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천천히 항구로 다가가고 있었다.유하는 갑판에 서서 바다 건너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 항구 도시를 바라보았다.하얀 원피스 자락이 바람에 살짝 흩날렸다.유하는 얼마 전에서야 알았다.자신이 코시오에게 납치당해 Y국에서 D국까지 끌려왔다는 걸.그 섬... 미루도는 생각보다 훨씬 멀었다.“바람이 찬데, 옷이라도 하나 더 입지.”갑자기 어깨 위로 검은 롱코트가 툭 떨어졌다.이어 허리를 감싸는 손길이 닿고, 낯익은 차가운 백단향이 코끝을 스쳤다.유하는 본능적으로 몸을 빼려 했지만, 남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가만히 있어.”승현의 턱이 유하의 머리 위에 닿았고, 손이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보상받는 거, 약속했잖아. 거절은 안 돼.”“그런 약속, 한 적 없어.”숨을 막히게 하는 그의 기운에 유하는 이를 악물었다.‘이 사람, 진짜 어쩜 이렇게 뻔뻔할까.’하지만 승현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늘 그렇듯 자기 방식대로 밀어붙였다.두 사람은 그렇게 뒤에서 꼭 붙어 서 있었다.턱끝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서로의 그림자가 겹쳤다.누가 봐도 세상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연인처럼 보였을 것이다.승현의 품 안에 있던 유하의 눈에서 불을 뿜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승현아, 도착했어!”배가 부두에 닿자, 프랑시스가 머리를 헝클인 채 선실에서 뛰어나왔는데, 갑판에 있는 둘을 본 순간, 잠시 멈칫했지만 금세 싱긋 웃었다.“아이고, 방해했네. 난 먼저 내려간다!”“이거 놔!”승현이 여전히 품을 풀지 않자, 유하는 결국 그의 손등을 세게 할퀴었다.피부 위로 붉은 자국이 선명히 남았다.승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프지도 않네.’유하가 배에서 내리려 하자, 승현이 다시 손을 잡았다.“어디 가?”“병원.”“상처가 또 아파?”승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의사 부를게.”그가 프랑시스를 부르려 하자, 유하가 급히 막았다.“필요 없어.”잠시 생각하다가, 유하는 결국 솔직히 말했다.‘여기서 혼자 돌아다니다 또 잡히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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