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후의 꽃길: Bab 11 - Bab 20

100 Bab

제11화

심형빈과 이연우가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실내는 숨소리조차 삼켜버릴 듯 고요했다.둘은 아무 말 없이 나란히 걸었고 발소리만이 텅 거실에 메아리쳤다.차가운 공기 속, 두 사람의 걸음 소리는 유난히 쓸쓸하게 울렸다.심형빈은 말없이 욕실로 향했다.욕실 문을 밀자마자 따뜻한 수증기가 안개처럼 퍼졌다.샤워기 아래로 들어서자 뜨거운 물줄기가 온몸을 타고 흘렀지만, 아무리 씻어내도 하루의 피로가 쉽게 가시지는 않았다.샤워를 마친 그는 곧장 드레스룸 문을 열었다가 걸음을 멈췄다.이연우의 옷과 가방, 장신구들이 정리되어 있던 공간이 흔적도 없이 비어 있었기 때문이었다.옷걸이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벨벳 트레이도 텅 비어 있었다.심형빈은 미간을 깊이 찌푸렸고 눈빛에는 순간적인 의문과 불쾌함이 어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침실 창가에 서 있는 이연우를 바라봤다.창가에 홀로 서 있는 그녀의 뒷모습은 유난히도 여리고 쓸쓸해 보였다.심형빈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뗐지만, 끝내 목까지 차올랐던 말을 다시 삼켰다.그는 말없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긴 손가락으로 화면을 천천히 몇 번 쓸어 넘기고는 휴대폰을 다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날이 어스름해지자, 이연우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드레스룸으로 향했다.옷장을 여는 순간 수십 개의 명품 가방이 가지런히 정리된 진열장이 눈에 들어왔고 조명 아래 놓인 장신구들은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놀라움도, 기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고 눈빛에는 분명한 거부감이 서려 있었다.이연우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둘러봤다.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값비싼 물건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지만, 마음속엔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았다.그저 속이 울렁거릴 만큼 혐오감만이 차올랐다.몸을 돌려 드레스룸을 나서려던 순간 시야 끝에 익숙한 액세서리가 스쳤다.발걸음을 멈춘 이연우는 천천히 몸을 굽혀 그것을 집어 들었다. 반짝이는 진주 팔찌였다.이연우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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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연우는 침대에 누운 채,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머릿속은 실타래처럼 엉킨 생각들로 복잡했다.그때 시야 끝으로 문가 쪽에서 어렴풋이 움직이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희미한 어둠 속에서도 심형빈의 실루엣만큼은 너무도 익숙했기에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그 순간 그녀의 가슴 속에서 짙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손을 뻗어 머리맡 조명 스위치를 꾹 눌렀고 순식간에 방 안이 캄캄해졌다.더 이상 같은 공간에 들이지 않겠다는 단호한 거절이었고 심형빈도 눈치껏 물러날 거로 생각했다.그렇게 문전박대하고 이불을 뒤집어쓰려던 그때 갑작스레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심형빈의 낮고 짧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금방 갈게.”동시에 문가에 머물던 그림자가 휙 하고 사라졌다.‘이렇게 다급하게 뛰어나갈 만큼 급한 일이라면...’이연우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고수영에게서 걸려 온 전화란 것을 알아챘다.심형빈이 떠난 지 채 삼십 분도 되지 않아 베개 옆에 두었던 휴대폰에 문자 알림이 떴다.이연우는 무심히 폰을 들어 화면을 켰고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건 고수영이 보낸 사진 한 장이었다.사진 속에서 고수영은 심형빈의 어깨에 다정히 기대 웃고 있었다.그 입가엔 뿌듯하다는 듯한 미소가 어려 있었고 배경은 누가 봐도 병실처럼 보였다.이연우가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휴대폰 화면에 다시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이연우, 이혼이 너한텐 최선이야. 형빈이 마음속엔 네 자리가 없잖아.]그 문자를 바라보는 이연우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씁쓸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엔 어딘가 비웃는 듯한 기색도 섞여 있었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답장을 보냈다.[오히려 제발 좀 분발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야. 형빈 씨가 나에게 진절머리라도 나야 우리 이혼이 좀 빨라질 텐데...]답장을 보낸 후, 그녀는 전원 버튼을 힘껏 눌러 화면을 꺼버렸다.방 안은 다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심형빈은 계속 이혼을 미루고 있었고 그녀로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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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이연우는 방 안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거울 앞에 서서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마지막까지 단정히 정돈했다.