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Kabanata 861 - Kabanata 870

874 Kabanata

제861화

극심한 통증이 파도처럼 척추를 타고 밀려왔다. 뜨겁고 저릿한 기운이 살을 뚫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임서율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고 입술까지 새하얗게 질렸다. 차갑게 젖은 식은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하도원은 급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손이 뒤로 묶여 있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는 다급하게 외쳤다.“서율아, 서율아!”임서율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숨을 몰아쉬었다.“괜찮아요. 도원 씨... 걱정하지 마요.”그 순간, 한종서가 갑자기 고개를 젖히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텅 빈 공장 안에 잔인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임서율, 너 진짜 하도원 사랑하는구나? 목숨 걸 정도로? 하, 기가 막혀서... 근데 말이야, 차주헌에게도 그랬던 거 아니야?”“죽고 못 살겠다고 난리 쳤겠지?”임서율은 더러운 걸 본 것처럼 그를 노려보더니 힘겹게 한마디 했다.“꺼져.”순간, 한종서의 표정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성난 듯 손으로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너네 커플이 아직 빠져나갈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해? 지난번에는 내가 방심했지. 국내라 내가 함부로 못 건드리니까. 근데 여긴 해외야. 경찰? 법? 그런 거 여기선 별 의미 없어.”그는 잔인하게 웃었다.“오늘 너희 둘을 여기서 죽인다고 해도 난 멀쩡할걸?”그러자 묶여 있던 하도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한종서, 남자라면 그냥 나한테 덤벼. 여자를 건드리다니, 짐승만도 못한 놈.”하도원은 손발이 묶인 상태에도 주도권을 쥐고 있는 듯 한종서를 끊임없이 도발했다.“어서 하지 그래. 이러다 네가 나한테 반해서 못 치는 줄 알겠네.”한종서는 손에 쥔 야구방망이를 꽉 움켜쥐었다. 정말 이대로 그의 머리를 내리쳐서 그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다.하지만 몇 초 뒤, 그는 다시 입꼬리를 비틀며 음산하게 웃었다.“그래도 한방에 끝내는 건 재미없지. 차라리 고통스럽게 시달리는 쪽이 더 흥미로울 것 같아.”그는 가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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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한종서는 하도원에게 임서율이 어떻게 짓밟히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오만함을 통째로 부숴버리고 싶었다.한종서는 하도원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입가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미친 듯이 웃으며 무릎으로 임서율의 등을 짓눌렀다.“너 그렇게 잘난 척했잖아? 무슨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꼼짝도 못 하고 구경만 하네?”하도원의 턱선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굳어 있었다. 손목을 묶은 밧줄은 그가 몰래 비비는 바람에 이미 살이 벗겨지고 피가 배어들었다.그때 임서율이 번개처럼 다리를 들어 올려 그의 급소를 걷어찼다.“악!”임서율의 기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한종서는 숨조차 제대로 못 쉬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옆에 있던 부하들이 놀라 소리쳤다.“도련님!”하지만 그 누구도 하도원 쪽을 눈치채지 못했다.하도원은 이미 묶인 줄을 풀고 있었다. 그는 단숨에 달려들어 한종서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고는 그의 머리를 책상 위로 내리찍었다.뒤이어 한종서의 비명이 터졌다.“아악!”선두에 있던 남자가 정신을 차리고 방망이를 들었다. 그러나 하도원은 몸을 틀어 공격을 피했고 곧바로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자의 손에서 방망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하도원의 움직임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날카로웠고 그의 눈빛은 칼보다 서늘했다.“오늘 여기 있는 놈들, 전부 죽을 줄 알아.”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돈 때문에 모였던 그들은 기세가 확 꺾였고 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을 보고는 더더욱 나설 용기를 못 냈다.그때 공장 출입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경찰들이 들이닥쳐 현장에 있던 이들을 단숨에 제압하고 수갑을 채웠다.하도원은 곧장 임서율에게 달려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다리에 묶인 끈까지 풀어주었다.하지만 바닥에 뒹굴던 한종서가 이를 악물고 일어나 떨어진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하도원의 뒤통수를 향해 휘둘렀다.