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소운은 손수 달인 탕약을 식지 않게 식함에 담아 중전의 침소로 향했다. 그녀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중전의 곁을 지키는 춘의 나인이 먼저 나와 예를 갖췄다.“귀인마마, 중전마마께서는 몸이 좋지 않으셔서 오늘은 알현이 어려울 듯합니다. 부디 발길을 돌려주시지요.”하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중전의 병이 도질 것이기에 그녀는 물러날 수 없었다.“이제 곧 늦가을입니다. 중전마마의 한증은 이 계절에 더욱 심해질 겁니다. 신첩의 고향에 그 병세를 완화할 방도가 있습니다. 부디 마마께 이 한 마디만 전해주세요.”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전하가 아직 세자였던 시절, 고열로 쓰러진 그를 위해 중전은 얼음 호수에 몸을 담근 뒤 꽁꽁 언 몸으로 어린 세자를 품에 안아 열을 식혔다. 그날 얻은 냉기가 그녀의 병근이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춘의 나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그녀가 자리를 뜨자 곁에 있던 운양이 물었다.“귀인마마, 예전에는 궁 안에서 누구와도 얽히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중전마마께는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이시는 겁니까?”온소운은 따뜻한 눈길로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중전마마는 유일한 예외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춘의가 돌아와 말을 전했다.“귀인마마, 안으로 드시지요.”침전 안은 짙은 약항으로 가득했고 약탕기에서 물 끓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중전은 가벼운 잠의 하나 걸친 채 창백한 얼굴로 침상에 기대어 있었다. 온소운은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신첩, 중전마마께 문안드립니다.”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바깥 하늘을 보니 곧 비가 올 듯한데 운 귀인이 이렇게 고생하며 본궁에게 약을 가져다주다니 참 고맙소.”중전이 춘의 나인을 부르자 온소운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식함을 건넸다. 궁궐 안의 사람들 눈에는 그녀가 중전에게 아첨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온소운은 다시 하얀 손수건을 펴서 그 안에 들어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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