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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291 - Chapter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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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오후, 따스한 햇볕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회사 건물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이연우와 방현준은 손을 맞잡고 가벼운 걸음으로 회사를 향해 걸어왔다.사무 구역에 가까워질수록 멀리서부터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이연우의 사무실 앞에는 직원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불안과 호기심이 뒤섞인 얼굴로 웅성거리고 있었다.“무슨 일이죠?”이연우는 이마를 찌푸리며 사람들 너머로 자신의 사무실을 바라봤다. 안쪽에서는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 떨어지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조용해야 할 사무실이 마치 전쟁터처럼 어수선했다.“가보자.”방현준이 낮게 말했다.그는 망설임 없이 이연우의 손을 잡아끌었고 그 손길은 부드러웠다.방현준은 이연우를 자기 뒤로 감싸듯 하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문 쪽을 응시했다.마치 무언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듯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았다.대표와 이연우가 나타나자 직원들은 놀란 듯 일제히 길을 비켜섰다.순식간에 통로가 열렸고 두 사람은 그사이를 지나 재빨리 사무실 문 앞에 섰다.문을 열자 그 안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고수영이 사무실 안에서 완전히 광기 어린 상태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눈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책상 위의 서류와 장식품들이 바닥으로 쏟아졌고 서류들이 공중에 흩날렸다.그녀는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손으로 책상을 쓸어엎었는데 그 모습은 이성을 잃은 사람 그 자체였다.이연우는 눈썹을 찌푸렸고 얼굴에 불쾌감이 드러났다.“고수영, 지금 내 사무실에서 뭐 하는 거야?”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이연우, 너, 이 미친년!”고수영이 홱 돌아서더니 이연우의 코끝에 대고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부었다.“너 분명 방현준이랑 사귀고 있으면서도 왜 심형빈을 놓아주지 않는 거야!”그녀의 목소리는 귀청을 찢을 듯 날카로웠다. 그 모습에서는 예전의 우아함도 기품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마구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이연우는 한쪽 눈썹을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또 심형빈한테 차였어?”그녀는 비아냥거리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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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그 말에 이연우와 방현준은 동시에 굳어버렸다.두 사람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혼란스러움이 동시에 스쳤고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수영을 억세게 붙잡고 있던 두 명의 보안요원들 역시 서로를 바라보며 손에 들어갔던 힘을 풀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주저와 당혹이 뒤섞여 있었고 그녀를 함부로 제압하지도 못했다.방현준의 표정이 단숨에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었다. 그의 눈빛에는 혐오와 분노가 섞여 있었고 굳게 다문 입술은 날카롭게 떨리고 있었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찾아 빠르게 눌렀다.몇 초 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방현준은 마치 폭발 직전의 화약처럼 소리를 질렀다.“심형빈! 당장 와서 네 여자를 데려가! 지금 당장!”그의 목소리는 무겁게 울려 퍼졌고 그 분노의 기운은 전화 너머로까지 전해질 만큼 서늘했다.“내 여자라니, 뭔 말이야?”심형빈은 쌓인 업무에 파묻혀 있었다. 책상 위엔 정리되지 않은 서류 더미가 가득했고 그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피로한 얼굴로 반문했다.“심 대표, 이제 고수영 따위는 상관없다는 거지?”방현준은 비웃듯 낮게 웃었다.“좋아. 상관없다면 이 여자는 당장 내쫓을 거야. 배 속에 뭐가 있든 상관 안 해.”고수영의 이름을 듣자 심형빈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그는 이마를 짚으며 짧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 여자가 또 진양 그룹으로 가서 무슨 짓을 한 건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미 회사 일만으로도 벅찬데 또다시 그 여자가 사고를 치고 있었다.“알겠어. 바로 갈게.”그는 짧고 단호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코트를 집어 들고 서류를 흩날리며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그 사이, 고수영은 여전히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녀는 서류를 마구 던지고 책상 위 컵과 장식품들을 거칠게 내리쳤다.