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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

제1861화

“가능합니다.”윤태호가 말했다.“셋째 어르신의 오래된 상처는 저에게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어요.”용삼의 얼굴에 기쁜 미소가 떠올랐다.“그게 정말이야?”윤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정말이고말고요.”“그럼 어서 나를 치료해다오.”용삼은 마음이 급했다. 고질병만 고칠 수 있다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제 발로 자금성에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윤태호가 물었다.“셋째 어르신, 지금 바로 치료할까요?”“어서 시작하거라.”용삼의 말투에는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윤태호는 품에서 침통을 꺼내 들었다. 손목을 가볍게 털자 침통이 펼쳐지며 눈부신 금빛이 쏟아져 나왔다.금침이었다.용삼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의술에 정통하지는 않았지만, 금침은 의술이 극히 뛰어난 자만 쓸 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윤태호는 7촌 길이의 금침을 손에 쥐고 말했다.“셋째 어르신, 지금부터 머리에 두 개의 침을 놓을 겁니다. 하나는 태을신침의 소산화, 다른 하나는 태을신침의 투심량이에요. 소산화 침법은 몸속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침법이고 투심량 침법은 반대로 차가운 기운을 내려 열을 식히는 침법이죠. 통증이 조금 있을 테니 참으셔야 합니다.”용삼이 물었다.“내가 다친 곳은 폐인데 왜 머리에 침을 놓는 거야?”윤태호는 용삼이 아직 자신을 완전히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설명했다.“머리는 육양의 으뜸이며 온몸의 경맥이 모이는 곳이에요. 머리에 침을 놓는 것은 정신을 집중시켜 이후의 치료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죠.”“태을신침을 쓴 뒤에는 셋째 어르신의 폐에 칠성침법과 귀문십삼침을 함께 쓸 거예요. 이 세 가지 침법이 서로 작용하면 셋째 어르신의 고질병은 두 시간 안에 완치될 겁니다.”용삼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깊은 뜻이 있었네. 어서 치료를 시작하거라.”윤태호는 용삼의 뒤에 서서 금침 하나를 가볍게 용삼의 백회혈에 꽂았다.“셋째 어르신, 어떤 느낌이 드세요?”“머리 위가 조금 뜨거워지는구나. 하지만 꽤 시원해.”“네, 이것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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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2화

치익.금침이 용삼의 머릿속으로 완전히 박혔다.“으악.”용삼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반응했다. 윤태호에게 기습당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오른손 주먹을 뒤쪽으로 휘둘렀다.하지만 이미 손을 쓴 이상 윤태호는 용삼에게 살아날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용삼의 주먹을 피하고 손을 들어 일지검을 펼쳤다.슉, 슉, 슉.세 줄기의 검기가 날카롭고 매섭게 날아갔다.용삼은 치명적인 위기를 감지했지만 몸이 굳어있어 피하기 역부족이었다.첫 번째 검기는 간신히 피했지만 나머지 두 줄기 검기가 차례로 그의 등과 목구멍을 관통했다.순식간에 목에서 피가 쉴 새 없이 솟구쳤다.그때 장미진인도 움직였다. 그는 벼락 부적 한 장을 던졌다.콰르릉.허공에서 번개가 나타나 용삼의 정수리를 내리쳤다.옆에 있던 산지기 아저씨는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서 있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한 것도 잠시, 윤태호와 장미진인이 용삼을 확실히 죽이려 한다는 것을 본 그는 망설임 없이 장검을 뽑아 용삼의 심장을 꿰뚫었다.“너희... 너희가...”용삼의 입안은 피로 가득했다. 그는 두 손으로 목을 움켜쥔 채 윤태호 일행을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윤태호가 웃으며 말했다.“궁금하겠지? 내가 왜 너를 죽이려 하는지.”용삼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이미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나는 너희 자금성과 불공대천의 원한이 있다.”윤태호가 말했다.“깜빡했군. 내 성은 윤, 이름은 윤태호야.”‘윤씨 성이라고?’용삼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마지막 힘을 짜내 물었다.“네놈과 윤무성은 무슨 사이야?”윤태호가 답했다.“윤무성은 내 아버지야.”용삼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용삼뿐 아니라 당영곤과 산지기 아저씨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윤태호가 천하제일 고수 윤무성의 아들이라니. 특히 윤태호와 오랫동안 함께한 당영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어쩐지 지난번 윤태호가 희생되었다는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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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3화

