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떠난 게 다행이었다.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불쾌했으니까.다행히 그날 밤, 임서율은 푹 잤다.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옆자리가 텅 비어 있는 걸 느꼈지만 전혀 놀랍지 않았다.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챙긴 뒤 사직서를 쓰기 시작했다.열 시 무렵, 차주헌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미안해, 서율아. 어젯밤 수진이가 열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데려갔어. 병원에서 한참을 붙잡혔네.]임서율은 그 메시지를 보고 조용히 웃었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예전처럼 넉넉한 태도로 답장을 보냈다.[괜찮아. 수진 씨 혼자 있고 어머니도 아프시니, 네가 챙기는 게 당연하지.]곧바로 답장이 왔다.[네가 화 안 내서 다행이야.]임서율은 더 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지금의 자신이 화를 내도 그에게는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을 테니까.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두고 사직서를 마무리한 뒤, 주주들의 메일함에 전송했다.그녀는 회사 주요 프로젝트 대부분에 관여했고, 또 차주헌의 아내라는 위치는 언제나 양날의 검이었다.사직은 단순한 개인의 퇴사가 아니었다.저녁 7시.임서율은 연한 화장을 하고 은은한 노란빛의 튜브탑 쉬폰 드레스를 입었다.머리는 단정하게 집게핀으로 올렸고 귀에는 로즈골드의 둥근 귀걸이를 착용해 그녀의 맑고 세련된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외모는 그녀 특유의 절제된 미를 극대화했다.임유나와는 호텔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되도록 접촉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같은 차를 타고 오는 건 더더욱 위험했다. 둘 중 하나가 참지 못하고 입구에서부터 싸움이라도 벌일 판이었으니까.호텔에 도착했을 때, 마침 임유나가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그 차량은 익숙했다.예전 조태성이 자주 그녀를 태워줬던 바로 그 임씨 가문의 전용 차량이었다.임유나는 샴페인색 깃털 드레스를 입고 목에는 명품 브랜드의 최신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손목에는 팔찌, 손가락엔 반지, 하나도 빠짐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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