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추월녀는 이미 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채 느긋이 병서를 펼쳐서 들고 있었다.“아씨, 추계 사냥대회까지 이제 고작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영 부인을 설득하지 못하셨잖습니까? 사람은 어디서 더 구하실 겁니까?”자운선은 애가 탔다.며칠 전 추월녀가 사냥대회에 출전하겠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농담이라 여겼으나 이제 추소하까지 꾀어 문서를 올려버렸으니 일이 진짜가 되어 버린 것이다.“아씨께서는 추일의 기마와 활 솜씨도 탐탁잖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런데 지금 와서 추일을 내보내고 설령 영 부인께서 허락하신다고 한들 고작 셋뿐입니다. 아씨께서 직접 나가시려는 겁니까? 국공 나리께서 아신다면 노발대발하실 겁니다.”“아버지께서 아실 리 없다.”“예? 아씨, 설마 진짜 직접 나가시려는 겁니까?”자운선은 소스라치게 놀라 펄쩍 뛰었다.“당연히 나가야지. 이번이야말로 우리 국공부가 진왕부의 그늘을 벗어나 오롯이 우리 이름으로 나서는 첫걸음이 아니더냐? 그런 자리에 내가 어찌 빠질 수 있겠느냐?”추월녀는 자운선을 흘겨보며 나직이 꾸짖었다.“나는 국공부와 생사를 함께할 몸이다. 알아들었느냐?”“아씨...”“이제 쉬어야 하니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어서 나가거라.”추월녀는 자운선을 밖으로 밀어냈다.“하지만, 아씨! 아씨께서 나가신다 해도 겨우 넷뿐이잖습니까? 아니군요, 추일도 안 데려가겠다고 하셨지요... 아씨,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아... 씨...”방문이 덜컥 열리더니 추월녀의 고운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추월녀의 미소는 봄바람처럼 부드러웠다.“당장 꺼지지 않으면 내일 너 스스로 걸을 수 없게 해 주마.”“가면 되잖습니까!”자운선은 다급히 물러났다.추월녀가 약을 다루는 솜씨는 천하제일이지만 아직 아무도 모를 뿐이었다. 그러니 자운선이 어찌 겁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허나 어떻게 따져도 여전히 사람이 모자라는데 추월녀는 도대체 무엇을 꾸미고 있는 걸까?밤이 깊어졌다.추월녀가 의서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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