“내가 알기로 그 보물지도는 온전한 한 장이 아니라 세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고 들었어.”“우리 아버지께서 그중 한 조각을 가지고 계셨지. 당신들이 아버지께 손을 댄 걸 보면, 자금성 손에도 분명 한 조각이 있다는 뜻이겠지?”용삼은 놀란 눈빛으로 윤태호를 바라보았다.‘이놈이 어떻게 알았지?’용삼의 눈빛을 본 윤태호는 자신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자금성에는 보물지도 한 조각이 있었다.보물지도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고 현재 두 조각은 윤태호의 손에 들어왔다. 이제 마지막 한 조각만 찾으면 된다.윤태호가 물었다.“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지. 그 보물지도에는 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거야?”이토록 엄청난 대가를 치르며 아버지를 살해할 정도라면 단순히 재물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용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허헛, 알고 싶어? 나는 절대 말해주지 않을 거야.”윤태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말 안 해도 상관없어. 용일까지 처리하고 나면 보물지도는 자연스레 내 손에 들어올 테니, 그때가 되면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알게 되겠지.”“용삼, 곧 용사가 있는 곳으로 보내줄게. 이젠 작별해야지.”쾅.말이 떨어지자마자 윤태호는 주먹으로 용삼의 머리를 내리쳤다.퍼억.용삼의 머리는 그 자리에서 박살 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의 몸까지 그 순간 피 안개처럼 흩어졌다.윤태호의 일격에 형체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산지기 아저씨는 그 광경을 보고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윤태호가 이토록 잔인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용삼을 처단한 후 윤태호는 몸을 돌려 산지기 아저씨를 바라보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봐요. 배짱 한번 두둑하네요. 우리는 명왕전 소속이라 용삼을 죽였어요. 평범한 민간인인 당신이 용삼에게 칼을 휘두르다니. 감옥에서 썩고 싶어서 환장했어요?”산지기 아저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윤 선생님, 그게... 저는 그저 도우려 했을 뿐이에요.”윤태호가 되물었다.“내가 도와달라고 부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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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4화

장미진인은 윤태호가 백옥관을 탐내자 다급해졌다.“이 자식아. 그 관은 내가 먼저 찜했다고. 절대 뺏을 생각 마라.”윤태호가 코웃음을 쳤다.“내가 뺏으면 어쩔 건데요? 진인님은 뭘 할 수 있어요?”“너!”장미진인은 분통을 터뜨리며 윤태호를 노려보았다. 이길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실력이 못 되었다.장미진인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히죽 웃었다.“이 자식아, 그래도 이번에 용삼을 잡는 데 내가 한몫하지 않았어? 그러니 넌 내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뭐 거창한 걸 바라는 건 아니다. 그냥 그 백옥관만 나한테 양보하면 그걸로 퉁쳐주마.”“생각해 봐, 너는 아직 젊은 놈이 무슨 관이 필요하겠어? 나처럼 이 나이에 살날도 많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이 관이 필요해. 그러니 관은 내게 양보해 줘. 이렇게 부탁하마.”윤태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답했다.“어쨌든 난 그 관이 마음에 들었어요.”장미진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결국 말했다.“이 자식아, 조건을 말해봐. 그 관만 나랑 다투지 않으면 뭐든 다 들어주마.”윤태호가 단호하게 말했다.“검자부 열 장을 주세요.”“좋아.”장미진인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윤태호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장미진인을 쳐다보았다.“진인님, 아까는 검자부가 하나도 없다더니 왜 이렇게 흔쾌히 승낙하는 거예요?”장미진인이 변명했다.“검자부 같은 귀한 걸 내가 왜 너한테 다 팔겠어? 우리 호용산도 지금 기울어 가는 마당에, 위기 상황을 대비해 몇 장은 남겨둬야 할 거 아니야?”“솔직히 말하지. 아직 열 장이 더 있어. 이번 동북행이 끝나면 호용산으로 돌아가 가져올 생각이야. 하지만 검자부가 없으면 우리 호용산에 큰일이 닥칠 때 큰일인데...”장미진인이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이 자식아, 나중에 우리 호용산이 위험해지면 절대 손 털고 있지 않겠다고 약속해.”윤태호가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진인님, 지금 나랑 협상을 하겠다는 거예요?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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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5화

