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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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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육성민은 전화를 끊고 나서 어지럼증이 몰려오는 듯 머리가 빙빙 돌았다.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얼굴을 타고 흐르며 옷깃에 떨어졌다.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렸고 목소리도 두려움과 초조함에 갈라져 나왔다.“대표님, 제 조카가 철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꼭 이 비서님을 데려오게 하겠습니다!”육성민의 얼굴에는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일찍부터 제대로 단속해야 했는데... 그 방자한 성격을 그대로 두어 결국 이런 화를 부르네.’“조카가 누군데요.”방현준의 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한마디는 마치 겨울의 살얼음처럼 공간 전체를 얼어붙게 했다.그는 육성민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끝없는 압박감을 내뿜었다.“임이한입니다.”육성민은 힘겹게 이름을 내뱉었다.목소리는 너무나도 작아서 마치 이름을 말하는 것조차 전신의 힘을 쏟아야 하는 듯했다.그 이름을 듣는 순간 방현준의 눈빛이 검게 일렁이며 폭풍이 오기 전의 하늘처럼 깊고 무겁고 위태로운 기운이 감돌았다.“하... 그놈이었군.”방현준은 이를 악물며 낮게 말했다.그 목소리엔 분노와 경멸이 뒤섞여 있었다.과거의 앙금이 한순간에 되살아났다.그는 임이한이 이런 방식으로 복수를 택할 줄은 몰랐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연우를 구하는 것이었기에 방현준은 굳이 육성민과 대화를 이어 나가지 않고 급히 핸드폰을 꺼내 GPS를 켰다.잠시 후, 화면에 이연우의 위치가 표시되었는데 교외였다.“가자.”방현준은 어두워진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하며 문을 나섰고 강문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뒤를 따랐다.두 사람의 발걸음은 무겁고 급박했다.남겨진 육성민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점점 더 불안에 휩싸였다.그는 다시 땀을 닦아내고 떨리는 손으로 임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임이한이 전화를 받자 육성민이 다급히 말했다.“이한아, 제발 방현준이랑 맞서지 마. 넌 절대 방현준을 이길 수 없어. 이 비서만 풀어줘. 그러면 내가 어떻게든 방현준한테 사정할게.”육성민은 거의 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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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몸에 단단히 묶인 밧줄은 살을 파고드는 듯 팽팽하게 조여져 있었다.숨쉬기조차 힘들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 한가운데에 날카로운 칼이 휘젓는 것 같았다.이연우는 여전히 마취 약의 영향으로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이 흐려진 상태였다.하지만 그녀는 현재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그저 방현준이 빨리 자신을 찾아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임이한은 방 한쪽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여유로운 태도로 소예린을 불러 물을 따라오게 했다.소예린은 불려 오자마자 문을 밀고 들어와 능글맞은 웃음을 띤 채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그녀는 성큼성큼 이연우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굽혀 그녀의 초라한 모습을 내려다보며 조롱했다.“이연우, 내 손에 잡힐 줄은 몰랐지?”소예린의 눈빛에는 마치 덫에 걸린 먹이를 바라보는 늑대처럼 복수의 쾌감이 번뜩였다.“나 잠깐 나갔다가 올게. 죽이진 마.”임이한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일어나 옷에 묻지도 않은 먼지를 털고는 느긋하게 방을 나섰다.그는 소예린이 이 상황을 멋지게 연출할 거라 믿고 있었다.소예린은 임이한의 뒷모습을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이연우에게 다가가 묶여 있던 줄을 풀고 입에 물려 있던 천 조각도 떼어냈다.하지만 강한 약기운 탓에 이연우의 몸은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고 사지엔 힘이 없었다.그녀는 힘겹게 벽에 기대어 앉아 분노와 굴복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소예린을 노려보았다.“이연우, 넌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전혀 모를 거야.”소예린은 이를 악물고 이연우 가까이 몸을 가져가 낮게 속삭이듯 말했다.“이번 기회에 배로 갚아줄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짝 하는 맑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소예린의 손이 이연우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자비없는 손놀림에 이연우의 얼굴은 순간 부어올랐고 입가에서 피가 번져 나왔지만 그녀에겐 반격할 힘이 없었다.소예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음흉하게 웃으며 문 쪽으로 걸어가 두 명의 사내를 불러들였다.체격이 건장하고 험상궂은 얼굴은 한 두 남자의 눈빛에는 악의가 가득했다.