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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321 - Chapter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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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밤이 깊어가고 짙은 어둠이 도시 위를 뒤덮고 있었다.이연우는 집 안에서 차분하게 짐을 꾸리며 곧 강문수, 남지혜와 함께 F국으로 떠날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었다.그녀의 행동은 침착하고 차분했다. 가방 안의 물건 하나하나를 정리하고 옷을 가지런히 접어 넣는 손끝에는 방현준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간절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마지막 옷가지를 정리해 넣은 바로 그때 조용한 밤공기를 가르며 맑고 날카로운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이 고요한 시간에 들려온 그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퍼졌다.‘이 시간에 누구지?’이연우는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의아한 마음으로 문 쪽을 향해 걸어가서 밖을 살폈다.밖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한 이연우는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천천히 문을 열자 서지훈이 비틀거리며 문 앞에 서 있었다.“연우 씨!”서지훈은 흐릿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뚜렷한 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는 조용한 복도를 울렸다.순간, 이연우는 코끝을 찌르는 강한 술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눈을 살짝 찡그리며 본능적으로 한발 물러섰다.서지훈은 눈동자가 흐릿했고 몸을 가누지 못해 휘청거렸다. 누가 봐도 술에 잔뜩 취한 모습이었다.“서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어쩌다 우리 집까지 오신 거예요?”이연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이렇게 물었으나 그를 집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밤늦은 시각, 남녀가 단둘이 한 공간에 있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었다.이연우는 살짝 몸을 옆으로 틀어 문을 가로막으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서지훈을 바라보았다.“방현준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왔어요.”서지훈은 몸을 간신히 바로 세우며 말했다. 이연우를 꿰뚫을 듯 바라보고 있는 그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예전부터 말했잖아요. 방현준은 위험한 사람이라고요. 이런 결말이 두 사람 모두한테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몰라요.”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계속했고 묘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서지훈은 이 시간을 오래 기다려 왔다. 그는 방현준이 자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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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이연우는 단호하게 서지훈의 손을 뿌리쳤다. 망설임 하나 없이 단칼에 잘라냈다. 마치 그 손길이 더럽고 역겨운 듯 단 한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었다.“서 대표님, 제발 자중하세요! 현준 씨는 사라진 게 아닙니다!”이연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말투에는 흔들림 없는 결의가 담겨 있었고 또박또박 이를 악문 채 말했다.그 말에 서지훈은 잠시 넋이 나갔고 그제야 거실 한편에 정리된 여행 가방이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서지훈은 믿을 수 없다는 충격과 혼란이 뒤섞여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앞의 현실이 그에게는 악몽이라도 되는 듯 이연우를 노려보았다.“연우 씨, 지금 미쳤어요? 정말 F국까지 그 남자를 찾으러 가겠다는 거예요? 지금 자신이 뭘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어요?”서지훈은 목소리가 격앙되었고 분노와 불안, 그리고 질투가 한데 뒤엉켜 있었다.“당연히 알고 있어요.”이연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조용한 거실을 울렸다. 그녀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건 단순한 감정이 아닌 방현준을 향한 진심과 확고한 의지였다.그동안 방현준은 그녀를 위해 너무 많은 걸 해줬다.그의 따뜻한 시선, 그녀를 감싸던 품, 그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던 그 남자의 뒷모습까지, 그 모든 기억이 심장 깊숙이 각인되어 있었다.그런 사람을 이제 위험 속에 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이연우는 방현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이라도 감수하겠다고 결심했다. 방현준의 깊고 뜨거운 사랑에 걸맞은 사람이 되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리고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걸 걸 수 있었다.“연우 씨는 F국이 어떤 곳인지 몰라요! 거기에 간다는 건 자신을 위험에 몰아넣는 거라고요!”