임서율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도원을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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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하도원과 임서율도 나중에야 들었다. 경찰이 그렇게 빨리 도착할 수 있었던 건 엘리가 신고했기 때문이었다.지금은 모두 운성시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라와 있었다.임서율은 다시 한 번 엘리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엘리 선생님, 이번 일 정말 감사드려요.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납치된 걸 아신 거예요?”엘리의 얼굴빛은 며칠 전과 비교하면 훨씬 좋아 보였다. 오랜만에 햇빛을 본 덕분인지 기색도 훨씬 밝아졌다.임서율은 문득 생각했다.보통 사람이라면 한 달만 집에 틀어박혀 있어도 몸이 망가지는데 이 사람은 몇 년 동안 그랬음에도 멀쩡해 보였다.‘엘리 선생님은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갇혀 있었던 거구나.’엘리는 가볍게 웃었다.“우리 집 주변 500미터 반경엔 전부 CCTV가 있어요. 당신들을 감시하려고 설치한 건 아니고 예전에 악성 댓글 때문에 기자들이 계속 집 앞에서 기다리곤 했거든요. 지금은 아무도 안 오지만 귀찮아서 그냥 그대로 두고 있었죠.”“여러분이 끌려가는 순간, 우리 집 강아지가 계속 짖어대더라고요. 이상해서 모니터를 열어봤는데 그 인간들의 표정이 너무 수상했어요.”임서율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선생님께서 그때 한 번만 더 확인해 보지 않으셨다면 우린 정말...”“괜찮아요. 서로 도움이 된 거죠. 만약 당신들이 오지 않았다면 난 아마 계속 과거 속에 갇혀 있었을 거예요.”엘리는 집 밖으로 나온 그 순간, 세상이 바뀐 걸 느꼈다.햇살이 몸에 닿는 게 이렇게 따뜻했던가. 온몸에 드리워져 있던 그림자가 조금씩 걷히는 느낌이었다.임서율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잘됐어요. 단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을 결정짓는 건 아니에요. 선생님에겐 앞으로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있어요. 다시는 본인을 가두지 마세요.”임서율의 말은 엘리에게 짙은 안개가 걷히고 햇빛이 비치는 순간처럼 느껴졌다.비행기는 어느덧 운성시에 도착했다.내리자마자 하도원의 전화가 울렸다.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하도원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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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괜찮아. 내가 말한 대로 먼저 움직여.”김유민은 단 한 번도 임서율의 지시를 어긴 적이 없었다.이번도 마찬가지였다. 엘리를 데리고 나가기 전, 그는 하도원을 향해 부탁했다.“하 대표님, 누나 잘 부탁드릴게요.”“걱정 마.”하도원은 임서율의 손을 꼭 잡으며 진승윤과 함께 다른 차량에 올랐다.한씨 가문의 본가는 깊은 적막에 깔려 있었다. 흔들리는 초빛이 한 회장의 영정에 어른거리고 공기 속엔 무거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도착하기 전, 임서율은 검은색 롱 원피스로 갈아입었고 하도원은 어두운 정장을 입은 채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감싸고 하얀 국화를 들고 조문실 앞에 섰다.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무슨 낯짝으로 여기에 와?”분노에 눈이 충혈된 남자가 나섰다.한 회장의 조카, 한명원이었다.“회장님은 당신들 때문에 돌아가신 거야! 종서가 잡혀갔다는 소식 듣고 충격받아서 혈압이 올랐고 결국 심장마비로...!”주변의 친척들이 달려와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비난을 쏟아냈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음송곳처럼 임서율의 마음에 꽂혔다.“살인범이 무슨 면목으로 조문이야? 회장님은 당신들 때문에 돌아가셨어! 얼른 꺼지지 못해?”임서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얀 국화를 조용히 놓고는 영정 앞에 고개를 깊게 숙였다.“마음이 아프신 건 이해하지만 아무에게나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시는 건 멈추셔야죠. 한종서는 두 번이나 저희를 노렸습니다. 지난번 사건 때 한 회장님이 손자를 구치소에 안 보내려고 얼마나 많은 인맥과 자원을 동원하셨는지, 여기 계신 분들이 더 잘 아시잖아요. 그리고 한종서는 같은 피해자인 박지안까지 매수해서 진술을 바꾸게 했습니다.“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우리는 그 모든 걸 눈감아줬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종서가 해외까지 가서 또다서 납치를 할 수 있었을까요?”하도원이 앞으로 나서며 차갑게 말했다.“경찰 공식 수사 결과입니다. 궁금하다면 여기 문서 직접 확인하시죠. 납치, 상해, 진술 조작 등 모든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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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한씨 가문의 사람들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임서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느꼈다. 할 만큼 했고 그들 또한 속으로 뻔히 알고 있을 테니까.