“가자.”장미진인은 당영곤을 한 번 노려보더니 씩씩거리며 무덤 밖으로 향했다.윤태호가 당영곤에게 소곤거렸다.“우리가 나가면 즉시 저 최상급 백옥관을 옮겨.”당영곤이 물었다.“태호야, 너도 이 관을 갖고 싶어? 그럼 진인님은 어쩌고...”윤태호가 말을 잘랐다.“나중에 그 진인님이 물어보면 군신의 명령이라고 해. 이 백옥관은 국보급 보물이니 나라에 상납해야 한다고 말이야.”윤태호가 사사로이 챙기려는 게 아님을 깨달은 당영곤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윤태호는 당영곤과 산지기 아저씨에게 다시 한번 강조했다.“아참, 자금성이 완전히 멸망하기 전까지 내 신분은 공개되면 안 되니 철저히 비밀로 해줘.”당영곤이 고개를 끄덕였다.“명심할게.”산지기 아저씨도 거들었다.“윤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한 마디도 발설하지 않겠습니다.”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밖에서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은 서둘러 무덤을 빠져나갔다.나가 보니 장미진인이 용씨네 선조의 시신을 관에서 꺼내 바닥에 던져두고 있었다.“진인님, 지금 뭐 하는 거예요?”당영곤이 물었다.장미진인은 투덜거렸다.“제기랄, 이놈이 임금도 아니면서 감히 용포를 입어? 염치없는 놈.”그러고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더니 관 속으로 훌쩍 뛰어 들어가 반듯하게 누웠다.산지기 아저씨가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진인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좀 느껴보려고.”장미진인이 웃었다.“생각보다 괜찮네. 누워 있으니 꽤 편한걸.”산지기 아저씨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갑자기 치이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태호가 고개를 숙여보니 바닥에 내던져진 용씨네 선조의 시신이 눈에 띄게 썩어가며 악취 나는 검은 액체를 쏟아내고 있었다.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시신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백골이 되었다.갑작스러운 변고에 당영곤이 의아해했다.“어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윤태호가 답했다.“백옥관 덕분이지. 원래는 백옥관이 영험한 기운으로 시신이 썩지 않게 보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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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6화