서지훈은 한 발 앞으로 다가섰고 초조한 얼굴을 한 채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는 숨을 고르며 애써 목소리를 낮췄으나 여전히 절박했다.“연우 씨, 제발 그 사람을 잊고 나랑 함께해요.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요.”서지훈은 손을 뻗었지만, 그 손끝이 이연우의 어깨에 닿기도 전에 멈췄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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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서지훈의 눈빛 속에는 허무한 빛이 드리웠다. 마치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생기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은 모습이었다.그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텅 빈 눈으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공허했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그렇게 놓아두지 말았어야 했어요. 죽기 살기로 연우 씨를 붙잡았어야 했어요.”그는 후회하고 자책하며 예전 일을 떠올렸다. 처음 이연우를 좋아했을 때 그녀가 심형빈이라는 남자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깊다는 걸 알았던 그는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한 걸음 물러나 그녀가 상처에서 회복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그는 조금만 기다려서 그녀가 상처에서 벗어나면 그때 다가가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했다.하지만 바로 그 틈에 방현준이 나타났고 어둠 속에서 빛처럼 그녀의 세계로 단숨에 들어와 버렸다.이제 와서 돌아보면 서지훈은 자신이 너무 나약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아마 지금 이연우의 곁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서지훈의 눈빛에는 깊은 후회로 물들었다. 그 후회는 보이지 않는 그물처럼 그를 질식시킬 만큼 단단하게 휘감고 있었다.이연우는 그런 서지훈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연민의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무척 단호했다.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 대표님, 설령 그때 저를 먼저 좋아하셨다고 해도 제가 그 마음을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따뜻했지만, 전혀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이연우에게 방현준은 다른 어떤 남자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다.방현준은 겉으로는 날카롭고 말이 거칠었지만 그 말 뒤에는 언제나 세심한 배려와 진심이 숨겨져 있었다.자신이 과거의 상처로 인해 흔들릴 때 방현준은 다정한 말을 해주는 대신 그녀의 마음을 알고 묵묵히 곁에 함께 있어 주며 조용하게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다.그의 시선, 그의 말투, 그 모든 게 이연우의 닫힌 마음을 서서히 열게 했다.그는 그녀의 어둠 속에 들어온 유일한 빛이었고 그 빛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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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잠시 후, 조용한 방 안에 규칙적인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강문수가 온 모양이었다.이연우는 재빨리 문 앞으로 다가가 바깥을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아까 보니까 서 대표님이 여기로 오시던데, 혹시 이 비서님 만나러 온 거예요?”강문수는 방 안으로 들어서며 가볍게 물었다. 그는 서지훈이 오래전부터 이연우에게 남다른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방금도 그는 서지훈이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건물을 나서는 모습을 봤다.그 표정만 봐도 굳이 물을 필요가 없었다. 분명히 이연우에게 거절당한 것이었다.“네. 준비가 다 됐어요?”이연우는 대답하며 시선을 살짝 피했고 곧바로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그녀는 더 이상 서지훈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과 서지훈은 애초에 평행선 같은 관계였다. 절대 닿을 수도, 엮일 수도 없는 사이였다.“다 준비됐어요. 그런데 제가 이리로 온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강문수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눈빛도 어두워졌다.이연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의 진지한 기색에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조심스레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누가 연우 씨를 만나고 싶대요.”강문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살짝 옆으로 비켰고 옆으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아저씨?”이연우는 놀란 목소리로 외쳤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사람은 바로 진태호였다.그는 분명 F국에 있어야 할 사람인데 어째서 갑자기 H국까지 온 걸까?게다가 그의 얼굴에는 급박함과 불안함이 역력했다.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고 숨소리도 거칠었다.