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 후의 꽃길 / Kabanata 21 - Kabanata 30

Lahat ng Kabanata ng 이혼 후의 꽃길: Kabanata 21 - Kabanata 30

100 Kabanata

제21화

며칠 사이, 세 회사가 손잡은 대형 프로젝트는 큰 문제 없이 순조롭게 굴러가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제 그 프로젝트는 이연우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저 주어진 일만 묵묵히 처리하면 됐다.그런데 꼭 이런 때면 운명은 어김없이 장난을 쳤다.이연우는 거의 매일 심형빈에게 호출을 받았다.처음 며칠은 혹시 고수영이 전반적으로는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일부 업무에서만 약간의 조언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연우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다.프로젝트 책임자인 고수영은 업무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는 ‘완전 초짜’였다.돌이켜보면 예전에 고수영이 맡았던 소규모 프로젝트들이 그럭저럭 마무리된 건 아마 부하직원들이 죽어라 일한 덕분이었다고 그녀는 결과만 가로채 간 셈이었다.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이연우는 하품하며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장시간 자리에만 앉아 있던 탓에 온몸이 뻣뻣했다.이제 막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던 찰나, 책상 위 내선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이 번호는 심형빈만이 걸 수 있는 특별 회선이었다.이연우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수화기를 들었다.“심 대표님, 곧 점심시간이에요. 급한 일 아니면 오후에 말씀하시죠.”최대한 침착하게 말했지만, 피곤함과 짜증이 말끝에 묻어 나왔다.오늘은 아침도 거른 채 계속 일만 하느라, 속에서는 이미 한참 전부터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었다.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지만, 꾹 참고 버텨왔다.하지만 이제 몸까지 상해가며 누군가의 뒤처리를 해주고 싶지는 않았다.“수영이 쪽에 문제가 좀 있어서... 잠깐만 와서...”심형빈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전에, 이연우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가 온몸을 뜨겁게 달궜고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였다.“뚜... 뚜...”그녀는 심형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를 내려쳤다.순간, 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했고 뜨거운 피가 머리끝까지 솟구치며 눈앞이 흐려졌다.한동안 꾹 눌러 두었던 분노가 둑이 터
Magbasa pa

제22화

이연우는 고수영의 그런 태도에 전혀 넘어가지 않았다.이미 분노로 머릿속이 새하얘진 상태였던 그녀는 더 이상 아무런 변명도 듣고 싶지 않았다.산소가 부족한 듯 머리가 띵했고 아침부터 굶은 탓에 어지러움이 몰려와 안개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그녀는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두 발에 힘주어 간신히 버텼다. 그리고 비꼬는 듯한 말투로 심형빈을 향해 입을 열었다.“아직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예요. 그러니 저에게는 고수영 씨를 도와 엑셀 따위를 봐줄 여유 전혀 없습니다. 심 대표님께서 시간이 많으시다면 직접 생명의 은인을 도와드리시죠.”이연우는 그렇게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돌리고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심형빈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선 채, 조용히 문 쪽을 바라보았다.이연우가 이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낸 건 처음이었다.그녀는 언제나 차분했고 프로젝트에 어떤 문제가 터져도 이성적으로 상황을 수습하던 사람이었다.누구보다 냉정하게 일과 감정을 분리해 내던 그녀였기에 조금 전처럼 언성을 높인 것도 모자라 아예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은 도무지 익숙하지 않았다.하지만 정작 심형빈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이연우는 문을 박차고 나와 복도를 걷기 시작했지만 몇 걸음 가지도 못해 숨이 차오르고 시야가 흐릿해졌다.바닥과 천장이 뒤섞여 빙글빙글 도는 듯했고 머릿속엔 ‘지금 당장 뭐라도 먹어야 한다’는 생각만 맴돌았다.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버튼을 누르던 그녀는 힘이 빠진 탓에 손가락 끝까지 떨렸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천천히 문이 열렸지만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몸을 꾸겨 넣듯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그런데 그 순간 극심한 어지럼이 파도처럼 덮쳐왔다.다리에 힘이 풀려 앞으로 고꾸라지는 찰나, 그녀는 본능적으로 두 팔을 뻗어 무엇이든 붙잡으려 했다.그리고 그 손에 잡힌 건 하필이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누군가의 바지였다.그녀가 본능적으로 힘껏 잡아당긴 탓에 바지는 허벅지까지 훌쩍 내려갔다. 그리고 귀여운 딸기 무
Magbasa pa