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고 바닥엔 유리 파편이 흩어져 반짝였으며 입에서는 거친 욕설이 이어졌다.이연우는 그 모습을 보며 사태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직감했다.그녀는 강문수를 돌아보며 단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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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고수영의 마음속은 후회와 자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아버지가 자신을 구하려 목숨을 걸었는데 정작 그가 목숨 걸고 구해낸 남자가 이런 인간이라면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수영, 내가 이미 말했잖아. 너를 심씨 가문에 들여보내는 건 가능하지만 내 아내로 삼을 수는 없어. 어머니께 말씀드려서 널 양딸로 삼게 할게.”심형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그의 마음속에서 아내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한 사람, 이연우뿐이었다.그녀를 향한 죄책감은 깊고 무거웠고 그 죄의식이 마치 쇠사슬처럼 그의 가슴을 옥죄었다.그래서 그는 다시는 이연우의 삶을 흔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멀리서 지켜보며 그녀가 행복하길 바라는 것,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라고 믿었다.“나는 네 동생 따위로 살 생각 없어!”고수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목소리는 절박하고 거칠었다.“심형빈, 넌 나랑 그렇게까지 해놓고 책임도 안 진다고? 내가 네 아이를 가졌는데 아이를 지우라니, 너 남자 맞아?”그녀의 외침은 절규에 가까웠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미친 듯 흔들리는 눈빛, 흐트러진 옷차림, 언제나 세련되고 단정하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지금의 그녀는 이성을 잃은 한 여자의 절망스러운 모습 그 자체였다.그 모습을 본 방현준은 입꼬리를 비틀며 비웃음을 흘렸다. 속으로는 장소 하나는 참 기가 막히게 고른다고 생각했다.그는 차갑게 웃으며 그 광경을 마치 누군가의 약점을 집요하게 찌르는 코미디처럼 지켜봤다.“그만!”이연우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터졌다.그녀의 말 한마디에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건 두 사람 문제예요. 내 사무실에서 이런 난리 치지 말고 지금 당장 나가요. 안 나가면 경찰 부를 겁니다.”그녀는 피곤한 눈빛으로 진절머리 난 듯한 말투로 말했다.이연우에게 이 두 사람은 그저 서로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관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심형빈이 아이를 원하지 않든, 고수영이 그 아이로 그를 붙잡으려 하든 그건 그들 둘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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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방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심형빈 앞을 막아섰다.그의 눈빛에는 분명한 경계심과 불쾌감이 어려 있었다. 차가운 목소리가 낮게 깔리며 방 안에 울려 퍼졌다.“심 대표, 왜 내 아내를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그 말투에는 명백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더 이상 이연우를 넘볼 생각은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아내?’그 두 글자를 듣는 순간, 심형빈의 심장은 거대한 망치로 내리쳐진 듯 쿵 하고 내려앉았다.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멎은 듯했다.그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이연우를 바라보았다.입술이 미세하게 떨렸고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불안정했다.“연우야, 지금 뭐라고 했어?”그의 눈빛에는 절망과 불안, 그리고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이 동시에 어른거렸다.그는 단지 그녀가 아니라고 부정해주길 바랐다.“심 대표님, 제 사생활을 설명할 이유는 없어요. 그보다 얼른 저 여자를 데리고 나가주세요.”이연우의 말투는 짧고 단호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운과 동시에 냉정함이 스쳤다.부정도, 인정도 하지 않았지만, 그 말투만으로도 이미 답은 명확했다.그 순간, 심형빈은 가슴에 수천 개의 바늘이 한꺼번에 박히는 듯했다. 눈가가 붉게 물들었지만, 그는 끝까지 울지 않았다.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은 그녀 인생에 다시 발을 들일 자격조차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를 떠나보낸 것도, 상처 준 것도, 돌이킬 수 없게 만든 것도 결국 자신이었다.그는 이를 악문 채 고개를 숙이고 고수영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가자.”짧은 한마디와 함께 그는 비틀거리며 발을 옮겼다.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은 초라했고 등에 짙은 후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두 사람이 사라지자 방 안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방현준의 눈빛 속엔 여전히 질투의 불꽃이 남아 있었다.그는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이연우를 단단히 끌어안았다.