옷매무새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우아하고 흐트러짐 없는 걸음으로 아래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아직 부엌 근처에 도착하기도 전인데 진한 음식 냄새가 공기를 타고 코끝을 쿡 찔렀다.따끈한 밥 냄새와 갓 지은 반찬 특유의 감칠맛이 뒤섞인 향기가 집 안 가득 은은히 퍼졌다.부엌 안으로 들어서자, 분주하게 아침을 준비하던 오진숙이 발소리를 들었는지 곧장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이연우를 본 순간 다소 딱딱했던 표정이 한순간에 풀리며 얼굴 가득 웃음이 번졌다.“사모님, 일어나셨어요? 대표님께서 아침 식사 꼭 챙겨 드리라고 하셔서요. 꼭 식사 마치시고 출근하시라고 하셨어요.”이연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오진숙의 이 낯선 친절에 잠시 의아함을 느꼈다.평소 오진숙은 심씨 가문 본가에서 온 사람이란 점을 늘 의식하며 그녀보다는 심형빈의 어머니인 임금영 쪽에 더 공을 들이는 편이었다.겉으로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따뜻하거나 다정하다고 느낀 적도 없었는데 오늘처럼 과하게 공손한 모습은 처음이었다.물론 이연우도 그 이유를 모를 리 없었다.‘심형빈이 뭔가 귀띔을 했겠지... 어떻게든 안주인으로 극진히 모시라고...’말없이 식탁 쪽으로 향한 이연우는 의자 하나를 조용히 빼고 자리에 앉았다.식탁 위에는 갓 지은 듯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진한 죽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미음처럼 부드럽게 퍼진 쌀알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피어올랐다.그녀는 천천히 숟가락을 들어 한 술 떠 입에 넣고 천천히 음미했다.묵묵히 죽 한 그릇을 비운 뒤, 숟가락을 조용히 내려놓은 이연우는 고개를 들어 오진숙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형빈 씨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도... 굳이 태도를 바꾸실 필요 없어요. 전 여기 얼마 안 있을 거예요. 아주머니가 진심으로 좋아하시는 진짜 안주인이 곧 들어올 테니까요.”이연우의 말을 듣고 나서 조금 전까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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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이번 프로젝트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고속도로 건설이에요. 해성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해서 해성 내 유수의 기업들이 앞다퉈 입찰에 참여했어요. 누가 맡게 되느냐에 따라 기업의 입지도 크게 달라질 테니까요.”강문수는 설명을 이어갔다.“처음엔 입찰에 세 기업이 선정됐는데, 신기하게도 세 기업에서 제출한 예산이 비슷해서 정부 쪽에서도 이참에 세 기업에 공동으로 맡기는 걸로 결정했답니다. 지금쯤이면 정부 예산도 다 승인 났을 테니 곧 본격 착수에 들어갈 거예요.”그는 환한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아마 앞으로 몇 달 동안, 또 같이 일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평소라면 그룹 총수들끼리는 직접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고 이런 실무는 대부분 그들 곁에 붙어 있는 비서와 같은 실무자들이 오가며 처리하곤 했다.방씨 가문, 서씨 가문, 심씨 가문은 해성의 3대 재계 가문이라 불리는 이들 그룹 주변에는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 포진해 있었다.하지만 이연우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번엔... 아쉽지만 함께하지 못할 것 같아요.”그 말에 강문수의 얼굴엔 놀라움이 스쳤고 그녀의 눈빛에는 씁쓸한 체념이 어렸다.심형빈이 고수영을 얼마나 특별하게 챙기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로선 심형빈이 이토록 굵직한 프로젝트를 자신에게 맡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걸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고수영은 회사에 들어온 이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번 프로젝트는 그녀에게 명함을 제대로 내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말도 안 돼요. 이 비서님은 회사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잖아요. 웬만한 프로젝트 매니저보다 훨씬 유능하신데... 아무리 심 대표님이라도 그렇게까지 편파적이진 않겠죠?”강문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이연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안엔 씁쓸함과 상처가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글쎄요... 지난번 일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도 아시잖아요. 제가 덮어쓴 그 일요...”“잠깐만요, 뭐라고요?”강문수의 눈이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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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서환희가 눈을 깜빡이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형이 그러더라고요. 집에서 빈둥거릴 바엔 나와서 일 좀 배우라고요.”이연우는 잠시 당황했다. 