무덤을 나오자 장미진인이 당영곤에게 명령했다.“최상급 백옥관을 꺼낸 뒤에는 이 무덤을 완전히 폭파해라.”“왜요?”당영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장미진인이 답했다.“여기는 용씨네 선조의 무덤이니 남겨둘 이유가 없지. 나는 오늘 용씨네 선조의 맥을 끊고 운세를 완전히 짓밟아 버릴 생각이야.”“영곤아, 진인님이 하라는 대로 해.”윤태호가 덧붙였다.“나중에 자금성 놈들이 꼬치꼬치 캐묻거든 전부 진인님이 한 짓이라고 둘러대고.”장미진인이 눈을 부라렸다.“이 자식아, 사람을 그렇게 함정에 빠뜨릴 거야?”윤태호가 껄껄 웃었다.“농담이에요.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당영곤이 즉시 대답했다.“진인님, 그리고 하나 더 처리해 주셔야 할 일이 있어요.”“저 백 년 된 소나무 7그루 말인가?”당영곤이 고개를 끄덕였다.“식은 죽 먹기지.”장미진인은 곧장 그 7그루 소나무 근처로 다가가 화염 부적 7장을 연달아 날렸다. 순식간에 나무들은 화염에 휩싸여 잿더미가 되었다.“자, 이제 볼일은 다 봤어. 이 자식아, 얼른 우리 일을 처리하러 가자고.”“네.”윤태호가 대답하며 장미진인을 따라나설 채비를 했다.당영곤이 물었다.“태호야, 진인님과 함께 어디 가? 내가 도울 일은 없어?”윤태호가 입을 떼기도 전에 장미진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우리가 할 일에 넌 짐이 될 뿐이야. 그저 백옥관을 안전하게 호용산으로 옮기기나 해.”윤태호도 덧붙였다.“영곤아, 난 천 년 된 영약을 찾으러 가는 거라 네 도움이 필요 없어.”옆에 있던 산지기 아저씨가 물었다.“윤 선생님, 저도 같이 갈까요?”윤태호가 고민하는 찰나, 장미진인이 눈짓을 보내왔다. 윤태호는 그 뜻을 읽고 말했다.“아저씨, 아저씨는 여기 남아서 영곤을 도와주세요. 여기 일이 다 끝나면 돌아가서 짐 정리 좀 하고 나중에 미주로 날 찾으러 오세요.”산지기 아저씨가 공손히 답했다.“네, 윤 선생님 지시에 따를게요.”“영곤아, 우린 먼저 가봐야겠어. 몸조심해.”윤태호는 당영곤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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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7화

길을 걷던 중, 앞장서던 장미진인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왜 멈췄어요?”윤태호가 물었다.장미진인은 고개를 돌려 윤태호를 보며 히죽 웃었다.“이 자식아, 호랑이 거시기가 몸에 좋다던데 먹어볼 생각이 없어?”윤태호가 고개를 내밀어 보니 50m 앞 굵직한 고목 뿌리 밑에 호랑이 한 마리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2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덩치에 검은 줄무늬가 선명했고, 이마에는 왕자가 뚜렷했다.“뭐 하는 거예요? 저놈을 때려잡을 생각이세요?”장미진인이 웃으며 답했다.“내가 이 나이 먹도록 야생 호랑이 거시기는 맛본 적이 없거든. 술에 담가 먹으면 정력에 끝내준다는데, 한번 도전해 볼까?”윤태호가 혀를 찼다.“도전은 무슨. 호랑이는 보호 동물이에요. 함부로 잡았다간 쇠고랑을 차게 될 거라고요.”장미진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이 깊은 산중에 누가 알겠어. 호랑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보물이야. 가죽이며, 뼈며, 고기에 그 거시기까지. 쯧쯧.”장미진인은 입맛을 다시며 침까지 흘렸다.“그런 생각은 애초에 접는 게 좋을 거예요.”윤태호가 냉랭하게 경고했다.“머리 위에서 하늘이 굽어보고 있다고 했어요. 도를 닦는 사람이 함부로 살육을 벌이면 도력이 깎일 텐데, 괜찮겠어요?”“어라? 이제 날 걱정까지 해주는 거야? 제법 기특하네.”장미진인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호랑이가 보호 동물인 걸 몰라서 그래? 농담한 거야. 그런데...”“뭐예요?”장미진인이 말을 이었다.“옛말에 호랑이가 웅크리고 용이 서리는 곳에는 반드시 보물이 있다고 했지. 호랑이가 저기에 자리를 잡은 걸 보니, 저 고목 아래 필시 보물이 있을 거야. 이 자식아, 내 말이 맞나 틀리나 내기할까?”윤태호는 장미진인의 헛소리를 믿지 않았지만 비웃으며 받아쳤다.“거기에 무슨 보물이 있어요?”“가서 보면 알겠지.”장미진인이 성큼성큼 호랑이 쪽으로 걸어갔다. 윤태호도 그 뒤를 따랐다.고목에서 20m쯤 떨어진 곳에 이르자, 곯아떨어졌던 호랑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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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8화

