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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전쟁보다 위험한 사랑: Chapter 271 - Chapter 280

284 Chapters

제271화

유상무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선우명월이 무언가 더 말하려 했으나 가진명이 막아 나섰다.“명월 낭자, 이 일은 무왕 대군께서 잘 알아서 하실 터이니 다른 일이 없다면 이만 가보십시오.”그 말에 선우명월의 미간이 가운데로 힘껏 오므라들었다.“나리, 저는 아직 할 말이 남았습니다.”그러나 유상무의 안색이 이미 어두워져 있는 것을 가진명은 발견했다.“아씨, 여섯 부족이 당장 난을 일으키지 않는 한 두려운 것이 없습니다.”“그 말은 틀렸습니다, 진명 대인.”기왕 온 이상 선우명월은 빈손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확답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헛수고를 한 셈이니 내가 바쁜 사람이라는 것을 무왕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어.’유상무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아버지가 전사하신 뒤, 여섯 부족의 혼란은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새 우두머리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때 이들을 수복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지금이 최적의 시기이자 유일한 기회란 말이었다.“여섯 부족은 본래 제 아버지에게 충성을 바쳤으나 충성심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약해지고 있습니다. 나리... 함께 싸워본 적도 없다면 충성심은 생기지 않는 법입니다.”유상무가 차가운 눈빛으로 선우명월을 쏘아보며 말했다.“여섯 부족과 네 아버지도 단지 이익을 위한 협력했을 뿐이야. 충성심이라는 것은 이익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란다. 충성이든 배신이든, 결국 모두 이익에 의해 좌우지 되지.”‘조금 전까지 이 낭자가 다소 특별하다고 느꼈는데 이제 보니 그저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것뿐이군.’선우명월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신선한 것처럼 느껴졌으나 계속 듣고 있으니, 마치 서책에 있는 내용들을 그대로 암기하여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비록 일리는 있으나 이 여인이 자신이 한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손님을 바래다드리거라.”유상무가 말을 마치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대청의 뒷문을 통해 자리를 뜨려 했다.선우명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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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내가 그 여인과 협력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오만이 하늘을 찔러서이고, 둘째는...”두 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했다.‘나를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그 눈빛이 싫어. 그런 눈빛은 월녀만이 가질 수 있지.’유상무가 설명하지 않자,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가진명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대군의 눈빛은 참으로 매서군. 아니, 매섭다기보다는 사람 보는 안목이 뛰어난 것 같아.’“나리, 어디 가시려고요?”검은 옷을 입고 나가려는 유상무를 본 가진명이 서둘러 따라나서며 물었다.유상무는 가진명의 말을 무시한 채 말에 올라타고 출발하려는데 밖에서 우금이 갑자기 달려왔다.“나리! 내일 귀국 길에 오르는 동주의 셋째 황자가 나리와 자리를 갖고 싶어 합니다.”“내일 죽는 것도 아닌데 자리를 가져서 뭐 하게? 그냥 알아서 꺼지라고 해!”유상무가 이를 매몰차게 거절하자, 우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나리의 입이 참으로 더럽군.’유상무가 말의 고삐를 잡으려던 순간, 우금은 무엇이 떠올랐는지 눈을 번쩍 뜨며 덧붙였다.“월녀 아씨도 그 자리에 참석하신답니다.”그 말에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말의 다리가 하마터면 부러질 뻔했다.유상무가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월녀가?”“내일 호륭군이 셋째 황자를 호송하는지라 이에 대한 보답으로 셋째 황자가 연회를 열어 추 장군과 월녀 아씨를 초대한다고 들었습니다.”유상무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 빌어먹을 놈이 감히 내 여인을 건드려?’“어디서?”“취호거에서 연회를 연다고 합니다.”‘취호거라...’...선우유미의 시야에 들어왔던 첫 번째 사람은 추월녀가 아니라 그녀의 옆에 있던 추소하였다.다시 눈을 크게 떠서야 추소하보다 조금 작은 추월녀가 보여서 선우유미는 서둘러 다가가 인사했다.“월녀야.”그러고 나서 수줍음이 섞인 눈빛으로 추소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추... 장군, 오랜만입니다.”“며칠 전 사냥터에서 이미 뵈었습니다.”