서지훈이 이런 중요한 자리에 서환희를 내세우다니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오자, 이연우는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서 대표님은요?”“안에 있어요. 현준 형도 같이 있어요.”서환희는 회의실 쪽으로 턱을 치켜들며 여전히 해맑게 웃었다.이연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심형빈이 오늘따라 유난히 일찍 출근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해성의 세 대기업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면 분명 이번 대형 프로젝트와 관련한 주요 협의를 위해서일 터였다.이연우와 강문수는 무게감 있는 서류 뭉치를 품에 안고 대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은은한 보이차 향과 진한 커피 향이 함께 퍼져 나오고 있었다.예상대로 세 사람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이연우와 강문수는 잠시 멈칫했다.회의실 안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 고수영도 함께 있었다.고수영은 몸에 꼭 맞는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고 세 사람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커피를 따르고 있었다.전문직 여성처럼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오히려 비서라기보다는 정중히 시중을 드는 '도우미'에 가까워 보였다.이연우와 강문수는 눈을 마주친 뒤 말없이 회의 테이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강문수가 묵직한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자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그는 자세를 바로 세우며 말했다.“대표님, 요청하신 자료 모두 준비해 왔습니다.”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이연우의 소매를 살짝 당기며 나란히 테이블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그때 서지훈이 등을 의자에 기대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그의 시선은 이연우를 향했다.“강 비서님, 다음부턴 이 비서님한테 이런 무거운 서류 안 맡기도록 해요. 여성분한테 무리하게 일 시키는 거 보기 안 좋잖아요.”농담조로 던진 말투였지만 그 속엔 묘한 시선과 의도가 얽혀 있었다.말을 마친 서지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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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럼요. 이 비서님처럼 유능한 비서가 어디 있어요? 이 비서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 아닌가요?”방현준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시선을 천천히 거둬들였다. 그의 말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다. 이연우 개인의 능력을 분명하게 인정하면서도 그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 말라는 경고 같았다. 그야말로 심형빈에게 선을 긋는 듯, 단호하고 의도적인 한마디였다.그 순간 심형빈의 눈 밑이 아주 미세하게 어두워졌다. 표정은 여전히 덤덤했지만 입꼬리가 살며시 내려가며 얼굴에 그늘이 졌다.심형빈은 말을 잇지 않았지만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서지훈도, 방현준도 왜 자꾸 연우를 신경 쓰는 거지? 대체 무슨 의도야.’그런 분위기를 곁에서 지켜보던 고수영의 눈빛이 눈에 보일 정도로 일그러졌다. 시기와 불만이 뒤섞인 감정이 눈가에 스쳤다.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가식적인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서 대표님, 방 대표님, 연우 씨를 그렇게 칭찬하시면 오히려 돌려서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연우 씨가 진양 그룹과의 협력 건에서 실수했던 거 기억 안 나세요? 그때 정말 큰 문젯거리가 됐었는데... 다행히 심 대표님께서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서 다시 복귀한 거잖아요. 안 그랬으면 벌써 퇴사했을지도 모르죠.”말은 그럴듯했지만, 그 말투는 얄밉도록 교묘한 가식과 날 선 악의가 스며 있었다.고수영은 사람 좋은 척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어진 입가와 가식적인 눈빛은 그녀의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그 말을 들은 방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심형빈, 정리를 이런 식으로 했던 거구나. 예전부터 심형빈이랑 고수영 사이가 수상쩍다는 얘기가 돌긴 했지만... 이쯤 되면 헛소문이라고 하긴 어렵겠네...’방현준은 며칠 전 이연우가 늦은 시간까지 묵묵히 일을 챙기던 모습이 떠올랐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 몫 이상을 해낸 이연우에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는 모습에 불쾌감이 치밀었다.그는 실망과 혐오가 서린 눈빛으로 심형빈을 바라봤다.“근데요, 제가 알기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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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이 비서님, 여긴 제가 있으니까요. 가서 본인 일 보시죠.”고수영은 심형빈에게 커피를 따라주고는 마치 자신이 이연우의 상사라도 되는 양 자연스럽게 지시하듯 말했다.