그의 품은 마치 쇠처럼 단단했고 그녀를 놓지 않겠다는 듯 더욱더 세게 조여왔다.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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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심형빈은 분노와 짜증이 뒤섞인 얼굴로 차 문을 거칠게 열었다.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고수영의 팔을 거칠게 붙잡아 힘껏 뒷좌석으로 밀어 넣었다.“아!”고수영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중심을 잃고 그대로 좌석 위로 세게 내던져졌다.몸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는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 쥐며 절규했다.“심형빈! 너 진짜 남자 맞아? 내 배 속에 네 아이가 있다고! 그런데도 나한테 이러는 거야? 미쳤어?”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그 외침은 좁은 공간 속에서 더욱 거칠고 날카롭게 메아리쳤다.분노와 절망이 섞인 그 소리는 심형빈의 인내심을 짓눌러버렸다.“팍!”이윽고 공기를 가르는 따귀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짧았지만 묵직하게 울렸고 이내 고수영의 뺨에는 붉은 손자국이 또렷이 남았다.고수영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심형빈을 바라봤다.“심형빈, 지금 나를 때렸어?”그녀의 목소리는 울음 섞인 절규로 바뀌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고 분노와 억울함이 뒤섞인 표정은 금세 일그러졌다.심형빈은 이를 악문 얼굴로 낮게 내뱉었다.“고수영, 너랑 결혼할게. 그리고 아이도 낳아. 하지만 그게 전부야.”그의 목소리는 냉담하고 건조했다. 단 한 치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그의 마음속은 깊은 무력감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심씨 가문 안주인 자리를 고수영에게 줄 수는 있었다. 단지 이 여자가 다시는 이연우의 인생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선택일 뿐이었다.이미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이상, 그에게 아내가 누가 되든 더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그의 마음은 이연우를 잃은 그 날 이미 죽어버렸다.고수영은 조금 전의 분노와 억울함으로 온몸을 떨고 있었으나 심형빈이 결혼하겠다는 말을 꺼내자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잠시 후, 그 굳은 표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놀라움으로 바뀌었고 이내 그 놀라움은 황홀함으로 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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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연우야, 네 전남편이 벌써 재혼했다더라.”나정윤이 입을 살짝 내밀며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눈빛엔 장난기와 기대가 스며 있었다.“너랑 준이도 이제 슬슬 결혼 준비하는 게 어때?”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이연우를 바라봤다.‘이런 행복한 일은 방씨 가문에서 먼저 맞이해야지. 어떻게 심형빈이 먼저 결혼하게 둘 수 있겠어.’“어머님, 그 일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방현준이 이연우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말했다.그의 눈빛엔 다정함과 이해심이 가득했다.“아직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그는 이연우에게 결혼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상처처럼 남아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전의 실패한 결혼이 깊은 흉터처럼 이연우의 마음속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 불안과 두려움을 남겼다.그래서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이연우를 선택한 순간부터 평생 변치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 방현준은 시간과 진심으로 그녀의 상처를 천천히 어루만질 생각이었다.“그래도 너희가 자꾸 결혼을 미루면 나는 언제 손주를 안아보니?”나정윤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눈을 반짝였다.“그럼 일단 아이라도 하나 낳아주면 안 되겠니? 아니, 키워주면 안 되겠니?”자신이 말실수한 걸 깨달은 나정윤은 황급히 말을 고쳤다.이연우는 그런 나정윤의 기대 어린 표정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차마 그 따뜻한 마음을 뿌리칠 수 없었던 이연우는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저희한테 마음 써주신다는 거 잘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천천히 임신 준비도 하려고요.”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불안이 스며들었다.심형빈과 함께 살던 시절 그는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그 때문에 이연우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아무 생각 없이 피임약을 복용했다.그 약들이 몸에 어떤 부작용을 남겼는지 누구보다 이연우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혹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면 그건 방현준에게 짐이 될지도 몰랐다.