선우유미가 왜 수줍어하는지 알고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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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무왕 오라버니!”선우유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유상무에게 다가갔다.“무왕 오라버니, 어떻게 오셨습니까?”그제야 선우유미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내일이면 떠나는데 아직 무왕 오라버니께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네. 직접 찾아와서 참 다행이야.’사실 작별 인사를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으나 오늘에 추월녀와 추소하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무왕 오라버니, 그러고 보니 추계 사냥대회 이후로 한 번도 못 뵈었네요. 무왕부의 경계가 삼엄하여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해서 오라버니의 부상도 확인하지 못했던 거고요.”그녀는 유상무의 앞까지 다가갔으나 그가 여인과 가까이 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감히 손을 뻗어 그를 만지지 못했다.비록 유상무가 선우혁과 사이가 좋고, 또 자신과도 여러 해 알고 지냈으나 거리를 두어야 했다.한 번은 손이 실수로 유상무의 팔에 닿았을 때, 선우유미는 하마터면 그에 의해 내던져질 뻔하기도 했다.“이제 괜찮아졌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유상무는 사랑채 안으로 들어갔다.그와 함께 왔던 가진명과 우금이 밖에서 지키고 있어서 이들의 대화를 누가 엿들을 걱정은 없었다.“이놈 봐라. 그렇게 다치고도 기운이 넘치네. 체력 하나는 인정한다.”선우혁이 웃으며 말하자, 유상무가 곁눈질로 그를 흘끗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래. 이리 다쳤어도 너 하나쯤은 때려눕힐 수 있지. 믿지 못하겠다면 덤벼보든가.”그 말에 지난번 얻어맞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던 선우혁의 온몸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참으로 비겁한 놈이야. 사람을 때려죽이지는 않으나 아파서 울부짖게는 만드는 재주가 있어. 지난번에도 비록 칼끝이 살짝만 스쳐 중상을 입지 않는데도 살이 찢기는 고통이 느껴져서 죽을 뻔했는데. 날 괴롭히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니까.’선우혁은 괜히 또 맞을까 봐 입을 다문 채 코웃음을 쳤다.유상무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추소하가 재빨리 일어나 예를 올렸다.“나리를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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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누구인지 알 것 같네요. 진왕부 사냥대 중 유일한 여인이었죠. 훈련할 때 말 위에서 몸을 돌려 활을 쏘던 그 낭자가 아닙니까.”선우유미가 서둘러 말했다.“그때 셋째 오라버니도 대단하다며 감탄하지 않았습니까. 한데 그녀보다 더 뛰어난 월녀의 모습에 빠져 오라버니가 그 낭자를 잊고 있었던 겁니다.”선우유미의 말에 선우혁은 차츰 기억을 떠올렸다.“아, 그 낭자였구나.”처음에는 선우명월의 기마 궁술이 아주 뛰어나서 자신도 모르게 몇 번이나 그녀를 쳐다봤으나 추월녀의 연무가 끝난 뒤에는 선우혁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에는 추월녀 밖에 보이지 않았다.물론 유상무도 감탄을 금치 못했고.“그녀에게 여섯 부족을 통솔하는 호부가 있다고? 그 말인즉, 선우재덕이 죽기 전에 이미 대진의 일곱 부족을 통합했다는 뜻인데? 아니야, 말도 안 돼! 비록 유봉진이 선우재덕의 세력을 제거할 때도 꽤 애를 먹었다고는 하나 여섯 부족의 세력도 만만치가 않아.”이렇게 말한 뒤, 선우혁의 시선이 추소하와 추월녀 쪽으로 향했다.“이 일에 대해서라면 추 장군과 월녀가 잘 아실 터.”그러자 추소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선우재덕을 제거했을 때 확실히 많은 시간을 소모한 데다 2만여 명의 동릉군까지 잃었습니다. 물론... 저도 선우재덕이 그 정도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추 장군도 그리 생각하시는군요.”선우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선우재덕은 그저 난신적자의 우두머리일 뿐이야. 나머지 여섯 부족 중에는 황족의 후예도 있어서 난신적자의 발아래에 복종하려 들지 않아.’“해서...”선우혁이 유상무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설마 선우재덕이 다른 신분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이 질문에 유상무는 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추월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생각을 한번 듣고 싶구나.”“저는 황족이 아닌 데다 동릉의 사정에도 밝지 않아서 아는 것이 없습니다.”이렇게 말한 뒤, 추월녀는 고개를 숙인 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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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월녀야, 내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길 바라는 것이냐?”유상무가 눈을 내리깔며 추월녀를 바라보았다.