이미 이 중요한 프로젝트가 고수영에게 넘어간 상황에서 이연우가 이 자리에 계속 머무는 건 여러모로 어색한 일이었다.이연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무심코 방현준 쪽으로 시선을 흘렸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에는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가늠하려는 듯한 낌새가 보였다.그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건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어차피 이미 정해진 일이라면 이 자리에 더 머물 이유도 없었다.이연우는 곧바로 몸을 돌려 아무렇지 않은 듯 침착하게 자리를 떠났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설 때까지 심형빈에게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마치 애초에 그녀의 세계에 존재한 적조차 없는 사람인 것처럼.한편,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강문수는 고수영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진절머리가 났다.마치 승리에 도취한 듯한 그녀의 표정이 역겨울 정도였다.그는 코웃음을 치며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이연우를 따라 무심히 걸어 나갔다.사무실 문이 닫히는 순간 강문수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도대체 우리 대표님은 무슨 생각인 건지 알 수가 없네. 하필 왜 고수영한테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맡기냐고.”그 말에 반응한 건 한쪽에서 게임 하고 있던 서환희였다. 게임에 열중하던 그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고수영이라니요? 누나가 맡는 거 아니에요?”두 눈을 동그랗게 뜬 서환희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그는 이연우를 돕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고 그녀 곁에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 했다.그런데 정작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그녀가 배제됐다니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때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선 이연우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이 일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에요. 세 기업이 함께하는 중요한 협업인 만큼 불필요한 감정은 넣어두세요. 지금은 일이 먼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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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이제 별일 없으니 전 이만 들어갈게요.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하세요.”이연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강문수와 서환희에게 손을 살짝 흔들어 보인 뒤 자리를 떠났다.점심 무렵, 사무실 안은 숨소리조차 조용할 정도로 고요했다. 컴퓨터 본체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팬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이연우는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일정을 정리하고 있었다.진지한 표정으로 업무 일정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서류들도 빠짐없이 분류하고 정리했다.그녀는 심형빈과의 결혼이 더 이상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어쩌면 조만간 이혼과 함께 회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르기에 더더욱 준비가 필요했다.갑자기 업무에서 빠지더라도 주변인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모든 걸 깔끔히 정돈해 놓아야 했다.이연우는 무심코 컴퓨터 오른쪽 아래의 시간을 확인했고 때마침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났다.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간단히 점심을 주문하려던 참이었다.그 순간 사무실 문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거칠게 열리더니 고수영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마치 거만한 공작새처럼 한껏 과장된 걸음걸이로 사무실 안을 누볐고 그녀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그 표정만으로도 ‘내가 이겼어’라고 온 세상에 자랑하는 듯했다.“고수영!”이연우는 손에 든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차갑게 말했다.“가정 교육 같은 건 받아 본 적 없어? 남의 사무실 들어올 땐 문부터 두드려야 해.”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한기가 서린 것처럼 서늘했다.이연우는 예의 없는 사람을 가장 경멸했다. 그중에서도 고수영처럼 남의 공간을 아무렇지 않게 침범하며 거들먹거리는 태도는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고수영은 팔짱을 낀 채 턱을 치켜들고 이연우를 내려다보았다.“그냥... 지금 네가 얼마나 초라해졌나 궁금해서 와봤어.”말투엔 노골적인 조롱이 담겨 있었다.애초에 고수영은 이연우의 상처 입은 얼굴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것이었다.