그 생각에 이연우의 가슴이 서늘하게 저렸다.“엄마, 저 먼저...”방현준이 무언가 말하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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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며칠 후, 이연우는 단정한 차림으로 육진 그룹 건물에 들어섰다.이번 방문은 육씨 가문과의 협업 건으로 잡힌 공식 일정이었다.하지만 약속된 접견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녀를 맞이한 이는 익숙한 육성민이 아닌 처음 보는 남자였다.그 남자는 키가 훤칠했고 잘 다려진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다. 몸에 꼭 맞는 옷차림은 그의 단정한 인상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고 한눈에 봐도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졌다.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얼굴은 따뜻하고 점잖은 인상을 풍기며 마치 봄바람처럼 편안한 기운을 자아냈다.“안녕하세요, 저는 육 대표님을 뵈러 왔습니다.”이연우는 낯선 남자의 등장에 다소 의아했지만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저는 임이한이라고 합니다. 육 대표님의 조카예요.”남자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부드러운 저음으로 말했다.“오늘 삼촌께서 특별히 저한테 이 미팅을 맡기셨어요. 이 비서님, 회의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그는 손짓으로 부드럽게 길을 안내했다. 동작 하나하나에 여유와 세련됨이 묻어났다.이연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들고 있던 서류를 다시 고쳐 든 뒤 그의 뒤를 따라 고층 회의실로 향했다.가는 길 내내 임이한은 유쾌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갔다.재치 있으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화법에 처음엔 다소 긴장했던 이연우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응대하고 있었다.회의실 문이 열리자 이연우는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넓고 환한 공간에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왔다.길게 늘어진 타원형 회의 테이블과 그 주변을 감싼 안락한 의자들 그리고 중앙엔 이미 준비된 다과와 따뜻한 차가 정갈하게 놓여 있어 은은한 향이 공기 속에 감돌았다.이연우는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제안서를 꺼내 들고 임이한에게 건넸다.“이건 저희가 준비한 협업 제안서입니다. 검토 부탁드릴게요.”그녀의 눈빛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팀원들과 함께 밤낮없이 준비한 자료였기에 인정받고 싶었다.임이한은 서류를 건네받으며 이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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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소예린? 왜 여기 있는 거지?’이연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소예린은 칼같이 재단된 정장 차림에 완벽한 메이크업까지 갖춘 모습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그런 겉모습이 아니라 눈동자 깊은 곳에 숨겨진 은근한 우월감이었다.회의실 안으로 들어선 소예린은 이연우를 발견하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을 따르면서도 시선은 줄곧 이연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눈빛엔 노골적인 도발이 담겨 있었다.“이 비서님, 저 보고 많이 놀랐나 보네요?”턱을 살짝 치켜올리며 조소 섞인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목소리엔 뿌듯함이 가득했다.“소 비서, 이 비서님을 알고 있어?”임이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흥미로운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이 비서님 유명하신 분이잖아요. 제가 모를 리가 있나요.”소예린은 손에 들고 있던 주전자를 천천히 내려놓고 더더욱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미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게다가 전에 같은 회사에서 일했거든요.”같은 회사라는 단어에 유난히 힘을 준 그녀의 말투에는 무언가 감춰진 진실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가 스며 있었다.“그렇다면 인연이 깊네요. 나중에 업무적으로도 서로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겠어요.”임이한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둘 사이를 흘긋 바라보았다.“저랑 소 비서님이 예전에 같은 회사에 있었던 건 맞지만 친하진 않았습니다.”소예린이 육진 그룹에서 출근하는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이연우는 순간 경계심을 품었다.‘하필 이런 곳에서 마주치다니... 정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딱 맞았어.’괜히 엮이고 싶지 않았던 이연우는 애써 소예린과의 관계를 축소하려 했다.“이연우, 전에 말했던 거 기억나? 반드시 널 후회하게 만들겠다고.”