윤태호는 장미진인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백 년 된 산삼이네요.”고목 뿌리 아래 산삼 한 뿌리가 자라나 있었다. 산삼의 줄기는 마치 작은 나무처럼 보였고 잎이 무성했으며 그 위에는 새빨간 열매가 가득 맺혀 있었다.보통 산삼은 줄기 높이가 30부터60cm 정도인데 눈앞의 것은 1m가 넘었다.“이 자식아, 내가 말했지? 호랑이가 머무는 곳엔 반드시 보물이 있다고.”장미진인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이번엔 운이 좋았어.”윤태호는 바로 산삼을 캐내려 했다.그런데 장미진인이 한 걸음 앞서며 윤태호를 막아섰다.“진인님, 지금 뭐 하는 거예요?”윤태호가 불쾌한 기색으로 물었다.장미진인이 씩 웃으며 답했다.“산삼은 내가 먼저 발견했으니 당연히 내가 가져야 하지 않겠어? 하지만 네가 갖고 싶어 하니 양보할게. 대신 이 자식아, 그 백옥관은 절대 탐내지 마라.”그놈의 백옥관 타령은 끝이 없었다.“말이 많네요. 비켜요.”윤태호가 장미진인을 밀치고 산삼을 캐기 시작했다. 이곳의 흙은 부드러운 편이라 파기 수월했지만 그래도 10여 분이 걸렸다. 산삼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나자 윤태호는 기뻐 어쩔 줄 몰랐다.“세상에, 500년 묵은 산삼이라니. 오늘 제대로 횡재했네요.”장미진인은 윤태호 팔뚝보다 굵은 산삼을 보며 배가 살살 아파져 왔다. 100년은 넘었을 거라 짐작했지만 500년일 줄이야.‘요즘 시세로 500년 산삼이면 적어도 200억은 할 텐데. 아이고, 배 아파. 이렇게 귀한 걸 그냥 퍼주다니. 내가 진짜 바보지.’장미진인은 후회가 밀려오며 속이 쓰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윤태호는 산삼을 챙겨 넣으며 우울한 표정의 장미진인을 보고 씩 웃었다.“진인님, 다음에 또 보물 발견하면 꼭 나보고 캐라고 하세요.”장미진인은 그 말에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빌어먹을, 날로 얻어놓고 염장을 질러? 파렴치한 녀석.”그들이 몇십 걸음쯤 걸었을 때, 갑자기 앞쪽 숲속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끼이이익.장미진인이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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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9화

