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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Chapter 861 - Chapter 870

891 Chapters

제861화

용안은 충혈된 두 눈으로 목소리를 떨면서 당영곤에게 물었다.“형님, 윤 선생님이 아직 살아있을까요? 윤 선생님은 분명 살아 있을 겁니다. 분명 아직...”용안은 말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그렇게 잠시 침묵하던 용안은 손으로 눈물을 훔쳐내고 몸을 돌려 전우들을 향해 소리쳤다.“크게 외쳐라! 우리 특전 연대의 구호가 뭐지?”“한 사람도 버리지 않는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병사들이 한목소리로 답했고 그 울림은 우레와 같았다.“그래, 우리 특전 연대의 구호는 아무도 버리지 않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거다. 지금 모두 지치고 힘들겠지만 멈추면 안 돼. 윤 선생님은 우리의 전우이며 형제고 또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다. 그러니 우린 반드시 찾아야 해. 윤 선생님을 찾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면 안 돼!”용안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병사들은 크게 외쳤다.“포기는 없다!”“포기는 없다!”“포기는 없다!”그 함성은 하늘을 울리고 기세는 땅을 진동했다. 병사들은 눈물을 닦고 슬픈 감정을 추스른 후 다시 모래를 파기 시작했다.새벽 한 시경에 한 대의 오프로더가 깊은 구덩이 옆에 멈추더니 차 문이 열리고 청룡과 기린이 차에서 나왔다.수백 미터 길이의 거대한 구덩이를 본 두 사람 얼굴에는 충격이 가득했다.“세상에, 여기 대체 무슨 일이 있은 거지?”기린이 놀라 외쳤다.“아무래도 큰 일이 터진 것 같아.”청룡은 무표정한 얼굴로 구덩이를 응시하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뭘 파내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과 장비를 동원한 거야?”“신경 쓰지 마. 우리는 태호 씨를 도우러 왔을 뿐이야. 다른 사람들이 뭘 하든 상관할 바 아니라고.”기린의 말에 청룡이 물었다.“태호 씨랑은 연락이 됐어?”“아니.”기린이 대답했다.“아무리 걸어도 통화가 안 돼. 대체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저기 당영곤이 보이니까 가서 물어보자.”명왕전과 용문은 자주 협력해 왔기에 청룡과 기린도 당영곤과 서로 익숙했다. 두 사람은 곧장 당영곤 앞으로 갔다.기린과 청룡을 본 당영곤은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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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한밤중에 해정 윤씨 가문에서 윤정욱이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다“악!”잠에서 깬 윤정욱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적었다.“어르신, 무슨 일이십니까?”무영의 그림자 같은 모습이 잠잠히 침대 곁에 나타나자 윤정욱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방금 악몽을 꿨는데 꿈에 태호가 나왔어. 꿈속에서 태호는 황사 속에 누워 전신이 피투성이였어. 일그러진 얼굴로 나한테 자기 아버지를 돌려달라더구나. 그뿐만 아니라 무성이를 돌려주지 않으면 나를 죽이겠다고 했어.”무영이 웃으며 말했다.“해몽가들이 꿈은 반대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아마 길몽일 겁니다.”“지금 태호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지?”윤정욱이 물었다.“군신이 서북에 파견을 보냈습니다.”서북이라는 말에 윤정욱은 무심코 꿈속의 황사가 떠올라 가슴 한편이 불길하게 저려왔다.“그 임무는 끝났어?”윤정욱의 질문에 무영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습니다.”윤정욱은 급히 일어나 말했다.“군신에게 전화해 상황을 물어봐야겠어.”“어르신, 시간이 늦어서 이미 쉬고 계실 겁니다.”무영이 말렸다.“아니, 군신은 잠을 잘 자지 못하시니 밤새 근무 중일 수도 있어. 지금 전화해 봐야겠어.”윤정욱은 전화를 집어 들어 군신 사무실로 연결했으며 곧 전화가 연결되었다.“여기는 군신 사무실입니다. 누구시죠?”전화 너머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윤정욱인데 수장님과 통화하고 싶어요.”윤정욱이 말했다.“어르신, 안녕하세요.”전화 너머의 말투가 순식간에 극도의 공손으로 바뀌었다.“저는 수장님의 기밀 비서입니다. 수장님께서는 지금 사무실에 계시지 않습니다.”“집으로 돌아가신 건가요?”“아닙니다.”윤정욱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수장님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죠?”“그게...”군신의 행적은 함부로 말할 수 없기에 비서는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윤정욱처럼 큰 인물이 직접 알아보려 들면 숨길 수 없다는 걸 비서도 알고 있었다.윤정욱은 비서의 망설임을 눈치채고 말했다.“안심해요. 