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해가 질 녘이다.석양은 마치 생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노인처럼 힘없이 수평선에 걸린 채 가늘게 빛나고 있었다. 반쯤 감긴 눈은 이 세상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듯 보였으며 동시에 삶의 흐름을 말해주는 듯도 했다.윤태호가 모래 아래에 묻힌 지 정확히 여섯 시간이 흘렀다.모두가 녹초가 되어 기진맥진했지만 그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다들 윤태호를 찾아 계속해서 모래 속을 파헤치고 있었다.점점 어둠이 내리는데 갑자기 누군가 소리쳤다.“참모님, 발견했습니다!”그 소리를 들은 당영곤은 한달음에 달려가 급히 물었다.“윤태호 씨야?”“아닙니다, 윤 선생님이 아닙니다.”병사의 대답에 당영곤은 얼굴이 어두워졌다.“조 교수님입니다.”한 병사가 말했다.당영곤이 고개를 숙여 보니 조 교수는 모래 속에 누워 이미 숨을 거두었다. 얼굴과 몸은 퉁퉁 부어 있는 것이 죽기 전에 폭행을 당한 흔적이 역력했다.한 군의관이 다가와 현장에서 부검했으며 곧 결과가 나왔다.“참모님, 조 교수님은 사망 전에 구타를 당했습니다. 얼굴, 등, 손, 그리고 복부에 상처가 있습니다만 그것들은 치명상은 아닙니다. 다만 코와 입에서 다량의 모래가 나와 기도가 막혀 있었습니다. 부검 소견으로는 질식사로 보입니다.”“알겠어. 조 교수님의 시신을 잘 안치해 줘.”“네.”군의관이 조 교수의 시신을 가져간 뒤에도 수색은 계속되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누군가 외쳤다.“참모님, 또 시신 한 구를 발견했습니다!”당영곤이 달려가 보니 연구원으로 보이는 흰 가운을 걸친 낯선 남자가 이미 죽어 있었다.“기지의 연구원인 것 같아. 계속 수색해.”땅을 파헤칠수록 시체들이 계속 나왔다. 세 구, 네 구, 다섯 구, 여섯 구...총 일흔여섯 구의 시체가 발굴되었으며 모두 기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중에 윤태호는 없었다.“참모님, 병사들이 모두 배고프고 지쳤습니다. 잠깐 쉬면서 밥이라도 먹게 하는 게 어떻습니까?. 취사반에서 밥을 준비해 놨습니다.”양슬기가 당영곤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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