호랑이는 화들짝 놀라며 즉시 새끼 원숭이를 놓아주고는 고개를 돌려 윤태호를 쏘아보았다.“뭘 봐? 꺼져.”윤태호가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나 산중의 왕으로 불리는 호랑이는 윤태호의 기세에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크르르릉.”호랑이는 윤태호를 향해 산이 흔들릴 정도로 포효했다. 호랑이는 윤태호를 노려보며 제자리에서 서성였고, 그 눈에는 흉흉한 살기가 가득했다.“내 말이 안 들려? 당장 안 꺼지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윤태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손끝에서 검기가 맹렬하게 굽이쳤다. 그 위압감에 질린 호랑이는 몇 번 펄쩍펄쩍 뛰더니 이내 숲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장미진인이 혀를 찼다.“숲의 왕이라더니, 쯧쯧. 꼴 좋다. 겁이 많아 벌써 두 번이나 줄행랑을 치네.”“짐승이라도 멍청한 건 아니에요. 도망 안 가면 죽도록 얻어터질 거란 걸 눈치챈 모양이에요.”윤태호는 말을 마치고 새끼 원숭이에게 다가갔다.멀지 않은 곳에서 원숭이 10여 마리가 윤태호를 주시하며 울음소리를 냈다. 윤태호가 새끼 원숭이에게 해를 끼칠까 봐 걱정하는 눈치였다.“너희한테 악의는 없어. 걱정하지 마.”윤태호가 새끼 원숭이를 살펴보니 호랑이에게 물린 상처가 꽤 깊었다. 온몸 곳곳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새끼 원숭이는 기력이 다해 바닥에 쓰러진 채 공포와 원망이 섞인 눈으로 윤태호를 바라보고 있었다.“운이 좋은 아이네. 나를 만났으니 살았어.”윤태호가 쪼그리고 앉아 새끼 원숭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선천진기를 흘려보냈다. 순식간에 기운을 차린 새끼 원숭이는 눈에 생기가 돌았고, 감사의 눈빛으로 윤태호를 바라보았다.“움직이지 마. 상처를 치료해 줄 테니.”윤태호는 금침을 꺼내 몇 군데 혈 자리에 침을 놓은 뒤 지혈 부적을 그려 붙였다. 약 3분쯤 지났을까, 상처가 거짓말처럼 아물었다.“다 나았네.”윤태호가 침을 거두고 일어서자 새끼 원숭이는 잽싸게 일어나 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더니 괜찮은 지 몇 번 껑충껑충 뛰었다.잠시 후 새끼 원숭이는 윤태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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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0화

윤태호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나뭇잎을 걷어내자마자 대나무 통 안에서 진한 술 향기가 코를 찔렀다.윤태호가 고개를 숙여보니 술은 은은한 녹색을 띠고 있었고 키위 향이 짙게 배어 있었다.“이게 혹시 원숭이 술이에요?”윤태호는 망설임 없이 대나무 통을 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술맛은 그야말로 향긋하고 부드러웠다.50년 된 위스키나 30년 된 보드카도 마셔봤지만 술의 향기와 맛은 원숭이 술과 차원이 달랐다.게다가 윤태호가 술에 대한 식견으로 보아 이 원숭이 술은 적어도 백 년은 묵은 귀한 것이었다.입맛을 다시던 윤태호가 아쉬워하고 있을 때, 뒤늦게 눈치챈 장미진인이 비명을 질렀다.“이 자식아. 나에게 좀 남겨줘.”장미진인이 윤태호의 손에서 대나무 통을 낚아채듯 빼앗아 남은 술을 털어 입에 넣었다.한 방울, 두 방울... 끝이었다.장미진인은 술을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몇 방울 남은 술을 맛보자마자 그는 윤태호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이렇게 기가 막힌 술을 혼자 다 처마시다니, 이놈을 그냥 죽여 버릴까.”윤태호가 웃으며 받아쳤다.“날 죽이겠다고요? 어디 한번 해봐요.”“내가 손을 못 쓸 줄 알아?”장미진인이 소매를 걷어붙이며 덤빌 기세를 보였다.윤태호는 황당해서 헛웃음을 지었다.“진인님, 우리 우정이 고작 술 몇 모금만도 못 해요?”“헛소리하지 마.”장미진인이 씩씩거렸다.“백 년 묵은 원숭이 술은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귀물이야. 특히 이런 야생 원숭이가 만든 술은 향과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지. 게다가 피로를 씻어주고 정력을 보충하며 수련까지 돕는 효능이 있단 말이야.”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태호는 온몸의 모공이 열리며 쌓였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진인님 말이 맞네요. 정말 대단한 술이에요.”“빌어먹을, 양심 없는 놈 같으니. 나한테 맛이라도 보여줬어야지, 진짜 찢어 죽이고 싶네.”장미진인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툴툴거렸다.윤태호는 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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