수장님께는 내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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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전화기 너머로 3초간의 정적이 흘렀으며 3초 후 군신의 무겁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욱아, 내가 죽을죄를 지었구나.”윤정욱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태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태호가 병사들을 구하려다 모래 속에 묻혔는데. 지금 생사를 알 수 없어.”윤정욱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전화기를 쥔 손이 덜덜 떨렸다.군신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사건이 터지자마자 당영곤이 즉시 구조에 나섰다네. 지금 서북 군사 구역 특전 연대 전원이 모래를 파며 윤태호를 구하고 있어. 하지만 벌써 열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찾지 못했어. 태호가 이미... 희생된 것 같아.”“쾅!”윤정욱이 수화기를 바닥에 떨구고는 몸을 휘청이며 쓰러지려는 순간 무영이 재빨리 달려와 부축했다.“어르신, 태호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무영은 윤정욱의 곁을 지켜온 세월 동안 그가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을 본 건 단 두 번뿐이었다.한 번은 이십여 년 전 윤무성이 매복에 당해 목숨을 잃던 그날 밤이었고 두 번째가 바로 지금이었다.해정 제일의 가문을 이끄는 가주로서 한때 권력의 정점에 있던 인물답게 윤정욱은 언제나 하늘이 무너져도 얼굴빛 하나 바뀌지 않는 인물이었다.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무영이 윤정욱을 의자에 앉혔을 때 그의 눈가에서는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어르신, 도대체...”윤정욱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태호가... 사고를 당했어.”“뭐라고요!”무영의 온몸이 굳어버렸다.“태호 씨가 분명 멀쩡했잖습니까! 분명 뭔가 오해가 있는 겁니다!”“군신이 나에게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어. 그리고 직접 서북으로 간 것도 아마 그 때문이겠지.”윤정욱은 고개를 숙였다.“예전에 무성이가 윤씨 가문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홀로 적진에 들어갔을 때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있어. 무성이가 자기 아들 태호를 잘 부탁한다고 했는데... 그런데... 이제 태호마저 이렇게 가버리다니. 무성아... 내가 너에게 면목이 없구나... 웁”윤정욱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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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하늘의 뜻을 받은 자, 재난 속에서 복이 되어 다시 피어나리.”그 글을 본 무영은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끝났다.윤태호는 이제 정말 끝났다.무영은 장미진인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 늙은 도사의 예언은 전혀 믿을 게 못 되며 대부분의 경우, 말한 것의 반대로 이해해야 했다.장미진인이 대흉이라고 하면 오히려 길하고 대길이라고 하면 대부분 불길했다.‘태호 씨가 이번에는 정말 위험한가 보네.’무영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윤정욱은 사진을 들고 미소를 지었다.창백한 얼굴 위로 희미한 안도의 기색이 번졌다.“장미진인의 말대로라면 태호는 이번에도 재난을 복으로 바꿀 거야.”무영은 윤정욱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억지로 웃으며 맞장구쳤다.“어르신,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태호 씨는 복이 많은 분이시니 분명 무사할 겁니다.”윤정욱은 다시 자리에 앉아 천천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화 속에 복이 깃들고 복 속에 화가 숨어 있지. 태호가 지금 이때 사고를 당한 것도 어쩌면 하늘의 뜻일지도 모르지.”윤정욱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백씨 가문의 그 아가씨가 곧 배씨 가문으로 시집을 간다지? 태호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 해정으로 돌아와서 그 혼례를 막았을 거야. 그렇게 되면 백씨 가문과 배씨 가문이 시끌벅적해지고 심지어 자금성까지 그 소문이 퍼졌을지도 몰라. 태호에겐 시기상조야.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지금 적을 너무 많이 만드는 건 위험한 일이지. 그렇게 되면 태호도 무성이처럼...”윤정욱은 하던 말을 멈추고 사진으로 시선을 향했다.사진 속의 윤무성은 검은 눈썹과 별빛 같은 눈매를 지녔고 하얀 옷차림에 신선 같은 풍모를 뿜어내고 있었다.윤정욱은 사진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무성아,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살아 있는 한 너의 부탁을 절대 저버리지 않으마.”