소예린은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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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이연우 어디 있어?”방현준이 차 문을 거칠게 밀치고 내리며 한걸음에 차에서 뛰어나왔다.어두운 그의 얼굴과 더불어 방현준의 몸에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그는 마치 임이한을 통째로 삼켜버릴 듯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안심해. 네 연우는 매우 안전하니까.”임이한이 일부러 어투를 길게 끌며 교활하게 웃었다.“지금쯤이면 다른 사람의 시중을 받으며 잘 즐기고 있을걸.”임이한은 말하면서 방현준의 괴로워하는 얼굴을 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그 말을 들은 방현준은 마치 성난 짐승처럼 동공이 순간 좁혀졌다.얼굴의 핏줄이 불거지고 이마의 혈관이 꿈틀거리며 분노의 불꽃이 그의 눈 속에서 타올랐다.“임이한, 네가 감히!”방현준이 포효하듯 소리쳤다. 그 울림은 천둥처럼 주변에 퍼져 밤공기마저 갈라놓을 듯했다.“내가 못 할 게 뭐가 있어? 전에 네가 날 어떻게 몰아붙였는지는 잊은 거야?”임이한의 입가에 일그러진 미소가 번지며 눈빛엔 복수의 불길이 어렸다. 그는 서서히 방현준에게 다가갔다.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은 마치 방현준의 심장을 밟고 지나가는 듯한 도발이었다.임이한은 방현준 바로 앞에 서서 고개를 치켜들었다.그는 마치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는 사람인 양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그때 소예린이 옆에서 걸어 나왔다.그녀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빛이 어렸고 방현준을 바라보는 얼굴엔 뜻밖의 애정이 스며들었다. 소예린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저랑 사귀겠다고 약속만 해주신다면 이연우 풀어드릴게요.”그 말은 미끼처럼 부드럽고 교활하게 흘러나왔다.싸늘한 기색으로 눈을 가늘게 뜬 방현준의 시선에 차가운 칼날 같은 기운이 스쳤다.“소예린, 내가 너를 얕봤나 보네.”낮고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는 혐오가 묻어났다.“대표님, 과찬이세요. 저는 단지 제가 원하는 걸 얻고 싶을 뿐이에요.”소예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스스로 매력적이라 여기는 미소를 지었다.그러곤 임이한의 뒤로 가서 마치 호랑이를 등에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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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강문수의 눈빛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그의 얼굴에는 싸늘한 냉기가 서려 있었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세였다.갑작스러운 총구 앞에서 소예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눈을 커다랗게 부릅뜨며 비명을 질렀다.“방현준, 이 나라에서 어떻게 그런 걸 가지고 있을 수가 있어!”떨리는 소예린의 목소리에는 공포와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그걸 알 기회도 없겠지.”방현준의 목소리는 천 년의 냉기를 담은 듯 차가웠다. 말이 채 끝나기 무섭게 그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탕!귀를 찢는 총성이 울려 퍼지며 총알은 번개처럼 날아가 임이한의 다리를 정확히 꿰뚫었다.“아아악!!”임이한이 비명을 질렀다.그는 고통에 몸을 웅크리며 다리를 감싸 쥐었다.손가락 사이로 피가 줄줄 흘러나왔고 피는 순식간에 바닥을 물들였다.그 소리에 집 안에 있던 경호원들이 일제히 각자의 은신처에서 뛰쳐나왔다.그러나 그들은 방현준과 강문수의 손에 들려있는 총을 보자 마치 마비된 듯 발걸음을 멈추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서로를 바라보며 주저하는 눈빛에는 공포와 망설임이 가득했다.소예린은 그 광경을 보고 안색이 창백해지며 다리가 풀렸다.겁에 질린 채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하자 강문수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어깨를 겨눠 방아쇠를 당겼다.탕!또 한 번의 총성이 울렸고 소예린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붉은 피가 어깨에서 순식간에 번져나갔다.소예린의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해졌고 입술은 미세하게 떨렸다.고통과 공포가 뒤섞인 숨소리는 끊어질 듯 가늘게 이어졌다.그녀는 피투성이로 바닥에 쓰러진 채 방현준을 독기 어린 눈으로 노려봤다.소예린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내 독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방현준, 네가 아무리 이연우를 사랑한들 뭐 어쩔 건데. 이연우는 이미 더럽혀졌어. 다른 사람에게 더럽혀진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하네.”