“네가 그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네 뜻에 따르겠다.”“나리 스스로 결정하시면 되는데 제 생각이 뭐가 중요합니까?”추월녀는 유상무와 거리를 두려고 했으나 그는 오히려 담담히 말했다.“실은 전부터 너를 우리 군의 책사로 임명하고 싶었다. 해서 네 생각이 나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해.”마치 아무도 없는 듯 둘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어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존재감은 공기가 되어버렸다.그럼에도 그들의 대화 내용은 모두의 신경을 바짝 곤두서게 했다.“북강에 있는 세력 중에 뛰어난 책사들이 많을 텐데 일개 여인이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이에 유상무는 매우 진지하게 답했다.“봉진 같은 쓰레기조차도 네 도움을 받아 전쟁의 신이 되었는데 나처럼 무예가 뛰어난 자가 네 도움을 받는다면 남무와 북무를 평정하는 건 아무 문제 없을 것 같구나.”“남무와 북무를 평정하겠다고요?”늘 침착을 유지하던 추월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옆에 있던 추소하도 손을 덜덜 떨더니 들고 있던 찻잔을 그만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찻물이 사방으로 튀었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추월녀는 유상무의 소매를 움켜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말로... 남무와 북무를 평정하시려고요?”남무는 추월녀의 부모, 두 숙부, 셋째 당숙부, 그리고 영아란의 지아비가 목숨을 잃었던 위험한 곳이었다.물론 시신조차도 찾지 못했고.동릉이 건국된 이래 수백 년 동안 남무와 싸워서 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비록 북강의 왕인 이 사내가 온갖 위기를 겪었더라도 과연 남무가 어떤 곳인지 알고는 있는 걸까?’“남무에는 기인과 술사가 넘쳐납니다. 게다가 진법, 고술, 독술, 환술, 미혼진 등 알 수 없는 전법을 사용하지요. 북강이 비록 위험하다고는 하나 칼과 창으로 싸우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나 남무는 달라요. 아무리 무예가 뛰어나고 용맹하다 할지라도 고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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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오래전부터라니?’“무왕 대군이 예전부터 전장을 누볐던지라 그에 대한 기억이 없는데. 그리고 나도 나중에 오라버니를 따라 전장에 나간 탓에 마주칠 기회가 별로 없을 터.”‘오래전부터 나를 마음에 품었다면 대체 언제 어디서 품게 된 것일까?’추월녀의 말에 선우유미도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그녀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무왕 오라버니가 오래전부터 월녀를 좋아한 게 틀림없어.’“월녀야, 혹 무언가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잘 생각해 봐. 무왕 오라버니가 오래전부터 널 좋아한 게 확실해. 여인이 옆에 있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분인데 네 옆에는 아무 거리낌 없이 바로 앉지 않았느냐.”유상무에게 첫눈에 반했던 선우유미의 마음은 아프기 그지없었다.어릴 적에 그녀와 선우혁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해준 사람이 바로 유상무였으니.그때부터 유상무의 영웅다운 모습이 선우유미의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오랜 세월 유상무를 연모했음에도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못했는데 오늘에 이리 다른 여인과 다정하게 있는 것을 봤으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으랴.추월녀는 고개를 숙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나와 무왕이 예전에 만난 적이 있다면 그게 대체 언제였을까?’살짝 머리를 두드려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다시 선우유미를 보니, 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차 있었다.추월녀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이제 보니 너 무왕 대군을 연모하고 있구나. 한데 나한테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냐?”“그래. 난 무왕 오라버니를 연모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해서 그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거든.”선우유미의 마음은 복잡했다.비록 가슴 한편이 아려왔으나 추월녀가 무왕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주기를 바랐다.그래야 무왕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무왕 오라버니는 그동안 잘 지내지 못했다. 비록 영웅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지 사람들은 몰라.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겼고, 병상에서도 꼼짝도 못 한 채 몇 달을 누워있기도 했지.”