윤정욱의 몸에서 한순간, 압도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왔으며 한 가문의 수장다운 위압감이 방안을 채웠다.“무영아.”윤정욱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서북쪽의 움직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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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노인의 맞은편에는 베일을 쓴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여자의 얼굴은 가려져 있었지만 유려한 실루엣과 가녀린 손끝만으로도 인간 세상에서 보기 드문 절색임을 알 수 있었다.여자는 가느다란 옥 같은 손으로 검은 바둑알 하나를 집었지만 한참 동안 내려놓지 못했다.“한유야, 돌을 두거라.”노인이 낮고 부드럽게 말하자 여자는 바둑알을 툭 던지며 말했다.“수장님, 이 판은 제가 졌습니다. 더는 두고 싶지 않네요.”군신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왜 그만두는 거지?”여자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군신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한유를 곧게 응시했다.“윤태호 때문이냐?”“네.”여자는 자기 생각을 전혀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군신은 여자의 대답에 잠시 놀란 듯했다.“그건 너답지 않구나. 명왕전에 들어오던 첫날 했던 말을 기억해? ‘누가 여자가 남자보다 못하다고 했습니까? 저는 언젠가 명왕전의 최고 사령관이 되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었지. 그런 네가 한 남자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다니.”한유는 담담히 대답했다.“비록 윤태호 씨와 저는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그래도 일이 생겼다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군신은 잠시 한유를 바라보다가 문득 미소를 지었다.“수장님, 왜 웃으시는 겁니까?”한유가 의아한 눈빛으로 묻자 군신이 말했다.“한유야, 솔직히 말해 보아라. 너, 윤태호를 사랑하게 된 거야?”“수장님, 지금 그런 질문을 할 때입니까?”한유는 살짝 화를 내며 입술을 내밀었다.“농담할 여유가 있으시다면 전 바로 해정으로 돌아가겠습니다.”군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사람의 수명과 고난은 하늘이 정한 거야. 윤태호가 지금 겪는 건 본인이 겪어야 할 운명일 뿐이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하늘의 안배를 기다리는 것뿐이야.”“보고드립니다!”갑자기 헬기 문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군신이 낮고 단단한 음성으로 응하자 문이 열리면서 당영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당영곤은 군신 앞에 서서 두 발을 모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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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이른 아침 해정 백씨 가문에서 백경수는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오늘은 평소보다 유난히 생기가 돌았다. 빳빳한 양복을 차려입고 나비넥타이를 매고 매우 잘 차려입은 모습이었다.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백승곤은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경수야, 어젯밤 일 들었어?”“무슨 일을 말하는 거죠?”백경수가 물었다.“모르고 있었어?”백승곤은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그에게 아들은 뭐든 아는 사람이어야 했기에 해정의 큰일은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어제 친구들이랑 술 한잔하고 취해서 일찍 잤어요.”백경수가 되물었다.“아버지, 무슨 일이 있은 거죠?”백승곤이 말해 주었다.“군신이 어젯밤 해정을 떠났어.”“네?”백경수가 약간 의아해한 얼굴이었다.“제가 알기로 군신은 지난 십 년간 해정 밖으로 나가신 적이 없지 않나요? 어디로 가신 거죠?”“서북으로 갔는데 새벽에 갔다가 해 뜨기 전 돌아왔다더구나.”“설마 서북에 무슨 큰일이 생긴 거예요?”백경수의 질문에 백승곤은 침착하게 말했다.“군신은 쉽게 해정을 떠나실 분이 아니야. 분명 큰일이 난 거지. 아직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아침에 집사한테 알아보라 했어.”두 사람이 한창 얘기하고 있는데 집사가 급히 밖에서 들어왔다.“두 분, 잘 주무셨습니까?”집사는 공손히 백 씨 부자에게 인사했다.“내가 알아보라 했던 건 알아 왔어?”백승곤이 물었다.“알아 왔습니다. 몇몇 인맥을 통해 알아본 바로는 군신이 어젯밤 갑자기 서북으로 간 건 서북에서 큰일이 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정은 아는 사람이 드물어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전해 들은 소식으로는 서북 군사 구역 사령관 용해승 장군님도 이미 사령부를 떠나 서북 과벽 사막으로 향했다고 합니다.”