제23화

방현준은 엘리베이터 말없이 이연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얼굴빛은 폭풍우 몰아치기 직전의 하늘처럼 짙게 가라앉아 있었고 눈빛에는 당장이라도 번개가 칠듯한 냉기가 번뜩였다.그 시선은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진 이연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정말 쓰러진 건지, 아니면 의도된 연기인지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방현준의 눈빛에는 짙은 의심과 혼란스러운 감정이 교차했다.하지만 동시에 마음속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번져가고 있었다.이연우가 눈앞에서 쓰러졌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잠시 망설이던 그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강문수에게 말했다.“병원으로 데려가요.”그 한마디는 마치 얼음장 밑에서 울려 퍼진 것처럼 서늘했고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마저 얼어붙는 것 같았다.병원에 도착한 뒤, 강문수는 안절부절못한 채 진료실과 복도를 오가며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잠시 후, 의사가 검사 결과 모두 정상이고 단순한 저혈당 쇼크라고 했다.강문수는 그제야 길게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펴는가 싶었고 얼굴에 드러났던 긴장도 조금씩 풀렸다.하지만 바로 옆에 서 있던 방현준은 여전히 굳은 표정 그대로였다.한 손은 팔짱을 낀 채, 복도의 창가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따스한 햇살이 그의 어깨 위로 쏟아지고 있음에도 전혀 따뜻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싸늘한 기운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강문수는 슬쩍 그를 힐끔 바라보다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그 등 뒤에 서 있었지만 등줄기에 식은땀이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감히 먼저 말을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한편, 병실 안 침대에 누운 이연우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의식은 아직 또렷하게 돌아오지 않았지만 코끝을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정신을 빠르게 깨웠다.‘어딘가 낯선 분위기, 희뿌연 조명, 새하얀 천장...’“이 비서님, 아… 드디어 깨어나셨네요. 검사 결과는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라네요. 아직 식사 안 하셨죠? 제가 뭐 좀 사 올게요!”강문수는 그녀가 눈을 뜨자마자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고 구원의 신호
Magbasa pa

제24화

병실 안에 방현준의 웃음소리가 퍼졌지만 그 웃음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이연우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뒷목이 서늘해더니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병상에 앉은 채 발끝으로 침대 시트를 꾸깃꾸깃 꼬집으며 속으로 신음했다.‘웃고는 있는데 왜 이렇게 오싹하냐고... 이건 그냥 협박이지, 협박...’“방 대표님,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불 속에 뛰어들라는 말씀도 기꺼이 따르겠습니다!”이연우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 굽신거리는 태도로 말했다. 톤은 거의 아첨에 가까웠다.하지만 속으로는 심형빈을 백 번은 저주하고 있었다.‘다 그 인간 때문이야! 괜히 심형빈과 고수영 때문에 열 받아서 밥도 못 먹고 버티다가 결국 이 꼴이 된 거잖아! 진짜...’“지금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요? 생각나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이 비서님, 설마... 딴소리 안 하시겠죠?”방현준은 무심한 듯 고개를 젖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을 이었다.이연우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이건 협상도 아니고 거래도 아니라... 그냥 도살장 끌려가는 양이 된 거지...’이연우는 심장이 철렁했다. 이대로 평생 약점 잡힌 채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불안감이 휘몰아쳤다.그 순간 방현준이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뭐, 부담되시면 굳이 안 해도 되죠!”“아니에요! 부담 전혀 안 됩니다! 절대 아니에요!”이연우는 황급히 손을 저으며, 억지로 짜낸 듯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차라리 우는 게 나을 만큼 어색하고 굳은 표정이었다.그리고 목소리도 당황한 탓에 저도 모르게 한 톤 올라갔다.‘감히 거절은 무슨... 방현준이 어떤 사람인데. 업계에서 손꼽히는 권력자에 발언권도 대단한데...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걸로도 날 이 바닥에서 매장시킬 수 있을거야. 진짜 길바닥에 나앉을 지도 몰라...’이연우는 억지로 웃음을 유지하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그런데 그 순간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울렸고 정적이 흐르던 병실 안에서 그
Magbasa pa