기운 하나 없는 목소리였지만 그 말은 독을 머금은 화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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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이연우 곁에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두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한 명은 두 손으로 눈을 꽉 감싸 쥔 채 바닥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돼지 울음 같은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몸을 웅크린 채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얼굴이 종이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굵은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며 입에서는 끊임없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연우야!”방현준의 목소리는 두려움과 절망이 뒤섞인 채 떨리고 있었다.그는 한 걸음 다가서며 피투성이로 쓰러진 이연우를 바라보는 순간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에 사로잡혔다.손끝 하나 뻗는 것도 두려웠고 혹여 잘못 건드려 더 큰 상처를 입힐까 숨조차 조심스럽게 내쉬었다.극도의 공포와 긴장 속에서 버텨오던 이연우는 방현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마치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듯 몸이 힘없이 풀렸다.그의 존재만으로 모든 방어가 무너져 내린 듯 눈빛 속 경계가 서서히 흐려지고 대신 깊은 안도감이 번져갔다.손에 꼭 쥐고 있던 유리 파편이 힘을 잃은 손끝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며 챙하고 맑은 소리를 냈다.그녀의 손바닥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손목을 타고 떨어졌다.방현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가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이연우의 몸은 축 늘어져 있었고 머리는 그의 가슴에 기댄 채 미동조차 없었다.얼굴은 새하얗고 입술에는 핏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방현준은 떨리는 팔로 그녀를 꼭 안은 채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강문수! 병원으로 가!”그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절박함과 분노로 뒤섞여 있었다.강문수는 즉시 반응하여 차량에 시동을 걸고 미친 듯한 속도로 도로를 질주했다.뒤이어 도착한 경찰들이 임이한과 소예린을 체포했다.병원 복도, 새하얗게 밝은 조명 아래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다.이연우는 급히 수술실로 옮겨졌고 냉랭한 문이 그녀의 뒤를 따라 닫히며 묵직한 쇳소리를 냈다.그 순간 방현준의 심장도 함께 닫히는 듯했다.수술실 안의 집도의와 어시스턴트들은 잠시 손을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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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이 여자는 방현준 대표가 직접 데려온 사람이야. 해성에서 제일 큰 재벌이지. 게다가 그 사람 말로는 이 여자가 납치를 당했다더라. 이건 우리가 손댈 수 있는 일이 아니야.”장현석은 능숙하게 수술 기구를 준비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표정에는 무력감이 어려 있었다.그는 재벌가의 세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은밀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뒤에는 언제나 피비린내 나는 진실이 숨어 있었다.젊은 의사는 방현준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만으로도 상황의 복잡함이 그대로 전해졌다.그는 잠시 망설이다 이내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최대한 상처를 남기지 말자.’수술실 안에서 시간은 조용히 그러나 잔혹할 만큼 더디게 흘러갔다.두 시간이 지나고 수술실 문이 천천히 열리며 이연우가 흰 시트 위에 누워 천천히 밀려 나왔다.창백한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희고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으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에 엉겨 붙어 있었다.그 모습은 너무나도 연약해 보였다.방현준은 곧장 달려와 걱정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이연우가 누워 있는 침대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그는 의료진을 따라 함께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갔다.그때 강문수와 남지혜도 급히 병원에 도착했다.두 사람이 중환자실로 들어섰을 때 방현준은 어둡고 무거운 얼굴로 이연우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녀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남지혜는 침대 위에 마치 깨지기 쉬운 인형처럼 누워 있는 이연우를 보고 바로 눈시울을 붉혔다.그녀는 침대 앞으로 다가가 울먹이며 방현준을 질책했다.“방 대표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임이한은 전에 저랑 경쟁 관계였어요. 저한테 복수하기 위해 연우를 납치한 거예요.”방현준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한 마디 한 마디에 깊은 후회와 자책이 묻어났다.“전에 저한테 뭐라고 했어요? 분명 연우를 잘 지키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은 도대체 뭔데요!”남지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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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지혜 씨, 먼저 저랑 나가 있어요.”