선우유미는 깊은 한숨을 내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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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당사자인 추월녀와 선우혁조차도 잊고 있었는데 황후가 이를 언급했다.이에 깜짝 놀란 선우혁이 손을 움츠리자, 들고 있던 찻잔이 하마터면 부서질 뻔했다.사실 선우혁은 그 당시에 추월녀에게 진 것이 분했고, 또 유상무가 추월녀를 얼마나 연모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 그리 말했던 것이었다.‘그 대가를 충분히 치러서 상처받을 만큼 받았는데 또 받게 된다면 아마 미쳐 버릴지도 몰라.’“그, 그건...”나라의 체면이 걸린 문제라 물러설 수 없었던 선우혁이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유상무를 바라보았으나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던 유상무는 이들의 대화에 관심이 없는 듯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술만 마시고 있었다.유상무의 성격에 대해 선우혁은 잘 알고 있었다.‘단순히 술 마시는 동작만으로도 몸에서 싸늘한 기운과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군.’선우혁이 또 조심스럽게 추월녀를 쳐다보니 마침 그녀도 겉보기에는 부드러우나 실은 차가움과 날카로움이 섞인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이에 자신의 목이 당장이라도 누군가에 의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선우혁은 들었다.“그것이...”선우혁은 여전히 거절해 주길 간절히 바라며 추월녀를 바라보았다.‘어차피 너는 나와 혼인하고 싶어 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어서 거절하란 말이다.’하지만 추월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차만 마시며 선우혁을 쳐다보고 있었다.마치 자신이 뱉은 말을 스스로 주워 담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선우혁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그날 내가 왜 괜히 입을 놀려 벌집을 건드렸을까? 이를 어찌 수습해야지?’그는 또 한 번 추월녀에게 눈짓을 보냈다.‘거절하지 않고 뭣 하는 것이야? 네가 거절한다면 동주의 체면을 살릴 수 있어. 하나 내가 이를 거절하여 혼약을 파기한다면 양국의 두 황제가 나를 가만두지 않아. 추월녀야, 추월녀... 네가 유상무를 연모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어서 거절해.’드디어 추월녀가 찻잔을 내려놓더니 황후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천한 신분인 제가 어찌 감히 셋째 황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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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선우혁은 자신의 모가지가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어찌하여 벌써 혼수 얘기가 나오는 것이야? 이리하면 상무가 가만있지 않을 터인데?’“황후 마마, 폐하, 이… 혼사는 아무래도 귀국하여 아바마마께 아뢰고 나서...”“물론 그리해야겠지.”황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또 그의 말을 끊었다.“셋째 황자, 양측이 모두 이 자리에 있으니, 폐하께서 국서를 써서 귀국의 황제께 사정을 알리면 될 일이오. 월녀가 이 자리에 있는데 이런 절호의 기회를 정녕 놓칠 생각이오?”비록 선우혁이 웃고 있었으나 마음속은 눈물바다였다.‘황후가 왜 기어이 이 혼인을 성사하려는지 모르겠네.’추월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월녀는 어찌 이리도 태연할 수가 있지?’속이 다 타들어 가던 선우혁이 계속 그녀에게 눈짓을 보냈으나 추월녀는 가벼운 웃음을 짓거나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았다.‘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건가?’“월, 월녀야. 혹... 혹 내게...”그 순간, 차가운 시선이 하나가 선우혁의 얼굴을 스치자, 선우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물으면 안 돼! 그리했다가는 월녀가 모든 부담을 떠안을 수 있어. 그건 사내가 할 짓이 아니야. 그리고 상무 저놈이 정말로 나를 죽일 수도 있어.’“그, 그것이... 제 생각에는...”‘동주의 셋째 황자인 내가 왜 이리 말을 더듬는 것이야? 비록 천하의 영웅은 아니나 그래도 일국의 황자인데.’선우혁은 정말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누가 날 좀 구해주라. 제발!’“셋째 황자, 혹 무슨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이오?”황제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 그게... 실은...”“동주의 황실은 최근 몇 년간 상사가 없었으니 이 때문은 아닐 것이고.”황후가 또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부드럽게 웃었다.“당당한 셋째 황자가 자기 입으로 월녀를 취하겠다고 말했으니, 당연히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을 터. 