제25화

식사를 마친 이연우는 병상에 기대어 배를 살짝 문질렀다. 얼굴에는 옅은 홍조가 돌았고 조금씩 기운이 돌아오면서 한결 생기가 돌았다.방현준은 값비싸 보이는 시계를 슬쩍 바라봤다. 시계 바늘이 ‘틱...탁...’ 소리를 내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그는 살짝 미간을 좁히더니 이연우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충분히 쉬었으면 슬슬 가죠. 이 비서님도 병원에서 밤새고 싶진 않을 테고.”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딱 맞는 수트 자락을 매만졌다. 그의 손목에 채워진 커프스 버튼이 햇빛을 받아 차갑게 빛났다.“네, 방 대표님. 오늘 정말...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이연우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는 재빨리 병상에서 내려섰다. 두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마치 충전된 배터리처럼 온몸에 힘이 가득 찼다.몸을 가볍게 풀며 기지개를 켠 이연우는 방현준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 눈빛에는 진심 어린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세 사람은 병실을 나서 병원 현관 앞으로 향했다.오후의 햇살은 조금 눈부셨고 강문수는 먼저 뛰어가 병원 앞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방현준은 늘 그렇듯 반듯하고 묵직한 걸음으로 가장 먼저 차에 올랐다. 뒷좌석에 몸을 기대며 창밖을 바라보던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 선 이연우를 보곤 입을 열었다.“이 비서님, 거기 서서 조각상이라도 되시게요?”‘말하는 것 좀 봐... 역시 방 대표님답네...’이연우는 입술을 꾹 다물고는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차 앞으로 걸어가 조용히 문을 열고 탑승했다.차 안은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정적이 흘렀다. 세 사람 모두 말이 없었고 들리는 건 차가 달리는 소리뿐이었다. 바퀴가 아스팔트를 스치는 사각사각한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그렇게 조용히 달리던 차량은 곧 심성 그룹 본관 앞에 도착해 부드럽게 멈춰 섰다.이연우가 가장 먼저 내렸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돌아가 방현준 쪽 차문을 열며 허리를 살짝 숙였다.이어서 그녀의 청량한 목소리가 울렸다.“방 대표님, 도착하셨습니다. 내리시죠.”그녀
Magbasa pa

제26화

방현준은 귀까지 살짝 기울이며 두 사람의 대화에 은근히 신경을 쓰는 기색이었다.“그러지 않아도 요즘 집 알아보는 중이었어요. 강 비서님, 혹시 추천할 만한 곳 있어요?”이연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눈빛엔 피곤함과 함께 어쩔 수 없는 체념이 서려 있었다.심형빈과 한집에 계속 머무는 건 생각만 해도 불편했다. 이제는 더 이상 같은 지붕 아래에서 숨죽이며 사는 게 싫었다.‘그동안 모아둔 돈이면 전세 보증금 정도는 충분하고... 안 쓰는 가방이나 액세서리들 중고로 다 정리하면 웬만한 오피스텔은 현금으로도 마련할 수 있을 텐데.’“음... 부동산 쪽은 잘 모르겠는데요. 나중에 지인한테 한 번 물어볼게요.”강문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민망한 듯 웃었다. 그러면서 말을 이으려던 찰나 앞에서 걷던 방현준이 가볍게 ‘에헴’ 하고 헛기침했다.강문수는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이내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눈이 번쩍 뜨였다.“아, 참! 이 비서님, 저희 아파트 단지에 마침 매물 하나 났어요. 얼마 전에 제가 아는 분이 해외로 발령 나면서 비워뒀는데 상태도 아주 좋아요. 웬만한 시설은 다 돼 있어서 그냥 몸만 들어가면 될 정도예요.”그러면서 그는 은근슬쩍 이연우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치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이렇게 좋은 기회 흔치 않은 거 아시죠?”이연우는 눈을 반짝이며 활짝 웃었고 얼굴에 기대감이 그대로 드러났다.“진짜요? 그런 집 있으면 완전 좋죠!”“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보고 바로 알려드릴게요!”강문수는 자신 있게 가슴을 치며 약속했다.“강 비서님, 그 일만 잘되면 제가 꼭 크게 한턱내고 따로 감사 인사도 드릴게요!”요즘 알아보던 집들은 하나같이 너무 작거나, 회사랑 너무 멀었고 도무지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이 기회가 괜찮다면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았다.강문수는 허세 섞인 말투로 다시 한번 호언장담했다.“이 비서님이랑 저랑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요. 그런 말씀은 사양! 제가 책임지고 알아봐 드릴게요.”이연우는
Magbasa pa

