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는 바로 현준을 불렀다.“남은하, 어디 갔어?”현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저... 저는 아까부터 차에 있었는데요. 사모님은... 안 오셨어요.”정후의 검은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았다.짙은 먹구름이 그의 이마 사이에 모여들더니, 지금이라도 벼락을 칠 듯한 기운으로 번졌다.‘뭐야... 또 이 분위기...’현준은 숨을 삼키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그는 머리를 굴리다 못해, 가장 가능성 없어 보이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꺼냈다.“대표님, 혹시... 사모님이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신 걸 수도... 말씀을 깜빡하셨거나요.”정후의 턱선이 굳어졌다.얇은 입술은 한 줄로 꾹 닫혀 있었고, 그 눈빛은 말이 아닌 ‘분위기’로 모든 걸 설명하고 있었다.‘내가 이제야 남은하를 다시 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본성은 여전하군.’정후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계산적이야, 여전히.’그는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메시 원단 납품업체가 오늘 파티에 온다는 거, 그걸 알자마자 주저 없이 따라왔지.’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얻고 나니까, 나는 더 이상 필요 없어져서 그냥 버린 거야.’현준은 정후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기색을 느끼고, 심장이 오그라들었다.‘설마, 여기서 폭발하시는 건 아니겠지...’그런데 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호텔 스위트룸.은하는 꼬박 세 시간을 몰입한 끝에, 머릿속을 가득 채운 영감을 스케치로 완성했다.섬세하게 디테일을 다듬은 뒤, 그 도안을 이메일에 저장했다.‘이건 확실히 지금 시장에 없는 스타일이야. 그리고... 내 손으로 만든 첫 시작.’은하는 시계를 흘끗 봤는데, 밤 12시가 다 되어 있었다.그제야 정신이 든 듯, 회사 단톡방에 아직 메시 원단 업체 이야기를 못 전했다는 걸 깨달았다.핸드폰을 집어 든 은하는, 곽산하 사장이 이미 샘플 사진을 보내놓은 걸 확인했다.[남 사장님, 확인해 보세요. 문제없으시면 오늘 밤에 바로 수량 맞춰서 출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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