이연우의 마음속에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설마 F국 쪽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연우 씨, 지금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진태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빠르게 말을 이었고 그 목소리가 절박했다.“지금 당신, F국에 가려는 이유가 혹시 현준 도련님 때문인가요?!”이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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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비행기는 고요한 하늘 위를 안정적으로 미끄러지듯 비행하고 있었다. 기내의 부드러운 조명은 객실 곳곳을 은은하게 비추고 공기 중에는 잔잔한 평온이 감돌았다.하지만 이연우의 마음은 조금도 평온하지 않았고 심하게 요동쳤다.손끝은 무의식적으로 옷자락을 움켜쥐고 눈빛은 허공을 향한 채 초점을 잃은 듯 멍하니 앞을 응시했다.머릿속에는 계속해서 F국으로 향하는 여정에 대한 불안한 상상이 뒤섞였다.이번 여행이 과연 방현준을 순조롭게 찾는 길이 될지, 아니면 자신을 위험 속으로 밀어 넣는 일이 될지 알 수 없었다.그 불안감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아무리 떨쳐내려고 해도 사라지지 않았다.마침내, 비행기는 천천히 F국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도착 직후, 강문수는 능숙하게 차를 불러 이연우와 남지혜를 데리고 예약된 호텔로 향했다.예상과 달리, F국의 도로 사정은 꽤 엉망이었다. 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교통 체증에 멈춰서고 말았다.이연우는 피곤함에 절은 몸을 의자에 기대었다.창밖으로 보이는 금발의 F국 사람들, 낯선 언어와 이국적인 분위기가 뒤섞인 거리 풍경을 바라보며 그녀는 자신이 이 도시에서 이질적인 존재임을 실감했다.장시간의 비행으로 머리가 어지러웠고 거기에 끝없는 차량 정체까지 겹치자 가슴 속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그때였다. 멈췄던 차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할 무렵, 이연우는 가슴이 갑자기 쿵 하고 내려앉았다.이유를 알 수 없는 강한 직감이 그녀를 덮쳤고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급히 창밖을 내다보았다.도로는 조금 전과 달리 뚫려 있었고 방금까지만 해도 꽉 막혀 있던 차량 행렬이 질서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눈을 크게 뜨고 바깥을 살폈지만 보이는 건 여느 때와 다름없는 거리 풍경이었다.사람들은 여전히 분주했고 도시는 여전히 활기찼다.오랜 비행을 한 탓에 산소부족으로 그런 거라고 이연우는 자신을 다독였다. 강렬하게 느껴졌던 그 감정은 아마 착각일 것이다.“연우야, 왜 그래?”남지혜가 이연우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물었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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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 방현준의 머릿속에는 오직 스쳐 지나간 익숙한 잔상만 남아 있었다.“차 돌려요.”방현준의 목소리가 거의 반사적으로 터져 나왔다.낮고 단호한 음성엔 어떤 반박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고 그 울림은 마치 종소리처럼 차 안을 가득 메웠다.“도련님, 곧 조세핀과 약속한 장소에 도착합니다.”운전석의 기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레 말했다.그는 오늘 조세핀과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이 일은 절대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고 만약 늦기라도 한다면 조세핀에게 화를 입을 수도 있었다.“오늘만큼은 절대로 늦으시면 안 됩니다. 늦으면 조세핀이 불같이 화를 낼 거예요.”기사가 다시 한번 오늘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당장 차 돌리라고 했잖아요.”방현준의 눈빛이 번뜩이며 날카로워졌다.그의 목소리는 분노와 초조함이 뒤섞여 떨리고 있었다.지금 그에게 있어 조금 전 스쳐 간 사람이 정말 이연우였는지 확인하는 일이 세상 그어떤 일보다 더 중요했다.기사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그는 방현준이 한번 결심하면 절대 되돌리지 않는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어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차를 돌렸다.타이어와 아스팔트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귓가를 스쳤고 그들은 방금 지나쳤던 길로 다시 질주했다.하지만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도 분주히 오가는 수많은 차량과 택시 속 어디에도 방현준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이연우의 모습은 없었다.방현준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그 어둡고 깊은 눈빛 속엔 슬픔과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연우는 아직 H국에 있겠지. 여기 나타날 리가 없어. 내가 착각한 거겠지?’그 생각이 스치자 가슴이 누군가에게 움켜쥐어진 듯 아팠다.방현준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아무 말도 없이 떠났으니 혹시 화가 나진 않았을까? 힘들 길을 헤치고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 나를 받아주기는 할까?’수많은 불안과 후회가 한꺼번에 밀려와 그의 마음은 끝없는 안개 속에서 헤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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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조세핀 씨, 그렇게까지 화내실 건 없잖습니까. 