한종서가 뭘 했는지 그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를 두둔하는 건 결국 핑계를 찾아주는 것뿐이었다.임서율은 하도원의 팔을 살짝 끌었다.“할 말은 다 했어요. 남은 건 여러분 마음대로 생각하시죠.”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돌아서려 했다.그때, 한명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하 대표님, 잠시만요...”하도원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무슨 일입니까?”불과 몇 분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한명원은 완전히 기가 꺾인 표정이었다.“부디 회장님 체면 한 번만 봐주십시오. 종서는 우리 한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입니다. 그 아이마저 감옥에 들어가 버리면 우리는 정말 끝입니다.”하도원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도대체 한씨 가문은 그 독자에게 왜 그렇게 집착합니까? 한종서는 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타입이 아니죠. 그런 사람에게 한씨 가문의 수십 년 재산을 맡긴다? 결과는 뻔합니다. 가문 전체를 통째로 넘겨줘도 얼마 못 가 죄다 말아먹을 겁니다.”한명원의 표정이 단단히 굳어졌다.“그렇지만 회장님이 임종 전에 가문을 종서에게 넘겨라고 하셨어요. 저희가 그 유언을 어길 수는 없지 않습니까.”그 말에 하도원은 피식 웃었다.“저는 남 일에 참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종서 얘기만큼은 한마디 해야겠네요. 정말 한씨 가문엔 그 녀석 말고 다른 후계자가 없습니까?”한명원은 턱을 쓸어내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하도원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한종서가 대표 자리에 앉는 순간, 한씨 가문의 몰락은 시간 문제라는 걸.한명원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 하 대표님. 아까 저희가 감정이 격해져서 두 분께 무례를 범했네요.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사과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한종서는 한씨 집안 사람이잖아요. 그 녀석이 어떤 인간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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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넌 재벌가 싸움을 너무 순진하게 보는 거야. 저 사람들이 정말 한종서를 위해 흥분했을 것 같아? 전부 자기들 계산 다 끝난 사람들이야. 다만 누구도 앞장서서 나쁜 놈이 되긴 싫은 거지.”임서율이 고개를 돌렸다.“그래서 그 나쁜 사람 역할을 도원 씨가 한 거네요.”“내가 하든, 다른 사람이 하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결과지. 이제 한종서를 두둔하려고 나설 사람은 없을 거야. 오히려 우리보다 그 친척들이 한종서가 나오지 말기를 더 바랄 거야.”하도원은 이런 재벌가 싸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집 안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 눈에 번뜩이던 욕심을 보고도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사람은 약점이 있을 때만 흔들리고 약점이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었다.임서율은 그 말을 듣고서야 하도원이 왜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이해됐다.“그럼 왜 미리 말 안 했어요?”“뭐라고 할까? 눈앞에 사람들 다 있는데 네 귀에다 대고 속닥속닥 말할까? 그러다 너 기 다 죽겠어.”임서율이 어깨를 으쓱였다.“그럼 이제 지우 문제부터 해결해요. 한종서는 이제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누구도 못 구해주니까요.”임서율은 바로 김유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야?”“병원이에요.”“병원? 아까는 집이라고 했잖아. 왜 갑자기 병원이야?““엘리 선생님께서 지우 씨 상태 보더니 안 좋다고 빨리 입원시키자고 하셨어요. 선생님께선 현지 의사들이랑 치료 방안을 다시 상의해 보겠대요.”그 말을 듣는 순간 임서율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알겠어.”그녀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먼저 병원으로 가요.”그때, 하도원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본 순간,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빨리 받아요. 혹시 회장님 쪽일 수도 있잖아요.”임서율도 눈치채고는 하도원을 재촉했다.“여보세요.”“삼촌, 병원 좀 와 주세요. 할아버지께서 삼촌 찾으세요.”하도원의 표정이 굳어졌다.“지금은 좀 곤란해. 다른 일이 있거든. 나중에 가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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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양쪽 모두 전화를 끊고 임서율은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에 들어서자 양지우는 온몸에 여러 가지 튜브가 연결되어 있었고 손등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이건 임서율이 가장 두려워하던 장면이었다.