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고 도시에서는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네온사인들이 기묘한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이연우가 사라진 일이 정승주에게는 마치 마음속에 거대한 폭탄이 떨어진 듯해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정승주는 속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는 마치 미친 사냥개처럼 이연우의 흔적을 찾아 도시 곳곳을 헤매고 다녔다.두 눈은 벌겋게 충혈되었고 행동은 조급했다. 그는 골목 하나, 그림자 하나도 놓치지 않았고 입에서는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낮은 욕설이 새어 나왔다.그 시각, 이연우는 어둑한 골목 안에 숨어 있었다. 그녀는 ‘한세아’라는 이름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빠르게 생각하고 있었다.바로 그때, 뒤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몰래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듯한 불길한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이연우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고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졌다.찰나의 순간, 그녀의 시야 한쪽 끝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다.생각할 틈도 없이 이연우는 재빠르게 몸을 날려 차 문을 확 잡아당기고는 전광석화처럼 안으로 뛰어들었다.그리고는 숨을 죽였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들킬 것만 같았다.이연우는 옆좌석의 남자 곁에 바짝 몸을 웅크린 채 작은 소리도 내지 않았다.차 안은 은은한 가죽 냄새와 남자 향수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낯선 남자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아가씨, 남의 차에 함부로 타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그 목소리는 첼로의 저음처럼 깊게 차 안에 울려 퍼졌다.이연우는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흠칫 숨을 멈췄다.그 남자는 빛나는 금발을 가지고 있었고 눈동자는 짙은 바다의 색깔처럼 파랬다. 조각 같은 얼굴선은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을 떠올리게 할 만큼 완벽했다.하지만 남자의 두 다리는 무력하게 휠체어에 기대어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이연우의 마음 한편에 묘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죄송합니다! 누군가 쫓아와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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