그 말에 백경수의 눈에 차가운 빛이 번뜩였지만 백승곤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내가 알아 오라고 한 것만 말해.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고. 다른 소식은 없어?”“있습니다.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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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백승곤은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러다가 정말 죽을 마음이라도 먹으면 어떡해?”“걱정 마세요, 아버지.”백경수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제가 사람을 붙여 24시간 감시하게 했어요. 게다가 집 안 곳곳에 CCTV만 열댓 대를 달아놔서 일거수일투족이 제 눈을 벗어날 일은 없어요.”백경수는 잔인하게 덧붙였다.“그리고 그곳은 제가 친히 진광 교도소 기준으로 설계했어요. 벽은 강화 콘크리트로 덧대놔서 머리를 박는다 한들 못 죽어요. 이번 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해요. 아윤이가 배씨 가문에 시집만 가면 아버지께서 꿈꾸시던 금강 군사 구역 인사 발령도 확정된 거나 다름없어요.”백승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백경수가 계속 말을 이었다.“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는데요. 제가 상국사에 가서 스님께 길일을 받았는데 다음 주 수요일이 좋은 날이라고 하네요. 오늘 아버지께서 직접 배씨 가문에 가셔서 날짜를 정해 보세요. 배씨 가문 쪽에서도 이견이 없다면 아윤이와 배윤혁의 결혼식은 다음 주 수요일로 확정하는 게 어떨까요?”“다음 주 수요일이라...”백승곤은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급한 거 아니야?”“결혼식이 빨리 끝나야 아버지도 더 빨리 금강 군사 구역으로 가실 수 있죠. 물론 서두르기 싫으시다면 제가 다시 길일을 받아볼 수도 있고요.”“됐어. 그냥 다음 주 수요일로 해. 이런 일은 미루면 미룰수록 변수가 생기니까.”백승곤의 눈에는 이미 탐욕이 번뜩였다. 이제 군에서 한 계급만 더 오르면 별이 하나가 더 늘어난다. 게다가 백씨 가문과 배씨 가문의 후원을 등에 업는다면 머지않아 어깨 위에 별 세 개를 달고 군권을 쥔 이 구역 최고 권력자가 될 것이다.“좋아. 내가 직접 배씨 가문에 가서 확답을 받아올게.”“그럼 수고하세요, 아버지.”아침 식사가 끝나자 백승곤은 곧장 배씨 가문으로 향했다.그 사이 백경수는 차를 몰아 도심 외곽의 대형 별장으로 향했다.그곳은 해정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고급 저택으로 면적이 삼백 평이 넘고 시가 수천억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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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윤태호가 죽었다는 말에 백아윤의 첫 반응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렇게 젊고 강한 윤태호가 죽을 리 없다.백아윤은 차갑게 말했다.“오빠, 그런 저급한 거짓말로 나를 속이려 들지 마. 오빠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난 다 알아. 결국 날 배윤혁에게 시집보내려는 거잖아. 분명히 말하는데 난 절대 배윤혁에게 시집가지 않아.”하지만 백경수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남아 있었다.그는 부드럽지만 조롱 섞인 눈빛으로 백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예전엔 거짓말을 해도 다 믿더니 이번엔 사실인데 안 믿네.”“오빠 입에서 진실이란 게 나온 적이 있기나 해?”백아윤이 비웃으며 말했다.“날 해정으로 데려오려고 할아버지가 위독하다고 거짓말까지 하는 게 사람이 할 짓이야?”백경수의 미소가 조금 진지해졌다.“내가 왜 그렇게 했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 이건 다 백씨 가문의 백 년 번영을 위한 일이야. 할아버지의 몸은 이미 한계라서 그분이 계실 때 뭔가를 정리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신 후에 백씨 가문의 세력은 급속히 약해질 거야. 그때 가서는 네가 배씨 가문에 시집가고 싶어도 아무도 널 거들떠보지 않겠지.”백경수는 계속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하는 건 모두 널 위한 거야.”백아윤의 입가에는 서늘한 비웃음이 번졌다.“날 위한 거라고? 결국 네 욕심을 위한 거겠지. 예전에 사람들이 오빠를 위선자라고 해도 믿지 않았는데... 이젠 믿어. 백경수 너는 뼛속까지 위선적인 인간이야.”그러나 백경수는 여전히 차분했다.“날 어떻게 보든 상관없어. 어차피 곧 넌 배윤혁의 아내가 될 테니까. 윤테호은 이제 그만 잊어. 정말 죽었어.”“닥쳐!”백아윤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난 네 거짓말 따위 안 믿으니까 꺼져!”백경수는 담담히 말했다.“아윤아, 이번엔 거짓말이 아니야. 윤태호가 명왕전 소속이라는 거, 알고 있지? 