그녀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다가갔다.“지우야...”양지우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율아, 왔구나. 진 비서님이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한 회장님 돌아가셨다며. 그쪽에서 너 괴롭힌 거 아니겠지?”임서율은 양지우가 이 정도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너 진짜... 언제까지 남 걱정할 거야. 이제 그만 네 몸이나 돌봐. 내 일은 신경 쓰지 말고. 그리고 엘리 선생님, 정말 능력 있는 분이셔.”양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아, 엘리 선생님은 정말 유명한 분이시지. 몇 년 전에 들어본 적 있어. 다만 그 뒤로 은퇴하셔서 잊고 지냈어.”임서율은 양지우의 이불을 잘 덮어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치료에 집중해. 아이들은 걱정하지 마, 내가 도우미한테 부탁해서 아이들 돌보게 할 거야. 보고 싶을 때 데려올게.”“아무튼 넌 지금 몸이나 잘 돌보면 돼.”양지우는 임서율의 말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서율아, 나 정말 어떻게 너한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솔직히 말해서, 임서율이 아니었다면 양지우는 진작에 무너졌을 거다.“됐어,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딨어. 성운 그룹에 다닐 때 네가 날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매번 고객들하고 술 마시다 토할 지경이면 지우 네가 대신 나서서 막아줬잖아.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성운에서 자리 잡았겠어.”임서율은 아직도 그때 일이 생생했다. 한 번은 양지우가 대신 술을 마시다가 위출혈이 났었다. 만약 병원에 제때 실려가지 않았으면 정말 목숨이 위태로웠을지도 몰랐다.그 한 번의 은혜만이라도 평생 갚아도 모자랄 정도로 컸다.양지우는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우리 사이에 굳이 그런 말 할 필요 있어?”“그러니까 지금 너도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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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하도원은 미간을 좁히고 차주헌을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무슨 일이지?”차주헌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며 태연한 척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할아버지께서 삼촌이 걱정되는데 그렇다고 전화하기도 뭐해서, 삼촌이 돌아왔다는 소식 듣고 제가 대신 연락드린 거예요. 오시라고.”“내가 언제 그랬냐? 허튼소리 마라.”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은 듯 누워 있던 차진만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하도원과 차주헌은 동시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할아버지!”차주헌은 자리에서 튀어 오르며 소리쳤다.“제발 사람 놀래키지 좀 마세요!”차진만은 얼굴색은 창백했지만 표정이나 눈빛은 전보다 또렷했다. 하도원은 그게 좋은 신호인지 나쁜 신호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그때 차진만이 머리맡의 베개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차주헌에게 던졌다.“시키지도 않은 짓은 왜 하는 거냐! 내가 뭘 걱정한다고! 이 녀석이 애도 아니고 밖에 나간다고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겠어?”차주헌은 베개를 능숙하게 받아냈다.“지금 와서 안 그런 척하셔도 소용없거든요? 이틀 내내 삼촌이 왜 안 돌아오냐고 걱정하셨잖아요. 국내도 아니고 왜 갑자기 외국까지 갔냐면서요.”“조용히 해라!”차진만의 주름진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벌게졌다.차주헌도 곧바로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어쨌든 연세가 많은 차진만이 괜히 흥분하기라도 하면 정말 일이 커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알았어요, 안 할게요.”차주헌은 고개를 돌려 하도원을 바라보았다.“그래서, 삼촌은 왜 갑자기 해외까지 갔던 거예요?”“한종서가 서율이를 납치했다는 정보를 받았어.”그 말에 차주헌이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서율이는 괜찮아요?”하도원이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보며 경고의 뜻을 담아 말했다.“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차주헌은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리며 중얼거렸다.“그냥 물어본 건데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 있어요?”하도원은 더 이상 차주헌을 상대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차진만에게 물었다.“지금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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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네. 