일시적인 충동으로 그런 말을 내뱉을 리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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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그 말에 추월녀는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추소하는 놀라서 안절부절못했으며 선우유미는 자신의 옷자락을 꼭 움켜쥔 채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선우혁도 잠시 멍해 있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겼다.‘이 빌어먹을 놈이 드디어 입을 열었군.’황제와 황후도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으나 서비가 이 자리에 없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유봉진이 다리를 다친 뒤로 서비는 매일 자신의 처소에 틀어박혀 불공을 드리며 아들의 쾌유를 빌고 있었다.황후와 말다툼을 벌일 후궁들이 없어서 연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으나 황후조차도 너무 놀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한동안 넋 놓고 있던 황제가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물었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느냐?”추월녀가 황제의 아들인 진왕과 정을 나누었던 사이라는 사실을 동릉의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비록 훌륭하다 할지라도 진왕과 파혼하자마자 황제의 다른 아들과 엮였다는 소문이 세간에 퍼진다면 백성들이 황실을 우습게 볼 게 뻔했다.“아바마마, 소자는 오랫동안 월녀를 연모해 왔사옵니다. 월녀 또한 제 여인이 되겠다고 9년 전에 약조하였고요. 해서 소자는 늘 이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나이다.”유상무는 허리를 곧게 편 채 분노가 담긴 황제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이어서 말했다.“소자는 전장을 누비면서도 그 약조를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사옵니다. 북강을 평정하고 돌아와서 월녀를 부인으로 맞이하고자 생각했었는데...”그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무왕은 지난 몇 년간 줄곧 전장에 나가 있었다.특히 이번에는 북강을 수복하느라 무려 5년 동안 도성에 돌아오지 못했고.그를 몇 년 동안 전장에 보낸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황제는 북강 평정에 관한 얘기를 듣더니 유상무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유상무가 말을 이었다.“소자가 북강을 수복하면 아바마마께서는 상을 내리시겠다고 약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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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오늘 선우유미가 한 말이 추월녀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무왕이 오래전부터 나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니. 하나 난 기억을 잃은 적이 없는데도 인상이 없어. 굳이 9년 전의 한 가지 일을 떠올리면 그 화재밖에 없는데? 그때 불 속에서 구출된 뒤로 거의 보름 동안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었지.’유상무가 억울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추월녀는 마치 9년 전의 그를 보는 듯했다.‘억울하고 서글프다고 내게 말하는 것 같네.’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오직 추월녀 한 사람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유상무는 고개를 돌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9년 전, 국공 어른께서 아바마마를 모시고 강평에 가셨을 때, 저희 황자들이 동행하였지요. 물론 월녀도 그 자리에 있었고요.”그 말에 사람들은 9년 전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자객이 황제를 습격한 것은 물론 불까지 지른 탓에 추월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다쳤다.선대 국공은 황제를 보호하느라 어린 추월녀를 돌볼 겨를이 없어서 추월녀는 결국 앓아눕게 되었다.유상무가 말을 이었다.“그날 밤, 소자는 우연히 한 어린 계집아이를 구하게 되었사옵니다. 모두가 상처를 입은 아바마마를 보호하고 또 자객을 쫓느라 강평에 거의 보름 동안 머물렀지요. 물론 소자도 매일 호위무사들과 함께 자객의 흔적을 찾아다니면서 틈이 날 때마다 그 아이를 돌보러 갔사오나 그 아이가 약을 먹지 않아서 소자가 직접 먹여야 했사옵니다.”유상무의 말을 들은 추월녀는 본능적으로 옷깃을 움켜쥐더니 심장이 무언가에 찔린 듯 아픈 것을 느꼈다.유상무는 여전히 무표정을 한 채 황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보름 동안 돌봐오던 그 아이가 의식이 흐릿한 상태에서 소자의 품에 기댄 채 나중에 커서 소자에게 시집오겠다고 속삭이곤 했사옵니다. 물론 여덟 살짜리 아이가 한 말이라 의미가 없을지는 모르겠으나 소자는 그 말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나중에 그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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