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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ผู้เขียน: 잿빛은하수
“죄송해요. 오늘은 원래 안 오려고 했는데, 꼭 전해드려야 할 말이 있어서요.”

은하는 문을 열고 들어오며 무심하게 말했다.

말투는 담담했고, 태도는 느긋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을 본 한때 은하의 아부를 즐기던 유씨 가문의 어른들은 하나같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래서 이내 날이 선 말들이 쏟아졌다.

“이게 무슨 꼴이야? 시어머니 생신인데, 늦게 오는 것도 모자라서 빈손으로 와? 며느리가 이래도 되는 거냐?”

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은하를 바라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내가 어머니 선물 준비하라고 했잖아. 왜 빈손이야?”

석진은 은하를 보고 잠시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은하를 나무라자, 금세 표정이 굳었다. 어린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단호한 말이 튀어나왔다.

“아빠 말이 맞아요. 엄마는 게을러서 선물 안 산 거잖아요. 진짜 예의 없어요! 예의 없는 사람은 사과해야 해요!”

은하는 부자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아까 사과했잖아요? 제가 며느리로서 실격인지 아닌지는, 제 양심에 물어보면 될 일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뭐라든 상관없어요.”

‘그래, 예전엔 인정받고 싶어서 별의별 짓 다 했지.’

‘그래봤자 결국엔 집안일 시키기 좋은 공짜 가사도우미 취급이었잖아.’

한때 유씨 본가에 들어가기 위해 정후의 친척들에게 온갖 아양과 노력을 쏟았던 은하였다.

하지만 돌아온 건 ‘편한 대접'이 아니라 ‘편한 부림'이었다.

이제, 은하는 더 이상 유씨 가문의 사람들을 섬기지 않기로 했다.

은하의 태도에 어른들은 더 격앙됐다.

“정후야, 네 마누라 입만 산 거 봐라.”

“그러게 말이야. 어른들 앞에서 저게 무슨 태도야?”

“됐어, 됐어. 사과 같은 거 안 받아. 그런 거 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인데 무슨...”

“...”

정후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하듯 말했다.

“늦은 것도 잘못인데, 어른들 앞에선 사과해야지.”

그러자 은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끝을 잘랐다.

“당신도 그만 좀 해요. 생일 잔치에 참석하러 온 거 아니라고 했잖아요. 오늘 여기 온 건, 유정후 씨랑 저, 협의이혼 했다는 걸 유씨 가문 어른들께 직접 말씀드리기 위한 겁니다.”

“뭐라고?”

“이혼?”

“...”

은하의 말은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돌처럼, 모든 분위기를 갈라놓았다. 파문처럼 번지는 충격에 모두가 할 말을 잃고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 소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은하는 놀랄 만큼 침착했다.

그녀의 시선이 연회장 안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차분히 훑었다.

‘이 사람들이... 전생에 나한테 했던 뒷담화, 다 기억나. 쓰레기 더미에서 자란 애라느니, 냄새부터가 가난하다느니...’

‘유정후랑 결혼한 것도 계략이라더니, 석진은 유정후 친자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진짜, 입에 담기조차 더러운 말만 골라서 했었지.’

‘이제 나랑 유정후가 이혼한다는 말을 들었으니, 유씨 가문 친척들이 제일 신나 하겠지.’

‘앞으로야 뭐, 어울리는 재벌가 딸 데려다 앉히면 될 테니까.’

그때까지 침묵하던 은하의 시아버지 유일재가 무거운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봤다.

“정후야, 이게 사실이냐?”

진양숙 역시 믿기 어려운 듯 얼굴을 굳혔다.

그녀는 늘 은하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자기 아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혼은... 그건 아무리 그래도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은하가 시부모 체면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온 친척들 앞에서 일방적으로 선언해 버리다니.

‘이건 생일 잔치를 망치겠다는 거잖아!’

부모의 추궁에 정후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아니에요.”

그는 곧장 은하를 향해 매서운 눈길을 보냈다.

“오늘은 우리 어머니 생신이야. 말 좀 가려서 해. 부모님 걱정하게 만들지 마.”

은하는 조용히, 그리고 냉소적으로 웃었다.

“그게 헛소린지 아닌지,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요. 내가 증거를 대면, 오늘 분위기는 더 엉망이 될 것 같은데요.”

‘나한테 그렇게 무심하게 모욕을 주던 사람이 이제 와서 체면 챙기라는 이야기를 해? 정말 웃기지도 않네.’

정후는 순간 두 눈이 커졌다. 아내가 예전처럼 말 잘 듣는 은하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듯했다.