저는 모든 성의를 갖춰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방현준은 태연한 표정으로 조세핀을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감 있고 침착한 미소를 지었다.낮고 묵직해서 이상하게도 사람을 안심시키는 힘을 지닌 방현준의 목소리는 긴장감이 감도는 공간 속에서 묘하게 주변을 잠재우듯 울려 퍼졌다.“배휘경 씨,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의 그 성의가 제 기준엔 많이 부족한 것 같네요. 저희 협력은 그냥 없던 일로 하죠.”조세핀은 미간을 찌푸리며 팔짱을 낀 채 냉랭하게 말했다.그는 방현준의 지각에 이미 마음이 많이 상한 듯해 보였다.“조세핀 씨, 설마 서유럽 쪽 사업이 그렇게 쉽게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두고 보실 생각은 아니겠죠?”방현준은 여전히 여유 있는 목소리로 되물었다.눈빛을 반짝이며 고개를 살짝 든 방현준의 표정에는 확신이 들어있었는데 그 여유는 절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방현준은 이번 협력이 결코 일방적인 부탁이나 구걸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호 의존의 거래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방현준은 F국에서의 사업 확장에 조세핀의 지원이 필요했지만 조세핀 역시 서유럽 시장을 지탱하기 위해선 방현준의 사업망과 조율이 절실했다.이건 서로가 물러설 수 없는 균형의 게임이었다.“지금 그 말, 무슨 뜻이죠?”조세핀의 눈에 놀람과 경계가 번뜩였다.‘서유럽 쪽의 사업은 극비여서 F국 사람에겐 말한 적이 없는데 배휘경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조세핀은 방현준의 표정에서 어떤 힌트라도 얻으려는 듯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조세핀 시, 혹시 방현준이라는 이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방현준의 입가에 느긋한 미소가 걸렸다.그 눈빛엔 짙은 여유와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방현준과 무슨 사이...”조세핀은 말을 멈추더니 순간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이 커졌다.그는 얼굴을 굳히더니 이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설마 당신이 방현준이에요?”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방현준을 한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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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 해도 지금의 그녀 눈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그림에 불과했다.이연우는 무심하게 대꾸하고 천천히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연우야, 그렇게 기운 빠져 있지 마. 마음 좀 편히 먹어. 분명 방 대표님도 찾을 수 있을 거야. 다 잘될 거라고.”남지혜는 기운 없는 이연우를 따스한 눈빛으로 걱정스레 바라보며 조심스레 위로했다.이연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억지로 마음을 추스르며 천천히 창가로 다가갔다.창가에 다가서자 따뜻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쳐 갔다.짭조름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고 그 익숙한 향이 묘하게 마음을 누그러뜨렸다.긴장으로 굳어 있던 어깨가 조금씩 풀어지면서 가라앉아 있던 마음이 미세하게나마 가벼워지는 듯했다.이연우는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위치 추적 앱을 열었다.화면 속 붉은 점은 이 도시를 제외하고 그 어디에서도 밝혀진 적이 없었다.밤이 되자 검은 비단처럼 짙은 어둠이 해안 도시의 하늘을 덮었다.하루 종일 이동에 지친 강문수와 남지혜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이연우는 심란한 마음에 한참을 뒤척이다 결국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조용히 호텔을 나섰다.밤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지만 그 속엔 차가운 냉기가 섞여 있었다.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가자 이연우는 무의식적으로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백사장 위에 서 있었다. 고요하게 밀려드는 파도 소리와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거센 파도가 규칙적으로 몰아치며 낮게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마치 깊은 곳에 숨겨진 누군가의 울음처럼 들렸다.어둠 속의 검은 바다는 이연우의 마음처럼 끝없이 뒤틀리고 방향을 잃어 빛 한 줄기 스며들지 못한 채 무겁게 잠겨 있었다.“잘못 본 줄 알았는데 정말 연우 씨였네요?”익숙한 목소리가 불현듯 고요한 밤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그 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듯하면서도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또렷했다.이연우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희미한 달빛 아래 눈에 들어온 건 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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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방현준은 어디 있어?”