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겸은 방현준의 시선을 느끼고는 못마땅하다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방현준은 그의 눈빛을 마주하며 미소를 지었다.“연우 씨가 결정하면 되는 일이에요.”방현준에게 이번 일은 그저 작은 대회에 불과했다. 회사 차원에서는 전혀 타격이 될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이연우에게 이번 대회는 소예린과 정면으로 맞붙는 무대였다.반드시 이겨야만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방현준은 그런 그녀를 막을 이유가 없었다.이연우는 지한겸을 회사에 출근시키지 않았다.그는 ‘비장의 카드’였기에 마지막 순간에 깜짝 등장해야 효과가 있었다.회사로 돌아온 뒤, 이연우는 일부러 마주쳐 오는 소예린을 무시했고 디자인팀에서 올라온 어설픈 초안들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녀는 그런 건 다 미완성에 불과해 대회에 출품할 가치가 전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들어와요.”이연우의 응답과 함께 문이 천천히 열렸다.“이 비서님, 디자인 시안을 가져왔습니다.”들어온 이는 지난번에도 보였던 실습생 장한별이었다.그녀는 두툼한 서류철을 품에 안고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다가왔다.“네.”이연우는 짧게 대꾸하고는 시선은 여전히 서류에 머물러 있었다.장한별은 책상 위에 디자인 시안을 내려놓고 한쪽에 서서 머뭇거렸다.이연우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흘깃 보더니 재빨리 눈치챘다.“왜 그래요? 할 말 있어요?”장한별은 입술을 깨물며 망설이더니 결국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이 비서님, 사실 전에 디자인팀에서 시안을 못 드린 건...”그녀의 목소리는 떨렸고 금기를 건드리는 사람처럼 조심스러웠다.이연우는 미간을 좁히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알아요. 그래서 지금 변명하러 온 거예요?”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위엄이 느껴졌다.장한별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에요, 이 비서님. 저는 그저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제발 소 부장님과 맞서지 마세요. 그러다가는 크게 손해 보실 거예요.”그녀의 말투에는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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