‘남을 짓밟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참으로 천박한 승자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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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심형빈은 꼿꼿하게 선 채, 이연우를 내려다보았다.그 시선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고 사무실 안 공기는 그 순간 얼어붙은 듯 조용하고 숨이 막혔다.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이연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아직 밥도 못 먹었어요. 할 말 있으면 빨리하시죠. 쓸데없이 시간 끌지 말고...”심형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의 표정에는 짙은 피로와 무력감이 스쳤다.그는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며 진지한 톤으로 말을 시작했다.“이번 일로 수영이한테 서운한 거 알아. 근데 그 결정은 나 혼자 한 게 아니야. 다음번 프로젝트는 꼭 너한테 맡길게.”그 말에 이연우는 피식 웃었다.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턱을 한 손으로 괴더니, 고개를 살짝 젖히고 말했다.“됐어요. 그런 거 바라지 않아요. 하루라도 빨리 이혼만 해준다면 고수영한테 모든 프로젝트를 기꺼이 넘길 거예요.”그 말이 끝나자 심형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눈빛에는 날 선 분노가 번뜩였다.그는 갑작스레 앞으로 다가와 이연우의 팔을 거칠게 움켜잡았다.“이연우, 내가 뭐랬어. 다시는 내 앞에서 ‘이혼’ 같은 소리 꺼내지 말라고 했잖아. 일부러 도발하는 거야? 아니면 딴 남자라도 생긴 거야?”심형빈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내뱉는 숨결이 이연우의 뺨에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엔 짙은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특히 오늘 아침, 이연우와 방현준 사이에서 느껴졌던 은근한 분위기를 떠올릴수록 심형빈의 눈빛은 서서히 식어갔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질투심이 거세게 타올랐다.그때, 이연우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비웃음에는 씁쓸함이 깊게 배어 있었다.그녀는 팔을 빼내려 애썼지만 심형빈의 손아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고수영이랑 침대에 뒹굴 때... 그때는 무슨 생각 했는데요?”그 말에 심형빈의 손이 순간적으로 느슨해졌다. 움켜쥐고 있던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얼굴에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어렸다.그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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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방현준이 권력만 없었어도... 그리고 업계에서 영향력만 없었어도... 진작에 확...’하지만 그 생각은 허무하게 꺾였다.이연우는 다시 깨달았다. 이 거대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자신은 아직 너무 작고 무력한 존재라는 것을.“이 비서님, 그 표정 뭐예요?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보고 있기가 좀 힘드네요.”팔짱을 낀 채로 방현준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이연우를 바라보며 툭 내뱉는다.말은 가시 돋친 듯 가볍지만 손은 뜻밖에 다정했다. 그는 조용히 휴지 한 장을 뽑아 그녀 앞에 내밀었고 말투도 한층 부드러워졌다“강 비서한테 얘기 들었어요. 요즘 어떤 상황인지...”그는 몸을 살짝 앞으로 숙이며 조용히 말을 이었고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와 진심이 섞인 미소가 어렸다.“우리 회사로 올 생각 없어요?”“방 대표님은 그런 농담 하실 분 아니시잖아요.”이연우는 잠깐 멍해졌다가 어이없다는 듯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방현준 옆에는 강문수처럼 실력 있는 인재가 버티고 있다.하지만 사내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능력 있는 인물로 꼽혔던 이연우는 업계에서 나름의 실력을 인정받아 왔기에, 이 제안이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설마 강문수와 나를 오른팔, 왼팔로 나눠 쓰겠다는 건가? 아니면... 강문수를 잘라내고 나한테 그 자리를 맡기려는 건가?’그때 방현준이 가볍게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내가 실없는 장난이나 치는 사람처럼 보여요?”이연우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꺾이지 않는 자존심을 내비쳤다.“방 대표님은 저를... 싫어하시잖아요. 대표실에서 고수영 씨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셨잖아요. 그건 전 그만큼 유능하지 않다고 평가하신 거 아닌가요?”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목소리에는 억눌렀던 서운함이 배어 있었다.그러자 방현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손을 펼쳤다. 표정은 마치 무죄를 주장하듯 천연덕스러웠지만, 눈빛 어딘가에는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제가 언제 그런 말 했다고 그래요? 그건... 이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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