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일 뒤, 옅은 구름을 뚫고 내려온 햇살이 도심 곳곳을 물들이고 있었다.해외 일정을 마친 지한겸이 드디어 귀국했다.이연우는 업무의 편의를 생각해 지한겸을 잠시 자신의 집에 머물게 했고 자신은 방현준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밤이 찾아오고 불빛이 켜진 도시 위로 적막이 내려앉았다.저녁 식사 시간, 식당에는 따스한 조명 하나만 켜져 있었다.이연우는 국물 속에서 이리저리 흩날리는 면발을 젓가락으로 휘젓고만 있을 뿐 도통 먹을 기미가 없었다.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지한겸은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는 그녀를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연우야, 무슨 일이야? 방현준이 너 괴롭힌 거야?”이연우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그릇에 고정한 채 나지막이 말했다.“그저 윤 원장님이 왜 그렇게 일찍 가셔야 했을까 생각하고 있었어요.”그녀의 눈빛에는 서글픔이 어려 있었다.기억은 자연스레 처음 보육원에 발을 들였던 날로 흘러갔다.그때의 윤 원장님은 겨우 스무 살을 조금 넘긴 청춘이어서 넘치는 활력으로 모든 아이를 정성을 다해 돌봐줬다.이제 세월이 흘러 쉰을 바라볼 나이, 한창 편히 살아야 할 때에 이런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니 이연우는 마음 깊이 허망함을 느꼈다.“운전자는 이미 법의 심판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감옥에 가도 원장님은 돌아올 수 없잖아요.”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불쑥 고개를 들어 지한겸의 얼굴을 살폈다.이연우는 그의 얼굴이 순간 살짝 변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지한겸은 서둘러 미소를 되찾으며 태연한 얼굴을 했다.“연우야, 원장님도 우리가 슬픔에만 빠져 있길 바라진 않을 거야. 앞으로 나아가는 게 그분을 기리는 길이지.”지한겸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며 고기 한 점을 그녀의 그릇에 놓아주었다.이연우는 마치 사색에 잠긴 듯 미간을 찌푸렸다.“한겸 오빠, 어릴 때 자주 악몽 꾸던 거 기억해요? 제가 계속 불길 속에 갇혀 있던 꿈이요.”나지막한 그녀의 목소리는 오래된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기억나지. 네가 그 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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