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심형빈 앞을 막아섰다.그의 눈빛에는 분명한 경계심과 불쾌감이 어려 있었다. 차가운 목소리가 낮게 깔리며 방 안에 울려 퍼졌다.“심 대표, 왜 내 아내를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그 말투에는 명백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더 이상 이연우를 넘볼 생각은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아내?’그 두 글자를 듣는 순간, 심형빈의 심장은 거대한 망치로 내리쳐진 듯 쿵 하고 내려앉았다.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멎은 듯했다.그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이연우를 바라보았다.입술이 미세하게 떨렸고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불안정했다.“연우야, 지금 뭐라고 했어?”그의 눈빛에는 절망과 불안, 그리고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이 동시에 어른거렸다.그는 단지 그녀가 아니라고 부정해주길 바랐다.“심 대표님, 제 사생활을 설명할 이유는 없어요. 그보다 얼른 저 여자를 데리고 나가주세요.”이연우의 말투는 짧고 단호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운과 동시에 냉정함이 스쳤다.부정도, 인정도 하지 않았지만, 그 말투만으로도 이미 답은 명확했다.그 순간, 심형빈은 가슴에 수천 개의 바늘이 한꺼번에 박히는 듯했다. 눈가가 붉게 물들었지만, 그는 끝까지 울지 않았다.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은 그녀 인생에 다시 발을 들일 자격조차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를 떠나보낸 것도, 상처 준 것도, 돌이킬 수 없게 만든 것도 결국 자신이었다.그는 이를 악문 채 고개를 숙이고 고수영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가자.”짧은 한마디와 함께 그는 비틀거리며 발을 옮겼다.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은 초라했고 등에 짙은 후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두 사람이 사라지자 방 안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방현준의 눈빛 속엔 여전히 질투의 불꽃이 남아 있었다.그는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이연우를 단단히 끌어안았다.그의 품은 마치 쇠처럼 단단했고 그녀를 놓지 않겠다는 듯 더욱더 세게 조여왔다.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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