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는 화가 잔뜩 나서 사무실로 돌아왔다. 가슴은 분노로 거칠게 오르내렸다.보아하니, 소예린은 정말 기어코 자신과 끝까지 맞서려는 모양이었다.지금 그녀는 이미 염다은과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만약 제때 디자인 시안과 의상을 내놓지 못한다면 염다은에게 위약금을 물어야 할 뿐 아니라 이번 대회의 기회까지 허무하게 날려버리게 된다.그렇게 되면 소예린의 압박은 완벽히 성공하는 셈이었다.이연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내분 때문에 회사의 이익조차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는가 말이다.소예린은 정말 고집불통이었다.바로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사무실의 적막을 깨뜨렸다.이연우는 휴대폰 화면을 힐끗 보고는 흠칫 놀랐지만, 곧 전화를 받았다.“한겸 오빠, 어떻게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셨어요?”전화기 너머로 각종 동물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북적이는 목장 한가운데에 있는 듯했다.“연우야, 지금 어디야?”지한겸의 목소리가 다급했다.이연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나 회사에 있어요.”마음속으로는 지한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걱정이 앞섰다.지한겸은 그녀가 보육원에서 알게 된 오빠 같은 존재였다.그는 열일곱 살 무렵에 입양을 갔다.비록 지금도 연락은 이어오고 있었지만, 얼굴을 본 건 꽤 오래전 일이었다.지한겸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그때도 커서 꼭 디자이너가 될 거라고 늘 말하곤 했다.그리고 그는 언젠가 반드시 직접 그녀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그리고 그는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다.이연우가 심형빈과 결혼했을 때, 웨딩드레스는 바로 그가 디자인한 것이었다.“너 심형빈이랑 이혼했다며?”비록 해외에 있었지만, 지한겸은 매년 명절이면 그녀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곤 했다.그러다 국내 뉴스를 통해 이연우의 이혼 소식을 접한 것이다.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정말 의외였다.이연우는 잠시 말이 없다가 금세 태연한 어조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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