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준 쪽에도 사람 좀 붙여.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보고하고.”정승주는 단호한 어조로 명령하듯 말했다.말을 마친 그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더니 주저 없이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을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넣은 그의 얼굴에는 방금의 통화가 몹시 귀찮았다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다음 날 아침, 엷은 구름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호텔 복도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정승주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이연우의 객실로 향했다.마치 흥미로운 연극의 막이 곧 오를 것을 예감한 사람처럼 정승주의 입가엔 자신만만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이연우가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건 순백의 백합꽃 한 다발을 품에 안은 정승주였다.화사하게 피어난 꽃들은 그 품 안에서 유난히 도드라졌고 그의 머리색은 더 시선을 강탈했다.평소 그를 상징하던 하얀 머리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대담하고 노골적인 금발은 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연우야, 전에 네가 장미 알레르기 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번엔 다른 꽃으로 바꿔봤는데, 어때? 마음에 들어?”정승주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 그의 표정은 다정해 보였지만 그 눈빛 속엔 묘한 장난기와 계산이 엿보였다.“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이연우의 미간이 순간 깊게 찌푸려졌다.경계심과 의심이 뒤섞인 눈빛이 정승주를 꿰뚫을 듯 바라봤다.“연우야, 내가 누군지 잊은 거야?”정승주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두 팔을 벌렸다.“F국은 내 구역이나 다름없어. 네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건 아주 쉬운 일이라고.”정승주는 마치 이 나라 전체가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것처럼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이연우의 가슴속에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다.‘이렇게 쉽게 나를 찾아냈다면 아무도 모르게 내 흔적을 지우는 것도 가능하겠지?’그 생각에 이연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정승주, 이 호텔에 너 말고 네 사람은 몇 명이나 있어?”이연우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연우는 정승주에게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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