이연우는 정승주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그 시선엔 불안과 초조, 그리고 간절한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지금 이 순간, 방현준의 행방은 그녀 마음속을 짓누르는 커다란 돌덩이처럼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다.“안 그래도 왜 여기 왔나 했는데 우리 사촌 형 때문이었네?”정승주는 입꼬리를 비틀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이연우 앞으로 다가오더니 고개를 살짝 기울여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봤다.“그 사람,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거지?”이연우는 정승주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그녀는 정승주가 방현준의 행방을 알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미안하지만 몰라.”정승주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태연하게 말했다.그의 말은 사실이었다.정승주와 방현준에게 충돌이 생길까 우려했던 윗선에서 두 사람을 분리했기에 정승주도 방현준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하지만 이연우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강문수가 이미 귀띔해 준 내용도 있었고 무엇보다 너무 많은 정황이 그녀와 방현준을 의도적으로 떼어놓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런 상황에서 정승주가 모른다고 말하는 걸 이연우가 곧이곧대로 믿을 리 없었다.자기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은 이연우의 표정에 정승주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그 미소는 마치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오는 그림자처럼 소름 끼쳤고 그 속엔 뭔가 꿍꿍이를 품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나랑 계속 같이 있으면 방현준이 어디 있는지 무조건 알게 될 거야.”낮고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는 알 수 없는 힘이 실린 듯 묘하게 달콤하고 위험했다.미간을 찌푸린 이연우의 표정에는 혼란과 의심이 섞여 있었다.그녀는 정승주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이연우는 정승주가 결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며 그와 엮이는 순간부터 위험이 따라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방현준을 찾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내가 당신 말을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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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미안하지만 나 백발 알레르기 있어.”이연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싸늘한 목소리로 응수했다.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며 정승주에 대한 혐오를 드러냈다.“태생이 이래서 어쩔 수 없긴 한데 좋아하는 색으로 염색해 줄 순 있어.”정승주는 그녀의 거절에 일말의 동요도 없이 마치 한 번 노린 사냥감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사냥꾼처럼 집요하고 끈질기게 이연우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그의 말투에는 이연우가 원한다면 뭐든 바꿀 수 있을 것처럼 이상한 진정성과 광기가 섞여 있었다.그때 이연우가 갑자기 멈춰 섰다.그녀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를 한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정승주를 바라봤다.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며 차갑고도 또렷한 선을 그려냈다.이연우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동시에 상대를 꿰뚫는 듯한 냉정함이 서려 있었다.정승주 역시 걸음을 멈추고 마치 승리를 확신하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자신만만하고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내 매력에 넘어가서 방현준 버리고 내 쪽으로 오려고 결심한 거야?”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장난기 어린 말투로 물었다.그 눈빛은 끝까지 그녀의 반응을 시험하려는 듯 날카롭고 교묘했다.“오늘같이 달도 없고 바람까지 센 밤에 사람 하나쯤 죽여도 아무도 모를 것 같지 않아?”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승주를 찌를 듯이 응시하고 있었다.“너한테 죽는 거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정승주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그의 눈빛엔 두려움 대신 이상한 열기가 깃들어 있었다.그는 마치 자극적인 모험을 맞이하기라도 하듯 양팔을 벌렸다.‘역시 방현준이 반할 만한 여자네. 이 불같은 성격이라니... 더 자극적이잖아.’이연우는 냉소를 흘리며 콧방귀를 뀌었다.“역시 미친놈이었네.”말을 마친 이연우는 발걸음을 재촉해 거의 뛰다시피 호텔 쪽으로 달려갔다.달빛 아래서 달리는 그녀의 그림자는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했다.멀어져 가는 이연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승주의 입가엔 다시 한번 묘한 웃음이 번졌다.정승주는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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