예전부터 몸이 많이 안 좋으셨다는 말은 들었어요. 한 번 입원도 하셨고요. 그런데 이번엔 더 안 좋아지셨대요. 한종서 일 때문에 흥분하셨다가 결국...”하도원은 차마 임서율이 한씨 가문에 직접 찾아가 한 회장을 열받게 만들어 병원 신세까지 지게 한 일을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차진만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나랑 한 회장 사이에 별다른 악감정은 없었어. 문제는 너랑 종서지. 전생에 원수라도 진 것처럼 싸우니, 우리 늙은이들이 뭘 어쩌겠냐.”그는 고개를 떨구며 씁쓸하게 웃었다.“안타까운 일이야. 나도 지금 병원에 누워 있으니 마지막 길까지 배웅도 못 가고.”하도원도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이 나이대가 되면 누구나 자기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은 법이니까.“걱정 마세요. 저희가 대신 다녀왔습니다. 한씨 가문에서도 정성을 다해 장례를 치렀으니 한 회장님께서도 편안하게 떠나셨습니다.”차진만도 하도원이 자신을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을 뜬 마당에 더 붙잡고 있어 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그는 차주헌을 보며 말했다.“도원이 너 임서율하고 오래 만났잖느냐. 어떻게 할 생각이냐. 내가 눈 뜨고 있을 때 두 사람 제대로 결혼이라도 해야지.”놀란 건 하도원이 아니라 차주헌이었다.차주헌은 눈이 튀어나올 듯 차진만을 바라보며 외쳤다.“할아버지, 제정신이세요? 삼촌이랑 임서율을 결혼시킨다니요? 임서율은 제...”“임서율이 예전에 네 아내였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이혼했잖느냐. 게다가 도원이가 차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이상한 소문 돌 일도 없을 거다.”“주헌아, 요즘 회사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네 삼촌 회사도 좀 도와주거라.”차주헌은 어이가 없었다. 임서율을 하도원에게 넘기라던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하도원의 회사 문제까지 나서서 도와주라니.그가 이 회사 때문에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는데, 이제 와서 하도원을 위해 밑바닥부터 다시 깔아주라고?말도 안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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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차진만은 차주헌이 도망가듯 나간 걸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철이 없어. 정작 자기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랑 살아야 하는지조차 모르니...”그는 손을 휘저으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아까 내가 한 말, 흘려듣지 마라. 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인생 대사부터 제대로 챙겨야지.” 하도원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아직... 아직 서율이가 받아줄지 모르겠습니다.”차진만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임서율이 대단하긴 한가 보구나. 평소엔 어떤 일이든 척척 해내고 복잡한 프로젝트도 끝을 보던 놈이 그 여자 앞에서는 확신도 못 하다니. 그건 나도 좀 의외다.”하지만 차진만이 모르고 있는 일이 있었다. 하도원은 임서율을 뒤늦게 좋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부터 그녀를 눈여겨봤었고 지금껏 마음이 변한 적도, 흔들린 적도 없었다.쉽게 얻은 게 아니었기에 더 소중했고 더 조심스러웠다.하도원은 그저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또렷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차 회장님.”임서율이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서율아.”그는 놀라서 금세 다가갔다.“여긴 어떻게 왔어. 지우 씨 쪽은 다 해결된 거야?”하도원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임서율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네, 일단 정리는 됐어요. 엘리 선생님 말씀으로는 상태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좋지 않대요. 사실 예전에 혼자 검사했을 때부터 상태를 숨기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탓에 지금은 좀 악화된 부분도 있고요.”말을 이어가며 임서율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고개를 돌렸다.“미안해요...”하도원은 다정하게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었다.“괜찮아. 지우 씨랑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슬픈 게 당연하지.”임서율은 차진만 앞에서 눈물까지 보이고 싶진 않았기에 서둘러 감정을 가라앉혔다. 차진만도 아픈 상태인데 괜히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정돈하고 들고 온 봉투를 꺼냈다.“차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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