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회사는 예정대로 디자인 전담팀을 신설했다.이연우와 지한겸은 공동 팀장으로서 새로운 디자인부를 이끌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윌리엄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던 지한겸의 합류 덕분에 진양 그룹은 마치 날개를 단 듯 활기를 띠었다.불과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회사 전 직원이 온 힘을 기울여 만들어낸 디자인들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고 주문은 눈처럼 쏟아졌다.회사 계좌에는 거센 물결처럼 자금이 흘러들었고 숫자들이 솟구치는 화면은 마치 승리의 교향곡처럼 짜릿한 리듬을 만들어냈다.주가 역시 로켓처럼 치솟았다.진양 그룹은 단숨에 해성시 상권의 중심으로 부상하며 삼대 대기업 중 정점에 올랐다.그 위상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눈부셨다.한편, 도시 반대편의 고층 빌딩 안에 심형빈은 홀로 사무실에 앉아 이연우의 인터뷰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화면 속 그녀는 자신감이 넘쳤고 예전의 순하고 조용한 모습 대신 단단하고 매혹적인 여인의 아우라를 풍겼다.그녀는 더 이상 그가 알던 헌신적인 소녀가 아니었고 완전히 새로 태어난 듯했다.심형빈의 얼굴에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엔 놀라움과 감탄,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이연우는 정말 점점 더 멋있어지고 있었다.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무심코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그녀와 함께 웃던 시간, 짧은 대화, 손끝의 온기, 모든 추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그때,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형빈아!”화려한 원피스를 입은 고수영이 들뜬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한 손엔 명품 가방을 들고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지금 당장 전하지 않으면 안 될 기쁜 소식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이연우의 영상 위에 멈춰 있는 심형빈을 포착한 순간, 그 웃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눈동자 속에서 질투와 분노가 번뜩였고 숨결이 거칠어졌다.“심형빈!”그녀는 성큼 다가가더니 아무 말 없이 그의 태블릿을 탁하고 꺼버렸다.분노가 담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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