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7년 전, 유하와 소성란은 심하게 다투고 연락을 끊었다.승현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정확히 말하면 소성란이 먼저 등을 돌렸다고 믿고 있었다.‘둘 사이 이미 끝난 줄 알았는데... 왜 다시 붙어 다니는 거지?’계단 위에서 그 둘을 마주한 순간, 승현은 알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불편함, 당혹스러움, 그리고 복잡한 짜증이 뒤섞였다.하지만 소성란은 그런 승현을 향해 단 한 번 차갑게 시선을 주었을 뿐...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승현이 인사할 틈조차 없이 말이다.그 뒤를 유하도 조용히 따라 올랐다. 마찬가지로 아무런 표정 없이,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승현을 투명 인간처럼 지나쳐갔다.“여보...”승현이 당황한 듯,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무심코 손을 뻗어 유하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유하는 가볍게 몸을 틀며 피했다.승현의 손에 걸린 건, 유하의 팔에 걸쳐 있던 별빛처럼 반짝이는 오간자 숄의 끝자락뿐.그 실루엣은 남자의 손끝에서 너무도 가볍게 미끄러져 내렸다.그 찰나의 감촉.은근한 체온, 고급 원단 특유의 촉감.승현의 눈길이 그녀의 뒷모습에 고정되었다.그제야 비로소 유하의 오늘이 ‘낯설게’ 느껴졌다.검은 튜브톱 드레스 위로 드러난 맑고 빛나는 어깨와 팔선. 건강하게 붉어진 피부 위에 은은하게 얹힌 오간자 숄.가녀린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계단을 오를 때마다 찰랑이는 그 천의 움직임.그리고 목에 두 번 감긴 실버 체인 위로 작은 사파이어 펜던트가 섬세하게 빛났다.단아하게 올린 머리, 그사이에 꽂힌 고전적인 은핀.화장은 은은했지만, 그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또렷하고 아름다웠다.‘언제부터... 저렇게 우아했지?’승현의 시선은 유하의 허리에서 골반 선까지, 숄 사이로 드러나는 실루엣을 따라 내려갔다.‘저 허리... 내가 누구보다 잘 아는, 그 부드러움...’그 기억이 본능처럼 되살아났고, 승현의 목젖이 저절로 움직였다.‘안고 싶다... 지금 당장.’계단 위에 서 있던 준범은
Read more