은 곧 상황을 정리하고 조현우에게 임규한의 상태를 계속 주시하라고 당부했다.조사가 끝난 뒤, 임규한이 힘겹게 전한 정보도 정리되었다.“최대범이라는 자가 말하길, 정설아랑 임유나가 자기를 데려온 이유는 임 회장님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거래. 만약 문제가 있다면 예전 유언장은 무효가 되고 새로 작성할 수 있지.”하도원은 눈썹을 찌푸렸고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짓눌렀다.“그럼 지금 임 회장님의 정신 상태는 어떻게 나왔어?”“최대범은 자기 수십 년 의사 경력을 걸고 말했어.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지금 검사를 받으면 정신 이상 판정을 피하긴 어려울 거야.”하도원은 턱을 쓰다듬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그 사람 말, 믿을 만해?”조현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내 생각엔 70%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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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하도원은 그제야 태블릿을 받아 들고 잠시 살펴본 뒤, 진승윤에게 물었다.“이 회사들, 전부 조사했나?”“예, 다 확인했습니다. 전부 해외 기업이고 정식으로 등록된 회사들입니다.”진승윤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하도원이 의심이라도 할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침을 삼켰다.하지만 하도원은 ‘해외’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의심이 들었다.“해외라?”진승윤은 하도원이 경계심을 내려놓도록 애썼다.“예. 해외지만 이미 다 조사 끝났습니다.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예전에도 해외 업체랑 거래한 적 있잖습니까.”하도원은 다시 안건을 훑어보았다.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으나 묘하게 찝찝한 기분이 지워지지 않았다.“한두 군데가 해외 기업이라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세 군데가 전부 해외라면, 이건 이상해.”진승윤은 손끝을 꼼지락거렸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어디가요? 전혀 문제 될 거 없습니다. 대표님도 아시잖습니까, 저희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이때 누군가 투자를 하겠다는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습니까?”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하도원의 손을 잡아 억지로 서류에 사인하게 만들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하도원은 도리어 태연했다.“바로 이런 때일수록 조급해선 안 돼. 진 비서가 어떻게 장담해, 이게 함정이 아닐 거라고.”진승윤은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말도 안 됩니다. 안건이 이렇게 명확한데 무슨 함정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절차대로 하나하나 밟아가면 그만입니다!”그 순간, 하도원은 태블릿을 꺼버리고 팔짱을 끼더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진승윤을 바라봤다.“진 비서, 요즘 왜 이렇게 안달이 났어. 내가 파산하면 월급 못 받을까 봐 그러는 거야?”진승윤은 눈가마저 붉어졌다.“그럴 리가요. 대표님 곁에서 지낸 게 몇 년인데,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돈 따위로 떠날 사람이겠습니까. 대표님이 무너지든 다시 일어서든, 저는 끝까지 함께할 겁니다.”하도원은 헛기침을 하며 손으로 그를 밀어냈다. 그의 시선엔 약간의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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