지금 그를 군신이 직접 서북으로 파견했는데 임무 도중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어. 아마 지금쯤 끝없는 황사 아래에 묻혀 있을 거야.”백경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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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난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배윤혁에게는 시집가지 않아.”백아윤은 단호하게 다시 한번 선언했다.“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백경수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마 아직도 윤태호를 그리워하는 거야? 내가 분명히 말해줬잖아. 윤태호는 이미 죽었다고.”백아윤의 눈빛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태호가 살아 있든 아니든 난 평생 태호 사람이야. 살아 있다면 난 태호랑 결혼할 거고 정말 죽었다면... 그땐 평생 태호의 영혼을 지켜줄 거야.”“미천하긴!”백경수의 얼굴빛이 일순간 시퍼렇게 변했다.백아윤은 백가의 자존심이자 얼굴인데 백아윤의 입에서 윤태호의 곁을 지키겠다는 말이 나오자 백경수의 분노는 순식간에 폭발했다.“좋아, 그렇게 그를 지키고 싶다 이거지?”백경수가 이를 악물며 낮게 말했다.“윤태호의 무덤이 세워지면 내가 직접 가서 파헤쳐서 시체를 꺼내 불태워 버릴 거야. 그때도 네가 윤태호 옆에서 지켜준다고 말할 수 있을지 보자.”백경수는 독기가 서린 말을 내뱉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그 순간 백아윤이 달려들어 백경수의 등을 꽉 껴안더니 이성을 잃은 듯, 그의 어깨를 힘껏 물었다.“아악!”백경수는 괴성을 지르더니 어깨를 세게 젖히며 몸을 돌렸으며 백아윤은 그 반동에 바닥으로 거칠게 나뒹굴었다.천천히 몸을 돌리는 백경수의 하얀 얼굴에는 일말의 감정도 없었으며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백아윤, 날 자극하지 마.”백경수의 목소리는 낮고, 섬뜩했다.“며칠 뒤에 배씨 가문로 시집갈 몸이 아니었으면 지금 당장 네년의 가죽을 벗겨냈을 거야.”백경수는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와 차가운 시선으로 백아윤을 내려다봤다.“다음에 또 이런 짓을 하면 그땐 진짜로... 죽여달라고 빌게 만들어 줄 거야.”말을 마친 백경수는 그대로 돌아서 나갔으며 뒤에서는 백아윤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백경수! 만약 윤태호가 정말 죽었다면 그건 분명 네가 죽인 거야!”그 말에, 백경수의 발걸음을 멈추고 눈에 서늘한 살기가 번쩍 스쳤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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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지하실 한구석에서 백아윤은 벽에 몸을 웅크린 채 무릎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도망칠 수도, 울 수도 없는 그 표정에는 완전한 무력감과 절망만이 서려 있었다.백경수에게 속아 해정으로 온 날부터 백아윤의 세상은 닫혀버렸다. 휴대폰은 빼앗겼고 외부와의 모든 연락망이 차단됐다.백아윤이 몇 번이나 죽음으로 저항하려 했으나 결국 이 감옥보다 더 잔혹한 방으로 끌려갔다.방 안에는 침대 하나뿐이고 벽은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져 부딪혀도 죽을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를 더 깊이 짓누르는 건 이런 감금이 아니라 윤태호의 죽음 소식이었다.백아윤은 믿고 싶지 않았다.백경수의 입에서 나온 말 따위는 한 번도 믿은 적 없었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거짓말 같지 않았다.“설마 정말 죽은 거야?”백아윤의 속삭임은 점점 떨림으로 번졌으며 손끝까지 차가워졌다.“그럴 리 없어.”하지만 아무리 부정해도 가슴속의 불길한 예감은 점점 짙어만 갔다.백아윤은 결국 자신을 원망했다. 지금 밖으로 나갈 수만 있다면, 윤태호의 생사를 확인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절망하지는 않았을 테니까.한참 후 백아윤의 입가에 슬프고도 고운 미소가 떠올랐다.“윤태호, 난 이번 생에 너만 바라볼 거야. 걱정하지 마. 절대로 배윤혁에게 시집가는 일은 없어. 만약 네가 정말 세상에 없다면 그땐 내가 네 곁으로 갈게.”백아윤의 눈가를 따라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렸는데 그건 체념이 아니라 마지막 사랑의 맹세였다.......서북 과벽 사막에서 수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깊은 구덩이의 가장자리에 별이 세 개 박힌 군복을 입은 노인이 망원경을 들고 있었다.그는 바로 서북 군사 구역 사령관인 용해승 상급 장교였다.용해승의 곁에는 별 하나, 두 개씩 달린 고위 간부들이 줄지어 서 있었으며 모두가 굳은 표정이었다.이때 한 병사가 달려와 거수경례하며 보고했다.“보고드립니다!”“당영곤은 왜 안 온 거지?”용해승이 물었다.“참모님께서는 윤 선생님을 구해야 해서 시간이 없다고 하십니다.”“그럼 용안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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