제27화

이연우는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중고 거래 앱을 열었다.그 순간 피곤함에 반쯤 감겨 있던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뭐야?’화면엔 알림이 빼곡하게 떠 있었다. 무려 수백 건에 달하는 메시지였다.급히 하나를 눌러보니 며칠 전 올려둔 명품 가방과 액세서리들이 이미 절반 넘게 팔렸던 것이었다.며칠 동안 정신없이 바빠서 휴대폰을 제대로 볼 틈도 없던 터였는데, 이제야 수많은 구매자들이 ‘언제 배송하나요?’라며 다급히 재촉한 메시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이연우는 다급하게 알림을 넘기며 손가락이 떨릴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는 서둘러 남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녀는 참아왔던 말을 쏟아냈다.“지혜야! 빨리! 택배 좀 부탁해. 내가 올린 거 벌써 반이나 팔렸어!”며칠 전, 그녀는 집에 쌓여 있던 명품들을 하나하나 포장해 남지혜한테 가져갔고 그중 일부는 자기가 간직하고 일부는 남지혜에게 선물로 줬다. 그리고 나머지는 망설임 없이 전부 중고 사이트에 올려버렸었다.그 말을 들은 남지혜는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알겠어! 근데 잠깐만, 그날 집에 갔다 왔을 때 심형빈이랑 별일 없었어?”이연우는 의자에 기대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딱히 뭐라고 하진 않았어. 다시 출근하게 된 것도 그렇고... 뭔가 예전이랑은 조금 달라진 느낌이긴 해.”그러면서 최근 며칠 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남지혜에게 이야기해 줬다.그 말을 다 들은 남지혜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질렀다.“연우야! 너 진짜 대단하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정말 한방 터뜨렸네. 너... 방현준 바지까지 벗겼으면... 그분 우리 회사 전설 같은 존재야. 사람들이 그림자만 봐도 무서워서 벌벌 떤다는 방현준의 바지를 벗겼다고? 연우야... 너 정말 앞길 창창하다!”이연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마를 짚고 관자놀이를 천천히 눌렀다.“그만해! 나 지금 방 대표님한테 완전히 찍혔
Magbasa pa

제28화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뭔가 수상한데...’이연우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바로 그때, 사무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고 목을 살짝 가다듬은 뒤 또렷하게 말했다.“들어오세요.”문이 살짝 열리더니, 통통한 얼굴을 살짝 내민 서환희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쏙 들이밀었다.“누나, 뭐 하고 있어요?”이연우는 뜻밖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서 대표님이 겨우겨우 일 맡겨줬다던데, 한가하게 여기까지 수다 떨러 온 거예요?”그 말에 서환희는 순식간에 안으로 뛰어 들어와 ‘푹’하고 의자에 주저앉았다.몸을 앞으로 숙이고는 두 손을 허공에 마구 휘젓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저는 요 며칠 고수영 그 여자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메스꺼워서 누나한테 도망쳐 온 거예요.”서환희가 의자에 털썩 앉아 고개를 저었다. 생각만 해도 불쾌한 듯 인상을 팍 구겼다.고수영은 일은 하나도 모르면서 조금만 막히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심형빈만 찾았다. 마치 심형빈만 믿으면 세상일이 다 해결된다고 믿는 듯이 행동했다.이연우는 표정을 가다듬고 몸을 곧게 세웠다.“일이 먼저예요, 환희 씨. 이번 프로젝트는 세 회사가 함께 진행하는 만큼 작은 실수도 용납되면 안 됩니다.”그 말을 듣자 서환희는 몸을 앞으로 바짝 숙였고 두 눈에 장난기 어린 빛이 반짝였다.“누나, 혹시 형이랑 현준 형이 왜 직접 회사까지 찾아왔는지 알아요?”“설마...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나요?”이연우는 순간 서류 속 세부 항목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며칠 전 고수영이 저지른 실수를 수습하며 문서를 꼼꼼히 검토했을 때는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서환희는 일부러 뜸을 들이며 등을 펴고 앉았다.“형 말로는 이번에 고수영이 계속 맡는다면 투자를 철회할 거라고 했어요. 어떻게든 프로젝트 담당자를 바꾸겠다는 말이죠. 직접 얼굴 보고 얘기하러 온 거예요.”고수영이 프로젝트를 놓치는 모습을 상상하자 서환희의 눈가에 미소가 스
Magbasa pa