그러나 부모님 체면이 있기에, 정후는 간신히 분노를 누르며 말했다.

“무슨 말이든 집에 가서 해. 아직 당신은 우리 집안의 며느리야. 그 책임은 져야지.”

은하는 그 말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듯, 덤덤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미 협의이혼 진행 중인데, 내가 이 집안 며느리라고요? 여기 더 있어 봐야 서로 기분만 상할 것 같은데, 이쯤에서 물러갈게요.”

그녀의 말은 칼날처럼 냉정했지만, 전혀 흔들림 없었다.

‘이제부터는 나를 위한 인생이야.’

‘누구의 체면도, 감정도 내 발목을 잡게 두지 않아.’

은하가 돌아서려 하자, 정후는 목소리를 낮춰 으르렁거렸다.

“당신 체면은 신경 안 쓴다 쳐도, 석진이 생각은 해야지. 지금 가면, 다른 친척들이 뭐라고 하겠어? 그런 소리 들으면 아들 마음은 안 아프겠냐?”

은하는 곁눈질로 몰래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석진을 흘깃 바라봤다.

‘또 듣고 있네. 그래, 들어라. 네가 선택한 아빠가 얼마나 위선자인지 똑똑히 봐.’

그런데 은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석진이 먼저 소리쳤다.

“아빠, 엄마 그냥 가게 해! 엄마가 우리 필요 없다잖아. 우리도 엄마 필요 없어! 그리고...”

석진은 통통한 손가락으로 은하를 겨누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엄마 싫어! 레고도 못 하고, 게임도 못 하게 해. 나한테 잘해준 적도 없고!”

“나 며칠 전에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엄마는 병원에 한 번도 안 왔어. 전화도 안 받고!”

“근데 이모는 매일 옆에 있었단 말이야! 저런 나쁜 엄마, 나도 필요 없어!”

그 말이 끝나자 연회장 안은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졌다. 놀라운 진실을 들은 친척들은 다들 멈칫했다.

‘그래, 익숙해. 이 아이는 늘 그래왔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노력을 하든, 단 한 번도 내 편이 된 적 없었어.’

은하는 가슴 깊이 식은 한기를 느꼈다.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만은 놓지 않았다.

“그래, 석진이가 그렇게 바란다면... 이제 네 아빠를 잘 설득해서, 협의 이혼서에 도장 찍게 해야겠네.”

은하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친척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늘 소란 피워서 죄송했어요. 전 이만 가볼게요.”

이제 목적은 달성했으니, 이 자리에 더 머물 이유도 없었다.

은하는 뒤돌아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 순간, 석진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이답게 감정을 숨기려 정후의 다리 사이로 머리를 파묻었다.

“흑흑, 아빠... 나 엄마랑 가족 안 할래. 아빠도 엄마랑 가족 안 하면 안 돼? 우리 이모랑 가족 하자... 응? 나 이모랑 살래...”

정후의 얼굴은 이제 ‘음산함’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했다. 이미 분노와 혼란이 겹겹이 겹친 상태였다.

“이 자식이!”

그때, 유일재가 탁자를 쾅 치며 벌떡 일어났다. 손가락은 정후를 향했다.

“너 도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한 거냐! 왜 석진 입에서 계속 ‘이모’가 나와?!”

“여보, 진정해요! 뭔가 오해일 수도 있잖아요!”

진양숙은 급히 남편을 말리며, 정후에게 눈치를 줬다.

“정후야, 네 아버지한테 뭐라고 좀 말해봐!”

하지만 정후는 다리에 매달린 석진을 떼어내며 냉랭하게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오늘 저녁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다음에 석진이 데리고 다시 와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난 은하는 유씨 가문 본가를 완전히 뒤집어놓은 뒤, 회귀한 이후 가장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

다음 날 아침, 은하는 느긋하게 눈을 떴다.

핸드폰을 켜자마자, 첫 번째로 뉴스와 SNS부터 확인했다.

‘어제 그렇게 터뜨렸는데, 분명 유씨 가문의 사람들이 소문 퍼뜨렸겠지.’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유정후-남은하 이혼설’ 관련한 기사 한 줄, 뒷소문 하나 보이지 않았다.

‘뭐야? 설마 나한테 더 큰 거 한 방 먹이려고 숨기는 건가?’

의심이 들자 은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우유잔을 들었다.

띠링-

그녀가 우유를 두어 모금 마신 순간, 문자가 왔다.

[10분 안에 UM그룹 건물 1층 카페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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