강문수가 남지혜의 팔을 살며시 잡아 중환자실에서 데려 나가려 했다.여기서 소란을 피우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이연우의 회복에도 방해된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실에는 정숙함이 필요했다.하지만 남지혜는 강문수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분노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닥쳐요.”남지혜는 흥분으로 목소리가 떨렸지만 곧바로 시선을 단단히 방현준에게 고정한 채 한마디씩 또박또박 말했다.“대표님, 만약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다면 연우를 다치게 한 자들을 꼭 처벌해 주세요. 그렇지 않다면 모든 게 헛된 짓이에요.”그녀의 눈빛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결의로 빛났고 마치 방현준에게 최후통첩하는 듯했다.말을 마친 뒤 남지혜는 병상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아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려 두 남자를 더 이상 보려 하지 않았다.그녀의 어깨는 가볍게 떨리고 있었고 감정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방현준은 그 말에 마치 정신이 번쩍 든 듯 그제야 아직 하지 않은 일을 떠올렸다.그의 눈빛은 순간 차갑게 변해 강문수를 똑바로 바라보며 냉정한 어조로 물었다.“두 사람은?”그 목소리에는 겨울 서릿발 같은 냉기가 서려 있었다.“소예린과 임이한은 경찰서에 잡혀 있습니다. 그쪽은 제가 다 처리해 놨습니다. 둘 다 편하진 못할 겁니다.”강문수는 조심스럽게 답하며 방현준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방현준의 어두운 안색을 보자 그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대표님이 직접 그 둘을 처리하려는 건 아니겠지?’그런 일은 잘못 손대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방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그는 천천히 일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문 쪽으로 향했다.문가에 다다랐을 때 그는 남지혜를 한 번 돌아보며 간절한 눈빛을 담아 말했다.“연우 잘 부탁해요.”그러나 남지혜는 여전히 방현준을 외면한 채 이연우의 손을 꼭 잡고 있었고 마치 자신의 힘을 그녀에게 전달하려는 듯했다.남지혜의 눈은 이연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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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강문수는 말하면서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었다.수년 동안 방현준이 이 일을 굳이 밝히지 않았던 건 어쩌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사업이라는 전장은 언제나 냉혹했고 임씨 가문이 잘못된 사람을 믿은 건 결국 그들의 실수였다.이 세계에서는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방현준은 변명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오로지 실력으로 모든 것을 증명해 왔다.육성민도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었다. 수년간 그는 임이한을 달래려 했지만 임이한은 증오에 사로잡혀 마음을 닫아 버렸다.그에게 방현준은 언제나 가문을 무너뜨린 원수였고 그 증오의 씨앗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이 뿌리내려 결국 오늘의 비극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강 비서님, 제발 도와주실 수 없겠습니까? 돈은 얼마가 필요하든 드리겠습니다.”육성민은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하며 강문수의 팔을 꼭 붙잡았다. 마치 마지막 한 가닥의 구명줄을 붙잡은 듯했다.그는 정말로 막다른 길에 몰려 있었다.육성민도 임이한에게 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연우가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이 그에게 한 줄기 희망처럼 느껴졌다.방현준이 그 점을 헤아려 관용을 베풀어 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그는 삼촌으로서 누나의 유일한 혈육이 큰 화를 입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그러나 강문수의 얼굴엔 서서히 불쾌한 기색이 스며들었다.‘정말 눈치가 없는 사람이네? 분명히 말했는데도 계속 매달리는 걸 보면...’그는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저는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생각합니다.”강문수의 어조가 더욱 싸늘해지며 경고의 기운을 띠었다.“이 이상 계속 매달리신다면 육진 그룹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전하신 말씀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얼른 시체 치울 준비나 하시죠.”강문수의 말은 차분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사형 선고처럼 날카롭게 떨어졌다. 그 발언은 육성민의 모든 숨통을 끊어 놓는 말이었다.육성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며 그는 그대로 얼어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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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원래부터 몸이 약했던 소예린이 이런 고문을 버틸 리 없었다.