제29화

이연우는 고수영과 심형빈 어머니 임금영의 관계가 얼마나 각별한지 알고 있었다.고씨 가문이 과거 심형빈에게 큰 도움을 줬다는 건 업계에서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그동안 고수영이 해외에 있었기에 그나마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됐던 것이었고 만약 임금영이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더라면 이연우는 아예 심형빈과 결혼조차 하지 못했을지도 몰랐다.그러다 고수영이 돌아오자, 임금영은 기뻐하며 두 사람을 어떻게든 이어주려 애쓰는 중이었다.이번 자재 구매도 고수영이 임금영의 환심을 사기 위해 멋대로 결정한 일이었다.고씨 가문의 자재를 들여오면서도 이 프로젝트가 세 회사의 명운이 걸린 중대 사안이라는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작은 실수 하나가 세 기업이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를 단번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말이다.고수영의 그 어리석은 결정 하나가 심형빈의 체면을 땅바닥에 내던진 셈이었다.그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진수혁이 급하게 걸음을 옮겨 다가왔다.그의 표정엔 약간의 긴장감이 엿보였고 이연우 앞에 서서 공손히 몸을 낮췄다.“사모님, 대표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그 말을 들은 서환희의 눈이 번쩍 뜨였다. 마치 밤하늘에 불쑥 튀어나온 별처럼 반짝였다.“누나, 봐요! 이 프로젝트 진짜 누나한테로 돌아온 거 맞죠?”진수혁은 서환희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이연우를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사모님, 대표님 표정이 좀 안 좋으십니다. 들어가시면 말씀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이연우는 콧방귀를 뀌듯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멍청한 짓을 저지른 사람이 저인가요? 애꿎은 제가 왜 눈치를 보고 말까지 조심해야 하는 거죠? 참나...”그러고는 턱을 들고 한껏 당당하면서도 약간은 고집스러운 걸음으로 사무실 쪽으로 향했다.하지만 사무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고수영이 문을 열고 걸어 나오는 모습과 마주쳤다.고수영은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한 얼굴이었다.그녀는 이연우를 보자마자 주눅이 들었던 눈빛이 순식간에
Magbasa pa

제30화

하지만 이연우는 겉으론 여전히 천진한 표정을 유지한 채,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일부러 모르는 척 되물었다.“수영 씨 잘하고 있던 거 아닌가요? 왜 갑자기 저한테 넘기시는 건지... 심 대표님, 이러시면 저만 미움 사는 거잖아요?”그 말에 심형빈의 미간이 더욱 깊게 구겨졌다. 그의 눈빛에는 짙은 불쾌감이 번졌고 목소리에는 무게가 실렸다. 감정을 꾹 눌러 담은 듯한 단호한 어조였다.“수영 씨는 이 프로젝트에 맞지 않아요. 다른 프로젝트를 맡기로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 비서가 책임지고 진행해요. 실망시키지 말아주세요.”그의 말은 차가운 명령처럼 사무실 안을 울렸다.그때까지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던 방현준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고개를 들어 이연우를 바라보며 부드럽지만 어딘가 날이 서린 웃음을 지으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이 비서님, 전에는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없었습니다. 확실히 고수영 씨는 이 프로젝트에 어울리지 않네요. 이제 와서 죄송하지만... 제 실수를 함께 책임져주실 수 있겠어요?”그 말에는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그의 표정은 겉보기에야 젠틀했지만 그 미소 뒤엔 무언가 더 깊은 계산이 숨어 있는 듯했다.이연우는 방현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며 눈빛이 살짝 날카로워졌다.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되짚는 순간 마음속에 묘한 감정이 몰려들었다.‘설마 이 상황까지 전부 계산하고 있었던 거야?’분명히 그동안의 모든 흐름은 마치 누군가 짜놓은 판 위에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정확했다.‘심형빈이 최종적으로 나에게 프로젝트를 맡기게 될 것을 방현준은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걸까? 정말 다 그의 의도였던 거야? 아니면 내가 너무 과대 해석하는 걸까?’그 생각이 머리를 스칠 무렵, 조용히 분위기를 지켜보던 서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목을 가볍게 가다듬고는 이연우를 향해 말했다.“이 비서님, 너무 기쁜 나머지 말이 없으신 거예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그러곤 잠시 말을 멈췄다가 시선을
Magbasa pa
PREV
123456
...
10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