소예린이 느릿하게 앞으로 다가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눈동자에서 타오르는 복수의 불길은 그대로 이연우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불길한 예감이 든 이연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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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해 질 무렵, 하늘가엔 붉은 노을이 펼쳐졌지만 그것조차도 방현준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불안을 지워주지는 못했다.그는 사무실 안에서 핸드폰을 꼭 쥔 채 이연우의 번호를 반복해서 눌렀다.하지만 돌아온 건 전원이 꺼져 있다는 차갑기만 한 기계음뿐이었다.‘분명 미팅하러 간다고 했는데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방현준의 미간은 점점 더 깊게 찌푸려졌고 그의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는 좀처럼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사무실 안을 서성였다. 조용한 공간에 그의 발걸음 소리만이 또렷하게 울렸다.곁에 서 있던 강문수는 그런 방현준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대표님, 이 비서님께서 전에 연락 주셨는데 계약을 위해 나온 사람은 육 대표님이 아니라 그 조카분이라고 했습니다. 아마 나이가 어려서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걸 수도 있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문수도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그의 말은 오히려 방현준의 불안을 더 부추겼다.방현준은 단 한마디 말도 덧붙이지 않고 재킷을 걸치더니 단호하게 말했다.“육진 그룹으로 간다.”방현준은 곧장 발걸음을 돌려 사무실을 나섰다.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차에 올라탄 방현준은 계속하여 이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기 너머에서는 여전히 차가운 기계음만 들려올 뿐이었다.그 기계음을 들을 때마다 심장이 한 번씩 세게 움켜쥐어지는 듯했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강문수도 방현준의 굳은 표정을 보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그는 주먹을 꽉 쥐고 마음속으로 이연우가 무사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차는 어둠을 뚫고 전속력으로 질주했다.가로등 불빛이 창밖으로 쏜살같이 스쳐 지나가며 마치 시간과 경쟁이라도 하듯 거리 풍경이 빠르게 변해갔다.그리고 얼마 후 그들은 육진 그룹 본사 앞에 도착했다.막 차에서 내린 방현준은 퇴근하려던 육성민과 마주쳤다.그는 방현준을 보고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환한 미소로 다가왔다.“방 대표님, 어떻게 직접 여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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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방현준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두 손을 본능적으로 꽉 쥐었다.“계속 보죠.”방현준은 분노를 억누르며 낮고 단호하게 명령했다.십여 분쯤 지나자 화면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며 이연우가 사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모자를 눌러쓴 채 회사 밖으로 향했다.“대표님, 이 비서님은 회사에 안 계신 것 같네요.”육성민은 CCTV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이런 일이 자기 회사에서 벌어졌으니 자칫 잘못하면 방현준과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육성민도 마음이 불안했다.방현준은 대답하지 않고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초조한 마음으로 예리하게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 보면 화면 속 인물에 별다른 이상을 못 느낄 수도 있었지만 방현준은 이연우와 매일을 함께해온 사람이었다. 그녀의 걸음걸이, 사소한 습관까지도 훤히 알고 있었다.그는 한눈에 화면 속의 여자는 이연우가 아님을 알아챘다.키와 체형은 비슷했으나 걷는 자세가 미묘하게 달랐다.이연우는 평소 가볍고 우아하게 걸었는데 화면 속 인물은 발걸음도 무거웠고 자세도 어딘가 굳어 있었다.무심코 나오는 작은 손동작들조차 달라 방현준은 화면 속 여자가 이연우가 아님을 확신했다.“저 사람은 이 비서가 아니에요. 아직 회사에 있을 겁니다.”그의 목소리는 분노와 초조함으로 떨렸다. 그는 강문수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경찰에 신고하세요.”“대표님, 혹시 오해가 있는 것 아닐까요?”육성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이마엔 식은땀이 맺혔다.회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그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경찰이 개입하면 회사 평판에 큰 타격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육성민이 다급하게 말했다.“대표님, 제가 우선 조카한테 연락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어볼게요.”육성민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어 임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차례 신호음 끝에 통화가 연결되었다.“이한아, 이 비서님은 어디 있는 거냐.”육성민이 다급하게 물었다.그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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