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요. 이 비서님처럼 유능한 비서가 어디 있어요? 이 비서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 아닌가요?”방현준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시선을 천천히 거둬들였다. 그의 말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다. 이연우 개인의 능력을 분명하게 인정하면서도 그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 말라는 경고 같았다. 그야말로 심형빈에게 선을 긋는 듯, 단호하고 의도적인 한마디였다.그 순간 심형빈의 눈 밑이 아주 미세하게 어두워졌다. 표정은 여전히 덤덤했지만 입꼬리가 살며시 내려가며 얼굴에 그늘이 졌다.심형빈은 말을 잇지 않았지만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서지훈도, 방현준도 왜 자꾸 연우를 신경 쓰는 거지? 대체 무슨 의도야.’그런 분위기를 곁에서 지켜보던 고수영의 눈빛이 눈에 보일 정도로 일그러졌다. 시기와 불만이 뒤섞인 감정이 눈가에 스쳤다.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가식적인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서 대표님, 방 대표님, 연우 씨를 그렇게 칭찬하시면 오히려 돌려서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연우 씨가 진양 그룹과의 협력 건에서 실수했던 거 기억 안 나세요? 그때 정말 큰 문젯거리가 됐었는데... 다행히 심 대표님께서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서 다시 복귀한 거잖아요. 안 그랬으면 벌써 퇴사했을지도 모르죠.”말은 그럴듯했지만, 그 말투는 얄밉도록 교묘한 가식과 날 선 악의가 스며 있었다.고수영은 사람 좋은 척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어진 입가와 가식적인 눈빛은 그녀의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그 말을 들은 방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심형빈, 정리를 이런 식으로 했던 거구나. 예전부터 심형빈이랑 고수영 사이가 수상쩍다는 얘기가 돌긴 했지만... 이쯤 되면 헛소문이라고 하긴 어렵겠네...’방현준은 며칠 전 이연우가 늦은 시간까지 묵묵히 일을 챙기던 모습이 떠올랐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 몫 이상을 해낸 이연우에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는 모습에 불쾌감이 치밀었다.그는 실망과 혐오가 서린 눈빛으로 심형빈을 바라봤다.“근데요, 제가 알기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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