반나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고열은 내려갈 기미 없이 계속해서 치솟았다.그녀는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희미한 의식 속에서 그녀는 방현준이 눈앞에 서 있는 것 같은 환영을 본 듯했고 그 냉혹한 얼굴은 그녀에게 공포와 절망을 안겨 주었다.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붙잡으려 했지만 마치 천근만근의 돌덩이에 짓눌린 듯 몸이 들리지 않았다.떨리는 입술로 무언가 말하려 애썼지만 겨우 새어 나오는 소리는 흐리고 희미한 중얼거림뿐이었다.임이한은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그의 얼굴 역시 핏기 없이 창백했고 이마엔 굵은 땀이 맺혀 상처에서 전해지는 극심한 통증을 이를 악물고 견디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했다.“방현준, 왜 날 바로 죽이지 않는 거야?”임이한은 머리를 들어 핏발이 선 눈으로 방현준을 똑바로 응시했다.눈동자 아래엔 짙은 증오가 번져 있었는데 마치 방현준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버리고 싶은 듯했다.임이한에게 있어 방현준은 여전히 예전과 다름없이 냉혈하고 무정한 사람이었다.바로 죽이지 않는 것은 천천히 고문해서 그가 차라리 죽음보다 못한 고통을 겪게 하려는 의도일 거라고 생각했다.“널 죽인다고 해서 우리 연우가 당한 그 수많은 굴욕이 씻기겠어?”방현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싸늘한 시선으로 임이한을 내려다보았다.이연우의 몸에 남아있는 그 잔혹한 상처들을 생각할수록 그의 가슴은 불에 달궈진 듯 타올랐고 얼굴은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마치 지옥에서 온 광폭한 존재 같았다.이내 방현준은 주저 없이 임이한의 다리 상처를 있는 힘껏 밟았다.“악!”임이한은 처참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 소리는 텅 빈 거실에 메아리치며 상처받은 야수의 절규처럼 울려 퍼졌다. 고통과 절망이 뒤엉킨 소리였다.그 뼈를 파고드는 고통에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뒤틀렸다. 두 손은 바닥을 꽉 움켜쥐었고 손가락 마디에는 힘이 들어가 하얗게 질렸다.소예린은 그 소리를 듣자 이미 공포에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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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네가 그때 사귀던 여자애가 임성 그룹에 들어온 지 불과 반년 만에 회사는 이미 적자 상태에 빠졌고 회사의 모든 유동자금이 그 여자에 의해 은밀히 이동됐어. 임하은이 임성 그룹의 막대한 자금을 챙겨 달아나면서 회사의 자금줄이 끊겨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게 네 부모가 투신자살한 진짜 이유야. 우리 방 대표님 때문이 아니라고.”강문수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무거운 망치처럼 임이한의 가슴을 세차게 내리쳤다.“그럴 리가 없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하은이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임이한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고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그 잔혹한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그의 마음속에서 임하은은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였다.임이한은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사기꾼이고 가족을 몰락시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내가 헛소리를 한다고?”강문수는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의 눈빛엔 깊은 경멸이 담겨 있었다.“네가 조금이라도 생각이라는 걸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임하은이라는 이름 자체가 가짜라는 걸 알 수 있었을 거야. 임하은이 당시 너에게 접근한 건 오로지 널 이용해서 임성 그룹의 재산을 노리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넌 어땠지? 속아 넘어가선 복수심에 눈이 멀어 엉뚱하게 방 대표님한테 그 화살을 돌리고 있잖아. 그때 방 대표님이 너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너도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부모님이랑 함께 있었겠지.”강문수는 안타까움이 섞인 눈빛으로 임이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방 대표님이 임하은의 수상함을 눈치채서 회사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어. 그리고 몰래 너도 보호했지. 그런데 너는 감사해하기는커녕 복수하겠다고 어리석은 일까지 했어.”강문수는 어이없다는 듯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임이한을 쳐다보았다.수년이 지났음에도 임이한은 진실을 모른 채 복수심에 사로잡혀 이연우를 납치하는 미친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임이한은 잠시 멍해졌다가 머리를 젖히고 미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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