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안은 울음을 터뜨리며 그제야 하정화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말을 들은 하정화는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하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뭐라고? 네가 한종서 편을 들면서 증언을 안 했다고? 박지안, 정말 정신이 나간 거 아니야? 한종서가 너랑 무슨 상관인데!”“그 사람이 누구라고 이렇게 팔을 걷어붙이고 편을 들어!”하정화가 화를 내는 건 박지안도 거의 처음 보는 일이었다.비록 양녀지만 하정화는 지금까지 늘 친딸처럼 잘 대해주었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낸 건 처음이라 박지안은 더 서러웠다.“엄마, 이건 저만 탓할 수 없어요. 임서율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 거예요.”“엄마는 못 봤죠? 오빠가 그 여자 때문에 목숨까지 내던질 기세라니까요.”“왜요, 왜 그 여자가 저보다 나은 게 뭔데요!”박지안은 계속해서 억울함만 쏟아냈다.하정화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만 치밀어 올랐다.“바보야, 한 순간하고 평생을 구분도 못 하니? 네가 오빠랑 결혼은 못 해도 오빠가 우리 생활비는 몇 년 동안 빠짐없이 챙겨줬잖아.”“근데 이제 와서 도원이 심기를 건드리고 한종서한테 붙어? 내 짐작이 맞다면 한종서가 너한테 무슨 약속을 했다가 이제 와서 딴소리한 거겠지?”한종서 얘기가 나오자 박지안은 눈물을 더 쏟아냈다.“엄마, 한종서 그 인간 완전 쓰레기예요. 시킨 거 다 하면 2억 주겠다고 했으면서 갑자기 말을 바꾼 거예요.”“말만 바꾸면 그나마 다행이지, 아예 2억을 이천만으로 깎아버렸어요.”박지안은 차마 칼을 들 용기까지는 없었지만 한종서를 가만두고 싶지 않았다.하정화도 목소리를 높이며 전화기 너머로 울부짖었다.“박지안, 너 지금 우리 인생을 다 망쳐놓고 있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박지안은 발을 동동 구르며 울면서 애원했다.“엄마, 우리 어떡해요. 오빠가 우리를 모른 척하면 우리 앞으로 어떻게 살아요.”딸이 이렇게 망가져 있는 걸 보자 하정화는 심호흡을 크게 내쉬고 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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